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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 버스정류장 의자 맨 끝에 앉아 있는 저 사람. 교복을 입은 걸로 봐선 고등학생같은데 매일 새벽 첫 차를 타러 나온다.

하루,하루 같이 버스를 탄지가 벌써 1년. 2번 버스를 타고 카드를 찍고 맨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는, 이름이 뭐였더라 저번에 떨어뜨린 학생증에서 본 것 같은데.

그 학생 반대편 끝자락에 앉아서 흘깃흘깃 쳐다보았더니 이어폰을 빼고 무슨 일이시냐고 묻는다. 

 

 

“아‥. 학생, 안 추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아주 일상적인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귀엽게 웃으며 대답해온다.

안추워요. 네글자를 말했을 뿐인데 참 귀엽다. 이제보니 콩순이 인형 닮은 것도 같고‥.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 되게 징그러웠었는데.

 

 

“내일부턴 더 추워진데요. 아저씨도 따뜻하게 입으세요. 옷.”

그렇게 말해봤자, 결국 입는게 양복이고‥. 그렇게 중얼거렸더니 학생이 핫, 하고 웃으면서 앞머리를 정돈했다.

저도요. 저도 결국 입는게 교복이에요. 남녀노소 불문하고 참 귀여워할 상이다. 그 학생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

 

 

 

 

그 학생 말이 맞았어. 추워진다고, 일부러 말해줬는데 변백현 이 병신‥.

본래 일기예보 같은 걸 잘 보지 않는 타입이라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살아왔다.

아니 근데 이건 너무 추워‥. 코트 주머니에 넣어도 미친듯이 시려오는 손이 얄밉다.

 

 

“아저씨!”

버스정류장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머플러 깊이 쳐박았던 고개를 들었다.

장갑 안꼈죠? 일부러 빨리 걸어 가까이 다가갔더니 하는 말이 저거다. 얄궂은 마음이 들어 그래. 안꼈다. 왜. 놀리냐?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이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내 코트 주머니 속으로 자기 손을 쑤셔넣는다.

내 손바닥에 강제로 쥐어진 것을 꺼내어 보니 핫팩이다. 정말 소박한 배려였지만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근데, 내가 장갑 안낄 줄 어떻게 알았어?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더니 자기 손을 호호 불다가 대답한다.

 

 

“여름에도 긴팔 셔츠 입고와서 덥다고 땀 흘리셨었잖아요. 그래서, 날씨 잘 안챙겨보는구나.하고.”

배려깊은 놈. 내 머리 위에 괄호치고 감동.이라고 쓰고 싶을 정도였다. 

학생 참 좋은 사람 같아. 하고 무의식 중에 중얼거렸더니 눈을 동그랗게 떠온다.

 

 

“그래요? 저는 아저씨가 더 좋은 사람 같은데.”

아. 버스왔다. 총총거리며 버스를 타는 뒷 모습이 어제보다 더 귀여워진 것 같이 보였다.

그 날은, 처음으로 나란히 같은 자리에 앉았다.

 

 

 

 

***

 

 

 

 

과장 그 씹새끼가 진짜. 날 얼마나 부려먹어야 직성이 풀리는거지? 어? 이런 씨팔!

바빠서 미처 단추를 채우지 못한 외투를 여미며 버스정류장 휴지통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야. 휴일에도 출근시키는건 너무하지않냐.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암. 그렇고 말고.”

 처량맞게 휴지통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내 주변에서 오늘도 출근하세요? 하는 소리가 났다.

헐. 설마. 휴지통이 말을? 의인화? 헐?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더니 바로 뒤에서 불쑥. 얼굴이 나타났다.

깜짝놀라서 내 앞에 놓인 얼굴을 다시 찬찬히 훑었더니 매일 아침 마주하는 학생이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머리가 지끈거려서 이마를 꾹꾹 누르다가 오늘이 휴일이라는 걸 떠올리고 나서야 의문을 품었다.

