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료 없으니 시간 많으실때 잠깐 읽고 가세요...^^
(그나저나 누가 제목좀 정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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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겨우 늦지 않게 도착하고서는 묶고있던 머리를 풀었다. 가방에서 서둘러 브러쉬를 꺼내 선배님이 좋아하는 긴 머리를 빗어내렸다. 항상 타던 버스를 타서 더 일찍 도착할 줄 알았지만 어느 한 승객이 저 멀리서부터 뛰어와서 버스를 타는 바람에 그 남자를 기다리느라 조금 늦어졌다. 브러쉬를 가방에 다시 넣자 앞에 누군가가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정확히 4시 반이었다.
"오셨어요 선배님?"
고개를 들자 여느때와 같이 단정한 모습의 선배님이 보였다.
"오늘도 먼저 왔네? 항상 시간 맞춰 와도 늦는 기분이라니까?"
"그러면 선배님이 먼저 오셔서 기다리면 되죠~"
웃으며 건낸 농담에 선배님도 따라 웃으셨다. 하여튼 너한테는 못이겨.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시는 선배님에게 이제 아셨어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는 졸업공연 준비로, 선배는 배우로서 첫 공연 준비로 서로 바쁜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봐서인지 안부며 공연이며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벨이 울렸고 선배님이 잠시 전화를 하고 온다며 밖으로 나가셨다.
"나 약혼해."
전화를 끝마치고 온 선배님이 행복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선배님의 모습 중, 가장 행복해보이는 웃음이었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거짓말 하지 말라고 어색하게 말했다.
"진짜야. 미리 말 했어야 했는데... 만난지는 얼마 안됬는데 서로 통하는 것도 많고 해서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있는 중이야. 지금 오기로 했는데..."
머리 속이 하얘졌다. 나랑도 통하는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저 후배일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 그 애랑 또 친한 동생 한 명 여기로 온다고 했어. 너 낯가리는거 아는데... 그래도 괜찮지? 꼭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그래."
가방끈을 쥔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준건지 손끝이 새하얘졌다. 도저히 그 사람을 볼 자신이 없었다. 나는... 난...
"선배님. 저 이번에 극작가랑 좀 맞춰봐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거 때문에 가봐야할 것 같아요. 혹시 괜찮으시면..."
"그래. 그럼 셋이서 만나지 뭐. 아쉽네... 약혼식 이번주 금요일이니까 꼭 와줘!"
그리고 선배님은 봉투 하나를 건내주었다. 2일... 이틀동안 이 곳에 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봉투를 가방에 구겨넣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분명 얼굴 역시 손끝처럼, 머리 속처럼 하얗게 질려있을 것이다.
* * *
선배와의 만남에서 도망친 이후 충동적으로 미용실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때 선배님이 긴머리의 문학소녀를 좋아한다는 말에 무작정 기르기 시작한 머리였는데... 이제는 잘라야 할 것만 같았다. 미용실 의자에 앉아 거울 속 나를 쳐다보았다.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내가 보기 싫었다.
"저... 단발로 잘라주세요."
그리고 너무 뻔한 드라마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나는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잘랐다. 뻔한 이야기를 싫어하는지라 내 연극에는 항상 새로운 것,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만을 올리려고 노력해왔었다. 그런 점에서 교수님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고. 그러나 막상 평범한 실연을 겪고 나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미용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굉장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건 무슨 영화도 아니고... 오늘따라 내 하루에 클리셰가 너무 많았다. 오늘만큼은 나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되어보자는 심산으로 빗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예쁜 여자주인공들은 이런 상황에서 서브남주가 우산을 챙겨준다던가, 자동차로 데리러 온다던가 하는 행복한 상황을 마주하겠지만 인간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은 나로서는 바랄 수 없는 일이었다. 차가운 비를 맞자 머리가 약간은 정리되는 것 같았다. 비를 맞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구나... 왠지 더 울적해지는 것 같은 기분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
한참을 걷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걸음을 멈췄다. 갑자기 멈추자 차마 멈추지 못한 누군가가 나의 등에 부딪혔다. 더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아니, 나는 누군가의 우산 속에 들어와 있었다.
"누구..세요?"
뒤를 돌아보자 어디선가 본 듯한 키 큰 남자가 우산을 들고 서있었다. 멋쩍게 웃어보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더니 우산을 쥐어주었다. 그리고서는 다시 한번 멋잇는 미소를 짓고 빗속으로 사라졌다. 저기... 차마 소리내어 부르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남자가 잡고있던 우산 손잡이가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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