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과 피아니스트
잠시 태환이 멈칫했다. 뉴욕으로 건너온지 정확히 한달만에 제 눈앞에 보이는 쑨양을 부정하기 위해 잠시 고개를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애석하게도 눈앞에 있는것은 쑨양 그 자체였다. 전보다 헬쓱해진 두 볼과 뿜어져나오는 안광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착각마저 돌았다.
태환이 표정을 굳힌체 반걸음정도 뒤로 물러나다가 이내 사색이 되어서 고개를 돌려 뒤돌아가려는것을 보고 쑨양이 서둘러 태환을 붙잡았다. 보기좋게 덜덜 떨리고 있는 손목에 쑨양이 쓰게웃었다. 이런 반응을 기대하고 온것이지만 실제로 보니 기분이 더러웠다.
"박태환, 그래 내가 없는 한달은 너한테 어떠했지?"
"....."
"대답을 해. 난 한달이라는 시간을 너에게 제한된 자유를 주려 억지로 참아냈으니까. 니가 상상한것 만큼 즐거웠어? 기뻤어?"
쑨양이 억센 손길로 태환을 돌려세운체 억지로 눈을 맞추며 물었다. 눈을 뜨고 묻는데 그 모습이 기괴스럽기까지했다. 박태환,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돼? 태환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쑨양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말이야. 이제 정말로 바보가 됐어."
"....."
"나는 니가 묶어놓은 내 십년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못하는 바보가 됐어. 피아노 밖에 칠 줄 모르는 바보였어. 여기 오니까 실감이 가더라."
"....."
"나는, 적어도 널 벗어나면 행복해지고 잘 살거라 생각했는데...."
태환이 결국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하나하나 힘겹게 내뱉은 어절에는 심통함과 애석함이 가득 베어나왔다. 그런 태환을 쑨양은 그저 바라봤다. 분명 자신이 바라왔던 상황이지만 자기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는 태환 앞에서는 이죽거릴수 조차없었다. 분명 거봐, 넌 나 없으면 안돼. 라며 비웃어주고 한국으로 끌고 가려했는데 막상 울며 치떠는 태환을 보니 그것이 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자. 우린 없었던 일처럼 행복하게 살면돼."
"..넌 그게 간단해?"
"지금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쑨양이 화를 참는듯 머리를 쓸어넘겼다. 도대체 어디까지 돌아가야하는거지 막막했다. 태환은 잔뜩 붉어진 눈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렀다. 그리곤 숨을 몇번이나 들이쉬고 쑨양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뭐라고?"
"가자고, 한국. 어쩔수 없잖아."
탸환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난 더이상 니가 없으면 안돼나봐. 그 말에 쑨양이 작게 미소를 걸친체 태환의 손을 붙잡았다. 난 십년전부터 그걸 알았는데 넌 지금 그걸 깨닫네.
* * *
"으아아앙!!!"
어떡해..귀가 찢어질듯 들리는 아기울음소리와 울상인 태환의 목소리에 쑨양이 눈을 떴다. 꿈을 꿨네. 머리를 벅벅 긁으며 쑨양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년전 일이 어젯밤 꿈속에서 어제일처럼 번졌다. 오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니 자신이 정말 행복한걸 깨달았다.
"우리 왕자님. 왜 우실까?"
쑨양이 침실을 열고 나가자 태환이 땀을 뻘뻘 흘리며 조그마한 아기를 품에 안고 얼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쑨양이 행복하게 웃자 태환이 눈을 새초롬이 흘기고는 태양이를 쑨양에게 넘겨주었다.
"태양이 사람 차별하나봐,"
쑨양의 품에서 잠든 태양을 보며 태환이 울상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새벽부터 일어나 어르고 달랜것은 자신인데 느지막히 일어난 쑨양의 품에서 저리 행복한 얼굴로 자고있다니.
태양은 입양시설에서 입양한 남자아이였다. 처음에는 아이도 필요없던 그들이었지만 둘만 이런 행복을 나누기에는 행복이 너무도 커서 아이를 들이기로 결정했다. 절차상 복잡한 부분이 많았지만 쑨양이 잘 해결한덕에 두달전부터 태양이를 데려올수있었다.
