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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은 궁에서 제일 조용한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자신의 어머니가 자주 다녔던 제2궁 뒤의 정원. 궁은 타고 다시 지어져 자신이 기억하는 곳과 완전 다른 곳이 됬지만, 정원은 손을 대지 않았는듯 제법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태어난 해에 심었던 배나무가 그 자리 그대로 위치하고 있다는 것에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자신과 똑같이 27살이 되어 제법 높이가 있는 나무에 운은 발돋음을 해서 위로 올라갔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누우니 나뭇잎이 하늘을 적당하게 가려주어 기분이 좋았다.

"여기 있을 주 알았어."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잠시의 행복한 시간마저 방해하러 온 한명에 운은 인상을 찡그렸다.

"...가라. 여기선 싸우고 싶지 않아."
"왜 그래 경계를 하고 그래? 난 먼저 안 건들면 안 물어."
"웃기고 있네."

운은 대놓고 비웃었다. 연은 한번에 배나무에 올라와 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좀 자각을 해야할거 같다 운아."
"무슨...윽!"

연은 싱긋 웃으며 운의 머리체를 잡았다.

"너가 나를 이전처럼 대하기 싫다면 나도 다르게 대해 줄게. 말투부터 고쳐. 황세자한테 일게 몰락한 집안 황자가 반말이라니 어이없지 않아?"

연은 삽시간에 표정을 바꾸었다.

"건방 지게."

웃음기가 사라진 차가운 얼굴에 운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참으로 많이 달라졌다. 과거 연과 운은 운이 궁에서 쫒겨나도 몰레 찾아와서 같이 시간을 보낼 만큼 친했다. 적어도 10살 이전까지는 친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음 둘곳이 없었고, 더불어 왕이 새장가를 들고 아이를 낳자마자 연은 찬밥 신세가 되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과 운은 버림 받은 비슷한 운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는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운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연은 그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어때? 무슨 생각하고 있어? 비참해?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싫어? 같은 나이에 다른 대접을 받는 게 억울해?"
"..."

그리고 금새 표정을 풀곤 머리체를 잡던 손을 놓고 가볍게 운의 어깨를 톡톡쳤다.

"뭐. 운이 너는 반말 허락해줄게."
"..."
"오늘만 쉬고, 내일 부터는 바로 연습하자."

그렇게 말하곤 배나무에서 뛰어 내린 연은 가볍게 몸을 털져 운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근데, 운아. 너 우리 공부 좀 많이 해야겠다."
"..."

운은 고개를 돌렸고, 연은 그저 고개를 으슥하며 연습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운은 그가 간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작게 중얼거렸다.

"너무 멀어졌다..."

이래서 오기 싫었던 것이다. 달라진 지금에서 과거를 회상한 것 만큼 비참한 것은 없으니까. 여기 대부분의 생활은 연과 함께였다. 거의 쌍생이라 부를 만큼 그들은 친했다. 다른 어머니 따위, 형들이 집안 싸움을 하고 있는 것따위 상관없었던 옛날이 후회스러워 지는 것이 두려웠다.

"도데체 왜 그런 짓을 벌인거야..."

절대 대답이 돌아올 수 없는 질문을 운은 중얼거렸다. 그리곤 근처 배나무 잎을꺽어 피리로 만들었다. 어렸을때 장난삼아 만들었던 풀피리. 배나무 잎으로 만든건 오랜만이라고, 운은 생각했다. 풀피리로 첫소절을 불렀을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와... 멋지다! 방금 그거 어떻게 한거예요?! 뭐예요?! 그런거 처음봐!"
"!!!"

운은 본능적으로 검을 빼들고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경계태세를 취했다.

"흐익!"

칼을 보고 놀란 환은 제빨리 근처 나무뒤에 숨어서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소리가 너무 좋아해 그랬어요... 찌르지 마세요."

나무에 숨에 빼꼼빼꼼 운을 쳐다보며 숨는 것이 무서운건 여전한가 보다. 운은 작게 한숨을 쉬며 칼을 넣었다.

