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T IT 未完
written SOW.
03-1.
본래 사체 곁엔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져 울컥 피를 토해내는 호석은 아직 사체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정국은 호석의 곁에 다가갈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정국은 선뜻 호석의 곁에 갈 수가 없었다.
그것은 , 정국의 머릿 속을 지배한 것은 '공포' 였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공포' .
호석을 찌른 남자는 필시 경고를 하러 온 것일 터, 정국과 호석, 또는 자신을 해하려는 누군가에게 경고를 한 것 이었다.
더 이상, 관여하지말라고.
" … 씨발."
겨우 경직된 몸을 푼 정국이 119에 신고하려들자 호석이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나직히 속삭였다. 119에, 전화 하지마.
"미쳤어?"
"내가 왜 다쳤냐고 물으면, 넌 당당히 대답할 수 있어?"
정국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모두 자신이 초래한 결과였다. 애초에 팀장의 컴퓨터 해킹을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지은의 말만 듣지 않았어도 이런 최악의 결과는 낳지 않았으리라.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김석,진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3-2.
"그래? 수고했어."
수화기 건너편 상대방의 보고를 받은 지민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전화를 마무리 지었다.
역시 개새끼는 한 번 짓밟아줘야 말을 듣는 법이지. 제 손에 달려있는 애완묘용 장난감을 휙 날린 지민은 서재를 유유히 나왔다.
그리곤 찻장에 다가가 그리 싸 보이지도, 비싸 보이지도 않는 잔을 하나 들어 브라질산 커피를 마셨다.
뜨거운 커피의 느낌이 썩 나쁘지 않아 지민은 제 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런 평화로운 지민의 시간을 방해한 건,
여주에게 준 고양이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그래, 이쯤되면 슬슬 입질이 와야지."
지민은 제가 풀어놓은 덫에 걸린 여주의 모습을 상상하며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나자빠진 핏줄기에 온몸의 신경세포가 곤두서는 기분, 지민은 자신이 사람을 죽일 때만 나타나는 기분이 듦에
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습관 하나가 비죽 튀어나왔지만 정신이 반 쯤나가버린 여주에겐 어차피 보이지 않을 터 였다.
여주는 이미 자신이 심어놓은 악惡에 물들었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게 이렇게 잘 먹힐 줄은
지민 자신도 몰랐다. 그저 약 몇 방울과 몇 가지 입질을 좀 건네 주었을 뿐인데, 이리도 격한 악의 감정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여주의 동공은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 하게 된 여주와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지민은 여주 자체를 사랑했다.
아니, 이게 사랑인가?
고양이의 피냄새는 역겨웠으나, 그 피로 물든 여주는 색정적이었다. 적어도 지민은 그렇게 느꼈다.
또 다른 자신이 속에서 꿈틀 거리며 삐져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참아야했다. 아직은 때가 아냐, 지민의 뇌가 명령했다.
*
여주는 분명 귀여운 고양이 하나를 품에 안아 보살피고 있었을 뿐인데, 고양이의 꼬리가 이리저리 흔들리자
저도 모르게 침대 옆 책상의 연필꽂이에 손이 갔다. 커터칼에. 본능이 말했다.
'불결하고, 불결한 저것을 어서 내 눈 앞에서 치워.'
여주는 몽롱하고 강렬한 기분에 취했다. 살인은 아니었으나 살생을 저질렀다. 고양이를 마구 헤집은 그 순간까지의
기억은 여주에겐 없다. 다만 기억의 시작이 자신의 손에 피에 젖은 커터칼과 묘猫의 사체, 그리고 지민의 사랑스럽다는 눈빛이었던 것으로 보아
자신이 살생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저홀로 추측할 뿐.
*
지민은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자 기분이 좋았다. 자신과 같이 악惡에 물든 여주가 마치 조커와 할리퀸의 관계가 된 것 같았다.
자신의 시나리오에 여주라는 여주인공은 없었지만, 뜻하지 않게 출연한 주연덕에 주연이 하나 더 늘었다.
지민의 입장에선 악역이지만, 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도 악역이리라.
지민은 여주의 지갑 속 정국의 사진을 보며 짐작했다. 아, 나를 캐려고 했던 새끼가 이 새끼겠구나.
나와 김여주를 가르려고 한 씨발놈도 이 놈이겠네. 지민이 제 손 아래, 제 무릎에 뉘여져 있는 여주의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는 몰랐으나 아마 여주는 알아챘을 것이다. 지민이 ,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정국에게 해를 끼치려
할 것 이라는 걸.
3-3.
여주는 지민에겐 순수한 존재이자 타락한 존재였다. 그러므로 지민은 여주에게 사실을 알려주었으나,
진실은 알려주지 않았다. 정국이, 너의 애인이 너를 캐고 있다는 것을 알렸으나, 캐는 과정에서 '나'로 인해 해를 받았다는 것은
알리지 않았다. 겨우 제 옆에 앉혀 놓은 여주를 그냥 허무하게 놓치는 지름길이 될 테니, 지민은 말을 아꼈다.
"전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
의문형이 아니었다. 알면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의문이아닌 부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공허한 두 눈, 어느 새 색을 잃은 눈동자. 처음 자신과 만났을 때의 여주와는 다른 여주였다. 뭐, 이것도 나름 새롭긴 하다만은.
역시 내 취향은 생기 있는 '너'란 말이지.
"음, 아마 내 것이 되겠지."
" ‥."
"여주야, 99 + 1 은 뭐지?"
"..100이요."
"넌 지금, 99 + 1이 50이요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는거야."
" ‥."
"네가 지금 오산을 하고 있을거란 말을 하는 거야. 멍청한 오산."
