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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02
w. 위니
01.
2016년 4월 5일
"아아아악!!! 씨댕!!!!"
왜 매번 아침마다 알람은 내 편이 아닌 것인가. 아니면 강의 시간이 내 편이 아닌 것인가.
아니면 그냥 인생 자체가 내 편이 아닌 건가?! 난 인생이 적성이 아닌 거야?
망할 놈의 알람이 안 울린 건지 내가 잠결에 꺼버리고 잠이 든 것인지 개강 한 달 만에 늦잠이라는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쩐지 이번 학기는 잘 버틴다 했다.
엄마한테 자취 시작해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일어나서 학교 간다고 큰 소리 떵떵 쳐놨는데.. 씨. 괜히 자존심이 상해서 부은 눈으로 거울을 노려보며 우악스럽게 이를 닦았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김태형의 안 오냐는 카톡과 함께 8시 50분이라는 시간이 액정에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손에서 힘이 탁하고 풀렸다. 존나.. 그냥 다 놓고 싶다. 학교 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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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강의 넣은 내가 미친년이지!!!! 아아악!!! 흐윽..."
대학생이 되어서도 반복되는 나날들. 무언가 변할 줄 알았던 성인의 생활은 대학교 1학년이 지나 2학년을 맞이하자 모두 그저 그런 일상이 되었을 뿐이었다.
익숙해진 거겠지. 한 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술 퍼먹고 대학생활이라며 들떴던 작년과는 뭔가 좀 다르달까. 청춘이 원래 다 이런 거냐.
그러고 보면 난 연애도 안 한다. 과팅은 그냥 존나 환상이었고. 김아미 인생 핵노잼.
급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하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동아리도 안 해. 연애도 안 해. 공부도 안 해. 근데 지각은 해. 진짜 왜 이러고 사냐.
한 손으로는 양치질을, 한 손으로는 얼굴에 물을 치덕치덕 바르며 생각했다. 나도 인생에 뭔가 특별한 게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무언가 말이다. 이런 개떡같은 노잼 일상의 반복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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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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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라."
그래도 특별한 게 딱 하나 있긴 하다. 너무 익숙해서 평소에는 못 느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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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느끼지만 오늘이 진짜 갑이다. 최고야... 와.. 진짜 못생겼어."
"닥치라 했다."
방금 그 말 취소되나. 안 특별해. 개새끼..
강의실에 들어오자 손을 번쩍 드는 김태형 옆자리에 재빨리 몸을 안착시켰다. 진짜 10분 만에 학교를 오다니 존내 기적이다. 물론 화장을 다 스킵 했지만.
다행히 교수님은 아직 오시지 않은 모양이다. 숨을 헉헉대고 대충 눌러 쓴 모자에서 삐져나온 머리칼을 정리하니 김태형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다 엄지를 치켜든다.
진짜 못생겼다. 반복해서 대사를 내뱉는 놈의 주둥이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다. 저딴 걸 단짝이라고 데리고 다니는 나도 보살이다.
같이 지낸 시간만 아니었어도 진작 쌩까는 건데. 내가 삐죽 노려보자 김태형은 특유의 빙구같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저걸 어디다 갖다 버릴 수도 없고.
김태형은 드라마틱하게도 나와 10년이 넘게 친구 중이시다. 12년인가 13년인가. 뭐라 정의 내릴 수 없는 시간인데 암튼 오래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땐가 만났으니까.
솔직히 인정하기 싫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긴 내 친구 김태형 씨는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
코도 오똑하고 무쌍 임에도 불구하고 큰 눈은 여자애들이 환장했다.
근데 잘생긴 얼굴을 사용할 줄 모르는 대표적인 병신이라 그 초딩 시절부터 여자가 붙어도 금방 떨어졌더랬다. 나랑은 어떻게 친해졌더라.
내가 얘랑 왜 친구를 했었지. 진짜 기억도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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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을 빤히 쳐다보자 갑자기 윙크를 하고 지랄이 나서 급히 시선을 돌렸다.
토 나올 뻔. 때마침 교수님이 오셔서 김태형은 지랄을 멈추었다.
"야. 오늘이야. 벤자민 폐점."
수업을 멍하니 듣는데 옆에서 김태형이 쿡쿡 찔러왔다. 김태형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짜? 하고 되물었다. 벤자민이 오늘 폐점이라고?
