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 01
w.하느리
***
그러니깐, 지금 이 엿같고도 빡치는 상황을 설명하자면 내 방 밖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는 분은 우리 엄마다. 먼저 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를 설명하려면 일단 내 소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사실 남들보다 집이 잘 산다. 뭐 재벌 2세까진 아니지만 친구들이 우와- 할 정도? 하지만 이런게 뭔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번 돈도 아닐 뿐더러 가질 마음도 하늘을 맹세코 없다. 우리집이 잘 살게 된 이유에는 부모님이 처음부터 부자는 절대 아니였다. 우리 아빠의 친구분의 대대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빠의 회사가 클 수도 없었다. 친구 잘 둬야 한다는게 이런건가. 아마 아빠 말로는 할아버지끼리 엄청 친하셨다고 들었다. 이게 문제였다. 할아버지들끼리 너무 친하신 탓에 손주끼리 결혼 하시는 걸 꼭 보고 싶다고 하셨다. 어렸을때 할아버지가 종종 '너의 베필은 정해져있다. 때가 되면 만나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을 하신 적은 있지만 설마 진짜라곤단 한번도 생각 해 본적 없었다. 결국 내 꽃다운 나이 25살에 얼굴도 모르는 놈이랑 결혼을 하게 생겼다. 진짜 이런 엿같은 경우가 있긴 하구나. 근데 내가 이 엿같은 사실을 알게 된 건 일주일전도 아니고, 하루전도 아닌 바로 오늘 이다. 간만에 가족끼리 외식 하러 나갔는데 엄마가 대뜸 남자친구 있냐고 묻길래 없는 남자친구를 있다고 할 이유도 없었기에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엄마는 옳다구나 하고서 소개팅자리를 알아왔다고 했다. 내가 이때 눈치를 챘어야했는데. 정말 나는 엄마가 순수한 뜻으로 남자라곤 정호석뿐인 내가 너무 불쌍해보여서 소개팅을 알아 온줄 알았거만, 그게 아니라 상견례 자리였던거다. 그것도 당장 내일 말이다. 이름이 뭐라더라. 생각도 안나네. 아, 정확히 기억나는건 나이는 나보다 한살 많았다. 아빠친구의 아들이라고도 했다. 이제서야 어릴때 할아버지가 하신 말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란걸 깨달았다. 아니 왜 도대체 내 허락도 없이 내 남편감을 정하냐고.
"엄마 말 좀 들어봐라니깐! 절대 결혼해라고 안부추겨. 그냥 만나만 봐라는거지. 일단 문열자. 어?"
"됐다고! 나 내일 절대 안갈꺼니깐 그런 줄 알어."
"얘가, 얘가. 문 따고 들어가기전에 얼른 문부터 열으라니깐."
내가 엄마 속셈을 모를 줄 아나본데. 그냥 만나만 봐라는건 나를 위한 미끼일 뿐이다. 그 자리에 양가 부모님도 다 오신다는데 그게 그냥 만나는거라고? 차라리 정호석이 웃음을 잃었다는 소리가 더 믿을만하겠다. 엄마도 이젠 포기했는지 밖이 조용했다. 진짜 오늘 기분 똥 밟은거 같네. 내일 무조건 그 자리에 참석해선 안된다. 하지만 집에 계속 있다간 억지로 라도 끌려갈게 뻔하다. 아니면 엄마가 우리집으로 약속장소를 바꾸거나. 그렇게 되면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단 말이지. 잘 생각해보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 내일 안 갈 방법이 있을꺼야. 결국 내가 아주 깊은 고민 끝에 생각 해낸 방법은 이거였다. 다시 생각해도 이만한 방법은 없는 거 같다. 일단 제일 만만한 정호석을 끌여들여야 한다. 술 먹자는 핑계로 만나서 죽도록 술을 퍼마신 다음, 집에 안들어가는거다. 엄마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절대 못 찾을게 분명하다. 나는 더 생각 할것도 없이 정호석에게 전화를 걸었다.근데 이새끼 뭐하는거야. 왜이렇게 전화를 안받아. 지루한 통화연결음은 계속 되었고 결국 안받는가 싶어서 끊으려고 할때 쯤 수화기 넘어로 막 자다 깬 정호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마이 프랜드.]
