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Jason Mraz - I'm Yours
(제이슨 므라즈 짜 ㅇ조아ㅠㅠㅋㅋ)
(사진 출저는 사진 속에)
[찬백카디] 느끼지 못하는 남자
02. 외로워 ( 2 )
며칠 뒤 백현이 다시 바 안으로 들어섰을 때엔 가게 안의 손님들의 이목이 모두 백현에게로 쏠렸다. 백현의 옆에 있던 경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였다. 백현이 사뿐사뿐 걸어서 종인의 앞에 앉자 손님들이 종인과 백현을 쳐다보았다. 종인은 손님들의 이목에 픽 웃을 뿐이였고 백현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경수만이 조금 어색한 모양이였다.
"분위기 왜 이래요?"
"글쎄… 잘 모르겠네."
"…"
장난스러운 종인의 말에 백현은 그제야 자신이 며칠 전 종인과 함께 바 안을 나갔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아, 그래서 그런가? 백현이 생각했다. 그때 자신의 곁에 털썩 앉는 사람의 기척을 느꼈다. 백현이 천천히 고갤 돌렸다.
"안녕."
"…"
"또 보지?"
잘생긴 남자였다. 까만 머리카락과 까만 눈동자. 백현이 한참 남자를 살피다가 아, 하고 고갤 끄덕였다. 종인은 둘을 보다가 픽 웃었고 경수에게 늘 해주던 대로 생과일 주스를 내주었다. 백현은 며칠 전 종인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남자가 그렇게 잘났나? 백현이 의문을 가지고 남자를 훑어보다가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까만 스키니진과 회색 니트를 완벽히 소화하고 있는 남자의 균형잡힌 몸매와 기다란 다리. 잘생긴 얼굴. 그리고 마주치는 눈빛. 그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칠 때마다 자신은 자꾸 눈을 피하고 있었다.
"저번에 얘랑 2차 갔다며?"
"뭐…."
남자가 종인을 삿대질로 가르키며 말했다. 둘은 이미 아는 사이였나보다. 2차라, 글쎄. 2차 같지도 않은 2차였다만… 자신은 그 날 푹신푹신한 킹 사이즈 침대에서 혼자서 쿨쿨 잘 잤다. 그리고 '역시 호텔의 품질은 달랐다.' 라고 생각한 정도?
"나랑은 2차 갈 생각 없어?"
"…글쎄요."
"왜?"
백현은 이유를 생각해내려 했다. 내가 왜 안 간다는 거지? 원나잇 상대로 나쁘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타입이다. 이상하다. 바 안에서 다른 남자들이랑 2차 신청을 받아 같이 나가기도 했었는데. 물론 자신은 쾌감이던 뭐던, 느끼지 못했지만 말이다. 왜 자꾸 이 남자를 피하려고 하지? 백현은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대체 왜?
"나 잘해. 진짠데."
"아… 네."
"원나잇은 싫어하는 편? 그럼 우리 데이트나 할래?"
순간 백현은 남자의 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데이트. 순간 백현이 멈칫하자 경수가 백현의 팔을 잡아주었다. 힘들어하지 말라는 듯 옆구리께를 토닥여주는 경수의 손길을 느끼며 백현은 생각했다. 데이트라는 말에 무언가 우울해지기는 커녕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근거려? 백현은 눈을 깜빡였다. 백현이 처음 느껴보는 두근거림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숙였다. 고갤 들었다가는 얼굴이 상기 된 것이 티가 날 것 같았다. 경수가 백현에게 위화감을 느끼고 백현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귓속말로 물었다.
'왜 그래?'
속삭이는 경수의 다정한 목소리에 고갤 살짝 저었다.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닐거다. 지금까지 못 느꼈던 감각을 갑자기 느꼈다는 게 이상하다. 분명 잘못 느낀 것일 거다. 백현의 이상행동을 눈치챈 종인이 백현과 남자를 유심히 관찰했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얼굴엔 백현에 대한 호감이 가득 차 있었다. 백현 또한 전과 같이 멍하니 될대로 되어라, 하는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종인은 여기까지 추측해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둘에게 칵테일을 내밀었다.
"서비스."
남자는 종인을 향해, '오.' 라는 감탄사와 함께 말을 내뱉었다.
"맨날 맨날 와도 서비스 하나도 안 주던 게, 차별하냐?"
"글쎄."
남자의 놀리는 듯한 말투에 종인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남자는 그게 또 마음에 안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나 짜증나! 짜증난다고!'라고 외치는 듯한 표정이였다. 얼굴에 자신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입이였다. 백현은 아무래도 자신의 감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집에 혼자서 있기 싫어서 여기 바로 나온 건데, 혼자 있는 것보다 기분이 더 이상했다. 무언가 자신의 침범당하면 안 될 곳을 직격타로 헤집어진 것 같았다. 물론, 그 침범당해선 안되는 영역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몰랐다. 사실 알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혹은 알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빠질 것 같아서 일 수도 있었다. 백현은 종인과 남자가 이야기하는 틈새를 타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수가 갑작스레 일어서는 백현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현아?"
