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권지용. 나이 스물 일곱. 한 회사 내의 팀원들간 팀장을 맞고있는 평범한 회사원. 태어날 때 남들보다 약간 우세한 재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 말 그대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왔고,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나이에 팀장도 맡고 내 명의로 된 오피스텔에서 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재수없게 들릴 지는 모르겠지만 겉모습도 나쁘지 않아 여지껏 살아오며 많은 고백도 받아왔다. 온통 좋은 것들로 도배 되있을 것만 같은 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아니, 단점이라기 보다는 약점에 가깝다. 나에게 있어 아킬레스건 같은 그 점은 회사 내 팀실 팀원들 중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별거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이건 별거다. 별거의 수준을 넘어선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그’니까.
처음 진짜 내 모습을 알게 된 건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 시즌 쯤 이였을 거다. 같은 반 친구를 내가 생각해도 동경의 감정 그 이상으로 느껴져 혼자 속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 내려진 결과였다. 물론 부모님께는 절대로 말씀 드리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 인터넷하다가 커밍아웃 했다는 사람들 보면 대단하게 느껴지기 그지없다. 일부러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부모님 때문이더라도 억지로 여자를 몇 번 사귀기도 해봤다. 스킨쉽도 해봤고 잠자리도 가져봤다.
그래, 문제는 관계였다. 스킨쉽도 사실 별 감흥이 안 느껴져서 이성을 사귄다는 것에 부질없음을 느끼며 시도했던 관계에서는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나의 것 자체가 일어서질 않았다. 여자를 사귀어도 소용없음을 느끼니 쓸떼없는 짓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아 나는 회사에 들어와서도 나에게 고백하는 그녀들을 전부 물렸다. 단지 내가 싫어서가 아니였다. 그녀들에게 미안해서였다. 이쯤되니 회사 내에서 더이상 내게 고백하는 여자들은 거의 없어졌다. 간혹 나와의 발전을 원하는 속셈이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하며 다가오는 여자들이 몇 있었으나 당연히 물렀다.
그리고 우리 회사, 내 팀으로 그가 입사를 했다. 첫 눈에 반하기 힘들다? 아니, 아니다. 힘들지 않다. 너무 쉬워서 탈이다. 난 그대로 첫 눈에 그에게 반했다. 여자들이란 사막에 ‘그’라는 오아시스를 만난 것 처럼. 하루 일과 중 그의 업무를 돕는 척 하며 그의 모습을 내 눈에 담는것이 있을 정도로 나는 그에게 계속 끌렸고, 빠져들었다.
이러한 상황들이 내게 은밀한 비밀을 생기게 해버렸다. 그의 강렬한 눈빛과 조금 살짝 올라가 있는 입꼬리에 듣기만 해도 흥분이 될 것 같은 목소리는 밤늦게 야근을 핑계 삼고 팀실에 남아 자기 위로를 하게 만들어버렸다. 그것도 그의 자리에서. 그저 상상으로만. 아무것도 그 어떠한 환영도 보지 않고 듣지 않은 채 오직 상상으로만 그를 떠올리며 몰래 손으로 나의 것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꼬리가 너무 길었던 난 잡히고 말았다. 그것도 ‘그’에게.
T u b e r o s e
; 위험한 관계, 위험한 쾌락.
N a m e . Byeol
2. 비 밀2
지용이 묵묵무답으로 일관하자 승현은 담배를 최대한 길게 빨았다. 그리고 아주 고의적으로 지용의 얼굴을 향해 연기를 내뱉었다. 지용은 숨을 참았다가 안되겠는지 손으로 담배 연기를 휘휘 저어 사방으로 흩어지게 한 뒤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 모습이 웃긴지 승현은 담배를 쥔 손으로 앞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숙여 조금 웃었다. 지용은 눈살을 찌뿌린 채 여전히 남아있는 담배 연기를 입으로 살살 불며 최대한 흩어지도록 했다.
「무언의 긍정이라고 생각해도 되요?」
「……」
지용이 아무 말 하지 않고 승현을 쳐다보았다. 관자놀이를 괴고 고개를 살짝 비틀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 있는 승현이 섹시하게 느껴져서 지용은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어라.」
승현이 천천히 관자놀이에서 손을 떼고 옆으로 돌아간 지용의 옆선을 빤히 쳐다보았다.
「팀장님 은근히 옆모습이 예쁘네요.」
난데없는 칭찬에 지용이 눈썹을 팔(八)자로 구겼다. 놀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내가 생각한 레퍼토리는 이게 아닌데.」
담배를 다 핀 승현은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 끄며 말했다. 네가 생각한 레퍼토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지용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승현이 시킨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쓰다. 너무 쓰다. 입안에 기분 좋지 않은 맛이 맴돌았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 말라면서 매달릴 줄 알았는데.」
「……매달려 줘? 다른 사람들한테 제발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매달릴까? 그러면 되?」
「그러면 저야 좋구요.」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용은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손톱을 틱틱거리며 지용이 승현에게 묻자, 승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몸을 최대한 뒤로 기대었다.
