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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띠를향하여 전체글ll조회 845

내 왼쪽에는 초등학생이, 내 오른쪽에는 중학생이 기합을 넣으며 ‘태권채조’를 하고 있다.

난 엉성한 자세를 유지한 채로 겨우겨우 따라 하고 있다. 배운지 얼마 안 됐으니 잘 못 따라 할 수도 있다고? 아니, 나에겐 조금 다른 문제가 있다.

내 나이가 조금 많다는 것. 그래, 그러니까 95년생 돼지띠. 22살. 22살. 2가 두 개.

이 모든 걸 설명해줄 계기는 지금으로부터 2주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검도 도장은 대표적으로 대한검도, 해동검도로 나뉘게 된다.

난 그 중 해동검도를 다녔고,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로 열심히 오랫동안 해왔다.

물론 초, 중, 고등학교 때 일이라 좀 되긴 했지만 어쨌든 많은 승급을 한 건 사실이다.

다만 중요한 건 2주 전, 국정원에서 무술유단자(가산점) 인정 범위에 해동검도는 제외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 대한검도는 국가공인이고 해동검도는 그렇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절망에 빠진 나는 태권도 사범이던 내 친구의 말에 솔깃했는데,

성인이기 때문에 승급이 굉장히 빨라 원하는 단증을 어릴 때보단 두 배 정도 빠른 속도로 딸 수 있다는 것과,

잘 봐주겠다는 것, 집 바로 앞까지 차가 와서 태워준다는 등 여러 가지 어드밴티지(?)에 혹해 동네 태권도장에 등록하게 됐다.


사실 이때까지는 괜찮았다고 본다.

내가 출근하게 된 시간대는 8시 30분 일반부.

친구가 여러 가지 어드벤티지를 꺼내 들 때 혹한 채로 내가 간과한 게 한 가지 있었는데, 그 도장에 어른부가 있느냐 없느냐를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어른부가 따로 있는 도장은 거의 없고, 고등학생~대학생만 마지막 시간대로 넣어서 어른부 비슷하게 일반부를 만드는 편이다.

문제는 이 도장은 어른부는 막론하고 일반부에 소수의 초등학생과 다수의 중, 고등학생. 성인은 나보다 두 살 어린 여자 분이 한 명으로 끝이었다.

이십 대 초반에 공부하랴 일하랴 처음 배워보는 태권도 도장 다니기도 서러운데,

꼬꼬마들 한데 모여서 태!권!태!권!하는 거 들으면서 나도 똑같이 어...이 어...이 할 생각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지금은 내가 도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하고도 반, 그러니까 정확히 10일이 지난 날이었다.

10일 동안 있으면서 느낀 건데, 어딜가나 현지화라는 것이 있듯이 이 내 나이에 맞지 않는 도장생활을 하고 하고 또 하다 보니

내 정신연령도 자꾸만 낮아지는 것만 같아서, 있었던 일을 기록하며 내 멘탈을 붙잡고 자아를 성찰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건 오늘의 이야기로 처음을 시작한다.


오늘은 차가 늦게 왔다. 8시 25분쯤 오피스텔 입구에 가면 되는데 내가 항상 1-2분씩 늦어서 항상 바쁜 걸음으로 차 앞에 도착하는데

웬걸. 오늘은 차가 없다. 헤헤, 오늘은 안 늦었다. 하며 기뻐하던 찰 나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외마디 전기 신호는

‘니가 오늘도 늦게 와서 결국 빡쳐서 그냥 버리고 가버린 거야’라고 비수를 내리 꽂았다.

다급해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27분 정도가 되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오늘 운동 안 오냐?’하고 물어보는데 오늘은 그런 전화가 없다.

내가 전화를 걸어 확인해볼 필요성을 느끼고 다급하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아차, 오늘 보조배터리 안 챙겼었지.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진 내 휴대폰을 보자 초조함은 당혹감으로 변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휴대폰을 억지로 다시 전원을 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 때 즈음, 익숙한 노란색 중형차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수치심이 들었다. 난 22살인데. 이깟 태권도 차가 뭔데. 날 이렇게까지 흔들어 놓고,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날 너무 비참하게 만들었다.

조용히 들려오는 ‘여보세요? 왜 걸어놓고 말은 안 하냐?’는 소리에 난 아무 말 없이 홀드버튼을 누르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도장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뛰었다. 차가 늦었던 관계로 도장에 도착한 시간도 좀 늦었던 터라 도착하자마자 운동이 시작됐다.

