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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ngsta boy

 

                                                          written by. 징어한마리

 

 

 

  "나 따라와" 의기양양하게 앞서 걸어갈땐 언제고 상스러운 욕까지 읊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종인을 보던 백현은 나지막한 한숨을 푹,내쉬었다.흘끗 본 시계는 어느덧 2시 1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즉,점심시간이 벌써 1시간을 훌쩍 넘겼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었고 지금쯤이면 찬열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팀장님에게 변명을 하고 있을 것이다-백현은 짐작했다.'오늘이 내 마지막 출근이 될 수도 있겠구나'백현은 초조함에 점점 말라가는 입술을 혀로 살짝 핥은 후 종인의 눈치를 보며 그저 손만 꼼지락 거렸다.

백현의 행동이 이해갈만 했다.아무리 저보다 10살이나 어린 종인이라 할지라도 종인은 여느 또래들과는 남다른 인물이었다.밥 먹듯 싸움을 일삼았으며 어쩌면 밥 먹는 것보다 싸움을 더 많이 할지도 모른다-라는 하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속닥거림을 들은 백현에겐 종인 앞에서 움츠러 드는건 당연한 인생의 순리라는 착각까지 주곤 했다.종인이 나타난 이후로 '부모님도 해외 가셨는데 나라도 바른 길로 이끌어 줘야지'란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다.자기를 부모 이상으로 보살펴 주는 백현에게 마저'꺼져'라는 말을 내뱉으며 상처를 주었지만 패싸움을 한 후,항상 상처 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백현의 집 앞에 주저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종인을 본 백현은 막상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내심 부모님의 품이 그립구나- 항상 무관심한 표정을 받으며 쓸모없는 짐짝 취급 당하는 백현이 그러한 종인에게 웃어 보이며 자기 자식인 마냥 정성스럽게 대해주는 행동도 바로 이러한 이러한 이유였다.항상 무뚝뚝하게 행동하지만 은근 속이 깊은 아이라 진작에 내 깊은 뜻을 이해했을거야- 백현은 마음속으로 되뇌이곤 했다.

"근데 우리 어디가?" 주변에 널린게 가게요,음식점 이건만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은체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 종인을 향해 입술만 달싹이던 백현이 기어갈 듯한 목소리로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자신의 말에 입술을 깨물며 험상궂은 표정을 내보이는 종인의 시선을 슬쩍-피한 백현은 물었다.

 

" 근데 우리 어디가?지금 30분째 주변만 빙빙 돈다는거 알고 있지?나 얼른 회사 들어가봐야 해서 빨리 정해야돼.정 먹을 곳 없으면 그냥 근처에 아무 곳이라ㄷ.. "

" 그러면 진작에 가던가 왜 이제 와서 난리야,변백현. "

" 김종인,너 내가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은근슬쩍 반말 하더라?아니,반말하는건 그렇다 치자.내가 너 친구도 아니고 변백현이 뭐냐?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너 날 친구처럼 대하는거 같은데 이래뵈도 내가 너보다 10살이 많.. "

" 됬고,지금 찾고 있으니까 좀 조용히 해.꼬우면 회사 가던가. "

" 야,너...휴.. "

 

 성가신 사람을 대하듯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 뜨리곤 바닥에 뱉는 종인을 보며 백현은 어이 없다는듯 허,하며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종인이 백현을 대하는 태도는 백현에게 마치 '나를 증오하나'라는 생각에 까지 치닫게 하곤 했다."김종인" 화가난듯 허리춤에 두 손을 걸치곤 올려다 보는 백현을 흘끗 쳐다보며 종인은 어깨를 으쓱-했다.차라리 모르면 모를까,종인의 행동은 마치 '변백현이 열 올릴거 같은데 한번 엿이나 먹어봐라"라고 말해주는듯 했다.

얄궂게 실실 웃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하나의 시선에 백현은 상대방을 노려보며 주먹을 꽉-쥐었다.