"어. 이따 갈 거지?"
"어떻게 안 가냐. 당연하지."
김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벤자민이 없어진다니.. 벤자민이라는 건 벤자민 문구점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김태형이랑 나는 꼬꼬마 때부터 친구여서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
중고등학교는 다르게 나왔지만, 동네가 같아서 그래도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추억의 장소라던가 하는 게 많았다. 그중 하나가 벤자민 문구였다.
초등학교 앞에 있는 일반 문구점과 다를 것이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특별했다. 학교가 끝나면 당연시 들르던 곳이었으니까.
불량식품도, 조잡한 장난감까지 추억이 잔뜩 묻은 곳인데.. 아무래도 조금 구석에 자리하다 보니 장사가 힘들어진 모양이다.
저번에 떡볶이 집도 그렇고 요새는 새로 생기는 체인점 때문에 사라지는 곳이 많아졌다.
"그 자리에 뭐 들어오는데?"
"몰라. 또 무슨 햄버거 집 같은 거 생기겠지."
"짜증 나."
"그러게."
고향 가는 건 기쁘지만 그 이유가 추억의 장소가 없어지는 것 때문이라니. 강의가 다 끝날 때까지 시무룩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김태형이 옆에서 눈치를 보며 장난도 걸었지만 딱히 받아주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대학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니다 보니 집까지 가는 길이 이렇게 멀었는지 몰랐다.
고개를 젖혀서 흐릿한 전철의 천장을 보다 김태형에게 툭 말했다. 우리 언제 이렇게 멀리 왔냐.
그러자 김태형은 멀뚱멀뚱 나를 봤다. 고개를 다시 똑바로 하고 김태형의 눈을 마주쳤다.
"뭐가 멀어?"
"집 말이야. 엄청 멀잖아. 옛날엔 코앞이었는데."
"그래? 별로?"
"됐다. 너랑 무슨 말을 하냐."
김태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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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옆에 있어서 그런가? 난 별로 멀다고 생각 안 해봤네."
"내가 엄마냐."
김태형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러네. 너라도 있어서 진짜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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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은 여전했다. 낡은 유리창 같은 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가면 성인 서너 명이 들어가기도 벅찬 좁은 공간이 나왔다.
눈앞에 즐비한 불량식품에 김태형과 내 눈이 빛났다.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불량식품에 반응하는 우리였다.
특히 김태형은 더 했다. 평소에도 패스트푸드 같은 걸 즐기는 애 입맛이라 그런지 불량식품에 환장을 한다.
문구점 뒤편에는 조금 먼지가 앉은 장난감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 때는 인기가 많았던 것들인데 요즘 애들은 스마트폰 하느라 저런 건 관심이 없으려나.
김태형이 신나서 불량식품을 고르는 동안 좁은 문구점을 구경하며 생각했다. 어릴 땐 이렇게 작은 줄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정말 작다. 여러 명이서 여길 잘도 들어와서 놀았네.
때마침 주인아저씨께서 안쪽 방에서 나오시면서 웃으며 우릴 반기셨다. 오랜만에 뵙는 얼굴에 반가워서 활짝 웃자 아저씨도 마주 보며 웃어주셨다.
"오랜만에 왔네. 태형이는 키가 더 큰 것 같구나."
"네. 아저씨! 저 이제 좀 있음 180이에요! 대빵 크죠?"
"허허허. 그러네. 아저씨 무릎에 오던 애가 언제 이렇게 커졌니."
"흐흐."
"아저씨 잠시 집에 다녀와야 하는데 여기 지켜줄 수 있니? 오늘 폐점이라 손님도 없을 것 같지만. 잠깐이면 된다."
아저씨의 말씀에 괜히 마음이 찡해져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웃으며 김태형이 들고 있는 불량식품을 가리키며 전부 서비스다. 하고 웃으며 문구점을 나서셨다.
김태형은 철없는 애처럼 좋아하며 아폴로를 뜯어 입에 물었다. 저게 스물한 살인지 여덟 살인지 모르겠다. 하얀색 아폴로를 입에 문 놈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하얗고 기다란 게 꼭 담배 같은데 그걸 김태형이 물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했다. 쟤는 담배 피울 나이에 아폴로나 물고 있고.
