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읽는데 방해가 되지 않게 소리 크기를 조절해주세요*
글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천천히 읽어주세요.
[세븐틴/전원우] 평행선공리
W. 러트
#원우시점
침실의 문고리를 잡아내려 문을 열어 들어가려 했지만 안에서 문을 잠궜는지 열리지 않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목이 다 쉬어 숨도 못 쉬고 꺽꺽대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이 다급해져 문고리를 세게 쥐어 잡아 위 아래로 몇 번을 철컥였지만 굳게 잠겨 열리지 않는 문이 나를 향한 지금의 네 마음같아 겁이 났다. 그래, 겁이 났다. 네가 받았을 충격과 배신감의 크기는 감히 가늠 할 수 없었다. 늘 자신보단 남을 먼저 생각하는 너는 아마 내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열리지 않는 방문과 한참을 씨름하다 문고리를 놓고 문 앞에 주저앉았다. 내겐 잠근 방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할 자격도, 숨을 헐떡이며 우는 너에게 울지말라고 말 할 자격도 없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할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수술할만한 돈이 있는것도 아니고, 머릿속의 종양은 점점 커져 신경과 혈관을 압박해왔다.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을 것이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때보다 네가 나 때문에 운다는게 더 힘들었다. 두개골이 쪼개질 듯한 통증보다 네가 점점 죽어갈 나를 지켜볼것이라는 사실이 더 아팠다. 내겐 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여자가 있고 그 여자의 행복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있다. 그 여자가 나 때문에 방안에 틀어박혀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 날 미치게했다.
“이름아. 듣고, 있어? … 미안해. 변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네가 나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했어. 가도 괜찮아. 나 버려도 괜찮아. 다 괜찮은데 울지만 마.
추우니까 이불 덮고, 보일러 꼭 켜. 감기 들라 ‥ 아프면 안 돼…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말고, 나 때문에.”
울다 지쳤는지 잦아들었던 네 울음소리가 다시금 문 밖으로 새어나왔다. 네가 나올 때까지 깨어 기다릴 심산으로 문에 머리를 기댔다. 그럴 염치조차 없지만, 네가 보고싶었다.
# 이름시점
밖으로부터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이름아, 나 왔어. 평소와 다름없는 나른한 너의 목소리가 날 미치게했다. 모든 상황을 파악한 듯 비닐이 툭, 떨어져 바닥에 비벼지는 소리가 나고, 네 발자국 소리가 침실 문 앞에서 멈췄다. 문고리를 잡아내렸지만 문을 잠근 탓에 열리지 않자 넌 깊은 한숨을 쉬었다. 문 너머로 들리는 단어 하나하나가 화살인양 내 마음을 후벼팠고, 날 걱정하는 너에 다시금 눈물이 고였다. 11월의 추위를 느낄 정신도 없이 울다 쓰러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칠흑같이 검은 우주를 외로이 떠돌았다.
다시금 눈을 떴을 땐 오늘이 며칠이고 몇 시인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조차 구분되지 않았다. 부은 눈두덩이가 시야를 가렸고 목소리는 쇳소리조차 나오지 않았으며 몸뚱아리는 물을 먹을대로 먹어 축 늘어진 빨랫감 같았다. 엉금엉금 기어가 휴대폰의 홈버튼을 누르니 2016년 11월 17일.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본 기억의 날짜는 11월 15일이니 이틀이 지났나보다. 그제서야 시린 추위와 한기가 느껴졌다. 이틀 동안 밥과 물 없이 차가운 방안에서 울다 쓰러지기만한 나는 덜덜 떨리는 몸을 끌고 사력을 다해 이불이 있는 곳으로 기어들어가 공허한 천장을 응시했다. 더 이상 쏟아 낼 눈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원우의 이름 석 자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눈 옆으로 가느다란 눈물줄기가 피부를 타고 흘러내려갔다. 그 때, 도어락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몽롱한 정신으로 최대한의 집중력을 끌어모아 문 밖으로 집중시켰다.
“... 히익, 야, 전원우, 일어나. 정신차려 ! 눈 떠봐 인마, 얼마나 이러고 있었어?
이 추운 날에 이불도 없이 방바닥에 덩그러니.. 미친놈 아냐 이거. 이름씨가 보면 어떡하려고 이래, 이름씨 지금 어디있어?”
“... 어떻게, 왔어.”
“병신새끼, 미련해서 못 봐주겠네. 휴대폰 안 봤어? 정한이형 한국 왔어. 카톡 안 읽길래 찾아왔더니 이게 뭐야, 열이 펄펄 끓네. 목소린 또 왜 이래. 이 꼬라지로 얼마나 있었냐? 이름씨는 어디있고.”
“모르겠어. 이름이는 방 안에.”
“... 무슨 일 있지.”
“응.”
“내가 생각하는 일.. 맞지.”
“... 응.”
깊은 한숨소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민규씨가 온 것 같은데, 민규씨의 말에 힘겹게 대답하는 원우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대화를 들어보니 원우가 방문 앞에서 잠이 든 것 같다. 몸 상태는 최악인 것 같은데, 안 그래도 아픈 애가 바보같이 이 날씨에 맨 바닥에서 이틀을 보냈나보다. 밖으로 나가기위해 바닥을 짚으려 팔에 힘을 줘 봤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네 상태를 묻기 위해 원우야, 하고 네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이름은커녕 쇳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방문이 잠겨진 상태라 밖에서 열지도 못 해 이도저도 못 하고 있는데 민규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씨, 안에 있어요?”