 

" 너 내가 바닥에 침 뱉지 말랬지?바로 옆에 멀쩡히 있는 화장실을 냅두고 왜 여기다 뱉고 난리야,난리는. "

" 뭐. "

" 뭐?참..왜긴 왜야.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니네 학교 발 끊기게 하려고 작정했지,너? "

" 내가 내 침 뱉겠다는데 지들이 무슨 상관이야.창피하면 가던가- 왜 밥 먹겠다고 개새끼 마냥 졸졸 따라와놓고선 잔소리야. "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지금 이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는 속담이다- 백현은 생각했다.어른들 말 하나 틀릴 것 없다던데 언제 부터 자기 인생이 이렇게 꼬이게 된건지,노려보는 백현의 시선에도 꼼짝 하나 하지 않고 오히려 성 내는 백현을 정신 병자 취급하듯 쯧쯧-거리는 종인의 모습에 백현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항상 되풀이 되었다.백현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그러한 백현의 모습에 '무슨 상관이야'란 자기만의 독창적인 유행어를 연신 남발하며 무시하는 종인까지,이러한 상황이 원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질리도록 익숙해진 백현이었다.

'누가 학생이야.'백현와 종인,두 사람에겐 미치도록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듯 했다.비싸 보이는 정장까지 갖춰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애 마냥 떽떽거리는 백현과 '하늘 고등학교'란 명찰까지 떡하니 보인 체로 여유롭게 웃는 종인까지.하긴,오늘 토요일이라 교복 입을 애들도 별로 없는데 우리 꼴이 웃기긴 하겠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소심하게 흘끗 쳐다보던 백현은 자신에게 꽂히는 종인의 시선에 쩝,하며 입맛을 다시곤 고개를 돌렸다.

 

" 김종인 너 솔직히 갈때 없지.이 근처 음식점은 허구한날 쌈박질 하느라 가보지도 않았을거고.. "

" 여기서 싸움 얘기가 왜 나오는데.음식점들이 하나같이 더럽게 맛 없어서 안 가는거지,시발. "

" 욕 하지 말랬지?...휴..됬다,됬어.내가 무슨 부귀 영화를 누리겠다고 너랑 싸우겠냐.그렇게 갈때 없으면 내가 아는 곳으로 가자. "

" 니 회사 이 근처 아니라서 잘 모르잖아. "

" 누가 이 근처 간다고 했냐?조금 걸으면 내가 아는 곳 알아.거기 음식 되게 맛있어- "

" 거기가 어딘데. "

" 잔말말고 따라와.가면 알게 되있어. "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쓱-올려 보이곤 자신의 손목을 붙잡는 백현이 불안한건지,종인은 연신 궁시렁 거리며 죄 없는 아스팔트를 툭-툭 쳤다."손목은 왜 잡고 난리야.풀어" 이내,잡힌 손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인상을 쓰며 손목을 이리저리로 비트는 모습에 백현은 웃으며 손목을 잡은 손에 더 강한 힘을 주었다.

 

" 야,푸르라니깐?내가 눈 병신도 아니고,못 걷는것도 아닌데 왜 잡고 난리야. "

" 야가 뭐야,야가,인마.김종인 너가 하도 미친개처럼 날뛰길래 아니꼬와서 붙들고 가려고 그런다.왜! "

" 머리는 왜 치고 난리야?변백현 이제 막 나가려고 작정했냐? "

" 그래!너도 나한테 이렇게 막장으로 대하는데 나는 하지 말란 법 있냐?나이도 열살이나 어린게 어디 어른한테 꼬박꼬박 반말질이야.그런 집념으로 공부 했으면 서울대,아니 하버드도 갔겠다! "

" 아,시발.. "

 

 " 내가 욕하지 말랬지 " 아프지 않게 주먹으로 머리를 살짝-쥐어 박으며 실실 웃는 백현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노려보던 종인은 이내 포기한듯 손목을 잡힌 채로 백현에게 이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종인의 행동에 놀란건 다름아닌 백현이었다.백현이 아무리 화난 표정을 지으며 충고를 하고 다그쳐 봐도 종인은 소나무 같은 자세로 한결같이 백현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내 말을 들었다면 지금까지 내가 학교에 들락 거리지도 않았겠지-백현은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한결같은 종인이 백현의 말을 수긍 했다라- 백현이 종인을 보살피며 처음으로 겪어 본 놀라운 상황인게 분명했다."뭘 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거리며 말을 더듬는 백현의 모습에 종인은 큼-큼 거리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 지금 너 내말 들은거지,그치? "