"뭐냐. 그 자다 일어난 목소리는."
[존나 달콤한 꿈 꾸고 있었는데 니때문에 깼음.]
"아 됐고, 한잔 땡기게 당장 나와."
[절대 싫어. 나가기 귀찮음. 지금 시간이 몇신데.]
언제부터 니가 시간을 따졌니. 그리고 아직 9시 밖에 안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무조건 정호석을 불러내야했다. 내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꼼짝없이 내일 끌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봤는데 생판 모르는 놈에게 시집가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잔말말고 나와라. 안나오면 너 후회한다."
[후회 안할거같은데..]
"저번에 내 친구중에 그 승무원한다던 내친구. 소개시켜달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더니. 소개받기싫은가봐?"
[아 씨. 어디서 만날껀데.]
"오구 우리 호식이 착하다. 맨날 먹던데서 먹자."
정호석 낚기 성공이다. 승무원하던 친구를 소개시켜주긴 개뿔. 나도 잘 모르는사인데 어떻게 소개시켜주겠냐. 나는 정호석과의 전화를 끊고 손에 잡히는 아무 옷을 걸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 나가면 분명 엄마가 잔소리할게 뻔하다. 또 어딜 기어나가냐고 소리지르겠지. 그렇다고 어디 포기할 나인가. 세게 나가는거야. 나는 거울로 대충 옷 매무새를 정리해준 다음 거실로 천천히 내려갔다.아니나 다를까 역시 내 예상이 정확했다. 엄마는 내일 일찍 일어나서 미용실도 가고 할게 많은데 밤에 어딜가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잠시 답답해서 바람 쐬러 가는거라고 엄마를 안심시켜두고선 재빠르게 나왔다. 엄마가 일찍 안들오면 카드고 뭐고 용돈 끊을 줄 알아. 라는 말을 무시한채 말이다.
***
우리는 평소와 같이 자연스럽게 술집으로 들어갔고, 항상 시키던걸로 시켰다. 여기 온지도 벌써 5년도 더 됬지. 성인 되고나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여기니깐. 정호석은 또 왜 부른거냐면서 툴툴거리면서 자리에 앉았다. 이자식아. 나도 나오기 싫었거든요. 내일 그거만 아니면 지금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어제 못본 예능을 돌려보고 있었을텐데. 다시 생각해도 빡치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정호석한테 이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해줬다. 어떻게 하나뿐인 딸내미를 잘 알지도 못하는 놈한테 팔아넘길수가 있냐며 씩씩거리면서 얘길 하는데 정호석은 화가난 나와는 다르게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것이다. 저놈이 미쳤나. 니새끼 일 아니라고 아주 재밌어죽겠지?
"야. 웃지마라 너, 지금 친구가 팔려가게 생겼는데 재밌냐? 어?"
"아. 미안미안. 근데 너네 아버지 친구분 회사가 어디랬지? 한하그룹이였나."
"어."
"와. 진짜 대박. 거기 완전 잘나가잖아.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남자친구 있는것도 아니고. 이건 신이 주신 기회 아니냐?"
"뭐?"
"아니- 그니깐 내말은. 그냥 한번 만나보는것도 나쁠거 없다. 뭐 이런말이지."
저놈이 지금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내가 지금 이런말 들으려고 니새끼랑 술마시는 줄 아냐. 같이 욕이나 못해줄망정.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풋풋하게 연애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하는거. 이게 내가 바라는 거라고. 근데 이건 순서가 틀려도 너무 틀렸잖아. 상견례부터 하고 만나는게 어디있냐고오! 나는 애꿎은 정호석을 세모눈을 하고선 실컷 노려봐주었다. 정호석은 그제서야 자기가 큰 말실수를 했다는걸 깨닫고 내 술잔에 술을 따르며 장난이지. 뭘 그렇게까지 정색을 하고 그래- 라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오늘 집에 들어가나봐라. 정호석. 너도 집에 못 들어 갈줄알어.
"근데 남자쪽에선 뭐래? 그냥 너랑 결혼하겠대?"
