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으로 품엔 무거운 전공책을 가득 들곤 코너를 도는데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로 우뚝 서 있는 권지용이 보였다. 권지용을 보자마자 자동으로 움찔거리며 어느새 슬쩍슬쩍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뒤로 가면…. 천천히 백스텝을 밟다가 발이 꼬여 품에 안고있던 전공책들이 쿵 무거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고 내 몸뚱아리 역시 둔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꼬구라졌다. 우당탕 큰 소리가 나자마자 순간 조용히 입을 다문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권지용 역시 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권지용이 바닥에 엉덩이를 찧어 꼬구라져 있는 내 모습을 보더니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내게 제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하, 하하…. 다, 당연 괜찮죠. 멀쩡해요!"
"다친 곳은 없고?"
"네!"
권지용의 물음에 당황하며 우렁차게 '네!'하며 대답했는데 그만 삑사리가 나고 말았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쿡, 쿡 웃기 시작하는데 권지용은 아직도 자기 혼자 심각한 얼굴로 내 몸 이 곳 저 곳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으으, 부끄럽게 이게 무슨 꼴이야. 얼른 권지용의 손을 잡고 일어나서 툭, 툭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 내었다. 권지용이 허릴 숙여 바닥에 흩어진 내 책들을 줍기 시작했다. 선배, 제가 주울게요! 허둥대며 책에 손을 뻗으려 하는 순간 권지용이 바닥에 흩어진 마지막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받아들기 위해 손을 뻗는데 권지용은 그런 내 손에 깍지를 끼며 손을 맞닿아 왔다. 이러면 곤란한데…. 잔뜩 당황한 얼굴로 권지용을 바라보자 권지용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데려다 줄게."
"아 … 아녜요!"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
"그래, ㅇㅇ아. 지용이가 데려다 준다는데 그냥 지용이 차 타고 가."
손까지 휘휘 내져으며 거부 의사를 표했는데도 권지용 옆에 서있던 여자 선배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권지용의 편을 들었다. 그러니까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선배 뒤에서 절 죽일 듯 쏘아보고 있는 여자 애들이 무서워서 편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가지 못 하겠다구요. 그리고 차를 타고 가면 이건 완전 권지용이랑 나랑…….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었지만 진심으로 걱정되는 듯 한 표정의 권지용을 보니 또 그럴수가 없어 결국엔 몰래 휴우 한숨을 내쉬곤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권지용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활짝 웃더니 맞잡은 손을 끌며 날 자신의 차로 데려갔다. 착하고 인기 많은 선배 답게 여자 후배들에게 먼저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바쁜 거 아니였어요?"
"별로."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나 집이 코 앞이잖아요."
"이렇게 단 둘이서 얼굴 보고 말 하고 싶었는데 네가 도통 날 아는 척 하질 않잖아."
"내가 학교에선 가급적이면 아는 척 하지 말자고 했었잖아요."
차에 타기 전 까지는 잔뜩 당황스러운 얼굴로 허둥댔지만 차에 올라타고 나니 온 몸에 힘이 쫙 빠지는 느낌에 푹신한 차 시트에 기대어 권지용에게 삐딱하게 말했다. 권지용이 부드럽게 핸들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가며 푸스스 하고 작게 웃어보였다. 아니, 사람이 말을 하면 왜 매일 웃기만 해요? 진짜 궁금한 마음에 소리를 빽 지르며 말하자 권지용이 운전대를 잡지 않은 왼 손으로 제 귀를 막으며 소리 지르지마 하며 고상한 척을 해댔다. 아주 왕자님이다. 그래요, 너 잘났어요. 살짝 삐진 척을 하며 고갤 돌려 시트에 몸을 기댔다. 그러니 권지용이 평소와 같은 달콤한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학교에서 내가 아는 척 하는 게 싫어? 나 네 남자친구잖아."
"싫은 게 아니죠. 내 동기와 선,후배들은 이렇게 잘나신 분이 제 남자친구라는 걸 모르거든요."
"그러니까 알리자고, 학교에."
"누구 생매장 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요?"