별로 뛰지도 않았는데 땀이 차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늙었나... 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즈음 내 시선은 굳게 닫혀진 도장문을 발견했다.

난 추측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래 요 근래 좀 추워지긴 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도장문을 닫을 필요는 없잖아. 애초에 도장문을 열어놓는다고 해서 추워지긴 해?

도장문, 도장문, 도장문. 도장문은 찬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그야말로 오아시스다. 뛰다가 지치면 슬쩍 고개를 내민다거나, 옆에 가서 서면 너무 시원하다.

누구 본 사람 없어? 내가 열 순 없잖아? 누가 좀 열어주면 안 될까? 나만 더운 거야?

몇 바퀴 더 돌다 보니 그런 생각도 없어졌다, 그렇게 내 정신력과 함께 도장문에 대한 내 생각도 날아가고 있을 때.

고등학생 여자애 중에 ㅇㄹ라는 초성을 가진 친구가 있다. 몇 학년인지는 정확히 모르고 그러고 보니 내 동생도 고등학생인데, 혹시 아는 사이는 아닐려나 지금 생각해보니

두려움이 엄습해오기 시작한다. 각설하고, 목소리가 되게 예쁜 친군데 그래서 말 할때 마다 저절로 주목이 간다. 도장문에 기대면서 ‘이게 왜 닫혀있지?’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내 날아가던 정신력과 도장문에 대한 집착은 순식간에 돌아오고 말았다.

좋아, 그거야. 그대로 문을 열어. 이슈를 끌으란 말이야!

근처에 있던 남자애도 그 주목에 끌려 다가가 밀착하며, ㅇㄹ가 열까? 열까?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듯했다.

나는 기대감에 들뜨기 시작했고, 두 바퀴는 부스터라도 쓴 듯 더 활기차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었다, 짧지만 문을 열어서 얼굴을 들이대는 모습이 좀 귀여웠던 거 같았다. 아니, 어쨌든 간에 그렇게 했는데 그리고 내 차례가 오길 기다렸는데

“누가 도장문 엽니까~”

라는 짧은 친구새끼의 한 마디와 함께 내 정신력과 도장문에 대한 집착은 더이상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후, 드디어 10시다. 집에 가면자야지... 오늘은 월요일이라 그런가 굉장히 피곤하다.

마칠 때가 되면 슬금슬금 걸어 나와서 학생 때 담임선생님이 종례하듯 대충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눈을 감았다. 피곤하니까. 눈을 살짝 뜨자, 내 손등에 붙혀진 아이레네가 보였다.

22살이 태권도 다니는 썰 | 인스티즈


오늘 점심시간 때자고 있는데, 같이 공부하는 누나가 와서 내 손등에 붙여놓고 갔었던 거다.

이거 그때 지웠어야 했는데, 사실 이 사진 있는 이유도 누나가 지우지 말라고 지우지 말라고. 안 지운 거 인증하래서 찍은 거였는데. 전부 무시했어야 헀다.

좀 귀찮기도 했고, 친구한테 여자친구 생겼다며 자랑하면서 멋지게 어퍼컷을 들어 올리며 보여주면 재밌을 거 같아서 그대로 냅뒀다. 

그걸 할 생각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좋다, 이건 내 관점이다. 22살에 태권도 흰 띠를 달고, 관장님이 말을 하는 와중에 오타쿠같은 그림을 손등에 붙히고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는 다른 사람에겐 내가 어떻게 느껴질까.

관장님은 내게 그거 뭔데? 라고 물었다. 순간적인 패닉상태에 빠진 나는 하... 이거하며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누나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안 그래도 미운 누나긴 한데. 아, 난 왜 지우지 않았을까... 인생... 부질없는것...

순간 적으로 난 왼손목을 들어 내 샤오미 미밴드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 아, 이건 시곈데... 샤오미 미밴드라고... 그... ”

“ 아니, 그거 오른손에 그거 뭐고? ”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 태권도는...


누가 날 신랄하게 까줘, 이대로가다간 일주일도 더 안 가 그만둘 것만 같다. 멘탈을 잡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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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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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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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뭔데 존나 흡입력 있냐. 글 왜 이렇게 잘 씀?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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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띠를향하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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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씨발 뭔데 정독했지. 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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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니, 필력 존나 개 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위에 댓글 22222 존나 정독함.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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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글 존나 잘 쓴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글 계속 보고 싶으니까 제발 멤버 달아 줘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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