태양이를 데려올때도 둘 사이의 싸움이 있었다. 여자아이를 원했던 쑨양이 태양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미 태환이 이름을 태양으로 지었다고하니 그럼 여자애이름을 태양으로 하라며 무심히 대꾸했었다. 그러나 입양시설로 가서 본 태양이로 인해 쑨양의 마음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얀 피부에 도톰한 입술과 짙은 쌍커풀이 태환의 판박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를 데려온지 모르나봐. 내가 태양이를 데려온건대. 너는 반대했었잖아. 쑨양."
"쉿. 태양이가 들을라.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쑨양이 능청을 떨며 태양이를 안고 아가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아기자기한 용품들이 즐비해있었다. 모두 선물받은 것들이었다. 조직에서 들어온 아기용품은 양이 감당이 안돼서 보육시설같은곳에 기증하듯 떠넘긴것들이 태반이었고, 심지어 김은혜에게서도 선물이 들어왔다. 김은혜는 외국으로 나가 언뜻 듣기로는 미국인 남자를 만나 교재 중이라고 했다.
"우리 왕자님. 아빠들 힘들게 하지말고 코하세요."
아빠들이라니. 저가 말하고도 웃겼는지 쑨양이 풋 웃음을 삼켰다. 아빠 엄마 그것이 무엇이라고. 그것때문에 싸웠던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렀다. 처음에는 당연히 태환에게 니가 엄마야 라고 말했다가 두시간가량 침튀기게 싸우고 태환의 무표정을 일주일 이상 보고 결국 쑨양이 두손들었다. 그럼 우리 둘다 아빠하자. 좋다며 웃단 태환이 어제일 같았다.
조심스레 태양을 침대에 누이고 방을 빠져나오자 태환이 쇼파에 엎드려있었다.
"왜그러고 있어?"
"으헝헝! 잠이 부족해. 나 여섯시에 일어났다고. 넌 열시 다 되서 일어났잖아. 내가 어제 밤에 너때문에..."
태환이 어젯밤 얘기를 하다가 말끝을 흐리며 볼을 붉혔다. 그리곤 고개를 쇼파에 다시 처박곤 허리를 통통 두들겼다. 태환에게 다가간 쑨양이 태환의 허리를 대신 두들기며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에 좋았다구?"
"야!! 내가 언제!"
"아니, 니가 말도 못하고 두 볼만 붉히길래..."
"그건,으읍!!!"
태환이 화를 내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쑨양이 태환의 입술을 삼켰다. 아랫입술을 질근질근 씹으며 어서 입을 열것을 재촉하자 태환이 더운 수믈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언뜻 말을 하려는지 어버버 소리가 들렸지만 쑨양은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혀와 혀가 한참을 외설적으로 얽히더니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입술이 마침내 초옵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태환이 산소가 부족한듯 숨을 내쉬자 쑨양이 짓궃게 물었다.
"코로 숨쉬라고 했잖아?"
"후아..누가 그걸 몰라..흐"
"왜 코로 숨 안쉬는데..?"
"그야...."
태환이 말끝을 흐리며 두손에 고개를 박았다. 태환은 콧바람을 쑨양에게 뿜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드를 깨는것 같다나..? 억지로 키스가 끊늘때까지 숨을 참다가 벌게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 태환이 마냥 귀여운 쑨양이었다.
"아무튼 우리 이제 태양이 동생이나 만들러 가볼까?"
태환이 체 대답을 끊내기도 전에 태환을 어깨에 들쳐매고는 침실로 들어가는 쑨양이었다.
* * *
"태환아빠!!!"
저멀리서 뛰어오는 태양을 향해 태환이 두 팔을 벌렸다. 노란 원생복을 입은 아이는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태환에게 달려와 품에 안겼다.
"태양이. 오늘 어린이집 재밌었어?"
"태환아빠! 태양이는 아니에요! 유치원다녀요!"
얼마전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유치원으로 올라간것이 아이에게는 꽤나 민감한 문제인지 태양이 볼을 부풀리고는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태환이 웃으며 알았습니다. 왕자님. 이라며 태양은 고쳐안았다.