" 니 잔소리 듣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거니까 너도 그냥 조용히 하고 가던 길이나 계속 가. "

" 무튼.지금 내 말 들은거네- 김종인 이러니까 얼마나 이뻐.싸움 하는 것도 좀 줄이면 좋으련만... "

" 아,그냥 조용히 가던 길이나 가라니까? "

" 성질은..알겠어. "

 

 "차근차근 발전해가면 되는거지."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강아지라도 쓰다듬듯 다정 어린 백현의 손길에 종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턱,손을 쳐냈다.하지만 지금 백현의 눈에는 성질 내는 종인의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였다.이게 바로 자식 키우는 부모님들의 심정일까- 백현은 생각했다.요새 별 생각을 다 하고 사는 자신의 모습에 백현은 흘러나오는 웃음을 픽,하며 흘려 보냈다.30대를 바라보는 28살의 나이와 점점 늘어가는 다크서클이 사회 생활의 어려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인의 또래 마냥 '결혼에 대한 환상'이 발톱의 때만큼은 남아있던 백현에게 종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저런 아들이 있다면 다 때려 치울거야'불과 한달전 백현이 종인을 보며 했던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종인을 챙기는 일.한달이란 결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백현은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렸다.종인이 사라진다면 한달 전과 같이 평범한 일상이 이젠 어색하게 느껴질거야- 항상 옛날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는 백현이지만 이상하게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내가 별 생각을 다한다' 그저 쓸데 없는 생각으로 치부하며 웃어 넘기곤 했지만.

종인이 도망이라도 갈세라- 손목은 꽉 부여 잡은체 활짝 웃던 백현이 보지 않게 종인은 고개를 돌리곤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이 웃음을 보면 백현이 좋아할거다.오래전에 깨달은 종인이었지만 아직은,자신의 장난에 펄쩍 뛰며 반응하는 백현의 모습을 보고싶다- 종인은 웃으며 백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백현과 종인이 들어선 곳이 '중국집'이란걸 알려주는듯 음식점 내부엔 짭짤한 짜장면 냄새가 솔솔 풍기며 두 사람의 코를 건들였다." 아주머니,여기 짜장면 두 그릇이요." 벙찐 표정의 종인과 달리 백현은 아까 종인에게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다-라는걸 입증하듯 익숙하게 가게에 들어와 웃으며 의자에 앉았다."야"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는지 짝다리를 짚은채 아니꼽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종인의 시선을 무관심하게 쳐다보던 백현은 말을 내뱉었다.

"앉아." 아니꼽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무표정으로 식탁 주변을 탁-탁 소리나게 치며 자신을 쳐다보는 백현을 보며 종인은 푹,한숨을 내쉬었다.눈치 더럽게 없네- 종인은 생각했다.맛있는 곳 안다며 의기양양하게 손목을 붙들어맬땐 언제고 고작 먹는다는게 짜장면이라니.자신이 사고를 칠때마다 중국집에 데려가 '이럴수록 너만 안좋아'라는 뻔하디 뻔한 설교의 말을 줄줄 내뱉던 담임 선생의 모습을 지겹도록 봐았던 종인에게 '중국 집'은 그리 좋은 인연이 있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맨날 밥 먹듯 먹던 짜장면을 또 먹어야 한다니.저렇게 눈치 없는 사람이 아직 해고 되지 않은게 특종감이다-종인은 고개를 설레 설레 내저었다."탕수육도 시켜줄까?" 종인의 마음은 알지도 못하면서 웃으며 말을 건내는 백현에게 종인은 고개를 대충 젓곤 백현의 앞으로 다가가 턱,소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자리에 앉아 안심이 되는듯,후-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백현의 모습을 힐끗,쳐다보던 종인은 툴툴 거리며 물었다.