「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
「그럼.」
「듣고 싶은 말이 있는거지.」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지마……이거?」
「아니, 나 좋아하냐고.」
어디서 반말이야, 라고 말하기에는 지용 자신에게 있는 상황으로써는 그럴 입장이 되지 않다는 걸 알고 입술을 깨무는 행동을 하는게 다였다.
「솔직히 말할게요.」
승현이 의자에 최대한 기대었던 몸을 앞으로 일으키며 지용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팀장님이 저 좋아하시던 말던 상관 안해요.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별 관심 없는데 까놓고 말하자면 그래도 나 좋다고 내 자리에서 그러고 있던 사람이 이렇게 나오니까 좀 화나요. 일부러 숨기고 있는거 보기 안 좋아요. 이왕 들킨 김에 좀 적극적으로 나와줬으면 하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은 팀장님 정도면 거절 할 이유가 없거든요, 저는.」
지용의 심장 울림이 쿵쾅거림에서 두근거림으로 바뀌었다. 심장이 너무 세게 두근거려서 목울대가 다 울릴 정도였다. 거절 할 이유가 없다고? 나를 거절 할 이유가 없어? 의아함에 지용은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차고 넘쳤지만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못했다. 질문들이 서로 섞이고 엉켜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지금 입을 열고 말을 하면 분명 이상한 말들만 튀어나올게 뻔했다. 지용은 심하게 떨리는 목울대를 진정시키려 한 쪽 손으로 제 목을 주물렀다.
「지금 당장은 팀장님을 좋아할 수는 없어요. 나도 내 인생 살아온 가치관이라는게 있으니까. 대신 팀장님이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면 그럴 의향은 있는데.」
「승현씨.」
대화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 해서 지용은 다소 급히 승현의 말을 잘라먹었다. 승현을 부르는 제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이 느껴져 창피한 지용은 마른 침을 몇 번 삼키고 혀로 입술을 축이다 승현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승현씨 한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까지 승현씨랑 어떻게 잘 해보려는 마음 없어. 나도 솔직히 말하자면 승현씨한테 그런 모습……들켜서 지금 승현씨랑 이러고 있는거 민망해. 내가 승현씨를 좋아해서 승현씨 기분 상했으면 사과할게. 사과로 만족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승현씨가 시키는데로 다 하던지 할테니 그런 말 삼가해줘.」
「정말 나랑 어떻게 해보려는 마음이 없어요?」
「……없어.」
「정말?」
「…….」
「내가 원해도?」
지용이 눈이 순간 토끼만큼이나 커졌다.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닌가 싶어 두 눈을 깜빡이다가 승현을 쳐다보았다. 승현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지용은 정말 승현에게 말한 것 처럼 승현의 앞에서 자신 좀 봐달라는 갖은 노력을 다 하면서까지 승현과 잘 되려는 마음은 없었다. 그건 진심이였다. 그런데.
「방금 한 말 팀장님으로써 책임 지실꺼죠?」
「…….」
「시키는데로 다 한다는 말.」
승현의 눈빛이 점점 변해갔다. 질 좋은 먹잇감을 앞에 두고 먹잇감이 벌벌 떠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는 맹수같이 보였다.
「내가 만족할 때 까지 시키는데로 하기. 그거면 되겠네요. 그 날 받았던 내 충격들에 대한 보상.」
「잠깐만, 승현씨. 최승현씨.」
제 할말은 다 끝나 이제 볼일이 없다는 듯이 승현이 커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지용이 다급하게 승현의 이름을 불렀다. 평화로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지용을 내려다 보는 승현의 눈빛은 잔잔한 파도같이 보였다. 마치 방금 전 까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것 마냥.
「나는 아직 제대로 사과 안했는데……내가 제대로 사과하고 그래도 마음에 안 들면, 그 때…….」
「제대로 사과 어떻게 하시려구요. 뭐, 춤이라도 추면서? 비싼 밥 집 데려간 다음 비싼거 먹이면서? 아니면 무릎 꿇고 싹싹 빌기라도 할거에요?」
「…….」
「저 팀장님이 저한테 무슨 이유로든 사과하셔도 만족 못해요. 적어도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들이려면 그 사과가 내 마음에 들어야 받아들일 수 있는거 아니겠어요? 그쵸?」
「승현씨…….」
「이름 닳겠어요. 그만 부르고 이제 들어가죠.」
그렇게 승현이 받은 충격에 대한 보상이란 이름의 입막음이 시작됐다. 지용의 의지가 아닌 순전히 승현에 의한 타의에 의해서.
