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 영화관에서 알바하고 있는 21살 여대생임
영화관 알바라는 특성상 여자 남자 섞여서 일하는데 솔직히 나도 남자 알바생 기대하고 이 알바 시작함
근데 너무 기대를 했는지 괜찮은 남자가 없음... 그냥 좋은 친구나 만들어야겠다 ^^ 라는 심정으로 일만 열심히 하는데
그러더 저번 달에 신입 면접을 본다는 거!!!!!!!!!!!!!!!!!!!! 남자들도 여자들도 은근 설레하면서 신입을 기다렸음
면접 결과가 다 발표되고 바이저님이 이번 신입들이 어쩌다 보니 다 남자만 뽑혔고 게다가 겁나 잘생겼다는 거
여자들은 꺅꺅 거리고 대놓고 좋아하고 남자들은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아~~~~ 퇴사해야겠다~~~~ 하고 있었음
나도 꺅꺅 거리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음 당근 ㅎ
그렇게 스케줄 표를 확인해 보니 신입 분들 중 한 명 첫 근무가 나랑 딱 겹치는 게 아니겠음?
이게 웬 떡이냐 교육 내가 맡는다고 할까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고 출근함
유니폼 다 갈아입고 출근 찍으러 사무실 갔는데 미친 대박 나 실명할 뻔;;;;
우리는 유니폼을 정장 같은 유니폼을 입음 남녀 공통 위엔 하얀 셔츠 남자는 검정 정장 바지
그래서 태가 좀 나는 사람들이 유니폼 입으면 말 그대로 그냥 죽여 줌
새로 들어온 신입 한 분이 그 유니폼 입고 서 있는데 키도 쭉쭉 뻗었고 얼굴도 진짜 잘생겨서 ㄹㅇ 장난 아닌 거임
면접 본 바이저님 누구세요 ㅠㅠ 제 한 달치 월급 바칠게요 ㅠㅠ 두 달치도 바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ㅠㅠ
서로 어색하게 인사하고 나서 나는 옆에 친한 언니랑 서로 옆구리 찌르면서 야... 우리 절대 퇴사하지 말자... 하고 있었음 ㅎㅎ
기존 남자 알바생들은 기분이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 신입이 하도 잘생겨서 자기들도 내심 감탄하는 듯헀음
출근 찍고 오늘 각자 포지션 어디 들어갈지 정하는데 바이저님이
오늘 이 신입 분 교육 누가 시켜 주실래요? 영화 님 괜찮아요?
바이저님... 제가 아까 두 달치 바칠 수 있댔죠...? 세 달치도 가능할 것 같아요...... 내가 먼저 손 들지도 않았는데 진짜 웬 떡...?
그치만 절대 하고 싶었다는 티는 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수줍게 네... ^^ 함
남자 동기들 옆에서 야 쟤 부끄러운 척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놀리는 거 몰래 발 밟아 줌
신입 분 약간 어색해하면서 내 옆으로 슬쩍 오는데 옆에서 좀 가까이서 보니까 피부도 좋더라 어떻게 이렇게 다 가질 수가 있음?
신입은 딱 처음 들어오면 입장 받고 퇴장 빼는 그 포지션부터 배워야 해서 둘이 어색하게 같이 상영관 있는 층으로 올라가면서
나: 안녕하세요~
신입: 아 안녕하세요 오늘 저 교육 맡아 주셔서 감사해요
나: 에이 뭐가 고마우세요 저도 처음엔 다른 분한테 받았고 당연한 건데
(이때 속마음은 제가 더 감사해요였음 ㅠㅠ 얼굴 감사해요 ㅠㅠ 잘생겨 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키도 커 주시고 ㅠㅠ)
신입: 아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아니에요 ㅎㅎ 저기 근데 이름이... 아 정국 님!
우리가 각자 명찰을 달고 다니는데 이름 물어보면서 동시에 명찰 봤음
근데 이 명찰이 신입은 교육생 명찰이 좀 커서 이름 보기가 수월한데 명찰 시험 보고 나서 새로 받는 명찰은 작아서 이름 보기가 힘듦
이 정국이란 사람도 내 명찰 보기가 힘들었는지(게다가 이게 가슴 쪽에 달아서 남자들은 여자 명찰 보기 좀 민망해함)
정국: 네 맞아요 이름이... 죄송해요 명찰이 잘 안 보이네요
나: 명찰이 좀 작죠 ㅎㅎ 이영화 요!
정국: 아 감사합니다 영화 님 이름 예쁘시네요
나: 고맙습니당 정국 님도 이름 되게 특이하고 멋지세요~
정국: 감사합니다 혹시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나: 저 몇 살일 것 같아여?