 

" 고작 먹는다는게 짜장면이냐?내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웃을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던건데..난 뭐 스테이크라도 먹으러 가는지 알았네. "

" 이 집 짜장면은 니가 생각하는 그런 짜장면이 아니라니깐? "

" 그럼,뭐 마법이라도 부린 짜장면 집이냐?짜장면이 거기서 거기지.지랄은.. "

" 또 말대꾸 한다.무튼 여기는 진짜 맛있는 짜장면 집이야.내가 짜장면은 많이 먹어봤지만 여기처럼 맛있는 짜장면은 먹어 본적이 없어.회사 동료들한테 소개 시켜줘서 가끔 점심 먹으러 여기 오기도 한다니깐,오죽하면 입맛 더럽게 까다로운 김 팀장님이 여길 오시겠어. "

" 내가 니네 회사 팀장이냐?팀장이 좋아하면 다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

" 어차피 주면 먹을거면서 너 자꾸 툴툴 거릴래? "

" 니네 팀장이 너 지각 한다고 싫어하지?그래서 같이 밥도 잘 안 먹으려고 하고. "

" 김종인 너 어떻게 알았어?씨씨티비라도 설치했냐? "

" 딱 보니까 알겠다.말이 이렇게 많은데 어느 팀장이 널 좋아해.그렇다고 뭐 일을 열심히 하기는 하나,제대로 처리 하긴 하나. "

" 야,너 내가 회사일 열심히 못하는건 너 학교 가느라...휴,됬다 됬어. "

 

 "그래,니가 이겼다." 말 한마디 지지 않고 여유롭게 웃으며 말대꾸하는 종인의 모습에 먼저 항복하는건 항상 백현이었다.맨날 이렇게 질질 끌었다가 혼자 열받으며 뛰쳐 나간 상황을 지독하게 많이 겪었었기 때문이다.어른인 내가 참자- 얄밉게 실실 웃는 종인을 보며 백현은 마음속에 수많은 '참을 인'자를 한번 더 새겼다.

싸우면 더 짜증날 뿐이지-나름 자신만의 신념을 터득한 백현은 이 상황마저 이미 익숙한듯 체념한체로 탁-탁 거리며 종인 앞에 젓가락을 놓아주었다.그런 백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종인은 백현이 놓아준 젓가락 끝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 너 회사에서 커피 셔틀이지.아니면 젓가락이나 수저 셔틀. "

" 어,어떻게 알았어?그건 그렇고..셔틀이 뭐냐?내가 뭐 왕따 당하고 사는지 아나봐.넌 가만보면 나를 불쌍한 사람 취급하더라?나 직장도 있고 나름 괜찮거든? "

" 직장있고 괜찮다는 사람이 맨날 팀장한테 퇴짜 맞고 보는 사람이 불쌍함 느낄 정도로 힘 없이 다니냐?그 다크서클은 또 뭔데. "

" 물론..내가 일 처리를 제대로는 못하지만..뭐,그래도 30퍼센트 정도는 너한테 책임 있는거거든?그리고 또 뭐냐.내가 막내라서 그래.친구 있긴 하지만 사회 생활이 그렇게 쉽게 풀리는게 아니거든.따지고 보면 친구가 나보다 조금 더 빨리 입사 했으니까 선배나 마찬가지지. "

" 불쌍하게 사네. "

" 나도 내 자신이 불쌍하다니까?아직 신입사원 뽑으려면 2년이나 더 남았지,그렇다고 해서 내가 막내 노릇에 종지부를 찍을 것 같지도 않단 말이야.맨날 지각한다고 늦어서 퇴짜나 맞고..나 지금 뭐하냐.너 잡고 무슨 약점을 잡히겠다고 신세 한탄이야.됬다,접자- "

 

 물에 흠뻑 젖은 새끼 강아지마냥 어깨를 힘 없이 축 늘어뜨리곤 소리없이 젓가락을 탁-탁 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턱을 괴고있던 손을 푸르는 백현의 어수선한 모습을 종인은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종인은 '위로 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백현의 등으로 손이 향했지만 주춤-거리던 손은 이내 제 자리를 찾았다.사실 위로해줄,그런 문제 따위가 아니었다.백현의 무거운 어깨에 무거운 짐을 하나 떡하니-올린건 자신이었으니까.사실 종인도 노력을 하지 않은건 아니었다.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백현의 모습이 눈물겨워 싸움을 줄여 보려 했지만 어떻게 하란 말인가.사람들이 자신을 가만 두지 않는데- 종인은 생각했다.