◇
새벽 3시. 조용하고 깜깜한 지용의 방에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너무 세차고 진동세기가 쎈지라, 지용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 새벽에 지용에게 전화를 걸 유일한 수신자는 굳이 핸드폰 화면을 확인해 보지 않아도 뻔했다.
「여보세……요…….」
- 자요?
새벽이라는 시간적 배경과는 달리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승현의 목소리는 쌩쌩하기 짝이없다. 지용은 승현에게 들리지 않게 핸드폰을 쥔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제 얼굴 가까이 이불을 끌어당기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었다. 눈도 떠지지 않는 자신에 비해 승현은 피곤함이 전혀 묻지 않은 목소리다.
카페에서 그 대화가 오고 간 후 일주일. 승현은 벌써 세 번째 새벽에 지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승현이 시키는데로 해야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시간 관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승현을 보러가야 하는 것이였다. 새벽에 처음 전화가 걸려온 날 지용이 승현의 말을 까맣게 잊고 수신보류로 설정한 뒤 전화를 받지 않자, 다음 날 승현은 지용이 제 눈 앞에 보일 때 마다 주변에 있는 사원들에게 ‘팀장님이, 팀장님께서, 권 팀장님은.’이라고 말하며 지용의 간 크기를 조여왔다.
그 후 두 번째로 걸려온 전화를 지용이 잽싸게 받았다. 그에 승현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말과 함께.
「……최승현씨.」
지용은 오늘로써 두 번째 방문하게 된 승현의 집에 들어섰다. 아주 환한 대낮처럼 집안의 불이란 불을 다 키고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영화를 시청하는 모습도 두 번째였다. 아직도 뻑뻑한 눈과 피곤함에 다 잠긴 목소리로 지용이 승현을 부르자, 승현은 지용을 쳐다도 보지 않고 제 옆 자리를 손바닥으로 탕탕 쳐댔다.
처음 승현의 집에 갔을 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지금 처럼 소파에 앉아 영화를 시청하며 지용과 영화를 보다가 영과 크래딧이 올라오고 TV화면에 광고가 뜨자 승현은 지용에게 그만 가보라고 말했다. 그 날의 어이없음이란 하늘을 찔렀으나 지용은 내색하지 않았다. 아니, 내색하지 않을 수 박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승현의 옆 자리로 가 앉으며 TV화면을 쳐다보았다.
그 때였다. 지용이 소파에 앉아 TV를 쳐다보는 순간 승현이 몸을 틀어 지용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깜짝 놀란 지용이 움찔거리며 다리를 떨자 승현은 팔을 위로 뻗어 지용의 허벅지를 누르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 머리에 힘을 주었다. 지용은 몸이 굳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천장을 향해있던 승현은 몸을 왼쪽, 정확히는 지용의 배쪽으로 다시 고쳐누웠다. 히익, 하고 지용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얼른 두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잠이 도통 안와서요. 그래서 불렀어요.」
「스,승현씨가 잠이 안오는거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러게요. 별 상관도 없는데 그냥 팀장님 부르고 싶어서요. 왜요, 불만 있어요?」
눈을 감고 있던 승현이 눈썹을 찡그린 채 눈을 뜨고 지용을 올려다보았다. 지용은 얼른 그 시선을 회피했다. 없나보네요, 하고 승현은 눈을 다시 감고 좀 더 지용의 배쪽으로 얼굴을 밀착했다. 당황스러운 지용이 최대한 숨을 살살 쉬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던 숨쉬기를 신경쓰려니 부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졌다. 숨을 많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양이 적어지니 점점 숨고르기가 이상해져서 승현의 얼굴이 지용의 배에 확 닿는 순간. 지용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뜨겁고 긴 숨을 내뱉었다.
승현의 감겼던 눈이 도로 떠졌고, 지용은 고개를 뒤로 젖혀 팔로 얼굴을 가렸다. 민망했다.
「혼자 앉아있기 불편해서 그래요?」
「으,응?」
「하긴 소파는 좀 그렇네요. 가요, 방으로.」
뭐? 어디로? 눈으로 되묻는 지용이지만, 승현은 그런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지용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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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가요 이건 수험생분들 시험 잘 보셧나여! 보셧겟져 그렇담 한별 특유의 똥칠똥칠만똥칠과 함께 전 몸 좀 숨기러가겟슴다 1편에 댓글달아주셧던 분들! 감사드림니다 어......어.........없으시겟지만 ㅈ....저도 나름 아..암호닉이라는거.....야..야무지고 옴팡지게 받을수잇...ㅇ..ㅓ..요.. 그렇담 이만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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