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지화 (解語之花) 01
- written by. 박스윗
- written by. 박스윗
一
매국의 전(前) 황제 호륭제(豪隆帝)가 47세의 나이로 병을 얻어 몇 주를 앓더니 곧 세상을 떴고
그의 아들, 황태자는 매국의 새로운 태양이 되었다.
그가 전대 선왕의 이념을 받들어 민심을 살피고 태평성대를 이루고자 함을 공표하며 황좌에 앉기가 2년 전.
매국의 새 황제는 2년이 지난 지금,
아래로는 만 백성의 존경과 신하들의 충성을,
위로는 상전마마들의 귀애(貴愛)을 받으며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
"폐하, 오찬(午饌)을 드실 시각이옵니다."
"벌써 시간이 그리 되었나?"
"예. 폐하. 그리고 자녕궁(慈寧宮 : *황태후의 처소)에서 오찬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연통이 왔사옵니다."
"태후마마가? 그리하지. 자녕궁에 갈 것이니 채비하라."
환관을 불러 책상의 상소문들을 읽은 것, 읽지 못한 것 나누어 정리해두라 명한
태형이 만춘전(萬春殿 : 황제가 집무를 보는 곳)을 나섰다.
황제가 행차하자 나이 많은 상궁이며, 어린 나인이며 할 것 없이
모두들 허리를 숙이면서도 눈동자로는 황제의 뒷모습마저라도 좇았다.
어쩜 우리 황제님은 이리도 인물이 훤한 것이래니?
낸들 아오, 선왕폐하도 잠룡시절부터 훤칠하셨고 황태후마마도 여간 고우셨소?
그 사이에서 두 마마의 좋은 점들만 쏙 쏙 빼내어 태어나셨을테니 어찌 아니 잘생겼겠소.
오늘도 빛이 나시네요. 이 피 말리는 궁 생활 중 몇 안되는 제 낙이어요.
-
"태후마마, 황제폐하 납시셨사옵니다 - "
"황상이? 어서, 어서 뫼시게."
꼬마아이였던 황자시절은 언제 있었냐는 듯 늠름한 당신의 아들을 보며 황태후가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태후마마, 소자 들었사옵니다.
"황상, 이 어미가 보고싶지도 않았습니까?
어찌 아침 문안 외에는 먼저 찾아오지를 않으십니까?
참으로 섭섭합니다."
자신을 꼭 붙잡고 그리웠던 마음을 전하는 어머니를 태형이 자리에 앉게 했다.
"태후마마. 진정하시고 우선 앉으세요.
요즘 정사가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불효를 부디 용서해주시고,
대신 오는 길에 소주방(燒廚房 : 수라간과 생과방을 포함하여 대궐안의 음식을 만들던 곳)에 송이산적을 수라에 올리라 일러두었습니다.
어마마마가 가장 좋아하는 찬이 아닙니까?"
"이 뒷방 늙은이를 늘 이리 염려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어찌 그리 말씀하십니까."
"그런데, 황상. 이 어미를 챙겨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나,
며칠 전부터 황후가 시름시름 누워 앓고 있다는 기별을 듣지 못했습니까?"
불편한 주제로 이어질 것 같은 대화에 태형이 알게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다행히 황태후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이러시니 소자가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겁니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지아비 되는 사람이 찾아가 보지도 않으신단 말입니까?
황후가 티는 안 내어도 무척 서운해하고 계실 것입니다."
"근래 정사가 워낙 바빠 그런 곳에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태후마마."
"그런 곳이라뇨? 황상은 말씀을 어찌 그리 무섭게 하십니까.
또한 아무리 정사도 중요한 업이나, 부인을 챙기는 것도 황제가 해야할 일 중 하나이지요."
"......"
"황후가 황궁 안에 든지도 황태자비 시절부터 해서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어찌 원자 소식이 들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
"이 어미가 듣기로는 합궁일이 정해져도 황상께서 이런 저런 이유로 합궁을 차일파일 미루신다고요?"