'싸움도 쿵짝이 맞아야 하는거지'그런 자신을 노려보며 백현이 항상 하는 말이었다.그땐 참 듣기 싫었던 말이었는데 이렇게 힘 없는 백현의 꼴을 보자니 그냥 차라리 잔소리나 했으면 좋겠다- 종인은 말 없이 물만 벌컥벌컥,들이키는 백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얼마나 말 없이 있었을까.턱-하는 소리와 함께 짭쪼름한 냄새를 풍기는 짜장면이 놓여짐과 동시에 "오늘은 못보던 학생이랑 왔네"란 말을 내뱉으며 웃는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종인의 눈 안에 들어왔다.먹기 좋게 담겨진 짜장면을 흘끗,바라보던 백현은 언제 그랬냐는듯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못 보던 학생이랑 왔네?맨날 찬열인가,그 청년이랑 같이 오더니.이 학생은 누구야? "

" 아,저희 옆집 사는 고등학생이에요.이름은 김종인-이구요. "

" 그렇구나..둘이 짜장면도 같이 먹으러 올 정도면 꽤 친하나봐? "

" 아..네..뭐..하하..이웃 사촌보다 조금?더 가까운 관계에요...하하.. "

 

  '친하다'라는 말이 살짝 낯 부끄러운지 어색하게 웃으며 눈알만 이리저리 굴리는 백현을 보며 종인은 픽 웃어 보였다.종인의 웃음에 기분 좋게 웃으며 '하늘 고등학교'란 명찰을 쳐다보던 중국집 아주머니는 종인의 앞에 단무지를 놓아주며 슬쩍,물었다.

 

" 학생,하늘 고등학교 다니나봐.여기서 걸으면 10분정도 걸리던데..우리 딸이 지금 중학교 3학년이거든.이번에 중학교 졸업하면 그 학교로 보낼 예정이야. "

" 아,예,.. "

" 민지가 벌써 중학교 3학년이에요?우와- 처음에 여기 왔을때 민지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벌써 이렇게 흘렀네요.에휴,저도 이제 30을 바라보고 있고.. "

" 30이 뭐 어때서.젊은 청년이 그렇게 한숨 짓는거 아니야.옆집 학생도 잘 챙겨주고- 백현이는 진짜 1등 신랑감이야. "

" 아주머니도 참..쑥쓰럽게.. "

" 진짜라니깐?나중에 여자친구 만들고 싶을때 말해.내 친구 딸 중에서 예진이란 애가 있는데 승무원에다가 나이도 25랬나,무튼 젊어.성격도 착하고.백현이랑 딱 어울릴거 같은데.. "

" 에이,됬어요.회사일 하기도 바쁜데 무슨.. "

" 됬다고 하지말고 나중에 마음 있으면 연락해.무튼 여기 단무지는 서비스- 더 먹고 싶으면 말해.내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안주는거 알지? "

" 하하,감사합니다. "

" 학생도 잘 먹고.인물 참 훤하네- 우리 딸이 좋아하는 연예인도 닮았고,많이 와요. "

 

 등을 툭-툭 치고는 웃으며 자리를 뜨는 아주머니를 보며 종인은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씩-올려 보였다.친한척 되게 심하네- 아니꼬운 표정으로 아주머니가 지나간 자리를 쓱 쳐다보는 멀뚱멀뚱 바라보던 백현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었다."아주머니가 너 마음에 드시나봐.잘해봐-"백현의 말에 안그래도 구겨져 있던 종인의 표정이 보기좋게 더욱 일그러졌다.저딴 말을 뱉곤 실실 웃으며 물을 들이 마시는 모습,엄마한테 대하는 것 마냥 별 친한척을 다 하는 모습,특히 좋은 여자가 있다는 말에 거절은 하면서도 웃고 있던 백현의 모든게 다 마음에 안드는 종인이었다.마지막 모습이 왜 마음에 안드는지는 제 자신도 의문스러웠지만 그냥 백현이 얄미워서 그러는거겠지-하며 종인은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애써 떨쳐 버렸다.

