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면, 너와 나는 같은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동정, 동정이라고 했다. 다른 이들의 눈에서 너를 향해 보이는, 그런 동정. 너와 나는 남들과 달랐고, 같을 수는 없는 존재였다. 혀를 차고, 또 무시를 당했다. 우리는 남들의 시선과 취급을 원하지 않았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먼저 한 발짝 다가온 것이지. 우리가 한 발 멀어지면, 그것들은 두 발 더 다가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숨기고 살아왔다. 물론 너도. 다른 이들이 보는 것은, 내 온몸을 감싸 안는, 그저 그런 나의 껍질인 것이다. 그렇게 그리움과 허망함, 쓸쓸함에 잠식당한 나에게 오직 남아있는 것이라곤, 너. 너, 뿐이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눈을 감고, 귓가에 맴도는 얇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말이지, 태형아. 내 말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는 너의 목소리에 나는 감긴 눈을 떴다. 내 옆에 누워 손을 꼼지락거리며 자신이 어제 꾼 꿈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는 네 모습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언제까지 너는 내 옆에 있을 수 있을까. 더 이상 너와 나를 막는 어둠의 울타리가 없기를 바라.
“거긴 아주 넓은 들판이었는데, 거기서...”
“응.”
“...석진 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김석진?”
너의 사랑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지겹도록 들은 김석진,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는 너에게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진실을 감추고 있는 어두운 흑의 사람이었다. 너는 내게 자신의 짝사랑 상대에 대해, 그러니까 김석진에 대해 그렇게 얘기했다. 그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모두가 자신을 무시하고, 혀를 차도 그만큼은 나에게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고. 그 얘기를 들은 순간, 나는 너를 뜯어말렸어야 했다. 아니, 사실 뜯어말려도 소용없을 얘기였다. 내가 아는 그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실에 대해 고지식하지 않은 사람이었고, 칼끝처럼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세상에는 오직 너라는 행복뿐이었지만, 너에게는 김태형과 김석진이라는 두 가지의 갈래가 존재했다. 아니, 김석진이라는 사랑일지도.
“태형아, 나는...”
“.......”
“나는 김석진을 사랑해.”
“...응, 알아.”
“그렇다고 해도, 너만은 나를 떠나면 안 돼. 알지?”
“응.”
한치에 망설임도 없다. 네가 나를 밀어내지 않는 이상, 내가 너를 먼저 떠나가는 일은 없다. 나는 네가 없으면 살 수가 없으니까. 비가 올 때 항상 꼭 있어야 하는 우산이라는 존재처럼. 나는 항상 네 옆에 있어야 한다.
“내일 학교 간다.”
“응. 숙제는 다 했어?”
“으응, 아니. 나 혼날 거야. 석진 쌤한테.”
“...그래.”
“예전에는 학교 가는 게 싫었는데, 지금은 너무 좋아.”
아기 같은 웃음을 얼굴에 가득 띠워놓고는 침대 위에서 데구르르 구른다. 나는 네게 지금부터 시험을 해보려고 한다. ...학교 가는 게 왜 싫었는데? 내 질문을 듣자마자 홍조를 띠며 가득 올라갔던 광대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잔뜩 경직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쳐왔다. 반대로 이번에는 내 광대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왜, 왜 싫었는데?
“...김태형, 너.”
“왜 싫었냐니까, 응?”
“.......”
“탄소야.”
“.......”
“나는 네가 없으면 못 살아. 알지?”
“...지금 나 시험하는 거야?”
“너야말로 날 시험하려 들지 마.”
내게는 네가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첫 스타트 문장은 연성 소재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에게 먼저 한 발짝 다가온 것이지. 우리가 한 발 멀어지면, 그것들은 두 발 더 다가왔다.’
이 부분은 박지영 님의 달의 혼인을 인용했습니다.
역시 첫 화는 구독료 없이...
그나저나 더보기는 어떻게 하는거죠
어떻게 해야 눌렀을 때 글이 나오게 할 수 있는거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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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락간 연예인들 보면... 반응도 좀 무서울 때 있음.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