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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탈 수 있는 군대물인데다, 배경설정 역시 현대가 아닙니다.

이 점 고려하셔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구독료는 언제나 없을 예정입니다.

 

 

 

 

 

 

 

 

“좌천시키는거예요, 지금?”

“누구 맘대로 좌천이래. 너 놓아줄 생각 없어, . ”

“아니, 그럼 뭔데요 이건!”

 

 

하루종일 격납고에 쌓인 군용차량을 정비하고 얼굴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낼 새도 없이 소환명령을 내린 사령관의 명령이라는게 그랬다. 동부지구로 답사를 다녀오라고. 매일 사병들이 쓸고 닦아 반짝거리는 마호가니 책상에서 만년필을 움직이는 손놀림이 지나치게 느긋해, 그만큼을 대신하여 백현은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동부지구가 어디던가. 사막으로 둘러 싸여 지극히 외진 변방지역이었다. 수도에서 제일 먼 데다가 지난 수 십년간 별다른 내란도 국경의 분쟁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기 때문에, 혈기 넘치는 젊은 군인들에게는 신분 상승을 노리기도 어렵고 지루하기까지 한 최악의 배정지였다. 그래서 동부지구로 발령나면 윗 사람들에게 뭔가 밉보인 일이 있었던가 하고 한번씩 머리를 쥐어 뜯는다는, 그런 곳이 동부지구였다. 아니, 행선지가 동부지구라는 것은 둘째치고 왜 갑자기 뜬금없는 답사란 말이냐. 치프 메카닉인 저의 손이 닿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지금도 매일 넘쳐나는데 답사따위의 되도 않는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백현이 펄쩍 뛰는 것도 당연했다.

 

길길이 뛰는 백현을 앞에 두고도 태연히 몇 개의 서류에 결재를 하던 민호가 서류를 탁 덮더니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백현을 바라 보았다. 오래 전부터 연을 맺어온 민호였기 때문에 평소에도 말투가 이 모양이긴 했지만, 역시 방금 전은 조금 건방졌나 싶어 움찔한 백현의 앞으로 민호가 카르테 하나를 슥 내민다. 무의식적으로 카르테에 눈길을 던졌고, 그 카르테는 백현의 것이었다. 정비반인 백현이 카르테를 읽을 수 있을 리 없었고 이게 뭐냐는 듯한 눈빛으로 민호를 바라 보자, 민호가 두 손을 겹쳐 가볍게 턱을 받치더니 백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거 네꺼야. 2주 전에 했던 정기 건강검진 결과.”

“그런데요?

“네 몸상태는 네가 더 잘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대꾸를 하면서도, 백현은 사령관실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슬쩍 눈을 피했다.

 

백현은 원래부터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은 성격이었고, 자신에게 일임된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백현에게 책임감을 지우는 가장 큰 요인은, 그가 다루는 것이 부대원들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라는 점이었다. 남부지구 정비반 막내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부터 치프가 된 지금까지, 백현은 수많은 동료들의 부상과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다. 다녀오면 맥주 한 잔 하자며 웃는 얼굴로 떠났던 사람이 다음 날 사체로 돌아오는 일도 적지 않다. 아니, 온전한 사체는커녕 팔 한 쪽조차 찾기 어려운 곳이 전쟁터였다. 그들을 무사히 살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가장 안전한 상태로 그들을 떠나 보내는 것 뿐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언제나 백현을 더욱 예민하게 했고, 더욱 움직이게 했다.

 

문제는, 부대원들이 안전해지는 만큼 백현의 몸이 축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치프 메카닉이 된 지 벌써 2, 잠까지 줄여가며 정비소 안을 돌아다니곤 하는 백현을 두고 메디컬 센터의 치프 닥터는 언제나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여기에서 일 하루 이틀 하고 말거예요? 그러다가 과로로 급사해도 난 몰라요."

