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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적'  

  

  

  

  

Written by. ↖큥디큥디↗  

  

  

  

  

  

  

  

  

  

  

  

  

  

  

  

  

  

  

  

  

  

  

  

  

  

  

  

  

  

  

  

  

  

  

  

  

  

  

  

  

  

  

  

  

[EXO/찬백] 12월의 기적 | 인스티즈 

  

  

  

  

  

  

  

"야 변백현."  

  

  

  

찬열의 낮은 저음이 백현의 귀를 간질였다. 너무나도 조용한 공간안에 두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기만할 뿐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있었다.왠지 모르는 둘 사이의 흐르는 기류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왜불러, 박찬열. 평소같았으면 왜? 하며 밝게 웃어줄 백현이었는데... . 찬열이 별안간 찡긋 인상을 찌푸렸다.  

  

  

  

"말할 거 있으면 얼른 말해. 나 바빠."  

  

  

  

입술을 지긋이 깨문 찬열이 긴 손을 뻗어 백현의 옷가지를 잡아 붙들었다. 왜그래 너, 어디가려는 거야. 새벽 두시를 가르키는 시곗바늘을 한 번 쳐다본 찬열이 더욱 손에 힘을 줘 백현의 옷을 잡았다. 차려입을대로 차려입은 백현의 옷차림이 마치 바람피러 가는 아내꼴같아 보여 찬열은 더욱 애가탔다. 더이상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눈빛하며 꾹 다문 입술하며 모든게 변해있었다. 백현은 이미 찬열을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인 듯 했다. 처량히 붙잡힌 옷가지를 빼낸 그가 샐쭉 미소를 흘리며 찬열에게 속삭였다.  

  

  

  

"박찬열, 나는 그대로 있지 않아."  

"뭐?"  

  

  

  

등뒤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섬뜩했고, 그것보다도 너무나도 이뻐서 그런 백현을 또 잡게 된다는게 소름이 돋았다. 샐쭉 웃는 백현만의 웃음이, 그리고 특유의 거친 목소리가, 향수를 뿌린 것마냥 살살 풍겨오는 그 향기가 찬열의 마음을 후벼팠다. 내가 뭘,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거야!. 새벽 두시, 둘밖에 없는 집안에 찬열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에 따라 백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구질구질하네, 은근."  

"너 지금 뭐라고..."  

"구질구질해 찬열아... . 나는 늘 이 곳에서 널 기다려왔고, 널 맞이했어."  

  

  

  

그리고 넌 익숙한듯 나한테 코트를 건네고, 다 차려놓은 밥을 먹고, 방으로 들어갔지. 그것 뿐이잖아,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고, 그에따라 얼마나 설레었는지, 너는 모르잖아. 넌, 넌, 다 모르잖아. 차가웠던 표정이 금세 울먹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울음을 참느라 깨물린 입술은 그 억센 이빨의 힘을 이기지 못해 찢어져버렸고 백현의 입술에선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어. 왜 너랑 같이 잠을 자고 같이 밥을 먹는지 모르겠어. 머리에 돌덩이가 떨어진 것같이 띵-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로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숨기며 살아오다 결심해 만나게 된 둘이었는데 백현은 다시 그때로 돌아가있었다. 상처받고, 혐오스럽고, 자신이 왜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이 왜 남자를 좋아하는지, 왜 찬열을 좋아하는지. 그런 자신을 보듬어주고 위로해줄 사람은 찬열밖에 없었는데 찬열은 요근래 백현의 심난한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게 쌓이고 쌓여 일이 커져버리고 결국 이사태까지 오게 만든 이유중 하나였고, 찬열은 그제서야 요근래의 백현을 생각하기 바빴다.  

  

  

  

"하지만 난... ."  

"열흘이었어, 열흘.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러다가 너 올생각하니 들떠있다 또다시 내자신이 혐오스럽고."  

"받아들이면 되잖아. 나를, 너를."  

"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미리 좀 알아주지. 내가 왜 힘든지, 왜 밤마다 우는지."  

