늑대소년, 그 후: 두번째 소녀
" 나 철수예요. "
정적 - . 초로는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큰 키, 넓은 어깨. 다부진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며 떨리고 있던 두 눈. 아 음 그러니까 그게 … 어찌할빠를 몰라 남자를 따라 흔들리던 초로의 동공이 이내 한 곳에 머물렀다. 얼굴 옆 흉터 ….
" 다치셨어요 ? "
" … . "
" 철수씨, 다치셨냐구요. "
살짝 커다래진 두 눈으로 꿈뻑 꿈뻑 자신을 바라 보고 만 있다. 슬슬 답답해지는 초로가 성큼성큼 남자의 곁으로 걸어가 손목을 덥석 잡는다. 히익- 맞지 않게 놀라는 남자에 풋- 하고 웃은 초로가 별장안으로 남자를 끌고 들어간다. 한기가 느껴지는 별장안의 온도에 초로가 이를 달달 떨며 싱크대 위 서랍에서 무언갈 찾기 시작한다. 아 여기쯤 있을텐데 … 찾았다 읏차! 까치발을 들고 서랍위를 더듬던 손이 일순간 멈춘다. 어 어 … 여기저기 서랍을 뒤진 탓에 덜렁덜렁 거리던 그릇들이 위태롭게 흔들리더니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엄마야!
" … . "
" 조심.. 해야해요. "
" … . "
" 다치면.. 안돼. "
남자의 품에서 두 눈을 질끈 감고있던 초로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응 … . 그 짧은 순간에 맞잡힌 남자의 손은 매우 뜨거웠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떨어진 그릇들을 한 쪽으로 치운 남자가 거실로 돌아갔다. 열도 있나 … . 거실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있는 남자를 힐끔 쳐다본 초로가 구급상자를 들고 남자에게로 향했다. 킁킁 거리며 상자에서 풍겨오는 오래된 약 냄새를 맡은 남자의 표정이 일순간 찡그러졌다. 약은 괜찮을꺼예요. 라는 말로 남자를 안정시킨 초로가 연고의 뚜껑을 열었다.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검지손가락에 찌익 하고 묻어나온 연고를 바르기 위해 남자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전과는 다르게 뚫어져라 자신만을 쳐다보고 있는 남자에 괜히 머쓱해진 초로가 큰 소리를 낸다. 뭘 그렇게 봐요! 우악스럽게 남자의 볼에난 상처에 꾹꾹 누르며 연고를 발랐다. 제법 아플만도 한데 눈을 꾹 감고 쥐 죽은듯이 조용한 남자에 초로의 손이 허공에 머물렀다. 잘생기긴 엄청 잘 생겼구나 … .
" 그런데 … "
" …. "
" 철수씨 여기 살아요 ? "
" … . "
우리 별장주위엔 집도 한 채 없는데.. 파르르 두 눈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남자는 여전히 눈을 감고있었다. 처음부터 남자의 답을 바란 게 아닌 듯, 초로는 여전히 상처치료에 여념이 없었다. 슬쩍 눈을 뜬 남자는 초로의 손길이 더 깊이 닿길 원했는지 점점 더 초로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어 어 잠시ㅁ … 초로의 동그란 콧망울과 남자의 날카로운 콧대가 닿았다. 흡, 숨을 들이마신 초로가 다시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 뭐예요! "
" … . "
" 철수씨 지금 진짜 이상한거 알아요?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초로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애초에 처음보는 남자를 별장 안으로 데리고 온 것 부터가 문제였다. 그것도 신원파악도 안 된 사람을! 탁 하고 때리듯 남자의 볼에 밴드를 붙힌 초로가 다시금 남자의 손목을 붙잡고 현관문으로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 자 ! 잘가요. "
" … . "
" 뭐해요. 얼른 가세요! 훠이훠이! "
자신의 두 눈 앞에서 휘휘 젓히는 초로의 손을 바라본 철수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계단 위에 서 있는 초로를 올려다 보았다. 가라니까요 얼른! 가 ! 온 몸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초로를 보더니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초로를 뒤로하고 별장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래요 그렇게 가요 가 ! 가라고 하긴 했지만 왠지 불쌍한 사람을 밖으로 내몬듯한 죄책감에 초로역시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뭘, 여기서 이틀만 있으면 갈껀데 … . 남자가 떠난 문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서 있던 초로가 이내 느껴지는 한기에 오들오들 떨며 별장안 으로 다시 들어갔다.
**
' 쿵쿵쿵- 쿵쿵쿵 - '
" 으 … 누구세요. "
쌀쌀한 새벽공기에 아침부터 누군가가 두들기는 문소리, 충분하지 못한 수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나가요 나가! 외친 뒤 주섬주섬 외투를 걸치고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이라곤 감자 몇 개와 뿌리 채 뽑힌 나물 그리고 …
" ㅌ..토... 토끼 ???? "
화들짝 놀란 초로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자 그제서야 허둥지둥 자신에게 달려오는 사람은 … 이상한 남자, 철수다.
" 이게뭐예요 아침부터!! "
" … . "
" 으 악!! 치워요 제발!!"
아랑곳않고 하얀토끼의 귀를 한 손으로 붙잡고 자신에게 들이미는 남자에 초로가 악에 받쳐 소리질렀다. 철수씨 제발요 제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가 깨갱- 하고 물러서지만 여전히 그의 등 뒤에는 토끼가 있다. 어질어질 아파오는 골 머리에 상황파악이 아직 되지 않은 초로가 한번은 감자와 남자를 번갈아보고, 한 번은 뿌리채 뽑힌 나물과 남자를 번갈아본다. 어디서 구르다 왔는지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몸과, 손톱 여기저기 끼여있는 흙. 이 사람 진짜 뭐야.
" 철수씨, 지금부터 내가 묻는말에 네, 아니요 로만 대답해요. "
" …. "
" 네! 아니요로만 대답하라구요!! "
" 응 . "
감자, 철수씨가 가져온 거예요? 네. 온순하게 대답한다. 저 뿌ㄹ .. 아니아니 나물들도 철수씨가 가져온 거 예요? 네. 이번에도 긍정의 대답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 .
" 그 토끼 … 아니아니 보여주지 말고!! "
앞 말만 들은 남자가 대뜸 초로에게 토끼를 내민다. 아니야 ? 고개를 갸웃한 남자가 다시 토끼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긴다.
" 그 토끼, 철수씨가 잡은 거 예요 ? 먹으려고 ? "
꿀꺽. 긴장한 채로 침을 삼킨 초로가 두 눈을 크게 뜨고 남자가 대답하기 만을 기다렸다.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한 것일까. 먹는다는 제스쳐를 취해보이자 그제서야 남자가 대답한다.
" 아니요. "
듣던 중 반가운 소리,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에 초로가 털썩 주저 앉았다. 등 뒤에 숨겨두었던 토끼도 내동댕이 치고 초로에게 달려와 조심스레 일으킨다. 어떻게 엄마. 나 엄청 이상한 사람 만난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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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을 넣고 싶은데 왜 안들어가는 걸까용 ㅠ3ㅠ 1편에서 댓글써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사실은 원래 그게 끝이였는데 또 쓰게 되었네여 ^^;; 나의사랑 너의사랑 김철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