"안찔러."
"근데 방금 그거 어떻게 한거예요?! 풀로 소리낸거 맞죠? 힛! 죄송합니다!"

운이 시끄러워질것을 예상하고 찌릿 쳐다보자 환은 다시 움찔거리며 몸을 숨겼다. 하지만 그것도 고작 몇분. 환은 다시 슬그머니 운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그거 가르쳐주시면 안돼나요...?"
"싫어."
"제발요..."

응? 운아 제발~

운은 순간 또 빌어먹을 옛기억이 떠올라 인상을 찡그렸다. 운은 나무에서 뛰어내렸고 아래에 있던 환은 다시 기겁했다.

"흐잇! 잘못했어요!"
"가르쳐 줄게."
"..에?"
"풀피리 가르쳐 준다고."

그렇게 겁먹을 땐 언제고, 다시 밝아진 환에 운은 피식 웃었다. 덩치만 큰 어린 동생이 생겨버렸다.

"환이형님 설마 또 도망가신 거야?"

한편, 연습장에서 환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황자들은 슬슬 기다림에 지쳐갔고, 대충 무슨 일이 있는지 짐작했던 연은 그만하자고 선언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오 연이형님이 왠일이래요?"
"그래야 니네가 쉴때 내가 연습하지."
"...쉬라는 건가요? 연습하라는 건가요?"

쉬는 건 자유, 다만 연습안한 형편없는 실력가지고 핑계는 금지. 그렇게 말하고 연은 사라졌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모두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고.

"근데 아까 말하던 건 뭐예요? 그 광견이라는 거?"
"아. 그거. 연이형님이 운이형님을 처지하라고 보낸 미친개들을 몽땅 맨손으로 죽여버렸거든. 맨손으로 10살때 말이다. 친인척들은 다 죽고 혼자 살아남았데."
***


그때 나는 숲속으로 맨발로 도망쳐 왔다. 살기 위해 뛰었다. 발끝으로 생생히 올라오는 날카로움에 찔린 고통보다, 심장을 관통하는 상처에 운은 울면서 뛰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그 어린아이는 몰랐다. 그냥 평소와 같이 숲속에서 연이와 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연이는 평소처럼 혼자 오지 않았다. 수많은 호위무사를 대동한체 왔다. 그리고 그 호위무사는 연과 운의 비밀장소에 미친개들을 풀었다.

"왜...왜..."

잔득 굼주려 있던 그 개들은 운에게 달려 들었다. 운은 공포에 질려 도망 다녔다. 고작 10살 때의 이야기였다. 그것은 사냥이었다. 연약한 동물을 잡기 위한 사냥. 그것은 자신의 친구가, 형제가 하고 있다는 것에 운은 믿을 수 없었다. 아닐거라, 꿈일거라, 무언가 잘못된거라 수없이 생각했다. 세상에 모든 이들이 그래도 연이는 아니라고.

"!!!"

그때, 어딘가 타는 냄세가 나서 고개를 돌렸을때, 자신이 살고 있는 정씨 일가의 집이 불에 타는 것을 보았을때, 그제야 운은 그것이 꿈이 아님을 알수 있었따.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친구로 생각했던 연이 벌인 짓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날, 정씨 일가 의문의 습격으로 몰락이라고 알려졌다. 그리고 그날이 유일한 생존자가 요양을 가있는 황자 운이라고. 그렇게 공식적으로 발표났다. 그리고 왕실에는 암묵적으로 그것이 연이 벌인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자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을 죽인 정씨 일가에 대한 복수 라고.


[VIXX/형제물] 여섯 황자 이야기 02 | 인스티즈
***

"..."
"형님~ 운이형님!"

운은 감았던 눈을 떴다. 좋지 않은 과거를 또 생각해 버렸다.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환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의 운을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제가 많이 피곤하게 했나 하며 걱정스럽게 올려보고 있었다. 운은 잠시 환을 뚤어져라 보다가 중얼거렸다.

"너무 가깝다."
"아, 죄송합니다."