"단무지 맛있네" 종인의 고뇌하는 모습을 알지도 모른체,눈치 없이 단무지만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으며 웃는 백현을 보며 종인은 설레설레,고개를 내저었다.곧 종인의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백현은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 씹지 못한 단무지를 오물오물 거리며 물었다.

 

" 할 말 있어?왜 또 똥씹은 표정이야. "

" 단무지 맛있냐?단무지만 먹고 난리야. "

" 당연히 맛있으니까 먹지.여긴 단무지도 일품이야.너도 먹어볼래? "


 실실 웃으며 단무지를 내미는 백현과 단무지를 번갈아 쳐다보던 종인은 못 볼거라도 본 마냥 똥 씹은 표정으로 백현의 젓가락을 탁,소리와 함께 내쳤다.내치는 동시에 땅바닥에 떨구어진 단무지를 멍하니 바라보던 백현은 쩝-하며 입맛을 다시곤 입술을 달싹였다.

 

" 먹기 싫으면 말을 하던가 왜 죄 없는 단무지를 내치고 난리야.음식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말 못 들어봤어? "

" 변백현. "

" 아무렇지 않게 반말 하는것좀 봐..왜,뭐. "

" 너 여기 얼마나 자주 오냐? "

" 뭐..일주일에 두번 정도?찬열이가 짜장면 좋아해서 자주 오지.일 때문에 다른 회사로 파견 될때는 못 오는데 가능하면 많이 오려고 해.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근데 그건 왜 묻는데?너도 오려고? "

" 안그래도 짜장면 질려 죽겠는데 오기는 개뿔.저 아줌마 입에 발린 칭찬 엄청 하는거 같은데 솔직히 너 그거 때문에 오지?칭찬 한번 들으면 개새끼 처럼 실실 웃으면서 기분 좋아요,티 내고 다니더만. "

" 됬고.너야 말로 오늘따라 말 엄청 많이 한다?맨날 내가 말하면 씹거나 대답도 제대로 안하더니 말이야.평소에 그렇게 과묵한척 하지말고 지금처럼 말 좀 많이 해봐.가능하면 좀 기분좋은 말로. "


 얄밉게 실실 웃는 백현의 모습에 종인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입 다물고 먹음직스럽게 놓여진 짜장면을 물 들이키듯 흡수하기 시작했다.아싸 한방 먹였다 - 백현은 그런 종인의 모습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감을 느꼈다.처음엔 '종인의 저런 말 뽄새를 어떻게 고치나'고민했던 백현이었다.좀 안타깝긴 하지만 이제는 저런 모습에 익숙해져서 역으로 놀리는 자기의 모습을 보자니 한층 성숙해진 기분이 들어 괜히 어깨가 으쓱-대었다.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 처럼 들뜨는 마음에 백현은 웃으며 종인의 앞에 놓여진 물컵에 쫄-쫄 거리며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그런 백현을 무섭게 노려보던 종인은 포기한듯 픽,웃으며 코를 박을 듯 짜장면 그릇에 얼굴을 들이대곤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천천히 먹어"그런 종인의 등을 토닥-거리며 백현은 흐뭇하게 웃었다.맨날 툴툴 거리는 종인이 밉지 않게 느껴진다는건 내가 미친거 아닐까-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남발하며.

 

 


 

 

 

 

***************************

오늘은 좀 짧네요 ㅠ.ㅠ 언니가 수험생이라 일찍 일어나서 응원해주고 정신 없이 학원 숙제하고 그랬더니 이건 뭐..ㅎㅎ

이제 매일 폭연 할테니까 조금 짧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이미 5편 정도까지 구상을 해놓은 작가지만 손이 곶ㅈ아손이라..ㅎㅎ

무튼 댓글도 꼭 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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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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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ㅠ처음봤는데 너무 재밌네요ㅠㅠㅠ곶아손이라뇨ㅠㅠ너무 재밌습니다 다음 화도 기대할게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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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한마리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 제 보잘것 없는 글을 재밌게 봐주시니까 좋네요 ♡ 다음화도 후딱 쓸게욜 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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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ㅜㅜㅜ오늘하나더올려주시면안돼요??아ㅜㅡ신알신방금봐서ㅜㅜ하나더보여주세요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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