"나 갈게."
"어? 왜 가! 데이트 안 해줄거야?"
백현은 남자의 굵직한 저음의 질문에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갤 끄덕였다. 종인은 그런 백현의 모습을 지긋이 주시하고 있었다. 종인과 눈이 마주친 백현은 까만 종인의 눈동자를 외면했다. 자신에게 훈계를 하는 것 같은 눈동자였으니까. 밤에는 쌀쌀한 날씨 덕에 걸치고 온 재킷을 챙겨든 백현이 종인에게 목례를 하고 경수에게는 손을 살짝 흔들어 주는 것으로 인사를 마쳤다. 남자는 백현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였다. 뾰루퉁해 보이는 얼굴에 시선이 간 백현은 잠시 그 얼굴을 쳐다보다가 바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바깥으로 나오자 얼굴에 닿는 차가운 밤바람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아직 입김이 나오지는 않았다만 뼛 속까지 시린 느낌에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나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뒤에서 자신의 어깨를 잡는 악력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백현이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무의미했다.
"잠깐, 아 좀 기다려봐. 뭐가 이리 급해?"
"깜짝 놀랐잖아요."
"어? 나한테 말 처음 해준다."
남자에게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이야기하자 남자는 자신에게 처음 해주는 말이라며 밝게 웃었다. 백현은 그 웃음에 당황했다. 자신이 말을 걸어준다고 저리도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던가. 남자의 얼굴을 다시 쳐다본다면 분명 홀린 듯한 표정을 들킬것이 분명했다. 백현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낮게 웃으며 백현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백현은 남자의 손이 자신의 손가락에 닿자 움찔했다.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놀란 백현이 손을 쳐내기 전에 남자의 손이 백현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짜릿한 기분에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던 백현은 남자가 자신의 손에 쥐여준 명함을 바라보았다. 「E&X 주식회사 이사 박찬열」라고 반듯한 글씨체로 쓰여진 글자가 백현의 눈에 들어왔다. 백현은 경제나 정치 부분에서 문외한이였다만 텔레비전 방송에 심심치 않게 이름이 나오는 이 기업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대기업은 아니지만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아무런 주변의 도움없이 커온 벤처기업, 이라고 들었던 것 같았다. 백현이 고갤 들어 남자를 쳐다보자 남자가 미소지으며 물었다.
"왜? 내 위치가 좀 매력적이야? 그러면 좀 실망인데. 난 나름 어필 중인데 상대가 내 매력이 아니라 내 재력에 빠지면… 좀 슬픈데."
"아니요. 그냥, 그냥 신기해서요."
"신기해?"
"저 내일 일 있어서 가야해요."
백현이 단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남자는 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맛을 슬쩍 다셨다.
"손가락, 진짜 예쁘다."
혀로 입술을 슥 훑으며 백현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남자가 속삭였다. 손가락도 예쁘고 뒷모습도 예쁘다. 다 벗겨놓으면 어떨까? 까지 생각하던 남자가 으, 하는 신음을 흘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었다.
"미쳤군."
한숨을 쉰 남자는 곧 픽 웃으며 다시 종인의 바 안으로 들어갔다.
-
초인종 소리가 무자비하게 자신의 집 안에 울렸다. 백현이 침대 위에서 꼬물거리다가 결국엔 이불 안에서 나왔다.
"대체, 아침부터 누구야."
물론 지금은 낮 12시 30분이 막 지나고 있는 시간이였다. 하지만 게임회사나 그래픽 회사의 그림이나 디자인을 맡아, 잘 나가는 프리랜서인 백현에게는 낮 3시까지도 아침이였다. 어제는 종인의 바에 갔다가 그 남자 덕에 더 심란해져서 다음주까지가 마감인 그림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미친듯이 그려댔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의 그림이였다만 꽤 마음에 들어서 기쁜 마음으로 잠들었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저녁 6시나 7시 쯤에 일어나서 좀 쉬려고 했는데. 백현은 나쁜 시력 덕에 끼는 검은색 뿔테 안경을 집어서 쓰고 현관문을 열었다. 조금 멍한 얼굴로 누구, 까지 말하던 백현이 깜짝 놀라 멍해졌다.
"뭐야, 지금까지 자고 있던 거야? 너 회사 안가?"
"전,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미술 쪽 디자인 해서 회사는 안 나가는데…."
"아 진짜?"
남자가 백현이 잠결에 내뱉는 말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어쩐지 손이 섬세하더라.
"네?"
"아냐. 그럼 점심 안 먹었지? 내가 초밥 사왔는데."
"초밥이요?"