 

 

“오늘 토요일인데 학교 가?”

아니요. 집에요. 학생이 그렇게 대답하며 검지손가락으로 횡단보도 건너편을 가르켰다.

눈으로 따라가보니 궁전같이 큰 고급 아파트가 즐비해있어, 다시 한번 놀라는데 학생이 내 눈을 따라가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아니 거기 말구요. 그 앞에.”

그 앞? 높게 솟은 고층 건물들을 시야에서 버려내고 다시금 찾은 것은 낡은 교회건물이었다.

아. 교회다녀? 되게 독실한가보다. 집이라고 하고‥. 시니컬해보이는 겉모습과 상반되는 면에 속으로 놀라고 있는데, 학생이 날 보고 살짝 웃었다.

 

 

“저기가 제 집이에요. 교회 고아원이요.”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 생각없이 한 말에 상처 받았으면 어떡하지? 변백현 이 쓰레기야. 넌 진짜 답없다‥.

아, 신경쓰지 마세요! 진짜 전 괜찮아요. 사람 좋게 웃는 모습이 천사같이 느껴지면서도 속으론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래봤자 아직 고등학생이고‥ 분명 상처받았을텐데. 뭐라 말이라도 건네보려는데 버스가 도착했다.

역정을 낼 과장의 얼굴이 번뜩 떠올라서 급하게 버스에 올라타는데, 학생이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준다.

분명 웃는 얼굴을 보고 있는데, 벽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

 

 

 

 

아 뜨거! 주머니에 넣었던 캔커피 몸통을 만졌다가 놀라 반사적으로 놓칠 뻔 했다.

너무 고전적인가. 요새 애들은 뭘 갖다 줘야 되는거야? 으아아. 머리통이 터질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하얀 인영이 보였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오다가 사람의 형상이 뚜렷해졌다. 급하게 캔커피를 꺼내 학생에게 내밀었다.

 

 

“이게‥뭐에요?”

추,춥잖아. 공부하느라 힘들테고, 또‥ 내가 주절주절 말을 덧붙이자 알았어요.알았어. 하고 말을 끊으면서도 입을 올려 웃는다.

그 모습이 때 묻지 않고, 너무나도 따뜻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더럽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있었으면. 이렇게 계속 웃었으면.

내 옆에 있었으면. 마지막에 떠오르는 말에 혼자 흠칫 놀랐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주책이다 진짜.

혼자 표정으로 원맨쇼를 하고 있는데, 학생이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거리다가 다시 닫는다. 캔커피를 만지작거리를 손이 둥글둥글 귀여웠다.

일부러 재촉하지않고 그냥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입을 달싹거렸다.

 

 

“아저씨, 혼자 살아요?”

정말 예상치못한 질문이었다. 뭐라 대답해야하지. 혼자 사냐고 물어보는 의도가 뭐지. 그렇게 혼자 당황하고 있는데, 학생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웃는 모습이 없어지는게 싫어서, 그냥 혼자산다고 곧이 곧대로 이야기했더니 다시 얼굴이 밝아졌다. 자,잘 대답한건가?

 

 

“근데, 그건 왜?”

저번처럼 상처주는 건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동그란 눈을 떼굴떼굴 굴리다가 입술을 깨문다.

뭔데. 괜찮으니까 말해봐.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상냥하게 물었더니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된 듯, 더듬거리며 말을 뗀다.

 

 

“아저씨 혼자 살면, 그러면‥그러면요. 집에 놀러가도 되요?”

아저씨 집‥. 여운이 남게 말을 끝낸 학생이 내 눈치를 살폈다. 나이에 걸맞는 그 표정이, 그 눈빛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럼. 당연하지. 내일 당장 와도 돼. 왠지 모르게 감동 같은 것이 마음에 넘쳐흘렀다.

 

 

“내일 크리스마슨데‥. 괜찮아요?”

