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끝에 내 온기를 더해본다 by Omega
한참을 서로 껴안고 울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어깨가 약간 젖은 걸 봐서는 경수도 울었었던 것 같다. 꽉 안고있던 팔을 풀고, 머쓱해진 감정을 숨기려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 보건실 침대에 걸쳐앉은 경수가 내 손을 깍지껴 잡으며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 ....응 이제 좀 괜찮아. 네 덕분이야. 어떻게 중요한 순간에 그렇게 딱 나타나는지 너무 신기해. 그래서 그런가 네가 너무 빛이 나 경수야.
"이제 좀 괜찮아?"
"응...경수야 ... 그...사실...아까전에.."
"응"
"나 구해준 사람..있어"
"...진짜? 누구?"
"음.. 내 사촌오빠라고 해야하나....내가 고모네서 지내는데...고모아들이 이번에 중국유학에서 돌아왔거든...삼학년이라고 했는데...나도 오늘 처음 봤어 ㅎㅎㅎㅎ"
"다행이야 안그러면 더 다칠 뻔 했잖아....감사하다고 인사드려야겠다"
"내가 이미 고맙다고 말 했는걸...우리 이제 교실가자 ㅎㅎㅎ"
"다쳤잖아. 오늘 그냥 여기 있어"
아니야 그냥 너랑 같이 있을래 약도 다 발랐어 라고 말하며 실내화를 신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어쩔수 없다는 듯이 팔을 둘러 나를 부축한 경수는 교실까지 가면서도 몇번이나 아파? 보건실가서 쉴까? 라고 말했다. 아니 괜찮아라고 몇번이나 말하고서야 교실에 도착했다. 보건실에서 얼마나 있었던 건지, 나와 경수가 들어온 시간은 곧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종이치면 점심시간이었다. 와 정말 많이 울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가서 앉는데, 내 뒷자리에 앉아있어야 할 변백현의 자리가 비어있었다.
창 밖을 바라보는데 벌써 날씨가 어느정도 풀린 것 같았다. 운동장에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치고, 선생님은 수업을 마무리 하시며 나갔다. 경수가 점심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아, 오빠가 점심 같이 먹자고 데리러 온다고 했어...ㅎㅎ 너도 인사하면 되겠다 라고 대답하자 그래 잘됬다 라면서 웃었다.
"김웬디~ 밥먹으러 가자 .......어....쟤는 누구...."
"안녕하세요. 웬디친구 도경수입니다"
".......아........도경수.........그래.....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점심먹으러 가자 일어나 김웬디"
"으...으응....."
***
점심을 먹으면서 경수와 오빠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그 덕분에 둘이서 꽤 친해진 것 같았다. 나는 그 둘 사이에 낄 수 없어서 밥을 일찍 먹고 먼저 교실로 돌아간다고 했다. 밥을 적게 먹는 나와는 달리 먹는 양이 남다른 경수와 오빠는 같이가자면서 따라 일어서려고 했었지만, 그러면 내가 미안하니까 마저 밥 먹고오라고 억지를 부려 앉히고 나왔다.
교실로 돌아가는 걸음.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교실로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붙잡힌 나는 옥상으로 끌려왔다. 옥상에 오니 오늘아침에도 보았던 얼굴과, 예전에 한번 보았던 얼굴이 보였고, 그 뒤로는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과 달리 빽빽한 아파트들이 보였다. 중학교때나 지금이나 옥상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옥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바뀔 뿐. 누군가의 손목에 끌려 온 나는 박지연네 무리와 전에 한번 보았던, 변백현 형의 친구라고 하던 박찬열이 보였다. 이상하게도 저 무리속에 섞여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변백현은 여기에 없었다.
"이 미친년, 어떻게 학교에 얼굴들고 다니냐 어?"
"오빠 제가 아침에 얘한테 스트레스 풀고 있었는데 누가 구해주더라구요"
"맞아맞아 어이없어서, 너 그사람 알지? 누구야?"
"뭘 물어. 어디서 꼬셨겠지. 어떻게 꼬셨으면 네가 어떤지 아는데도 살뜰히 챙기더라"
"................"
아침에 있었던 일이 분했던지, 박찬열과는 언제 친해졌는지 같이 몰려와서 나에게 쏘아붙였다. 박찬열이라는 사람이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툭 밀면서 사납게 말했다. 양심이 없냐, 아니면 철판을 얼마나 깔았길래 아직도 얼굴들고 다니는 거냐고 마치 더러운 것을 만진다는 듯, 더럽다는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 이렇게 몰려와서 나한테 뭐라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텐데, 지치지도 않나보다. 아, 박찬열이라는 사람은 전학온지 얼마 안 되서 지치지는 않겠지.
".......나한테 이러지 마세요"
"..허. 뭐?"
"저한테 이러시지 마시라구요. 그쪽이 무슨 상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개가 돌아갔다. 그 때 처럼 내 뺨을 내리친 박찬열의 손이 보인다. 내 뺨을 내리친 손은 내 머리를 움켜잡았고, 박찬열은 내 고개를 꺽어 저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박지연무리는 통쾌하다는 듯이 웃고있었다. 저를 바라보게 만든 박찬열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너때문에 변백현이 교무실에 불러갔잖아. 라고 말하는데 나는 도저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서 멍청하게 무슨...이라고 대답했다.