환은 깜작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운은 가만히 생각했다. 나한데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사람은 많이 없는데 말이다. 보통 눈의 화상을 보고 먼저 도망가 버렸지. 운은 환에게 물었다.

"넌 내가 무섭지 않으냐?"
"무섭죠. 화낼때 무섭고, 무표정일때 무섭고, 칼 꺼낼때 무섭고, 무서울때 많죠."
"..."

그렇게 무서우면서 잘도 들러붙는다고, 운은 생각했다. 환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가면 때문에 무섭지는 않아요."

... 참 황자라는 이름과 안어울리는 애구나. 운은 환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린사이, 운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발견하였다. 운과 눈을 마주치고 움찔하는 숨는 두 생명체에, 운은 환에게 물었다. 환은 그 작은 여자아이 두명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 성아, 란아. 우리 뵬빛애기 들입니다."
"별빛?"
"별 성, 빛날 란. 쌍둥이 여동생들이예요. 우리는 애칭처럼 별빛애기들이라 불러요. 우리 애기들! 왜 숨어있어? 일루 와바."

환의 한마디에 움찔움찔하며 눈치를 보고 있던 여자아이들, 성아와 랑아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환과 운의 앞에 나타났다. 아직 10살도 넘지 않아 보이는 애들. 운은 조금 미소를 지으며 제 품에 넣어두었던 복주머니 두개를 꺼냈다. 그리고 여동생들에게 주었다.

"다행이다. 너희는 딱 맞게 사왔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눈치를 보다 그 복주머니를 받아들였고, 그 안에는 한손으로 쥘 법한 아주 작은 인형이 하나씩 들어있었다.

"소원 인형이라고 하더라. 너희가 이 인형하고 친구가 되면, 이 인형이 너희들 소원을 들어줄 거래."

아이들은 인형 하나에 경계심을 완전 풀어 버렸다. 해맑게 웃으며 꾸먹 인사를 하는 작고 귀여운 여동생 둘. 그런 여동생들에 운의 표정 역시 처음으로 웃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에 싫은 표정을 짓는 환...?

"저는요?"

환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상테에서 물었다. 운은 무슨 소리냐 되물었다.

"저는 선물 없어요?"
"...설마 화난거냐?"
"삐진 겁니다.형님! 억울해요!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성아랑 란아 한테만 웃어주는 건데요?!"

...이렇게 당당할 수가. 운은 어이가 없어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덩치만 큰 어린 아이라면, 제법 맞는 선물을 사온거 같아, 운은 자신의 짐에서 선물 하나를 꺼냈다.

"도자기 피리야. 모양이 이상해진 패기 도자기들에 구멍을 뚤어서 만든 피리래. 모양이 제각각인 만큼, 소리도 다양하다더라."
"...와. 감사합니다!"

삐졌다더니, 다시 밝게 웃는 환에 운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셋이 속 나이는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환이형님."

그때, 누군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환을 부르고 있었지만 눈은 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환은 밝게 '원아!'라고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환을 잡아 뒤로 숨겼다.

"별이누님과 연이형님이 운이형님 부르십니다. 성, 란. 너희도 이리와."
"..."

무서운 표정이었다. 무슨 의미 일까? 경멸? 공포? 무시? 혐오?  적어도 호의적이진 않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제법 많이 익숙한 표정이었다.

"원아. 왜그래?"

그의 표정에 겁에 질린 환이 되물었지만 원은 아랑곳 안고 운을 노려보았다. 그것은 낫선 동물을 경계하는 늑대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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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첫편에 이어서 두번째 편도 너무 좋아요ㅠㅠ
7년 전
잡쇼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2
오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글 잘쓰시는 것 같아요ㅠㅠㅠㅠ 신알신하고 가요♡
7년 전
잡쇼
우아! 신알신이라니 ㅠ 감사합니다. ㅠㅠㅠ
7년 전
비회원19.193
와 음성지원됩니다... 재밓게 보고 있어요!!
7년 전
독자3
작가님특유의 오묘한분위기가있는거같아요! 완전 사랑합니다ㅎㅎㅎ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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