"나도 모르지. 설마 나랑 진짜 결혼을 하려고 하겠냐. 걔도 지금 나처럼 이런 계획을 세우고 있을수도 있고."
"엥? 너 무슨 계획세우고 있는데?"
"오늘 집에 안들어가기."
"뭐어? 얘가 미쳤나. 나는 오늘 무조건 들어가야됨."
나를 나두고 갈 수 있을거 같냐. 니가 여기까지 온 이상 절대 못가. 나는 오늘 죽어보자.라는 심정으로 소주를 병째로 들고 벌컥벌컥 들이부었다. 오랜만에 마시니깐 술이 맛있네. 정호석은 내가 술이 약한걸 잘 알기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해서 나를 말렸다. 정호석이 말리든 말든간에 나는 열심히 한병 한병씩 깨끗히 비웠다. 그럴때마다 정호석이 적당히 마셔. 나 이제 너 못업어줘.라고 했지만 가뿐히 무시해주었다. 절대 곧 죽어도 집에 안들어가야지 라는 생각때문인지 평소 내 주량보다 더 마셨던거 같다. 이게 은근히 한병씩 비우는 맛이 기분이 좋단 말야. 뭔가 내 주량이 늘은거 같기도 하고. 근데 왜자꾸 호식이 얼굴이 2개로 보이지. 테이블도 자꾸 흔들리는거 같은데. 씨. 뭐야.
"야야. 김탄소. 벌써 취한건 아니지?"
"모래. 이새꺄. 내가 이른걸로 취할꼬 같냐."
"취한거같은데.."
"아니라고! 이것아! 닥치고 술이나 따러라. 아라써?"
정호석은 한숨을 크게 쉬더니 에라 모르겠다하고 내 술잔을 채워주었다. 그래. 호식아. 오늘을 즐기자꾸나. 오늘따라 술이 참 맛있단말야.
그러곤 필름이 아주 뚝. 끊겨버렸다.
***
커튼사이로 새어나오는 아침 햇살에 나도 모르게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어제 너무 많이 마신 탓인가. 머리도 띵하고 목도 너무 말랐다. 정호석은 어제 잘 들어갔나. 폰을 꺼내들어 정호석한테 카톡을 보내려는데 문득 어제 생각이 났다. 잠깐, 내가 왜 집에 있는거야. 내 계획은 이게 아닌데. 분명 어제 집을 절대 들어오지말자고 다짐하고 나갔는데.. 망했다. 급해진 나는 정호석 번호를 꾹 눌렀고 내가 어째서 이 집에 있냐고 따질려고 했다. 통화연결음은 끊어질 생각을 안하고 계속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새끼 보게. 안받는다 이거지? 어떻게 온건지 생각은 안나지만 정호석이 우리엄마한테 일렀을꺼다. 안봐도 비디오네. 의리도 없는 새끼. 만나면 패줄줄 알어라. 그것보다 어떡하지. 이제 상견례에 나가는건 시간문제다. 어제 필름끊길때까지 마시는게 아니였어. 적당히 마실껄. 무슨 좋은수가 없나하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타이밍 좋게도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몇초 지나지 않아 문이 활짝 열렸다.
"너는 여자애가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 오늘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
"어떻게 오기는. 호석이 등에 업혀서 왔지. 너 나중에 호석이한테 고맙다해. 호석이 아니였음 집에도 못왔어."
역시 내 예상은 적중했다. 그래, 호석아 너무 고맙다. 집에 안전히 귀가하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서 만나면 한대 패줘야겠네. 엄마는 미용실 예약 해놨다고 나를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계속 화장실에서 뻐길까 생각도 했지만 엄마성격에 그렇다고 안 데려갈 성격이 절대 아니였기때문에 억지로 씻는 수 밖에 없었다. 정호석 이새낀 만나면 보자. 내가 어제 술을 몇병이나 까면서 까지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는데 나를 바로 버려? 이 놈은 진짜 혼나야된다. 결국 억지로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휴. 진짜 인생 머같네. 엄마는 그새 언제 화장했는지 벌써 나갈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푸라기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사실 남자친구 있다고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거 같아서 일찌감치 포기했다. 엄마는 어디서 저런 옷은 사왔는지 핑크색 원피스를 나에게 건냈다. 이럴때만 준비성 철저하지. 나는 억지로 팔 한쪽씩 구겨넣었다. 거울에 내 모습을 보자니 진짜 못 봐주겠다. 평소 핑크색을 즐겨입는 성격이 아니라서 더 어색했던건지도 모른다.