"네가 변백현한테 무슨 지랄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새끼가 얘네한테 와서 난동부렸다고"
"아 진짜 변백현 존나 무서웠어 씨발 도대체 뭐라고 꼬바른거야 어?"
"변백현도 얘 괴롭히는거 좋아하는데 뭐라고 했길래 우리한테 와서 그래?"
"아 진짜 찬열오빠 아니었으면 진짜 골로 갈뻔했잖아, 진짜 맞는줄 알고 존나 쫄았다니까"
하 이게무슨, 그래서 변백현이 교무실로 불러간건 얘네한테 난동부려서이고, 그게 나 때문이라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은 나는 박찬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나 때문이에요?"
".....뭐라는거야 그럼 네가..."
"나는 변백현한테 아무말도 안했어요. 걔가 멋대로 보건실찾아와서 뭐라고 한거고, 답지않은 동정심 생겨서 얘네한테 가서 뭐라고 했나본데, 그게 나랑 무슨상관이에요."
" 답지않은 동정심?"
"그리고, 예전같았으면 가만히 괴롭히는데로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니거든요. 제가 이런 취급받아야 하는 이유 있어요? 변백현 형 친구라고 해도 아무 상관없는 남 아닌가. 괜한 오지랖으로 감정소비하지마시고, 앞으로는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씨발 너 가만 안둬 내가"
내 말에 화가 난 듯 보이는 박찬열은 잡고있던 내 머리채를 땅바닥으로 내팽겨쳤고, 그 때문에 아침에 쓸렸던 무릎이 다시 쓸려와 아파왔다. 박지연네 무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보다가 담배를 꺼내 폈고, 박찬열은 올라오는 화를 참지 못했는지, 허벅지를 힘주어 찼다.
"너 때문에 준면이가 죽었는데...뭐? 감정소비?답지않은 동정심?"
"백현이가 너한테 동정심이 있는게 그게 답지않아 어? 걔는 형죽고나서 한동안 사람이 아니었어"
"근데 왜 너는 이렇게 멀쩡해 어? 이미 지나간 일이라 이거야?"
"그런 취급받고싶으면 네가 죽지 그랬어 어? 왜 아직도 안죽었어"
"왜 살아 너는"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감쌌다. 왜 살아, 왜 아직도 안죽었니 그런말은 몇년전에도 변백현에게서 들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마주쳤을때, 처음 내 얼굴을 마주쳤던 날. 너는 왜 안죽은거냐고, 왜 자기형이 죽었어야 했냐고 그렇게 소리쳤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시기에 , 내 감정을 감당할 수 없었을 때, 그 말을 들은 날 부터 악몽이 시작되었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그런 말을 내뱉는 아이들을 보면서 항상 눈을 감고 생각했다. 괜찮아 괜찮아. 아니라고, 너희가 뭔데 그런말을 하냐고 용기가 없던 나는 그 말을 꾹 삼켰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내가 용기를 내야 하는 걸 깨달았다. 이제서야 겨우, 내 손을 잡으면서 방법을 알려준 경수의 말을 듣고서야 내가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깨달았다. 그 후부터는 한발자국이라도 내딛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이틀 뒤 , 부모님기일에는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어 찾아가고 싶어서, 도움도 청해보고 용기내어 말도 했다. 용기내서 부모님 보러 가기위해서,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여기서 쓰러지면 안됬다.
"....그러면 좋아요?....."
"뭐?"
"변백현 형의 친한친구라면서, 지금 나한테 이러는거 부끄럽지도 않나봐요"
"나는 변백현이 피해자인 척 불쌍한척 하는게 너무 싫어. 가증스러워. 그사고는 누가 뭐라해도 사고였는데"
"뻔뻔하게 우리 부모님한테 살인자라고 하는 애가, 그 얼굴 똑바로 들고다닌다는게, 미치도록 싫어요"
그리고는 부들거리는 다리를 올곧게 펴고는 내 말에 벙쪄있는 박지연네무리와 박찬열을 뒤로하고 옥상을 나와 교실을 향해 걸어갔다. 처음부터 이랬어야 하는걸까. 이제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낯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에 그 시절에 내 옆에서 그렇게 하지마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지금 내가 이러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 그리고 만약 한명이라도 내 옆에 있어주었다면, 조금 덜 슬펐을까. 혼자 감당해야했던 감정들이 이제 조금씩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김웬디!!!!"
"......아씨 너 또 어디.....씨발 또 누구야 "
내가 보이지 않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찾았는지, 나를 발견하자마자 뛰어와서는 숨을 고르는 두명을 보며, 이제야 조금씩 받아들여지는 감정이 너무 슬퍼서 다시 넘치게 되면, 그런 나를 감싸주는 사람이 두명, 아니 세명이나 있다는게 고마웠고, 잠시 넘치더라도 무사히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쌀쌀했던 날씨가 이제는 완연한 봄이 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곧 벛꽃이 흩날리는 시기가 오겠지
"이번주 토요일에,부모님한테 같이 가줄래?"
갑작스레 하는 나의 말에 당황한 경수와 오빠는 잠시 서로를 마주보더니 그래, 라고 말하면서 웃었다. 나한테도 봄이 올까, 온다면 그 순간에 오빠랑 경수, 종인이 다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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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암호닉 여러분 애정해요 ♥
어휴 공부하다가 또 와버렸네 ,,,,,,,ㅋ,,,,,
그럼 저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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