그래도 여덟 살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한편으로는 한결같이 순수한 김태형이 고맙기도 했다.
야. 나도 한 대 줘라. 장난스럽게 말하자 김태형이 뭐냐는 식으로 얼굴을 구겼다. 담배 피우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말라면서.
킥킥 웃다가 김태형의 손에 있던 아폴로를 빼앗았다. 아폴로를 입에 물자 새콤하면서 무어라 할 수 없는 맛이 느껴졌다. 이 맛에 아폴로 먹었었는데.
"어.. 뭐지. 엄마가 왜 전화했지? 나 아직 왔다고 말 안 했는데?"
"너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글쎄다. 잠만.. 여보세요?"
김태형의 액정을 슬쩍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김태형의 어머님과도 물론 잘 아는 사이였다. 집에도 종종 놀러 갔으니까.
근데 김태형이 여기서 자고 가면 난 거기까지 또 언제 가냐. 내일도 오전에 강의가 있어서 자취방으로 돌아가긴 해야 하는데.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그런지 돌아가기가 아쉽다.
김태형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짓더니 나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뭐지. 왜 저러지. 전화를 끊은 김태형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뭐야. 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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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가출했대."
"엥? 태훈이?"
"어. 이 미친.."
김태형은 아폴로를 질겅질겅 씹었다. 저렇게 애 같아도 김태형은 의외로 장남이었다. 밑으로 여동생이랑 남동생 하나.
그중 남동생이 요새 질풍노도의 중딩이라 고생을 좀 하는 것 같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사고 쳤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별다른 말없이 아폴로를 하나 더 집었다.
지금 가봐야 되냐? 아무렇지도 않게 묻자 김태형이 한숨을 뱉었다.
"김아미.. 어떡하냐. 나 오늘 같이 못 가겠다. 아씨.."
"괜찮아. 짐작하고 있었어. 당장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어어.. 야.. 미안.. 미안해, 진짜. 오랜만에 와서 이게 뭐냐. 그냥 지금 같이 우리 집 가 있을래?"
"아냐. 난 좀 더 있다가 자취방 갈래. 아저씨가 맡아달라고 하셨잖냐."
아, 맞다.. 김태형이 시무룩해하자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으니까 가봐. 손에 불량식품을 잔뜩 쥐여주자 그제야 웃는 김태형이다. 하여간, 단순한 놈.
김태형은 몇 번이나 나에게 사과하고 나에게 욕을 먹을 때까지 발걸음을 떼지 못 했다. 이럴 때면 진짜 답답할 정도로 착한데 말이지.
가끔 또라이 같은 짓만 안 하면 좋은데. 어쨌건 귀찮게 자꾸만 쫄랑대던 김태형이 사라지자 텅 비어버린 문방구가 쓸쓸해 보였다.
조금 어둡다 싶은 불빛부터 낡은 박스들, 불쾌하지 않은 먼지 냄새도 영원히 그대로 일 것 같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다 변하는 걸까. 또 생각하니 끝도 없이 아쉽다.
문방구를 다시 한 번 하나하나 훑었다. 이제 없어질 건데 조금이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허리를 굽혀 계산대 아래에 있는 작은 딱지들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과는 다른, 오랜만에 듣는 가정집 전화 소리.
주변을 두리번거려 찾으니 계산대 쪽에 놓인 전화기였다. 갸웃거리며 가까이 다가가자 동그란 버튼식의 낡은 전화기가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응답하라 2002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11/15/17/36a5974697d20efca4965cb07312caf6.jpg)
어.. 이거 어떡하지..? 홀린 듯이 수화기에 손을 뻗다가 흠칫 놀라 멈추었다.
아무리 아저씨랑 친해도 남의 집 전화를 받는 건 좀 아니지..? 애써 외면하고 뒤로 물러서자 다행히 벨이 멈추었다.
"근데 아직도 이런 전화를 쓰시는구나.."
우리 집은 인터넷 전화로 바꿨는데.. 그러고 보니 문구점에 전화기가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오랜만에 보는 전화기에 고개를 빼꼼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가슴을 진정시키고 계산대로 몸을 슬금슬금 옮겼다.
아.. 왜 자꾸 울려. 누군진 모르지만 성질 되게 급하네. 꿍얼거리다 전화기를 이리저리 보았다.