엄마는 미용실 늦겠다며 나를 부추겼고 나는 꼼짝없이 미용실로 가야했다. 차안에서 까지도 거기가면 조심성 있게 행동해야한다, 이상한 비속어 쓰지말아라,나오기 싫었다 이런말 절대 절대로 하지 말아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오는 내내 그 얘기만 했던거같다. 나는 기계적으로 응. 대답만 했다. 그리고 그 남자이름은 민윤기랬다. 또 뭐라했더라. 애가 똑부러지고 심성이 착하다나. 벌써부터 사위라도 되는지 끊임없이 자랑만 늘어놓았다.
미용실에 도착해서야 나는 그 답답하고도 빡치는 상황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미용실에 들어가자 엄마는 '김탄소로 예약 했어요.' 하더니 거기 있던 언니가 나에게 자리 안내해주겠다고 나를 데려갔다. 마치 소가 도살장에 끌려가듯 말이다.
"저기 있잖아요."
"네. 뭐 불편하신거라도 있으세요?"
"아 그건 아니구요. 부탁이 있는데."
"무슨 부탁이요?"
"최대한 못생기게 쫌 해주세요. 주근깨도 그려주시고. 제발요."
내 말에 당황해보이는 기색이였다. 마음같아선 안해줘도 된다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때문에 그럴 순 없어서 내 입에서 나온 말이 저거였다. 최대한 못생기게 해달라고 하는거. 못생기게 하고가서 남자쪽에서 나랑 만나기 싫다고 한다면 할아버지라도 어쩔 수 없을거다. 결혼이란게 어디 한쪽만 좋아서 되겠어? 요즘 25살이 결혼하는 것도 정말 빠른거다. 내 주위 여자애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자친구는 있어도 결혼 한다는 애는 한명도 없었다. 생각할수록 안 빡칠수가 없었다.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정략결혼이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지. 나 혼자 열을 식혀가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화장은 끝이 났다. 역시 돈주고 하니깐 내가 평소에 하던 화장보단 훨씬 낫긴하네. 대충 고데기까지 다 끝내고 나서야 직원언니는 '끝나셨습니다. 마음에 드세요?' 라는 멘트를 날렸다. 예. 마음에 들긴 하는데요. 오늘은 제가 그러면 안되는 날이라서요.
꽃단장하는 시간이 끝이 나고, 엄마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아빠는 회사일 끝나고 곧바로 온다고 했다. 약속장소는 미용실과 멀지 않은 곳이였다. 엄마는 내릴때도 조심성있게, 여자답게 행동하라고 당부하는건 잊지 않았다. 확 가서 이상한 소리 해버릴까보다.
고작 한식집이였는데 뭐가 이렇게 삐까뻔적하대. 결국 내가 여길 왔구나. 이게 다 정호석때문이야. 괜히 정호석이 짜증나는 순간이였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쪽 가족들은 다 와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뛴건 민윤기였다. 얼굴이 하얗고 밀가루 같은게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다. 나는 되게 덩치있고 아저씨 같을 줄 알았는데 . 민윤기는 엄마와 나에게 넉살좋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왔다. 쪼금 잘생긴거 같기도 하네. 뭐.
시간이 지난 후 아빠도 도착했고 모두 자리에 모였다. 어차피 이런 자리에선 내가 끼어들 얘긴 없었다. 지루하다 못해 잠까지 왔다. 어제 늦게까지 술 마셔서 그른가.
"애들 나두고 우리가 너무 일얘기만 한거 같네요. 허허."
"그래요. 일얘기는 우리끼리 있을때 하도록하죠. 어차피 애들얘기 하려고 만난건데."
