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
w. 체리상
성적표를 받았다. 식음을 전폐하며 시험공부에 모든 힘을 쏟았지만 그간의 행적이 있었기에 성적이 떨어진건 사실이었다. 많이 떨어진건 아니었지만 다음 성적까지 합쳐도 만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매일 밤을 새다 시피 했다. 점심시간에는 친구들이 밥을 먹으러 가면 공부를 하다가 친구들이 돌아올때쯤 잠을 깨려고 운동장을 돌았다. 언젠가부터 운동장을 돌고 오면 책상위에 과일이나 샌드위치 같은 것들이 놓여있었다.
-몸 좀 챙겨가면서 해 라던가 -또 말 안 듣지 처럼 익숙한 필체로 다정한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과 함께.
한달동안 내린 벌치고는 너무 다정한 권순영이었다. 권순영은 여전히 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허리께까지 오던 머리를 턱 보다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는 단발로 잘랐다. 그동안 긴머리가 귀찮기도 하고 무겁기도 해서 자를까 말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자르고 나니 훨씬 깔끔해 보인다. 권순영은 내 긴 머리를 좋아했는데, 아마 단발이 된 내 머리를 보면 속상해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권순영을 못본지도 2주가 넘었다. 복도나 급식실에서 오다가다 만날 법도 했으나, 꽤 오랜시간 점심을 안먹기도 했고 워낙 반에만 붙어 있다 보니 만날 기회가 없었다. 순영이 너무 보고싶고...나 너무 쓰레기고...
얼마 전, 이동수업 중에 부승관관 이석민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나쁜 년... 우리 순영 씨 뺏어갔으면 보란 듯이 잘 살았어야지! 니가...니가 어떻게 우리 순영 씨한테..."
아, 다시 생각하니 정신이 혼미하다. 안 그래도 평소에 말하는 것도 시끄러워 죽겠는데,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역시 우리의 아지트는 매점. 보름달과 피크닉을 입에 물리니 조용해졌다. ...? 어디서 본 것 같은 장면인데? 보름달과 피크닉을 번갈아먹던 부승관과 이석민이 그제서야 안부를 물었다.
"요새 어때?"
"어떻긴 딱 죽고 싶지. 나는 쓰레기지? 승관아, 석민아."
"ㅇㅇ... 그래도 빨리 정신 차려서 다행.OO가 재활용도 안될 뻔 했잖아"
"몰라... 순영이 너무 보고 싶어. 순영이는 어때?"
"순영이 뭐, 잘 살지 뭐."
곧 종이 치겠다며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부승관과 이석민은 어쩌겠어 네 잘못인데. 힘내라.라며 약 올리는 건지 위로를 해주는 건지 모를 덕담을 던지고 문과반으로 떠났다.
오늘로 딱 18일 째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순영이네 반 앞이고. 그... 한달 채우려고 했는데, 사람이 얻어 먹은게 있으니까... 보답겸... 맞다, 우리 엄마가 받은게 있으면 꼭 돌려주라고 했다. 응, 그것 뿐이야. 진짜로. 딸기우유 마시면서 내 생각 났으면 좋겠다 8ㅅ8 순영이네 자리는 그대로였다. 교실 제일 중앙. 순영이를 처음 본 그때 처럼 우유 겉에 맺힌 물방울을 소매로 닦고 책상위에 놔뒀다. 책상 유리 밑에는 우리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첫 데이트때 강아지 카페에서 찍은 사진, 체육대회, 수학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비롯해 내 증명사진, 순영이가 찍은 내 사진. 시험칠때 다 뺀다고 힘들었겠다. 추억에 젖어 가만히 보고 있는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 빨리 나가야지.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뒷문이 열린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순영이었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어... 순영아? 내가 먼저 입을 떼자 순영이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꼭 안아준다. OOO. OO야, 보고싶었어 진짜. 오랜만에 안긴 순영이의 품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화이트 머스크향이 났다. 너무 좋다.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좋다. 그날 저녁 야자를 마치고 나오니, 우리가 항상 만나던 계단에서 순영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8일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순영이와 나는 어색함 없이 손을 잡고 운동장을 걸었다. 내가 순영아 오늘은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순영이는 늘 그랬듯이 응, 그랬어? 하면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어줬다. 집 가는 길이 너무 아쉬워서 동네를 몇 번을 돌았는지 모르겠다. 예상과는 달리 권순영은 단발이 된 내 모습을 보고 너무 좋아했다.
"순영아, 나 머리 자른거 별로야?"
"아니, 예뻐. 너무 예뻐"
"진짜? 근데 긴머리 좋아했잖아"
"사실 긴게 더 좋긴한데, 아니야 단발이 더 귀여워"
정말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표정과 함께.
이번에는 권순영이 내게 말했다.
"OO야 달이 밝아"
오랜만에 듣는 사랑고백에 볼이 빨개져 어쩔 줄 몰라 하자, 순영이가 다가와 쪽- 하고 뽀뽀하고 씩 웃는다.
그러면 나는 또 심장이 아프고. 밤 공기가 달다. 누가 공기에 설탕 섞으래. 누구야 나와. 잘했어. 진짜 설탕 탄 공기에 취한게 틀림없다.
어쩌면, 권태기가 나에게 한번 더 올 수도, 순영이에게 찾아올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랬듯이, 늘 그래왔듯이 잘 견뎌낼것이다. 당장 내일의 일도 모르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우리는 지금에 충실하다는 것. 처음과 같은 설렘을 기대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처음 본 그때 보다 사랑할 자신은 있다. 다시 한번 이과쟁이였던 저에게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뇌의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한 권순영 고맙고 사랑합니다.
完
안녕하세요 체리입니다. 장장 15화에 걸친 이게 무슨 일이야가 막을 내렸네요. 처음에 글을 썼을 때는 댓글이 13개 남짓했는데, 여러분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초록글에도 올라보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어떻게 끝을 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무일방식대로 잔잔하게 끝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너무 감사드려요! 참 원우 외전은 일주일 후에 삭제할 예정이에요! 분명 상 까지는 마음에 들었는데, 갈수록...(말잇못) 원하시는 분들 계시면 글을 고쳐서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땐 아마 상,하 두편일것같아요! , 제 딸기우유상들 사랑합니다!
내 딸기우유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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