 

 

치프 닥터는 우연히 백현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늘 무섭게 도끼눈을 뜨면서 떽떽거렸고, 백현은 그렇게 약해빠진 몸이 아니니 걱정말라며 특유의 모양 좋은 눈웃음으로 얼렁뚱땅 넘기곤 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 놓고, 최근 들어 푹 자고 일어나도 쉽게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지병인 편두통이 수시로 일어서 조금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정기 건강검진에서 뭔가 안 좋은 결과가 나온게 분명했다. 그간 백현의 건강상태를 두고 아웅다웅하던 치프 닥터가 사령관에게 어떤 보고를 올렸을지도 뻔하고. 그래서 난데없이 답사인가. 이제서야 민호의 속을 파악한 백현이 난처한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다시 말해답사라는 것은 귀여운 핑계고, 정확한 의미로는휴식인 셈이었다.

 

 

“아니, 의무반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 진짜 멀쩡하거든요?”

“너한테 변변한 휴가도 안 준다고 닥터에게 실컷 욕 먹었는데, 너도 욕 먹고 싶으면 닥터 불러주고.”

 

 

.

민호 앞에서 치프 닥터와 조우한다면 2 1, 아니 10 1의 형국일 게 뻔하다. 가뜩이나 자기만 보면 잡아먹을 듯이 난리인데, 사령관이라는 빽까지 곁에 두면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몰아붙일지 아찔해서 백현은 다시 입술만 꾹 말아서 물었다. 사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사령관이 하달한 명령인 이상 자신에게 거부권은 애초부터 없던거나 마찬가지였다. 반론하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게 쉽게 통할거라는 희망을 가진 것도 아니었고. 여기에서는 얌전히 말을 듣는 게 더 혼나지 않는 길임을 깨달은 백현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휴가면 대체 며칠이나 떠나있게 되는 것일까. 자신이 없는동안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서 넘길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쉬게 할거면 집으로 보내주든가요….”

“집으로 가라고 하면 중간에 샐거니까. 그래서 답사랬잖아, 답사.”

 

 

젠장. 가끔 느끼는건데 생각보다 예리하다. 그 말대로, 아마도 백현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느니, 밀린 논문을 읽는다고 국립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국방부에서 주최하는 학회를 전전했겠지. 백현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 했던 자신을 민호가 먼저 눈치채는 것을 보면서, 백현은 민호가 괜히 사령관은 아니라는 생각을 문득 한다. 무례하게도, 이제와서.

 

여태까지 요리조리 잘 피했으나 결국 걸려버린 닥터스톱에 도망(?)까지 무산되고 나니, 이젠 완벽하게 진 기분이 들어 백현은 더 투덜거릴 기력마저 잃어버렸다. 자신의 건강을 염려해서답사의 탈을 쓴 휴가를 내린 민호에게 고마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고. 국경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적지 않은 남부지구에서, 이렇게 급히 치프 메카닉의 자리를 비우게 하는 결정은 쉽지 않았을 테니까. 더는 토달지 말자는 생각에 백현은 순순히 그 명령을 따르기로 결정했고, 결국 수긍하는 백현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제서야 민호가 친우를 대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어 보였다.

 

 

“아까도 말했지만 너 놔줄 생각 없어. 적어도 향후 이십년간은. 그러니까 이십년분 쉰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있다가 오는거야. 알겠어?”

“예에….”

“그리고-“

“……?”

“이렇게 싫어할게 뻔해서 일부러 동부지구로 지정해준거니까, 조금쯤은 내 배려를 느끼라고.”

 

 

‘일부러’ 동부지구라니. 별다른 큰 문제가 터지지 않는 지역이라서 보내는게 아니라,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푹 숙여있던 백현의 고개가 다시 들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민호를 바라보자, 민호가 되레설마 모르고 있는거야?’ 라면서 반문해온다. ? 대답은 안 했지만 더욱 고개를 갸웃하는 백현의 반응만 봐도 알겠다는 것처럼, 이번에는 민호가 기가 막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넌 정비반에 관련된 일이 아니고는 관심도가 기준 이하군.”

“윽… 뭔데요.”

“박찬열, 네 동기 아냐?”

“……?”

“아냐?”

“아, 아뇨맞긴 맞는데…”

 

 

설마. 그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리가 없어. 

민호의 입에서박찬열이라는 이름을 듣고나니, 뒷 말을 아직 듣지 않았는데도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맹렬히 들기 시작했다.

 

 

“넌 어떻게 네 동기가 치프 메카닉이 된 것도 모를 수가 있어?”

“…헤?”

“박찬열이 동부지구 치프 메카닉이라고.”

