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보내준 익인 고맙고...
댓글 보내준 독자들도 고마워요...똥손주의..^.^ 망작주의...^.^
조회수는 높은데 댓글 수는...뭐..자급자족하는 잉여라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서운합니다..ㅠㅠ
암호닉 주셔도 됨요ㅋㅋㅋㅋ저번편에 필명을 안 썻었네요...
늑대소년2 |
은주와 철수는 한참동안 서로를 쳐다봤다. 정적을 깬 것은 은주였다.
"여기 사세요?"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언제부터요? 옛날에 저 왔을 때도 여기서 사신 거에요?"
"옛날부터 살았습니다. 여기 순이 집입니다."
순이? 은주는 익숙한 이름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철수는 훤히 열려져있던 별장의 문을 닫고 온실로 향했다. 은주는 뒤돌아 가는 철수를 황급히 따라갔다.
"저희 할머니 아세요? 저희 할머니 이름도 순이였어요. 우리 할머니 아시는 거에요?"
철수는 은주를 바라보고 고개를 두어번 끄덕였다. 은주는 철수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휩싸였고 혹시 할머니가 별장에 들러달라고 한 이유도 이 남자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이는 안 왔습니까?"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은주를 쳐다보던 철수가 물었다. 은주는 어! 그게..그러니까요...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한참동안 손을 만지작거리던 은주가 철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할머니요..돌아가셨어요. 두 달 전에..폐병이 심하셨거든요."
*
철수에게 할머니의 죽음을 전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철수는 알 수 없는 기분이 밀려왔지만 순이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나약한 존재인 것을 아는 철수는 그 감정을 묻어두기로 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은주는 민박집이라도 찾아봐야겠다 싶었지만 철수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은주를 온실로 데려갔다. 어렸을 때부터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할머니가 당부를 했지만 철수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분으로 빽빽히 채워진 공간을 본 은주가 신기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철수는 그런 은주를 힐끗보고는 얼른 오라며 손짓했다.
"여기가 그 쪽 집이에요? 여기 세 들어서 사신거에요?"
"세? 그게 뭐에요?"
철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은주는 돈 내고 다른 사람 집에서 사는 거요, 월세? 전세? 하며 묻는 은주를 보는 철수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냥 무시했다. 자신의 말이 무시당하자 은주는 철수를 한 번 째려보고는 방을 둘러봤다. 별의 별 책과 화분, 그림으로 가득한 이 방은 미국에 있을 적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다락방 같이 생겨서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벽에 붙어있는 그림들을 보며 은주는 감탄했다.
"이거 아저씨가 다 그린거에요? 그림 잘 그리시네?"
책상 앞에 붙여진 그림을 보는 은주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은주와 똑같이 생긴 여자였다. 붙어있던 그림을 떼고 멍하니 그림을 들여다봤다. 종알종알 거리던 은주가 말이 없자 방 한켠에서 무언가를 찾던 철수가 은주를 쳐다봤다.
"이 그림 우리 할머니에요?"
노랗게 바랜 그림을 철수에게 들이밀었다. 철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은주는 눈물이 차올랐다. 할머니는 늘 은주에게 어렸을 때 할머니의 모습과 똑닮았다고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렸던 은주는 할머니가 생각이 나 눈물을 뚝뚝 흘렸다. 철수는 은주를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소매로 은주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순이가 울면 안절부절 했었는데 지금이 딱 그 심정이었다. 안아주어야 할 지 달래주어야 할 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
*
"찾았다."
구석에 놓여있던 상자들에서 순이의 일기장을 찾은 철수는 은주에게 그것을 건냈다.
산 속을 헤매다 다시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순이네 가족은 떠나고 없었다. 철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순이의 냄새가 옅게 밴 순이의 방문을 열었다. 그 곳엔 순이네가 미처 챙기지 못한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황급히 테이프를 떼고 상자를 열자 순이의 일기장과 철수가 입고 있던 헤진 옷들, 순이가 매일 같이 읽던 책 '애견훈련대백과'가 있었다.
처음에는 글을 몰라 순이가 그려놓은 그림들로만 내용을 해석했었다. 그러다 글을 배우게 됐고 일기장의 내용을 알게 됐을 때는 순이가 힘들었을 때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폐병, 암, 병원, 아픔 이런 단어들로만 빽빽히 메꿔진 종이들을 보며 철수는 눈물을 떨궜었다.
빛이 다 바랜 표지에 아기자기한 글씨로 '달빛슬픔'이라 써진 공책을 받은 은주는 눈물을 닦고 공책을 한 번 쓸었다. 오랜시간 펼쳐보지 않아 먼지가 쌓여있었다.
'아무도 건들지마시오!' 라고 써져있는 공책을 보고 웃음을 띄운 은주는 철수에게 말했다.
"이거 저 빌려주시면 안 돼요?"
"꼭 가져다 주세요. 순이가 싫어할 거에요."
"에이- 할머니는 나 제일 좋아해서 괜찮은데."
가방에 공책을 넣은 은주는 배터리가 나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통성명도 하지 않은 것 같아 철수를 보았다.
"제 이름은 은주에요, 그 쪽은 이름이 뭐에요?"
"철수, 김철수."
"이름이 철수에요? 와- 철수..크크큭.."
교과서에서나 들어본 듯한 김철수란 이름에 은주는 웃었다. 철수는 은주가 웃는 이유를 몰라 멀뚱멀뚱 은주를 바라봤다.
"아, 미안해요..이름 가지고 웃으면 안 되는데.."
"이름, 순이 엄마가 지어줬습니다. 순이 엄마가 김철수라고 불렀습니다."
순이엄마? 순이 엄마면 할머니의 엄마니까 증조할머니? 증조할머니가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멍하니 철수를 바라보던 은주가 철수에게 황급히 물었다.
"철수 씨는 우리 할머니를 어떻게 알아요? 우리 증조할머니는 어떻게 만났는데요?"
철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은주를 멍하니 쳐다봤다.
"....말하기 곤란하면 안 하셔도 돼요. 그래도 나중엔 꼭 말해줘요."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
밤새도록 철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라 할 것도 없고 일방적으로 은주가 말하고 철수가 고개를 끄덕인 것 밖에 없다. 동이 틀 때까지 한참을 말하던 은주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철수는 은주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말하는 것도 어쩜 순이와 그렇게 똑같은지 신기했다. 순이처럼 순수하고 깨끗했다. 처음의 원망스러움은 없어지고 은주에게 마음을 열기로 했다. 철수는 책상에 앉아 평소처럼 그림을 그렸다.
순이가 아닌 은주를 그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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