"서둘러야지. 다들 기다리고 계셔."
오늘은 태양이의 생일이었다. 생일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태양이 쑨양과 태환에게 처음 부모라는 이름을 안겨준날이았지만 굳이 그것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쑨양은 파티준비와 선물준비에 여념이 없어서 태환이 태양을 데리러 온것이다.
"태양이 생일 선물 뭐 받고싶어?"
"음..태양이는 코코몽 냉장고 받고싶어요!!!"
"그래?"
서둘러 스마트폰을 꺼내 쑨양에게 문자를 했다. 코코몽 냉장고래. 서둘러. 지금 백화점에서 태환의 문자만 기다리고 있을 쑨양생각에 서둘러 보내고는 집에서 꽤나 거리가 있는 유치원에서 걸어가기로 했다.
펑! 펑!! 펑!!!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태양이~ 우렁찬 생일축하 노래와 함께 폭죽이 다다다 터졌다. 폭죽소리에 태환이 태양의 귀를 살짝 닫았다가 곧이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만찬용 긴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의 절반은 조직 사람들이었다. 단체로 검은 양복에 주먹만한 고깔모자를 쓰고 군대박수를 치며 생일노래를 부르는 것이 꽤나 볼만했다.
"태양이 생일 축하해. 이건 이모 선물."
미국에서 이틀전 귀국한 은혜가 방긋 웃으며 태양에게 선물을 내밀었다. 전보다 세련되진 외모와 함께 커다란 외국인 남편까지 데려온 그녀였다. 놀랍게도 외국인 남편은 크리스였다. 은혜는 태환과 헤어지고난후 첼로에게만 매달렸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그녀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크리스가 만나는것은 놀랍지 않은일이었다.
"우와!!이게 뭐예요??"
태양이 눈을 크게 뜨며 포장지를 뜯었다. 그 속에서는 어린이용 첼로가 나왔다. 태환이 놀라며 은혜를 쳐다보자 은혜가 호탕하게 웃었다.
"태양이 그거 잘하면 이모가 특급 과외도 해줄테니까 열심히 연습해! 알겠지!"
"네!!!!"
우렁찬 아이의 목소리와 왁지지껄한 파티분위기는 계속되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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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참외배꼽입니다.ㅠㅠ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수험생여러분들도 계신가요? 비록 고삼은 아니지만 이제 고삼이 되는 저라서 왠지 저까지 부담이 되네요ㅠㅠㅠ조폭과 피아니스트는 12화를 끝으로 완결을 맺게되었습니다. 저 쓰고 싶은 내용이 많았지만 더 쓰게 되면 질질 끌것같아 과감히 완결을 냈습니다. 인티에 와서 처음 완결을 맺는 소설이라 감회가 남다르네요, 사실 결말을 고민하다가 어영부영 맺게되었지만 그래도 이해해제세요ㅠㅠㅜ처음 연재를 할때만 하더라도 쑨환이 어느정도 인기가 있었는데 이제 아이돌에게 밀리네요ㅠㅠㅠ너무늦게 와서 우선 죄송합니다. 이런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조만간 메일링으로 만나요!! ♥대망의 암호닉♥봄님, 빛님, 마린페어리님, 비둘기님, 태꼬미님, 양갱님, 박태쁘님, 허니레인님, 쌀떡이님, 광대승촌님,고무님, 김알록님, 포도주스님, 햇살님, 아와레님, 너구리 님, 앙팡님, 쥬노님, 박쑨양님, 민들레님, 음마님, 김첨지님, 타이레놀님, 잼님, 우구리님, 아롱이님, 고구미님, 텔라님, 렌님, 아스님, 햄돌이님, 빠삐코님, 피클로님, 또윤님, 쓰레빠님, 부레옥잠님, 뺑님, 유스포프님, 태환찡님, 옥메와까님, 보름달님, 탱귤님, 초코퍼지님, 샤긋님, 소어님, 태환이사촌동생님, 워너비달달님, 반오십님,에떼신님, 백구님, 썬샤뿌잉님,햇반보이님여러분들덕에 지금까지 달려올수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