"...지난 달에 합방일에 황후를 찾아 가지 않았습니까?"
"찾아 가기만 하셨지, 황상께서 이리 황후를 꺼려하시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뉘가 압니까? 상궁들 말로는 ..."
태형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할 말은 산더미 같았으나 차마 어머니 앞에서 말할 만한 성질의 것들이 못 되었다.
괜한 말을 내뱉어 어머니의 심정을 어지럽힐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때 문 밖에서 들려오는 환관의 목소리에 태형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수랏간에서 오찬 수라를 대령했사옵니다."
"들라하라."
"...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로 관상감(觀象監 : 천문,지리,명과 등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좋은 합궁일을 다시 받아오겠습니다."
상궁들이 수라상을 들고 들어오자 그제야 황태후의 말이 멎었다.
겉으로 차마 티는 못 내어도 태형은 어마마마의 잔소리가 다른 때보다 일찍이 끝나 다행이라 여기며 수저를 들었다.
-
황태후와의 오찬을 마친 후, 침전(寢殿)에 돌아와 그림을 그리던 태형에게 문 밖의 상선이 아뢰었다.
"폐하, 황후마마 납시셨사옵니다."
"안으로 뫼셔라."
상궁들의 안내를 받아 황후가 침전 안으로 발을 들였다.
눈을 맞추고 인사를 올리려 하였으나 뫼시라 말만 전하고서,
저에게는 일말의 시선 조차 허하지 않는 태형에 황후가 짐짓 표정을 굳혔다.
아무리 늘상 있는 일이라 하여도 참으로 익숙해질 수 없는 감정.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책상 위로 고개조차 들지 않고 붓을 놓지도 않은 채 태형이 말했다.
황후는 아득, 이를 닫았다.
"...신첩이 지아비를 뵙는 데에 있어 어이하여 까닭을 물으십니까?"
어찌 제게만 그리 쌀쌀 맞게 구십니까...
황후가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갈 것만 같은 말을 겨우 삼켜냈다.
침전 상궁들,상선영감은 물론이거니와 그 천한 아랫것들에게도 하염 없이 친절하시어
여러 모로 황제로써의 덕목이 있는 분이라 칭송을 받고 있는 태형이였다.
그런 황제가 다른 그 어떤 이도 아닌, 황후인 자신에게만은 이리도 서릿발이 날릴 듯이 대하니 황후는 속이 꽉 막힐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냥 사내라면 황후가 지아비를 찾아 오는 데에 이유를 따져 물을 필요가 없겠으나, 황후.
황후의 지아비는 이 대(大) 매국을 다스리는 황제입니다.
황후가 불쑥 찾아온 때에 내가 중대한 정사를 논의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오?
그러니 앞으로는 이처럼 연통 없이 찾아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태형이 난초의 마지막 잎을 그리면서 다시 차가운 목소리를 내었다.
"들은 말을 이리저리 옮길 아랫것들이 있어, 찾아온 황후를 문 밖에서 바로 쫓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따로 찾아온 별다른 연유가 없다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말고 그대의 처소로 돌아가세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을 보여주는 태형에 황후가 반색했으나
이내 뱉어지는 말들과 그의 더없이 찌푸려진 얼굴에 더 이상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뒤를 돌아 침전을 나섰다.
밖으로 발을 떼자마자 칼같이 내려진 황제의 명에 닫힌 문을 보며 황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의 틈도 허락 않겠다는 듯, 꽉 닫힌 문이 침전 주인의 마음과 같구나.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는 것이 새로운 봄이 오는 듯 하는데,
어째 가장 원하는 이의 마음은 어찌 아직 냉한 겨울과 같단 말인가.
-
이튿날 아침, 경연(經筵 : 왕이 신료들과 함께 하는 학문 및 정치 토론)에 참석하고난 후,
태형의 기분은 티가 나게 몹시 들떠 있어 지나가는 이들 모두가 의아하게 여길 지경이였다.
