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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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머리에 있는 양, 두근거리는 소리가 머릿 속을 울린다. 눈 앞이 흐릿해졌다 또렸해진다. 마지막, 지옥같은 이 곳도 오늘로 끝이다. 이곳만 넘으면 다 끝난다. 얼마 안 남았어. 이리저리 울려대는 경비음에 번쩍거리는 라이트.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지금 내 뒤에는 녀석이 따라오고 있다는거다. 그 녀석. 백일 간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히던 녀석. 우리가 개새끼라고 부르던 놈. 그 녀석은 진짜 개새끼인지도 모른다. 미친 개새끼. 모두 입을 모아 녀석은 싸이코 이거나 마약한 놈이 분명할거라고들 한다. 물론, 나도 동감이다. 겉만 멀쩡하게 생겨서는 속 알맹이는 썩어 문드러진. 철저하게 교육된 듯 한 괴물.
아차 할 새도 없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뒷통수가 잡혀 철문에 짓눌렸다. 숨소리가 거칠게 터져나가고 마치 터지기라도 할 듯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소리가 녀석에게 들릴 것 만 같았다. 녀석은 마치 커다란 사냥개의 으르렁거림을 내는 듯 했다. 녀석에 의해 벽에 처박아진 머리가 아파왔고 녀석이 온 몸으로 눌러대는 탓에 갈비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뒤로 꺾여 잡힌 양 팔을 부러트리기라도 할 것 처럼 거칠게 잡아챈다.
"새끼, 삽질하네. 나가게?"
분명 계획은 완벽했다고 생각했다. 계단만 내려가면 되는 데, 이 문 너머에 있을 계단만! 하필 재수가 없어도. 문을 열어두겠다던 녀석은 어딜 간건지 굳게 닫힌 문은 나에게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 하는 것 같았다. 왜, 어째서. 같이 나가자고 그렇게 약속하던 녀석이 날 버린거지. 같이 가자, 도와주겠다고 하던 녀석은 없다. 이 빌어처먹을 곳에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망상이라는 듯, 녀석은 억지로 내 머리를 쥐어 잡아 바닥에 패대기 쳤다. 이리 처박고 저리 내쳐진 머리에 띵하다. 갈비뼈가 아리했다.
"미친, 가만히 있던 새끼가 왜 지랄이야. 그 새끼들이 잘 해주던? 갑자기 왜 튀어나가고 지랄이냐고."
툭, 툭. 발로 얼굴을 두어번 차더니 녀석은 주머니를 뒤적여 잭 나이프를 하나 꺼내들었다. 녀석이 일그러진 웃음을 내 비쳤다. 뭐야, 그 새끼 찾는거야? 혼자 튀어나가더니. 안 뒤졌나 모르겠네. 그 말에 갈곳을 잃은 시선이 이리저리 방황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나를 버린걸까, 무슨 일이 난걸까. 미친 개가 눈 앞에서 칼을 슬슬 흔들어보인다. 보여? 눈까리는 살아있지? 잘 봐. 씨익 웃어보이던 녀석이 나 보란듯이 나이프를 깊게 쑤셔 박았다. 배때기가 화끈했다. 억, 소리를 내기도 전에 녀석이 입을 틀어막는다. 꺽꺽대는 소리를 내니 녀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대로 상처를 휘감아 쑤셔댄다.
"입 닥쳐라. 찍 소리라도 내면 모가지를 확 따버린다."
여전히 시끄러운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대는 복도를 등지고 녀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새끼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라. 정 궁금하면 문 밖으로 나가봐. 지금 쯤 저 밑에 어디서 굴러다니고 있겠네."
당연하단 듯 말 하는 녀석의 말에 목 안쪽이 시큰했다. 녀석이 거칠게 칼을 빼낸 자리에서 검 붉은 피가 콸콸 쏟아졌다. 내 옷에 칼날을 문질러 닦더니 칼을 접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은 녀석이 나를 쳐다본다.
"뒤질꺼면 뒤지고, 살려면 따라와."
죽고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저 개새끼들 소굴에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다. 하지만 여기서 죽기엔, 너무 분하다. 결국 녀석이 사라지기 전에 따라가야 상처를 치료해서 다시 한 번 더 탈출을 하던 말던, 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살아야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낫다고 했다. 아직 죽기에는 많이 분하다. 나는 기듯 일어나 피칠을 한 발자국을 남기며 제 발로 녀석을 따라 걸어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문이 열려있다. 안 쪽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 걸 보니 이 안으로 들어갔구나 싶었다. 머리가 핑 돈다. 얼얼한 배를 쥐어잡고 이까지 걸어온 내가 생각해도 정말 나는 징하다. 계단을 미끄러지다 싶이 하며 내려가자 탁자 위에 작은 상자를 올려두는 녀석이 보인다. 계단 위에 걸터 앉아 널부러진 내 팔에 주사기를 찔러 넣는다. 아마도 모르핀이겠지. 몽롱한 정신에 몇 분이, 아니 어쩌면 몇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체 멍 하니 녀석이 실과 바늘을 들어 상처를 꿰메는 걸 보고만 있었다. 소독제를 들이 붓는 녀석을 보면서도 멍했다. 여기서 살아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걸까. 같이 탈출하자던 녀석처럼 그 방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녀석이 항상 입버릇처럼 말 했다. 그 방에 들어가느니 차라리 뒤져버리는 편이 편하다고. 탈출을 감행 해 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거기서 정신은 썩어 문드러지고 껍때기만 남던, 탈출을 하다 죽던 똑같다고. 아쉽게도 녀석은 탈출하지 못 했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그냥 감아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안간힘을 쓰며 잡아쥐던 줄을, 살고싶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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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짜, 워밍업! 인데 뭔가 글이 이상한거 같기도 하고...그러네요..으아아어러ㅏㄹ어랄러러호로로롤
지금 배고파 죽겠어요 (찡찡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