 

 

그래서 보내는거야. 오랜만에 동기랑 회포도 풀고 얘기도 하라고. , 그동안 변변한 인간관계도 잘 유지 못 했잖아. 벌써 동부지구에 연락 다 넣어 놨으니까

민호가 뭐라뭐라 말을 덧붙이고 있는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백현의 미간에는 순식간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지금 날 그 망할자식이 있는 데로 보내겠다는거예요?! 그것도 휴가랍시고?!!!”

 

 

당신이 그러고도 내 상관이야?!!!

 

처음 답사얘기를 듣고도 이렇게까지 날뛰지는 않았거늘. 갑자기 격한 반응을 보이는 백현의 난동에 민호가 처음으로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식은땀을 한 줄기 흘렸다. 뭐야, 왜 이래 얘.

 

 

 

 

 

 

 

 

 

****

 

 

 

 

  

 

 

 

육중한 군용지프차 타이어 아래에서 연신 거친 모래바람이 일었다. 마른 모래가 일으키는 흙바람이 어찌나 심한지 창문밖으로도 다 보일 지경이어서, 뚱하게 앉아있던 백현은 그제서야 시선을 창 밖으로 던졌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사막.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드문드문 마을이나 숲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하늘과 사막이 닿아있는 것을 보니 동부지구 영역권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정말 싫다고, 안 튀고 제대로 쉴 테니까 차라리 집으로 보내달라 있는 떼 없는 떼 다 쓰는 자신을 박정하게 보내버린 민호의 얼굴이 다시 떠올라서, 백현은 아오오 하고 울부짖으며 머리를 박박 헝클었다.

 

‘왜 싫은지 말해봐. 그럼 재고해 보지.’

‘박찬열만큼은 진짜 싫어요! 그 자식이랑은 예전부터 진짜 안 맞았다고요!’

‘뭐가 그렇게 안 맞는데?’

‘그냥 다요! , 전부 다!’

 

그렇게 간절한 표정까지 지었는데, 여기까지 듣고 난 민호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래? 그럼 답사 잘 다녀와.

 

라고 딱 한 마디만 했다. 그리고 상황 종료. 그 결과 지금 백현은 이 지프차에 밀어 넣어져, 그야말로 억지 휴가를 떠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그걸 여태까지 상관이라고 모시고 있었다니! 나쁜 자식, 최민호!!

 

원래 목적이 어쨌든 명목은답사이니 자신이 머물게 될 것이라는 연락이 벌써 동부지구에 닿았을 것이고, 남부지구 치프 메카닉이 온다는 소식을 본부대 치프 메카닉에게 전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아마 박찬열도 백현이 동부지구로 온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자신은 민호에게 처참히 버려졌지만(?), 어쩌면 박찬열이 동부지구 사령관에게 절대 안된다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동부지구 치프 메카닉으로서 절대 변백현을 본 군영에 들일 수 없다고 결사반대해서, 사령관도정말 미안하게 됐다.’라면서 날 다시 돌려보내 주진 않을까?

 

하다못해 이런 희망까지 품으면서 동부지구에 도착한 백현은, 지프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푹 떨궈지는 것을 느꼈다. 백현의 기대대로라면 지금쯤 사령관에게 달려가싫습니다!’라고 읍소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반대는커녕 오히려 백현을 마중나와 있었으니까.

 

거의 5년만에 보는 듯한 찬열은 그때와 거의 다를 것이 없는 모습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큰 키를 자랑하듯 시원스레 걸어오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얼굴에는 짓궂은 미소마저 걸려 있어서 백현의 인상이 더욱 우그러졌다.

 

 

“오랜만입니다, 변백현씨?”

“……예에, 오랜만이네요. 박찬열씨.”

 

 

어금니를 꽉 깨문채여서 거의으른믄으느으라고 들릴만한 인사를 건넸지만, 찬열은 반대로 이 상황이 꽤 즐겁다는 듯이 씩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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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거 뭐라고 하지???문체???가 되게 좋아요..평소에 굉장히좋아하던거...♥ 백현이랑 찬열이가 무슨사이길래 저렇게 날뛰는지 궁금하네요 잘보고가여!!!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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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대밬ㅋㅋㅋ완전재밌어요ㅠㅠㅠ백현이는 왜 찬열이를 싫어하는거죠?궁금하닼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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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신알신하고 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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