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엑스 4
2012 . 11 . 05 * Monday * 꽃망울
BGM Juvelen :: Baby When you're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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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구자철 구자철!
“어?”
자철이 공상에 잠겨있다가 팟 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왔을때 자철의 옆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흥민이 묻고있었다. 무슨일인데 그래…? 하며 흥민이 걱정스래 물었지만 자철은 그저 당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만 절래절래 저은채 밥도 먹다 말고 이내 버려버렸다. 그런 힘없이 떠나버린 자철의 뒷모습만 걱정스래 쳐다보고 있던 흥민이 시선을 떼고 자신의 앞에서 묵묵히 밥을 먹고있는 정호에게 말을 걸었다.
“쟤 요즘 왜 저래…?”
“내가 알겠냐.”
“…설마 아직 그것때문에 그러는건가?”
“뭘?”
흥민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고 있자니 정호도 새삼 관심이 생겼다. 정호가 밥만 먹고있던 고갤 들어 흥민을 쳐다보자 흥민이 작게 중얼거렸다. “여기서 생활할려면 곧 익숙해져야 할텐데….”
4 - 1
자철의 머릿속에 얼마전 기성용과 흥민의 모습이 떠올랐다. 토할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얼른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향했다. 번쩍거리는 화장실안에 자철이 웩웩 거리며 먹었던 것을 토하고 있었다. 이내 변기의 물을 내리고는 밖으로 나와 입을 헹궜다. 그럼에도 역겨움이 가시질 않았고 머리까지 어지러웠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그때의 장면 때문일까 ‘그’ 가 기성용이라서 그러는걸까, 자철은 도저히 알수가 없었다. 묻으려고 노력했으나 마음만큼 쉽지가 않았다.
터덜거리는 발걸음으로 화장실에서 나왔을땐 흥민이 두리번거리며 누군갈 찾고있었고 자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이 밝아지며 걸어왔다.
“구자철! 한참 찾았잖아…!”
“…왜?”
“혹시 너 그때 그것때문에 그래?”
“….”
“이 노예생활에 익숙해질려면, 그까짓꺼는 다 해야해.”
“…그래도.”
“어쩔수 없잖아.”
흥민은 차마 자철을 토닥여 줄 자신이 없었다. 자철의 눈빛이 너무 슬퍼보여서 일까. 흥민은 그저 눈빛으로만 동정한채로 이내 자철을 지나쳐가버렸고 자철은 또 한번 깊은 고뇌 속에서 의미없는 헤엄을 쳐야만했다.
4 - 2
깜깜한 밤 하늘,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는 그래서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달빛이 자철의 창문을 타고 방 바닥에 흘러내렸다. 자철은 가만히 침대에 앉아 조용히 째깍이는 시곗소리와 이따금 들려오는 대화소리를 귀기울이며 자신을 위로해야만 했다. 과연 기성용은 자신에게 무슨 감정을 가지고있는건지,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건지…. 요 몇일사이 기성용이 성을 비웠다. 그래서 그런가 더욱 평온한 성에서 자철은 왠지 평온하질 못했다. 자꾸만 귀에 맴도는 그의 마지막 말 때문인걸까. 꼭 물어봐야겠어 돌아오면. 물론 말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철은 이내 눈을 꼭 감으며 침대에 자신의 지친몸을 뉘였다. 자철은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엄마?
어린 모습의 자철이 변성기가 오기 전 소년의 목소리로 말했다. 저 멀리 늘씬한 몸과 큰 키의 여자가 위태롭게 서있었다. 외줄타기의 광대처럼.
엄마!
자철은 조금 더 크게 외쳤으나 그 여자는 가만히 서있었다. 작은 몸의 자철이 토도도 달려갔지만 더욱더 멀게만 느껴졌다. 한참을 뛰던 자철이 숨을 고르며 앞을 보자 그 여자가 빙글 몸을 돌렸다. 그 여자의 두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프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 여자의 얼굴은 자철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래서 더 아팠다. 자철은―.
엄마… 왜 울어?
자신의 엄마가 피눈물을 흘림에도 자철은 그저 울먹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그 여자를 볼뿐이였고 그 여자가 희미하게 말했다.
너는… 불행하게 살지 말거라…. 자유로운 새가 되어라….
헉, 헉―. 자철은 거친 숨소리와 자꾸만 흐르는 식은땀과 함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고 밖은 해가 반짝이며 뜨고있었다.
4 - 3
“구자철.”
열심히 창문을 닦고있던 자철을 누군가 불렀고, 그 부름에 자철은 하던일을 멈추며 낮게 말했다. “네.” 뒤를 돌아보니 다름아닌 박주영이 서있었다.
