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인피니트H - Crying (inst)
"김석진 선배."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모르는 게 어디있어요."
"그런가."
그는 푸스스 웃어보이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도서관 안에는 사람들이 없었고 우리 둘 사이에는 조용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들고 있던 책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가 힐끗 내가 내민 책을 바라보았다.
[폭풍의 언덕]
내가 꽤나 좋아하는 책이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책 제목을 쓸어내리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좋은 작품이죠."
"저도 많이 좋아해요."
"어느 부분에서?"
"글쎄요... 그냥 이유없이?"
"세상에는 그냥이라는 건 없는데."
그는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바코드를 찍었다.
삑 하고 바코드 찍히는 소리가 도서관 안에 울려퍼졌다.
나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소설 속의 히스클리프처럼 그의 머리색도 짙은 검은색이었다.
집착의 끝
03
w. 목요일 밤
사실 나는 히스클리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적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두 가정을 완전히 파탄내 버린 그 사람을 내가 어찌 좋아하겠어.
내가 그 인물을 마음에 들어하는 구석은 단 하나였다.
말 그대로 한 사람만을 마음속에 담았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의 사랑을 위해서 무슨 짓이라도 했었다는 것.
그거 뿐이었다. 그거 만으로 나는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을 꽤나 좋아하게 된 것이다.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내 어깨를 잡아 눌렀다. 나는 자연스레 침대 위에 걸터앉게 되었다.
그의 손에는 익숙한 것이 들려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내 발목을 죄어오던 바로 그 족쇄였다.
아직 내 발목에 있는 멍은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그런 내 발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족쇄를 채웠다.
덜그럭 소리를 내며 꽤나 차가운 족쇄의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누가 그랬었지.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나도 모르게 적응을 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정말 이 족쇄가 마음에 들었던 거 일수도 있고.
"이름아."
"네."
"눈 감아."
그의 말에 나는 눈을 감았다.
곧이어 내 두 눈 위로 무언가 감기는 게 느껴졌다.
안대가 아니었다. 눈을 살며서 떠보았지만 보이는 건 검은색 뿐이었다.
뭐지. 부드러웠다. 처음 느껴보는 감촉이었다. 손을 들어 만져보려 했지만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
내 손목을 감싸쥐며 다시 아래로 내려줄뿐이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리본인가..?
"리본이야."
"..."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하네."
"이건 왜요?"
"쉽게 풀어지니까."
"..."
"내가 풀어줄 때 까지 절대로 리본이 풀려있으면 안돼."
알았지?
그는 내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내게 말했다.
귓가를 울리는 낮은 목소리.
나는 입술을 바르르 떨며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역시... 그는 나를 너무 잘알고 있었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가 한 손으로 내 턱을 그러쥐었다. 그리고는 내 고개를 살짝 들어보였다.
지금 내 얼굴 바로 앞에 그의 얼굴이 있을 것이다.
입술 위로 무언가 부드러운게 스쳐오는 것이 느껴졌다.
입술만 달싹여도 입술은 서로 맞닿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입술을 깨물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거친 이 느낌. 아. 또 립밤 안발랐나보다. 다음에 챙겨줘야지.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옳지."
이윽고 침대 위가 한 번 덜컹하는 게 느껴졌다.
내 옆에 그가 앉은 모양이었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감싸왔다. 그는 손가락으로 내 어깨를 어루만지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내 팔을 쓸어내렸다.
입고 있던 셔츠 아래로 소름이 오스스 돋아났다.
아. 그러고보니까 나 아직 옷도 안갈아입었네. 나는 발장난을 치며 내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선배."
"응?"
"나 옷갈아입혀주세요."
"옷?"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본으로 눈이 가려진 나 혼자서 옷을 갈아입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팔을 어루만지던 그의 손이 내 단추 쪽으로 다가왔다.
내 목부근을 감싸고 있던 단추가 그의 손에 의해 톡 소리를 내며 풀어졌다.
나는 말없이 두 손을 뒤로 옮겼다. 옆에 앉아있던 그도 자리에서 일어난 것 같았다.
조금은 부자연스러웠던 그의 손이 자연스레 단추를 풀러내리는 것을 보아 그는 지금 내 앞에 있을 것이다.
그의 손은 떨려오지도 주저하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히 단추만 풀러내릴 뿐이었다.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나는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내 앞에 있을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단추를 다 풀어낸 그의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는 내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아래로 내렸다. 그 안에는 속바지와 스타킹이 있을 것이다.
"이제 됐어요. 고마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뒤로 돌렸다.
보이지는 않아도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방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나는 걸치고 있던 셔츠와 스타킹 그리고 속바지까지 모두 벗어내렸다.
침대를 더듬어보니 그가 올려둔 듯한 잠옷이 손에 잡혀왔다.
나는 천천히 두 다리를 잠옷바지 안으로 밀어넣었다.
문제는 상의였다.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고개를 돌려 방문이 있는 곳을 향해 말을 내뱉었다.
"선배. 나 이거 입혀줘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거리는 발소리가 멈추자 내가 쥐고 있던 잠옷 상의가 내 손 안에서 빠져나갔다.
나는 두 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
그 위로 부드러운 잠옷이 천천히 내 몸을 감싸왔다.
그는 리본이 풀리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며 내게 옷을 입혀주었다.
내 몸을 훑어내리듯 천천히 내려오던 잠옷이 온전하게 입혀지자 나는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그가 있을 곳을 향해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자는 동안 이거 풀어지면 어떡해요?"
"그건 왜?"
"그냥."
"세상에 그냥이라는 것은 없는데."
"여기 있어요."
"..."
"응? 어떡해요?"
뭘 그런 걸 물어봐.
그도 옷을 갈아입는지 찰랑하고 벨트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침대 위로 더 깊숙히 올라가 침대 헤드에 몸을 기댔다.
푹신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갈 정도로. 지금 나는 꽤나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안벗겨질거잖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알게 하는 게 좋을 거야."
그가 천천히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아직 완전히 옷을 입은 것은 아닌지 그의 체온이 서서히 찬 공기를 타고 흘러오는 것 같았다.
방금 전 내 입술을 스치고 지나갔던 부드러우면서 약간 거친 느낌이 내 이마에 맞닿았다.
그의 입술은 내 이마를 지나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 내 귓가에 자리잡았다.
키득거리는 그의 작은 웃음소리가 내 귓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괜한 호기심 갖지 말고."
"별로 가질 생각 없었는데."
그래?
그는 말없이 다시 일어나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나는 이불 속에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그를 기다렸다.
사실 방금 전 내가 했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그는 내 옆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예상했던 시나리오 그대로 극이 진행되는 일은 언제나 늘 짜릿하고 즐거운 것이었다.
가끔 애드리브가 나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대본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
나와 그 사이에 흐르는 찬 공기마저도 기분 좋은 그런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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