우리 황제폐하께오서 어찌 저리 신이 나셨을꼬?
아기씨, 황자, 잠룡이시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스무해가 넘도록 황제폐하를 보아왔사온데 저리 즐거워 하시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고운 얼굴에 웃음꽃마저 피니, 천하 제일의 헌헌장부(軒軒丈夫 : 키가 훤칠하고 외모가 준수하며 의젓, 늠름한 남자)가 우리 폐하 아니고 뉘겠는가.
뒤에서 저를 향해 상궁들과 나인들이 떠들어대는 것을 들었으나, 태형은 그들을 꾸짖거나 벌하지 않았다.
'폐하, 예조판서 김병옥이옵니다.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말해보시오.'
'희국에 다녀온 사신단이 동맹 및 우호 관계 유지에 대해 희국 신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합니다.'
'음... 그런데?'
'그들이 희국의 공주와 황제 폐하께오서 혼인을 하여 피를 나누고, 두 나라의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자 함을 전해왔습니다.'
앞서 경연에서 들은 소식을 되뇌이며 태형이 샐샐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 상선에게 일렀다.
"연화원(戀花園)으로 가자!"
황제가 태자시절 국교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선왕과 함께 찾은 희국의 수화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넓은 화원은 빼곡히 수레국화가 채워져있었다.
화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터 놓은 돌길을 따라 태형이 화원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그 곳에는 단을 올려 심어 다른 오색빛깔의 수레국화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되어 있는 하얀 수레국화 한 포기가 산들바람에 살랑이고 있었다.
희국을 방문했을 당시, 희국 황제에게서 받아온 흰 수레국화씨를 심어 꽃 피우고, 또 그의 씨를 심어 꽃을 피워 심어진 꽃이였다.
'희국의 공주?'
'예, 폐하.
희국 황제가 특히 애정하여 만지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키운 금지옥엽 공주라 하옵니다.
그런 공주를 선뜻 매국에 보내는 것은 황제 폐하께오서 공주마마를 귀히 다루어주실 것임을 알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 전해달라 했사옵니다.
두 공주 중 첫째인 자련공주는 이미 오래 전, 희국 사람과 혼인하여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어
이번에 폐하와 연을 맺게 되는 분은 ......'
"이 수많은 꽃들 사이에, 이 흰 꽃이 특히나 무척 아름답구나. 상선, 네 생각은 어떠하느냐?"
"예, 폐하. 제일 가게 고운 꽃입니다."
"그래, 역시 그렇지?
참, 그리고 상궁들에게 일러두어라.
이제 단 한 송이의 수레국화라도 상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또 신경을 써야해.
한 치의 거슬림이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곧 연화원의 주인이 올 것이니. "
'둘째 공주이신 탄소공주라 하옵니다.'
*
안녕하세요, 박스윗입니다 :>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를 손과 머리가 못 따라가주네여 ;ㅁ;
그리고 저는 글을 길게 못 쓰는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소쌍해 ,,, ㅠㅠ
프롤로그 끝나고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첫 글이라 의미가 남다른데 ..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 할 것 같은 발칙한 필링(feeling)...
본격적 전개라고는 했지만 사실 프롤로그 2편에 더 가깝구요
1편의 목표는 현재 황제의 상황? 이랄까 주요 인물과의 관계 등을 알려드리는 거였어요 !
모자란 글이지만 이번 글도 아무쪼록 예쁘게 봐주시고, 짧지만 얼른 써서 또 다시 오겠습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위 글은 전문적인 고증을 거친 글이 아니라 오류가 많습니다 ㅠㅠ 그 점 양해 부탁드려요,,*
+
여쭤봐주셔서.. 암호닉도 감사히 받고 있어요 ! 도짜님들과의 소통은 언제나 즐거운 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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