네가 혹여, 훗날이라도 내 곁을 떠나 전정국의 곁을 지킬 수 있을거란 오산을 하고 있다는 말이야.
지민의 오차없다는 어투에 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단단히 잡혔구나, 이 남자에게. 하지만 정국이 자신을 찾으러 온다 하더라도,
여주는, 나는 온전히 정국에게로 돌아갈 수 없다. '나'는 정국이 싫어하는 '살생'을 저질렀고, 오늘 밤.
지민을 도와 '살생'을 저지를 것이니.
3-4.
여주가 고양이를 제 손으로 황천길로 보낸 새벽, 지민은 여주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내가 죽이는 건,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야. 네가 고양이를 죽였듯, 너는 그렇게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없이 '그들'을 죽이면 되는거야.
걱정마, '그들'이 죽는 한이 있어도 넌 죽는 일, 없을 테니. "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건진 몰라도 여주는 지민의 사업파트너가 되있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공범자'쯤 되려나.
지민은 한 국회의원 하수에 있는 경호원의 우두머리라고 했다. 경호원이라기 보단 암살자에 가깝지만, 어쨌든 그리 포장했다.
그 국회의원의 이미지가 꽤나 푸르르기 때문에, 지민은 그의 곁에서 가장 어둡게 생활해야 했다. 그래야만 '그'가 돋보일 테니.
더러운 일은 지민에게, 온통 깨끗한 일은 '그'에게.
박윤성이라는 지민의 형은 지민이 태어나고, 3살이 되었을 무렵부터 지민을 자신의 뒤에 세우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거의 세뇌에 가까웠지만 지민은 그 세뇌에 단단히 묶였다. 다만 세뇌가 너무나도 강했던 탓에 정신적인 이상이 생겨버렸다.
싸이코패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급이라는, '포식자'에 속하는 지민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제대로 임하지 못했다.
물론 세뇌 때문은 아닐 것이다. 아마 선천적인 영향이 있었겠지, 3살 때부터, 지민의 눈에서 '무無' 를 느낀 박윤성은 아마
지민은 제 병기로 키우고 싶어했을 것이다.
A.M. 3:00
다음 날 새벽, 지민은 조용히 여주를 깨웠다. 너에게 할리퀸 역할은 바라지 않아. 그저 내가 어떻게 나고 자랐는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영화 한 편을 바라봐줘.
지민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영화 하나를 보는 것과 같았다. 자신이 사람을 죽일 때의 표정과 손의 떨림.
그리고 사소한 습관들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오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 평점 0점짜리 영화를 여주가 재밌게 봐주길 바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슬픈 영화처럼 울며 보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래서 길들였다. '고양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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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어주세요 ! 》
오늘은 분량이 정말 짧아요. 사실 WANT IT을 연재 중단 할까 해요..
제 관점, 그러니까 전지적시점으로만 보면 이 이야기의 끝은 이미 이 편에서 보여준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열린 결말이고, 어찌보면 완결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할 수도 있겠네요.
정국이는 아마 죽지 않을거에요. 하지만 호석이를 다치게 했다는 것 때문에 하루하루 죄책감으로 보내겠죠.
감정선을 잘 이어갔어야 했고 더 오래 연재를 함으로써 그걸 표현 해 드렸어야했는데 제가 너무 부족해서 보여드리지 못하네요.
WANT IT을 쓰지 않은 30일 동안 많이 생각해봤어요. 너무나 무거운 주제 였던 것 같네요.
솔직히 말하면 WANT IT의 주제? 라고 해야하나.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건 순수 '惡악' 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표현하려고 많은 콘티(?)를 짰었어요. 여주는 간호사였지만 정신병을 앓는 간호사였어요.
그 정신병이 고질병, 자신이 싸이코패스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으며 살아가는 간호사에요. 그 '잊는 약'을 준 건 바로
정국이었구요. 정국이는 그저 평범한 형사였지만 여주만을 원했던 귀여운(!) 연하남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지민이는 여주를 원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벼랑으로 내모는, 그래서 WANT IT의 부제가 Warn , own it 도 있었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또는 궁금해 할 것 같은 것을 정리해보자면 석진이는 야매 의사에요. 정국이와 호석이는
조폭과 연관되었던 사건 중에 알게되었고, 윤기는 지민이와 라이벌 구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중요한 인물이었는데
일찍 , 못다한 완결로 인해 나오지 못한 인물입니다.
사실 WANT IT을 통해 굉장히 많은 구성을 했었고 많은 것들을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전해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을까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죄송하네요,
많은 것을 풀어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고양이'에 관한 풀이 ! |
'고양이' 지민이가 키우는 애완묘였는데요. 사실 지민이는 고양이를 애정을 담아 키운 게 아니었어요. 그저 언젠간 쓸모가 있겠지, 하며 기른 것 이었는데 결국 고양이
는 여주의 잠재되어있던 '악惡'을 깨우게 하는 촉진제 역할이 되었죠. 지민이는 처음 여주를 보자마자 자신의 '동족' 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어요. 그래서 일부러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계속 덫을 깔고, 덮기를 반복했죠. 결론은 여주가 자신의 악을 지민이의 고양이를 통해 분출하며 지민이와 보니앤 클라이드 처럼
살아가는 것이에요. 이번 화 중에, 지민이가 애완묘의 장난감을 휙 집어던지고 나가는 장면이 있죠? 그게 복선 ... 이었을 걸요! (무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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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WANT IT이 아니더라도 이런 비슷한 주제로 다시 찾아뵐게요!
그 때 까진 많은 작품이 오가겠지만 그래도 읽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하고 구독료가 5P나 되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5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