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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거리는 소리가 거슬렸다. 글 쓰는게 직업인 주제에 귀는 왜 이리 민감한건지. 몇 번이고 키보드를 분해하다 조립하다가를 반복하다 제 풀에 지쳐 그냥 AS를 맡겨야겠구나 싶었다. 여기저기 자판이 흩어져 있는 책상 위에다 안경을 내팽겨 치고는 뒤로 풀썩 누웠다. 몇 일 동안 글만 쓴다고 신경쓰지 않았던 주변의 구겨진 종이들과 쓰레기들이 키보드 위의 흩어진 자판처럼 여기저기 널부러져있다. 키보드가 고장난건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신이 나에게 청소도 하고 눈 밑에 늘어져있는 다크써클도 관리하라고 내린 계시일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주섬주섬 거실을 치웠다.


원래 일에 꽂히면 아무것도 눈에 안보여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일만하는 기계마냥 굴었지만 원래 타고난 성격은 깔끔한편이라 꽤 청결하다 자부하고 사는 편이었다. 집안을 깨끗하게 치우고 글을 쓴다고 3일 동안 보지 못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았다. 아. 나 3일 동안 아무것도 안먹었구나... 거울 속 준면의 모습은 3일 전과는 꽤 달라져 있었다. 예를 들면 꾀죄죄한 머리 꼴과 쭉 내려온 다크서클, 그리고 그와 조화를 이루는 창백한 피부가 먼저 그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뿌리가 조금 자란듯한 연갈색의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다가 미용실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변화가 필요하다.


머리를 감고 파란색 니트를 입었다. 바깥을 한 번 훑어보고 전신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다시 훑었다. 추울까? 마지막으로 밖으로 나갔던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그 땐 얇은 니트를 입었던것 같은데... 기상청을 확인하기로 마음먹고 핸드폰에 '오늘 날씨'를 검색했다. 현재 5도씨. 춥다는거야 안 춥다는거야. 애매한 한 자릿수의 온도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모르겠다. 영하가 아니니까 이정도면 괜찮겠지 뭐.


오랜만에 나온 밖은 화창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그리고 나는 지금이 10월의 끝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5도라는 날씨는 니트 한장을 걸치고 가기에는 추운 날씨였고 핸드폰 홀드 키를 누르면 바로 나오는 큼지막한 오늘 날짜를 보지 않고 지나친 것을 후회하기에는 너무 한심하게 느껴질 것만 같아 꿋꿋히 걸었다. 추위에 덜덜 떨며 팔을 감싸고는 그다지 멀지 않은 미용실에 갔다.


5개월전 처음으로 머리를 옅은 갈색으로 물들였었다. 그리고 미용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이 머리를 고수해왔다. 물론 중간에 자란 뿌리는 보기 싫어 한 번 더 염색을 하러 갔었다만 중간중간에 염색을 다시 하러 오기에는 머리가 개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정색이요."


역시 한국인은 흑발이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검정색으로 염색을 해달라고 했다. 염색을 하려 의자에 앉자마자 잠에 들었다. 중간중간 잠결에 머리를 몇 번 감고온 기억이 나는듯했다. 따뜻한 드라이기 바람이 머리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염색의 끝을 알리는 듯 하여 눈을 뜨고 거울을 쳐다보았다. 역시 한국인은 흑발이야. 차분한 머리가 꽤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시계를 확인하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밖을 보니 아까와는 다르게 어두워져 있었다. 뭐야. 지갑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아까 기상청을 확인할 때 이건 왜 못봤을까. 눈을 탓하며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화장품 가게들이 한 곳에 밀집 되어있었고 그 옆으로는 음식점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여자들이나 갈만한 화장품가게를 남자 혼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보통 2명 이상이서 함께 가는 음식점도 마찬가지였다. 아 씨. 갈 곳이 없다. 일단 가게 문 앞으로 지나다니며 비를 피하다가 끝쯤에 카페 하나가 눈에 띄였다. 준면은 얼른 뛰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비를 맞아 으슬으슬한 느낌에 카운터에서 메뉴판에 보이는 것중 하나를 아무거나 시키고 앉을만한 자리를 탐색했다.


주위를 살피는 도중 준면은 또 깨달았다. 카페도 혼자 올만한 곳은 아니구나. 적당히 떨어져 있는 커플들의 사이에 혼자 앉기엔 너무 뻘쭘한 것 같았다. 어떡하지하고 고민하는 찰나 창가의 긴테이블에 혼자 앉은 남자 한명이 눈에 띄였다. 준면은 두 자리 정도의 텀을 두고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남자가 힐끗 준면을 쳐다보고는 다시 책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에 준면도 남자를 쳐다보려는 도중 먼저 눈에 띈것은 저의 책이었다. 제 책임을 몇 번이고 확인한 준면은 남자의 얼굴과 제 책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제가 쓴 책 중에는 사람들이 꽤나 알만한 책도 몇 권 있었지만 남자가 읽고 있는책은 그런 책들이 아니었다. 아주 예전에 쓴 저의 데뷔작이었다. 데뷔작인만큼 애정도 컸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저의 애정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해준 작품이기도 했다. 책 내용자체가 무겁고 어두운지라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에 자연스럽게 발행은 초판으로 끝이 났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정말로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은 팔지 않는 책이기도 했다. 그런 책을 남자가 읽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시선이가고 신기한건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도 저의 시선을 느낀건지 책을 내려놓고는 준면을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준면은 자신이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차하고 변명을 하려는 찰나 남자가 먼저 말을 했다.


"책 읽으실래요?"


순간 준면은 뻥진채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그런 준면의 시선과 행동을 가볍게 무시한채로 자신의 옆에 놓인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고 그에 준면의 눈은 더더욱 커졌다. 모두 자신의 책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책을 모두 꺼낸듯 다시 준면을 쳐다보았다.


"읽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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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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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뭐야 ....분위기 좋다...다음편? 안쓸꺼야? 딴거 읽어보니까 약간 조각이던데 ㅠㅠㅠㅠㅠㅠ길게 연재할 생각은없어? ㅠㅠㅠ분의기 좋은데 ㅠㅠ맘에 드는데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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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왕 지짜 재미있어요! 흑발인 준멘이도 책을 읽는 세후니모습도 다 설레요!ㅠ 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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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 이런분위기너무좋아요........ㅠㅠㅠ브금이랑너무잘어울려요잘보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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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각ㄷㅅㅈㅅㅈㅋㄷㄱㄷ너무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이어주시면안될까요?ㅠㅠㅠㅠ잘읽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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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왜이렇게 분위기 좋아요? ㅠㅠ엉엉 또보고싶어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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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뒤에... 다음 내용 너무 궁그메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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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와......지짜 설렌다.....김준면이 작가라니... ㅜ ㅠ게다가 김준면책을 좋아하는 오세후니ㅜ 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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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ㅇ..연재 안하시나요? 뒤에 진짜 보고 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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