  

  

  

찬열은 언젠가 잠을 자다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은적 있다는걸 기억해냈다. 물론 그게 꿈인줄 알았다는게 문제였지만, 그땐 그상황을 이해할만큼 정신이 바른것도 아니었고 흐릿한 소리라 백현이 울고있다고는 생각조차 못한 것이었다. 하-. 찬열이 깊은한숨을 쉬며 크고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감쌌다. 백현아, 그땐... .  

  

  

  

"....찬열아, 나는 그대로 있지 않아-"  

  

  

  

  

  

  

  

  

  

  

  

  

  

  

  

  

  

  

  

  

  

  

  

  

  

  

  

  

  

  

  

  

  

  

  

  

  

  

눈을 번쩍 뜨자 눈부신 태양빛이 가득 동공에 맺히고 있었다. 아, 눈... .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겨우겨우 힘겹게 일어난 찬열이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둘러봤다.  

  

  

  

"너 식은땀 많이 나더라? 뭐 꿈꿨냐?"  

  

  

  

안경을 치켜 올리며 펜을 돌리던 세훈이 갸우뚱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찬열을 흘끗 본 세훈이 어깨를 들썩이곤 다시 시선을 책으로 내리꽂았다. 나 얼마나 잤어?. 한.. 4시간 정도?. 시계를 본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 네개를 펴보였다.  

  

  

  

"아 맞다. 너 딱 깨어나기 몇분 전에 어떤 남자애가 이거 너한테 전해주라고 하더라."  

"....누가?... ."  

  

  

  

찬열의 손에 쥐어진 빨간 벙어리장갑을 뚫어져라 보던 세훈이 번뜩 정신을 차리며 몰라! 라고 외쳤다. 몰라? 얼굴도 못봤어?. 아!. 놓았던 펜을 들어 빈공책에 슥슥 그림을 그린 세훈이 건넨 그림엔 순하게 생긴 강아지 한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눈이 축 처진게 꼭 강아지 같았다고 해야하나? 피부도 뽀얀게 여자같이... ."  

  

  

  

장갑을 꽉 쥐고 뛰쳐나가는 찬열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던 세훈이 소리쳤다. 아 맞어! 이름이 변백현 이랬어!!!. 사르륵 밟히는 갓쌓인 눈이 축축하게 신발을 적셨지만 상관없었다. 찬열은 백현을 꼭 잡아야 했다. 그를 놓친 후 매번 꾸는 이꿈은 그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마치 상사병에 걸린듯 눈앞에 백현이 아른거렸고, 귓가에 백현의 목소리가 아른거렸다. 추운 날씨탓에 조금만 뛰어도 숨이 끝까지 차올랐다. 뛰던 걸음을 멈춰 무릎에 손을 받히고 숨을 고르던 찬열의 눈앞에 작은 발자국이 찍혀 있는게 보였다. 변백현?. 고개를 번쩍 들어올리자 보이는 백현의 얼굴에 눈을 크게 뜬 찬열이 눈을 깜빡거렸다.  

  

  

  

"변백현?"  

"나 찾으러 온거야?."  

  

  

  

너무나 이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미는 백현을 보자마자 왈칵 터진 눈물에 그가 고개를 푹 숙였다. 왜웃어, 난 죽을 것 같았는데. 난 힘들었는데. 무릎을 굽혀 찬열을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안간힘을 쓰던 백현의 섬섬옥수같은 손가락이 그의 눈물을 훔쳤다.  

  

  

  

"울지마, 미안해."  

  

  

  

빨게진 손에 벙어리 장갑을 끼워준 찬열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올렸다. 뭐야, 뭐야, 왜 진작 안나타났어. 왜 이제야 나타났어!. 누가 보던말던 상관없다는 듯 찬열이 애절하게 백현에게 소리를 꽥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백현이 싱긋 웃었다. 미안, 미안 찬열아-. 펑펑 오는 눈을 맞으며 찬열과 백현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그렇게 눈오는 거리에서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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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너무 종아요ㅠㅠ 다음글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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