정국: 서른두 살이요
(이때 표정 진짜 핵진지하길래 나 한 대 칠 뻔함)
나: 뭐라구요?????? 정국 님 앞으로 알바 생활이 평탄치 않으실 겁니다... 두고 보시죠
정국: 장난이구요 ㅋㅋ 반응 되게 재밌으시네요 스무 살? 스물한 살?
나: 아녜요 저 서른두 살이에요~~~~ 계란 한 판이 넘었죠~~~~
이런 형식적인 이야기 플러스 장난 나누다가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부터 알려 줌
영화관 알바 하면 볼펜이 필수템임 뭐 적을 게 많아 가지고
근데 이분이 그걸 몰라서 못 가져왔나 봄
내가 이건 이렇게 쓰라고 알려 드리고 한번 써 보세요 했는데 머릴 잠깐 긁적이다가
정국: 죄송한데요 볼펜 잠깐만 빌려 주실 수 있어요? 볼펜 가져와야 하는지 몰라서
하길래 냉큼 목에 걸고 있던 볼펜 빼서 빌려 줌
내가 쓰란 대로 다 쓰고 나한테 볼펜 돌려줘서 다시 목걸이에 걸었는데 되게 조심스러워 하면서 내 목에 손을 갖다 대려는 거임
잉? 뭐지? 해서 쳐다봤는데
정국: 아 이 목 뒤에 매듭 부분이 좀 돌아가 있길래요 불편하실까 봐 돌려 놓으려고 했는데 놀라셨어요?
미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심쿵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볼펜 걸고 있는 끈이 아무 줄이나 갖다가 막 묶은 거라 매듭이 좀 큰데
그게 좀 많이 돌아가 있었나 봄 그게 돌아가 있다고 불편할 거 1도 없는데 쓸데없는 데서 배려 쩔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라고 되게 배려심 있으시다고 어색하게 무마하고 다시 해야 되는 일들 설명해 줌
설명하다가 퇴장문 열어 줘야 할 시간이 다 돼서 퇴장 빼는 법 알려 주려고 같이 들어감
문 열어 주고 이제 상영관 청소해야 돼서 그것도 알려 주는데 애기들이 많이 보는 영화 상영한 관이라 그런지
베이비 시트들 엄청 많이 갖다 놓은 거임 ㅡㅡ
그게 부피가 좀 커서 한 번에 여러 개 들기가 힘듦 무겁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푸념하면서 막 청소하고 있었음
나: 베이비 시트 제일 귀찮아 ㅠㅠ 차라리 팝콘을 뿌려 놓은 거면 몰라... 암튼 이건 그냥 들어서 원래 있던 데 놓으면 돼요
정국: 아까 거기요?
나: 네네
팝콘 같은 거 다 쓸고 이제 본격적으로 베이비 시트 들어서 치우려는데 이 정국이란 사람이 언제 왔는지
저 주세요
하고 내가 들고 있던 베이비 시트를 갖고 가는 거임
괜찮다고 아까는 그냥 푸념한 거고 나도 잘 치운다고 했는데
정국: 무겁잖아요 여기 제가 다 청소할게요 나가 계셔도 돼요 어차피 저 신입이라 이러면서 배워야죠
배려심 대박 아님? 청소하는 일 리얼 귀찮은데 이걸 자진해서... 감동해서 아녜요 아녜요 저도 도울게여 ㅠㅠ 하고 다시 뺏어 오려고 갔는데
정국: 나이 알려 주시면 이거 베이비 시트 하나 드릴게요 대신 그거 하나만 치우고 나가 있기로 약속하세요
나: 잉 그게 뭐예요 저 서른두 살 맞는데요
정국: 그냥 여기 제가 땀 뻘뻘 흘리면서 청소할게요
나: 아오 진짜 이 사람이 저 스물한 살이요 스물하나
정국: 저는 스무 살이요 이거 하나 받고 빨리 나가 계세요
하고 베이비 시트 하나 내 머리 위에 장난스럽게 톡 얹어 줌... 지금 생각하는데도 떨린다...
이 뒤에도 이 사람 내가 다른 포지션도 다 교육해 주고 스케줄 많이 겹쳐서 썰 되게 많은데 반응 없으면 그냥 여기서 짜질게...
영화관 알바 만수무강해라!!!!!!!!!!!!!!!!! (쩌렁쩌렁)
실제로 영화관 알바하고 있어서 바람 겸 대리 만족 겸 써 본 글인데 리얼하게 전달됐을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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