남자가 백현의 물음에 고갤 끄덕거렸다. 약간 짙은 갈색빛이 도는 머리카락이 남자의 이마를 덮고 있었다. 바에서는 왁스로 올렸던 머리를 아래로 내리니까 더 쾌활해 보였다.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초밥이란 말에 고갤 끄덕이려던 백현의 머리 속으로 질문이 생겼다.
"근데 제 집 어떻게 알았…"
"그건 그렇고 나 손님인데 안 들여보내 줄거야?"
"네?"
"그럼 실례."
남자가 백현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당당히 검은색 구두를 벗고는 백현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한 편인 백현의 집 안을 둘러보고 식탁 위에 자신이 사온 초밥을 올려놓았다. 겉 포장지가 화려한 것으로 보아 분명 비싼 곳에서 산 것이 틀림 없었다. 백현은 난감한 표정으로 현관에 서있었다.
"네 친구가 알려줬어. 내가 좀 많이 귀찮게 굴었거든."
남자가 집 안의 탐색을 끝냈는지 현관에 서있는 백현의 팔목을 잡고 식탁으로 끌었다. 백현은 그 짧은 접촉에 정신이 확 드는 것을 느꼈다. 온 몸이 뜨거워 지는 기분이였다. 어제 손이 잠깐, 2초도 닿지 않았던 것에 비해서 자신의 팔목이 남자의 커다란 손에 잡힌 것을 보며 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손을 밀쳐냈다. 남자가 어? 하는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남자의 표정이 조금 우울해졌다. 남자의 표정변화에 백현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그게…"
"나 좀 상처 받을 거 같아."
"그게 아니라."
남자의 침울한 표정에 백현이 안절부절 못했다. 괜스레 남자에게 미안해지고, 남자의 우울한 표정에 자신의 가슴께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이였다. 그리고, 분명 다른 사람의 피부가 닿을 때에 비해서 무언가 있었다. 온 몸의 피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주장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딱히 그것을 무엇이라고 정의내리기 힘들었다. 남자의 눈치를 살피자 남자가 한숨을 쉬더니 곧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 초밥 진짜 맛있어. 먹어봐."
밝은 목소리로 남자가 젓가락으로 초밥을 집어서는 백현의 입가에 대었다. 백현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단 한번도 타인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먹여준다는 것을 경험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백현은 당황했다.
"제가 먹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백현이 그리 말한 순간 남자의 얼굴이 또 다시 우울해졌다. 백현이 그 표정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스레 초밥을 받아먹었다. 그 순간 남자의 얼굴에 언제 우울했다는 듯이 밝아졌다. 백현은 그 극명한 변화에 픽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왔어요?"
백현이 물었다. 남자는 백현의 물음에 눈을 마주쳐왔다.
"왜 왔을 거 같아?"
"…글쎄요."
"뭐야, 심각해져봐. 이거 스토커 같잖아? 넌 내 이름이랑 직책만 아는데 내가 갑자기 네 집에 찾아와서 초밥 먹으라고 사오고. 너 내가 여기에 뭐 넣었으면 어쩌려고 그래?"
남자가 조금 비열하게 웃으며 물었다. 백현은 남자의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난폭하게 들리는 말투였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백현은 젓가락으로 초밥을 하나 들어서 얌, 하고 입에 넣었다. 남자가 백현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웃었다. 그리고 턱을 괴며 말했다.
"지-인짜, 귀엽다."
"네?"
"귀엽다고."
백현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수식어구에 남자를 쳐다보았다. 귀엽다니…. 얼굴이 빨개질 것 같았다. 남자는 여전히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웃고 있었다.
~
아주 많은 늦었어여..;; 네 전 걍 죽어야하나요ㅠㅠ 늦어서 죄송하구요ㅜㅠ
읽어주시는 여신님들 사랑해요♥♡
이번편은 밝죠?ㅋㅋ 박찬열은 백현이 다루는 법을 안답니당.
우울한 척 하면 백현이가 안절부절못하고ㅋㅋ 경수랑 종인이 협박해서 전 애인들이랑 헤어진 이유,
맨날 백현이가 좀 우울한 이유도 다 알아냇답니다. 외전으로 카디들 협박하는 박찬열 쓰고십어유ㅋㅋ
늘 댓글 진짜 진지하게 읽어요ㅠㅠ 맨날 감사드려요.
진짜 열번은 넘게 읽는 듯 합니다;; 심각해요ㅋㅋ
오타 많을거에여;; 급히 써서ㅠㅠ
전편에 댓글달아주신
라임님, 시인님, 복숭아님, 나메코님, 왓썹님, 덜자란 왕자 도경수님
사랑해요♥♡
여튼 읽어주시는 모든 여신님들, 댓글 달아주시는 여신여신님들,
암호닉 신청해주시고 긴 댓글 남겨주시는 여신여신여신님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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