“주인님께서 부르신다.”
갑작스런 부름에 자철은 움찔 놀라며 걸레를 떨어뜨렸고 박주영은 자철의 팔을 잡고는 거칠게 끌고가기 시작했다. 생긴것과 다르게 힘이 굉장히 쌔서 자철은 힘없이 끌려가는 수 밖엔 없었다. 어찌보면 주영은 살짝 화가 나있는것 같았고 그 이유를 알수없는 자철은 그저 끌려가는 수 밖엔 없었다.
“너, 도대체 뭐냐?”
기성용의 방 앞에 선 주영이 방안에 들어갈려던 자철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자철은 노크하려던 손짓을 멈추었다.
“무슨, 소리세요?”
“너. 그냥 별 볼일 없는 하류의 피엑스인이잖아. 쓰레기잖아. 근데 왜 그리 주인님께서 널 아끼시는거냐고.”
“…말이 너무 심하십니다.”
주영이 화가 가득나 한 문장마다 딱딱 끊으며 말했다. 그 막말에 자철은 애써 화를 누르며 말했고 주영은 아랑곳않고 말했다.
“왜야! 난 이자리까지 올려고 얼마나 애썻는데….”
“…네?”
“주인님을 사모한다.”
“…?!”
갑작스런 고백에 자철이 깜짝놀라 굳어버렸고 그런 모습에도 주영의 눈에선 무언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혹시라도 무슨짓하면 소리없이 죽여버린다.” 정말 진심인듯한 주영의 말에 자철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이내 주영은 자철로부터 휙 돌아 가버렸다. 혼자 쓸쓸히 남은 자철은 눈물이 살짝 맺혔고 이내 입술을 꽉 깨물며 눈물을 참았다. 자신에게 겹쳐진 이 일들이…. 엄청 오랜만에 꾼 악몽과 박주영의 이상한 고백과. 자철은 당장이라도 쓰러질것만 같았다. 거기에 기성용이 딱 맞춰 불러주기까지….
똑똑
“들어와.”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철이 들어갔을땐 저번과 달리 성용은 아무가면도 쓰지않고 날카로운 얼굴로 자철을 맞이했다. 자철은 문을 소리가 나지않도록 닫은 뒤 성용의 앞으로 걸어갔다. 가까이서 본 성용의 얼굴은 많이 피곤해보였다. 몇일동안 다른곳에서 계약하느라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리없는 자철은 성용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뭐야. 왜 짜증이야.”
성용도 자철의 짜증을 알리가 없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자철을 쳐다봤다. 그 눈빛에 자철이 살짝 움츠러들었으나 이내 말했다.
“왜… 나한테… 이러냐구요….”
“야… 너 울어?”
자철이 결국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려버렸고 눈물을 흘리는 자철을 보던 성용이 깜짝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철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갤 푹숙이며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흐…으…. 제발 저 좀 가만히 놔두세요.”
“…뭐가.”
“…저한테…흐윽, 관심갖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세요!”
“…내가 널 부른건 너가 혹시 적응 못할까봐 걱정되서 부른거다.”
예상외의 말에 자철이 깜짝 놀라 두눈을 크게 뜨며 고갤 들었다. 성용의 얼굴엔 쓸쓸함이 가득했다. 저번의 그 장난스러운 말과 표정과는 달리 많이 슬퍼보였다. 그 모습에 자철은 어쩔줄 모르며 서있자 성용이 후, 하고 작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다신 안부르마. 그냥 냅두마. 너 말대로.”
“…아. 그게 아니…”
“나가.”
자철의 말도 듣기전 성용이 차갑게 말했다. 그 말이 자철에게 차갑게 내리꽂았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왜 일까, 분명 자신이 원한대로 한것이 맞는데, 왜 일까? 왜 눈물이 나려는걸까? 나가라고 했음에도 그 자리에 서있자 성용은 얼굴을 찌푸리며 전화기를 들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박주영. 어, 당장 와서 구자철 끌고 나가.”
왜 하필 박주영일까, 그 말이 자철을 더 뭉게였다. 어떻게 박주영 얼굴을 볼지…. 자신의 앞에 앉아 어두운 표정을 짓고있는 성용에게 무엇을 해야할지. 한참 뒤 박주영이 들어왔고 마구잡이로 자철을 끌고나갔다. 억지로 버티려 했으나 박주영의 힘이 더욱 강했고 끝까지 성용을 보던 자철은 결국 눈물을 툭 떨어뜨리며 방안에서 나갔다. 자철이 나간 방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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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못쓰네요 저... 울고싶다꽃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