산타를 기다려야한다고 말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크리스마스니까. 하고 대답했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웃는 상으로 바뀌었다.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의 표정. 그것과 흡사했다. 아이는 알까, 그 선물을 주기 위해 준비하는 산타의 마음도 들뜬다는 걸.

 

 

 

 

***

 

 

 

경수,경수‥경수. 주소를 알려주던 날, 학생의 이름을 알곤 하루종일 중얼거렸다.

매일 새벽마다 보던 얼굴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입가에 자연스레 지어지는 미소를 억지로 끌어내리다가 초인종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문을 벌컥 열었더니 빨간 리본으로 포장된 상자를 들고 경수가 웃고 있었다. 정말 들어가도 되요? 우물쭈물 망설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들어와 들어와!”

내 말에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온 경수가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마실래? 목말라?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물었다.

저는 괜찮은데, 아저씨 약 드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뜬금없는 장난에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더니 경수가 다가와 내 팔에 무언가를 꽂았다.

 

아이의 얼굴이 이리저리 흔들리다가 헝크러졌다. 내가 왜 이러지, 내가, 내가‥.

 

 

“선생님, 이렇게까지 해야하나요?”

내 몸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데 내 집에 마음대로 들어와선‥. 울컥하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몸이 나른하게 풀리고 힘이 빠졌다.

아주 심각한 상태야. 강제입원 시킬 수 밖에 없겠어. 또 다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입원이라니. 난 건강한데.

게다가, 게다가 오늘은‥. 경수와 함께 있기로 했는데..

 

 

 

***

 

 

 

자, 제 말을 따라해보세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그냥 빨리 이 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이 곳에 온지 며칠이 지났는지, 지금이 몇시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 날 내가 없어져서 경수가 당황했을 텐데. 또 상처받았으면 어떡하지.

 

 

“경수는 열아홉살이고, 교회에 살았어요.”

 뭐야, 당신 뭔데‥. 경수에 대해서 나불거리는 저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빨리 경수가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었다.

제 말을 따라하세요. 경수는 열아홉살이고, 교회에 살았어요. 봄에는 당신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고, 여름엔 일본에서 지냈죠.

남자의 말을 들을 때마다 몽롱하게 눈이 풀리고 머릿 속이 쿵쿵 거렸다. 경수야, 경수야‥. 입에서 경수를 부르는 말이 마구 흘러나왔다.

 

 

“백현씨. 그는 죽었어요.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니, 경수 입술은 하트모양이었지. 일요일마다 교회 동생들한테 볶음밥을 해줬고‥. 어떤 새벽엔 춥다고 담요를 준 적도 있었어.

경수는 웃는게 참 귀여워. 눈이 너무 커서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예쁘고. 보면 볼 수록 곁에 두고 싶고, 계속 보고 싶고‥.

 

 

“그는 죽었어요. 그는‥”

경수는 날 이해해줄거야. 그런 아이니까. 저번에도 은근슬쩍 내 실수를 눈 감아줬으니까. 집에 갈 때 선물 사가야겠다.

또 크리스마스라고 혼자 들떠서 방방거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안그렇게 생겨선 애같은 면이 있다니까.

 

 

“저, 죄송한데 집에서 누가 기다려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뭘 사다줘야 좋아할까. 인형은 싫어하던데‥. 게임기는 너무 좀 그런가? 무난하게 케이크 사들고 갈까‥.

집에 가면 미안하다고 하고 뽀뽀해줘야겠다. 생각만해도 예쁜 경수. 사랑하는 경수.

 

 

 

***

 

 

 

 

몽환포영 (夢幻泡影) :

꿈, 환상, 거품, 그림자라는 뜻으로 인생이 헛되고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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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헐..경수가 죽었다니...그럼 백현은 경수가 죽은뒤에 여태 상상속에서 살앙ㅎ다는말인가여..?..ㅠㅜㅠㅠ잘 읽었습니다 자까님ㅠㅠ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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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진짜 잘 읽었어요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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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허류ㅠㅠㅠㅠㅠ분위기대박...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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