전화번호라도 뜨면 좋은데 휴대폰도 아니고 그런 게 뜰리 없었다. 진짜 급한 전화면 어떡하지.
"잠깐 받았다가 아저씨 금방 오신다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래. 그럼 되는 거지. 전화받았다고 아저씨가 화내실 분도 아니고.
전화를 받는 사이 아저씨가 돌아오시기를 바라며 조금 긴장된 손으로 수화기를 잡았다. 수화기를 들자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 여보세요?"
-아,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저.. 저기.. 아저씨 지금 안 계신데.."
-뭐라는 거야. 야, 빨리 지민이 형 바꿔.
뭐야. 잘못 걸었나? 지민?
"저.. 잘못 거신 것 같은데요. 여기는 벤자ㅁ.."
-지민이 형 바꾸라고. 귀먹었냐?
"지민이 누구.."
-너 근데 목소리가 왜 이래. 감기냐?
"......"
-좀 걸걸해진 것 같다?
뭐라는 거야. 내 목소리가 걸걸? 미쳤나?
제대로 잘못 걸었다는 생각에 뼛속에 있는 인내심까지 최대한 끌어모아 말했다. 저기요.
"이 보세요. 잘못 거신 것 같네요. 여기 벤자민 문구점이에요."
-뭐라는 거야. 약을 처먹었나.
"뭐요?"
-니 박지현 아니냐?
"아닌데요."
단호박 먹은 목소리로 말하자 수화기 너머의 놈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냥 끊어버릴까. 내가 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수화기 너머로 뭐지.. 맞는데. 이상하네. 등등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제대로 틀리신 것 같은데요.
지금이라도 이 무례한 사람에게 욕하고 끊고 싶지만 인자한 아저씨를 떠올리며 꾹꾹 참았다. 혹시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놈을 불렀다. 저기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너야말로 누군데.
"웬 반말? 너 몇 살이야?"
-열아홉이다. 왜.
"나보다 어리잖아!"
지금 나 고딩한테 욕먹고 있었던 거냐!
"이봐. 고딩.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진 모르겠는데 전화 잘못 걸었다고. 여긴 벤자민 문구점이고, 아저씨는 지금 안 계셔요."
-벤자민?
"그리고 나는 지민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몰라요. 됐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럴 리가 있네요. 잘못 걸으신 것 같으니 이제 끊을게요."
그리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 진짜 별꼴이야!!
"어? 아미야. 태형이는 집에 갔니?"
씩씩거리고 있는데 때마침 아저씨가 돌아오셨다. 아저씨께 말씀드려야 할까 싶었지만 다신 전화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관두었다.
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자 아저씨는 언제나 그러셨듯 마주 보며 미소 지으시더니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문방구를 둘러보셨다.
조금 쓸쓸해 보이는 아저씨의 모습에 화는 금세 사라지고 덩달아 쓸쓸해짐을 느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두워진 밖을 보며 아저씨는 얼른 집에 들어가라며 재촉하셨고, 폐점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문구점에 있는 것을 상자에 담아 챙겨주셨다.
김태형 몫까지 상자 가득 물건을 채우니 정말 문구점이 폐점을 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아저씨."
많이 그리울 거예요. 정말로.
"나중에 꼭 다시 봬요."
아저씨는 미소 지으셨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김태형이 없어 조금 허전했지만 추억으로 채워진 상자가 빈자리를 대신하는 것 같았다.
겨우 고향에 다녀온 것뿐인데 잔뜩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침대에 늘어뜨리고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김태형에게 몇 개의 카톡이 와 있었다.
태훈이는 예상대로 늘 가있던 피시방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럼 그렇지.
피식 웃고는 뒹굴거리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저씨께서 주신 상자를 풀어 볼 생각은 미처 하지 못 한 채.
2002년 4월 5일
![[방탄소년단/전정국] 응답하라 2002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12/22/18/6898941a8707dc7a2b8269c453e66abf.gif)
"뭐야."
"왜 그래?"
"아니, 지민이 형네 집 번호 바꿨어요?"
"몰라. 왜. 박지민 연락 안 되냐?"
"이상한 여자가 받아요."
-
치환은 처음 써봤는데 괜찮으려나 모르겠네요.
다음에 2화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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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