네, 민규씨. 원우는 괜찮아요? 제가 목소리가 안 나와서 대답을 못하는데, 문 좀 열어주세요.
“이름씨, 내 말 들리죠. 이름씨 지금 원우 밉고 배신감 드는거 당연해요. 충분히 이해하는데, 얘가 지금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요. 이름씨 기분 안 나쁘시다면 얘 이불 한 장 덮어줘도 될까요?”
민규씨, 잘 들려요. 원우 많이 아파요? 저 괜찮아요, 제가 그 무거운 짐 원우 혼자 지게 했는데, 너무 미안해서 죽어버리고 싶은데, 배신감이라니요. 민규씨,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제발.
“... 화 많이 나셨나보네요, 무슨 일 있으신건 아니죠? 이름씨, 실례지만 방문 잠깐 열어도 돼요?”
아뇨, 저 화 안났어요. 제가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러는데, 문 열어도 괜찮아요. 열어줘요.
“... 열지 마. 이름이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릴거야.”
“하아.. 이름씨, 충분히 마음정리하고 나와요. 말 못 해준건 정말 미안해요. 원우 많이 밉겠지만, 평생 미워하진 말아줘요. 이름씨도 원우 마음 알잖아요.
얘 버리고 가도 할 말 없는데 돌아오진 않아도, 시간이 좀 걸려도 괜찮으니 이름씨에게 말 못 할 수밖에 없었던 미련한 전원우 마음 이해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큰 부탁이라면 미안해요…
전원우, 나 간다. 이불은 덮고 있어라, 그러다 사람 하나 죽겠다. 뭐라도 좀 챙겨먹고… 이름씨 보내도 건강한 모습으로 보내줘야지. 이름씨 나오시면 전화 해."
민규씨, 가지마세요. 저 원우 미워서, 원우한테 화나서 안 나가는거 아니에요. 아아, 제발.
원우 네게 화가 나서 안 나갔던게 아니다, 라는 것을 말해주려 방을 나가기위해 다시금 다리에 힘을 줘 봤지만 몸이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한참을 아등바등대던 그 오랜 시간이 무색하게도 내가 사력을 다해 바닥을 짚고 문고리를 내려 방문을 열 수 있게 한 건 문 밖에서 들린 원우의 작은 신음소리였다. 꾸역꾸역 소리를 안으로 밀어넣는듯한 신음소리가 지속적으로 귓가에 맴돌았고, 필사적으로 기어나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민규씨가 덮어준 서재 안에 있던 이불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채로 쓰러져 제 머리를 부술 듯 잡아쥐며 신음하는 너였다. 하늘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왜 네게 이렇게 큰 짐을 얹어준건지, 그럴수밖에 없었다면 그 대상이 왜 내가 아닌건지. 아플텐데, 정말 아플텐데. 내가 나온 것도 모르고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게 싫어 이불더미를 있는대로 깨물며 바닥을 긁어대는 너의 모습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세찬 바람에 흔들리듯 덜덜 떨리는 네 등에 힘겹게 다가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널 감싸안았다. 얼마나 고통이 큰 건지, 내가 네 뒤에서 널 안았음에도 넌 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철통같이 네 입 안에 들어 찬 이불 새로 너의 물기 어린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너는 네 머릿속을 잠식해오는 종양때문에 아팠고, 나는 입술을 있는대로 깨물어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있는 너를 그저 지켜볼수밖에 없어 고통스러웠다. 범람하는 고통을 참으려 바닥을 긁어대던, 손톱이 깨져 피가 줄줄 흐르는 네 손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그제서야 내 존재를 인식 한 듯 넌 내 손을 꽉 잡아쥐고는 사정없이 몰아치는 통각과 신음소리를 참아보려 애썼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에 내 손만을 의지한 채 눈물 흘리는 널 꽉 끌어안고서 차디찬 바닥에 아픈 눈물을 흩뿌리며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어디선가 이 상황을 방관하고있을 신을 원망했다.
이제 시작인데 문득 겁이 났다. 앞으로 얼마나 더 아프고 힘들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수십 번, 수백 번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이 네 앞에서 우는 마지막 날이다, 네 앞에서 나약한 모습 보이는 건 오늘이 끝이다. 나까지 무너지면 안 됐다. 위태로이 흔들리는 너를 사력을 다해 지탱해야만했다.
그래, 늘 굳건하고 우직하게 나를 받쳐주던 널, 이제는 내가.
-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독자님들 !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현생이 너무 바빠서..
많이 늦었음에도 마음에 드는 글을 가져오지 못 했어요. 절 매우 치세요ㅠㅠ
연재 텀이 느려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 부탁드려요, 짬짬히 글 쓰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울뛰)
앞으로는 원우와 여러분의 마음 아픈 이야기가 전개 될 거에요. 평행선공리는 10편내외로 완결날것같아요.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세븐틴/전원우] 평행선공리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19/1/d8d7e027d331af9f95fe2ba85e697985.jpg)
![[세븐틴/전원우] 평행선공리 02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0/19/1/567b554ad240cf160322cece313fb23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