우리 학교의 유명 인사이자, 착한 선배이자 후배인, 모든 여학생들의 이상형이라면 이상형인, 지금 내 옆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이 멋진 남자는 놀랍게도 내 남자친구이다. 신입생 OT와 과 MT 때 안면을 트고 천천히 말을 트고, 남들 몰래 급속도로 가까워진 권지용과 나는 스물스물 썸씽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권지용이 내게 고백했다. 이 잘난 권지용이 내게 사귀자며 먼저 고백을 했다. 손해 볼 것도 없고, 마음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기에 바로 수락을 하긴 했지만…. 알리기가 두렵다. 친한 동기에서 장난식으로 나 지용선배랑 사귄다 라고 말 했을 때 동기가 진짜 진심으로 무섭게 정색하는 걸 보고 바로 장난이야 라고 말 했던 건 권지용한테 비밀이다. 장난이라고 말 한 나를 보고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는 내 등을 팡팡 때려가며 야, 장난이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은 치지마! 권지용의 그녀가 슈퍼모델급이라면 인정하겠는데 만약 너같은 애면 생매장 당한다? 라고 말한 것도 당연 비밀. 친구의 반응이 이러는데 다른 동기들과 선, 후배들은 어떨까? 생매장 보다 더한 것을 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 그 날 밤 바로 권지용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귀는 거 다른 사람에겐 비밀이예요, 학교에서도 티 내지마요. 라고. 물론 권지용은 서운한 표정을 하며 날 이해할 수 없다고 했지만 그냥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난 너랑 학교에서, 친한 선 후배 사이가 된다는 게 싫어."
"저도 싫긴 마찬가지예요. 그냥 아예 모르는 척 했으면 좋겠다."
"야, 존나."
"어, 또 욕 한다. 나 욕하는 남자 싫다니까."
"…아오! 진짜."
차를 정차시켜 놓곤 자기 혼자 화를 내며 작게 욕을 하는 권지용의 손 위에 슬쩍 내 손을 겹쳤다. 권지용이 화를 내다가 내 손의 온기를 느낀건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권지용과 내 시선이 허공에서 겹쳤다. 상체를 앞으로 젖혀 권지용의 예쁜 그 입술에 내 입술을 잠시 붙였다가, 뗐다. 촉 하는 부끄러운 마찰음이 좁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아직은… 무서워서 그래요. 내 남자친구가 이렇게 잘난 사람인데, 난 초라하니까 당연한 거 잖아."
"……넌 가끔 네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 해."
"……."
"그래서 더 날 미치게 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권지용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내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춰왔다. 운전자석과 조수석에 앉아 불편하게 상체를 앞으로 젖혀 서로의 입술을 탐했다. 권지용이 부드럽게, 마치 첫 키스를 하는 것 처럼 더 깊숙히 입을 맞춰왔다. 키스를 하다말고 살짝 눈을 떠 권지용을 바라봤다. 권지용의 긴 속눈썹 위로 살짝 하얀 먼지가 내려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벌려진 입술 사이로 푸스스 낮게 웃음을 내뱉자 권지용이 감은 두 눈을 부릅 뜨곤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눈을 휘며 웃어보이니 권지용이 그제서야 내 입술에서 제 입술을 떼어 냈다. 마치 떼 쓰는 아이같은 표정을 하며 인상을 잔뜩 구기곤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그래서, 싫어?
아니, 그래서 좋아
나도 권지용 니가 좋아
어, 그건 고마운데… 근데 왜 반말해
분위기 깨는 건 선배가 최고다. 나 집에 갈래
야, 근데 너 언제까지 나 선배라고 부를거야?
* * *
껄껄 이번 편은 많이 짧죠? 욕하는 거 다 압니당!!
짤도 재탕했는데... 혹시 눈치채신 분들 계신가옄ㅋㅋㅋㅋㅋ낄낄 절 치세요
자기 전에 한 편 올려 놓고 자는 게 맘 편할 것 같아서 급히 쓰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학교 짱ㅋㅋㅋㅋㅋㅋㅋ 인기 짱인 대학 유명인사 권지용이랑.. 쭈구리이고 덤으로 겁도 많인 찌질한 나의 이야기예요
뭐 더 이상 설명 할 것도 없네요.... 오랫만에 망작 of 망작!!!!!!!
요즘 칭구랑 운영하는 트윈홈에서 호모 돋는 글도 쓰고(컾링은 비밀*^^*뿌끄) 여기서 망상도 써야하니까 정말 듁겠어요..
친구 필력에 밀려서 못 쓰다가 지인 도움 받아서 부족한 점 수정하면서 쓰고 있는데..ㅋㅋ.. 재밌네여 아직 신생아지만
그러니까 본론은... 이제 지디 망상글이 뜸해 질 것 같아요ㅠㅠ엉엉
요즘에 주말에 1~2편 올리는데 앞으론 1주일에 1편 올라올까 말까ㅠㅠ....할 것 같아요 죄송함당...
제 글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또 다른 텍파?도 준비 중이니 조금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랄게여ㅠㅠ엉엉ㄹㄹㄹㄹㅇ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_ _) 지디와 함께 굿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