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었다. 민규는 항상 새벽 늦게까지 폰으로 다른 반 여학우들과 친목도모를 가장한 어장관리의 일종인 sns를 하느라고 적어도 새벽 3시 전에는 잠 든 적이 없었다. 새벽 동이 틀락말락하는 느즈막한 시간때에 잠시 눈을 붙이고는 8시가 다 가고 나서야 눈을 떠 교복만 대충 기어 입고 학교로 간다. 학교와는 고작 5분 거리인 집에 자취방을 얻어 혼자 살고 있었으므로 학교에 가겠다고 뛰어갈 필요도 없었고, 늦게 일어나 밍기적거리며 여유를 부려도 등짝을 매섭게 때려대는 엄마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젯밤은 알바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양말도 못 벗고 침대에 뻗었다. 휘적휘적 긴 다리로 침대까지 걸어갔던 기억은 나는데 그 다음 기억이 없다. 그정도로 피곤했었나 생각해보면 평범한 날과 다르게 유달리 피곤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데 이상하게 집에 들어가자마자 침대가 보였고, 민규는 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평소에 매일같이 들어가 여자애들과 시시덕거리던 페북이나 카톡은 전혀 확인도 하지 못했다. 거짓말 같이 눈이 떠진 새벽 6시에 일어나 폰을 확인하니 이미 메신저창은 답장하지 못한 메세지들의 향연으로 보기만 해도 머리가 찌끈거릴 지경이었다. 민규는 낯선 새벽 6시의 공기를 한껏 느끼며 생각했다. 씻을까. 어찌됐든 일찍 일어났으니 학교는 가야했다. 씻으면서 민규는 이상하게 몸이 개운함을 느꼈다. 눈은 말똥말똥했고, 피부에는 혈색이 돌아 윤기가 반질반질했다. 얼굴도 평소보다 배로 잘생긴 것 같았다. 하루 밤을 안샜다고 사람이 이렇게 달라보일수 있나. 민규는 거울앞에 서 제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며 감탄했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일찍 자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일찍 일어나 제시간에 등교를 해보는 영광도 얻었고 말이다. 민규는 씻고 나와 교복을 입고 머리를 말린 후 식빵 한조각을 꺼내 잼을 발라 먹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7시가 조금 넘는 시간밖에 되지 않은 것이 너무 낯설어서 민규는 어색해 했다. 민규는 대충 머리를 손질하며 파카를 꺼내 입고 자취방을 나섰다. 복도식 아파트의 맨 끝에 민규의 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나서면서 3월의 매서운 강풍에 몸을 으스스 떨고 있는데 별안간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항상 나가는 시간대나 들어오는 시간대가 달라 이사할 때 말고는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이웃이었다. 민규보다 앞 서 복도를 나서고 있는 남자는 민규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명찰색은 확인해보지않아서 몇학년인지는 모르겠는데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민규는 앞서 가고 있는 제 이웃의 뒷모습을 보다 이내 걸음이 느린 이웃을 앞질러 나갔다. 웬만하면 뒤따라 나가려고 했는데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걸음걸이가 느려 앞지른 것이다. 민규는 성격이 급해 느린 것을 잘 보지 못한다. 보기만해도 복장이 뒤집히고 열받았다. 민규는 괜히 헛기침 소리를 내며 남자를 흘겨보았다. 남자는 관심이 없는 듯 땅만 보며 느린 보폭을 유지하며 걸었다. 저 걸음으로는 5분거리인 학교도 20분은 걸려 도착할 것이다. 어찌됐든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다. 민규는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갔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하니 7시 49분이었고 이미 교실에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착석해있었다. 민규가 아침자습이 시작하기도 전인 시간에 교실에 들어온 것을 보고 놀란 민규의 친구들이 부러 오바하며 시비조의 환영인사로 민규를 격하게 반겼고, 그에 하나하나 웃으며 답을 해주다보니 어느새 자습 시작 종이 쳤다. 민규는 언제 시끄러웠냐는듯 바로 조용해진 반의 분위기에 적응이 안되어 괜시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민규가 일찍 왔다고 해서 딱히 할 것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옆자리 친구에게 콕콕 찌르는 장난도 쳐보고 손을 꼼지락 거리며 딴 짓을 해봐도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갔다. 민규는 이쯤돼서야 답지않게 빨리 온 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늘어지게 잠이나 자고 올걸. 하면서 말이다. 그 때였다. 한참을 열리지 않던 교실의 뒷문이 열리며 작은 소음을 냈다. 워낙 작은 소리라 웬만큼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선 사람이 아니고서는 듣지 못할 것 같았다. 교실문을 연 사람은 놀랍게도 아침에 봤던 옆집남자였다. 옆집남자, 아니 옆집애는 아침에 봤던 그대로 검은 목도리를 목에서 눈 밑까지 칭칭 두르고 땅만 보고 걷고있었다. 아침에 단정했던 머리칼은 바람을 피해간듯 여전히 그대로 단정했다. 옆집애는 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제 자리로 걸어갔다. 구름을 타고 다니는 것 처럼 기척이 없다. 자리에 앉을 때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목도리를 풀어 가방안에 넣는 순간에도 가방지퍼 여는 소리하나 안냈다. 그 애는 단정하게 차곡차곡 접은 목도리를 가방에 넣고나서 속에서 책을 한권 꺼내 익숙하게 책갈피를 찾아 펼치곤 읽기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 애 주변에는 묘하게 막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애 주변만 공기의 흐름이 다른 것 같다. 저렇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애가 우리반에 있었나? 학기가 시작한지 이제 일주일이 조금 넘어서 민규가 몰랐을 수도 있지만 저렇게 풍기는 분위기가 특이한 애를 이때까지 몰랐다는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민규는 드디어 할 일이 생겼다. 옆집애가 교실에 들어온 건 8시 7분 쯤이었다. 지금부터 민규는 8시 30분까지 저 애를 관찰할 거다. 심심했던 참에 좋은 관찰대상이었다. 지금까지 민규가 노골적으로 시선을 주고 있는데도 눈길한번 돌리지 않는 걸로 보아 계속해서 쳐다본다해서 뭐라고 할 것 같진 않았다. 설사 뭐라고 따지려 든다고 해도 민규는 그저 친해지고 싶어 쳐다봤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민규는 본격적으로 자세를 옆집애가 앉은 쪽을 향해 틀었다. 민규는 창가쪽 맨 뒤에서 두번째줄에 앉아있었고 옆집애는 뒷문쪽 뒤에서 셋쨋줄에 앉아있었으니 거의 바로 직각으로 자세를 튼 것이다. 그런 민규의 이상행동에 반응을 한 건 옆집애가 아니고 제 옆자리 짝이었다. "미친놈아 그냥 쳐 자." "넵" 부리부리한 눈을 세모꼴로 뜨고 노려보는 짝에 민규는 다시 자세를 원상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엎드려 몰래 옆집애를 관찰하는 행위는 계속 되었다. 내용=제목=벚꽃. 매지컬. 체인지.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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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