그냥 계속 일얘기만 하셔도 괜찮은데. 그때부터 대화주제는 우리가 되었다. 취미는 뭐냐부터 시작해서 별별 질문을 다했다. 가식적인 멘트까지 서로 주고받았다. 예쁘다. 아니예요. 사모님이 더 고우세요. 역시 이런 딱딱한 자리는 나와는 안 맞는거 같다. 억지로 무슨 말이든 웃어야 하는거.
"둘이 많이 어색해보이네. 근데 요즘 애들은 금방금방 친해니깐. 탄소양보다 우리 윤기가 한살 더 많은가?"
"아 맞아요. 제가 더 한살 많아요. 탄소씨는 92년생이라고 들었는데."
"윤기가 오빠네. 탄소가 남자친구 사겨본적이 없어서 아직 숫기가 없어서 그런거니깐 너무 오해하지말아요."
"괜찮습니다. 앞으로 친해지면 되죠."
뭐야. 불편한 나랑은 다르게 아무렇치 않아보이잖아.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 된거 같은 이 느낌은 뭐지. 그리고 내가 언제 남자친구 사겨본적이 없냐고! 엄마가 모를뿐이지. 나도 옛날옛적엔 나름 인기 많았어. 나는 슬쩍 민윤기쪽을 봤다. 여전히 미소는 유지하고 있었다. 쟤는 진짜 나랑 잘해보고 싶은걸까. 뭐가 좋다고 계속 웃는건지. 엄마와 아빠는 민윤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 마음과 달리 좋은 분위기로 점점 흘러가는거같았다.
"탄소양이 우리 때문에 괜히 불편하죠?"
"네? 아..아니예요."
"다들 밥도 다 드신거같은데 애들 위해서 자리피해주는거 어때요?"
진짜 안그러셔도 되는데. 나는 일부러 엄마 아빠쪽으로 제발 나를 버리고가지마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엄마 아빠는 내 눈빛을 무참히 씹었다. 엄마 아빠는 늦게 들어와도 된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늦게 들어오긴 뭘 늦게들어와. 어색한 분위기때문에 죽을 맛인데. 근데 왜이렇게 목이 타냐. 벌써 물을 몇잔째 마시는지 모르겠다. 약속 생겨서 가야된다 할까. 그럼 너무 속보일려나. 몇번 고민끝에 이 어색함을 일단 풀어야겠단 생각으로 아무말이라도 꺼내려했지만 민윤기가 먼저 선수쳐버렸다. 그것도 아주 싸가지 없는 표정으로.
"나랑 진짜로 결혼할꺼예요?"
"네?"
"아니, 여기까지 나온거보면 진짜 결혼하려고 하는거같아보여서요. 아니면 멍청해서 이 자리가 그런 자리인줄 모르고 나온건가."
지금 내앞에 있는게 아까 실실웃어대던 민윤기가 맞나. 분명 10분전만해도 웃고있었는데. 이중인격자였던거야 뭐야. 꼭 뭔가에 훅 맞은 느낌이였다. 말 그대로 나는 벙쪄있었다. 아까의 웃음기는 어디로 갔는지 차가운눈빛을 하고 있는 민윤기를 보고있자니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민윤기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나는 그쪽이랑 결혼하든 말든 별 관심 없어요."
"......"
"근데 그건 알아둬요. 아마 결혼해봤자 쇼윈도 부부로 살아가게 될테니깐."
"지금 뭐라했어요?'
"뭐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이니깐 결혼하는것도 손해는 아닌거같네요."
진짜 이새끼가 미친게 틀림없다. 서로 좋자고 하는거라고? 꼭 재벌중엔 저런 놈들이 존재한다. 자기 잘난맛에 사는새끼들. 딱 싫다. 드라마에서 본거처럼 물이라도 확 뿌려주고 싶은데 그러기엔 초면이기도 하고. 저런새끼한텐 물도 아까워. 나는 더이상 듣기 싫어서 가려고 했다. 정말 나는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민윤기의 마지막말을 듣고선 물컵을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만약 결혼해서 갑자기 다른남자가 좋아지면 만나도돼요. 대신 들키지 않게. 뭐 나한텐 들켜도 되고."
안녕하세요! 애매한데서 끊은거 같아서 이상하네요..ㅠㅠ
암호닉은 신청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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