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받을게요..똥망주의..똥손주의..그냥주의...
늑대소년2 |
쌀쌀한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천천히 눈을 뜬 은주는 여기가 어디인지 헷갈렸다. 낡은 방이 보이자 새벽에 만난 철수가 생각이 났다. 방 안에는 철수가 없었다.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펴고 이불을 정리했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떠 있었다.
"너무 오래 잤네.."
철수를 찾으러 밖으로 나가다가 책상에 올려진 종이가 보였다. 네모난 글씨로 '은주'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은주가 웃고 있는 그림이 있었다.
"화가네. 진짜 그림 잘 그리셔."
종이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고 철수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
"철수 씨! 김철수 씨!"
마당에도 철수가 없었고 별장 안에도 철수는 없었다. 은주는 철수의 행방을 알 수가 없어 걱정이 되었다. 어리숙해 보이는데 무슨 일을 당하고 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철수를 찾기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데 철수가 멀리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은주는 차키를 코트 주머니에 넣고 철수를 불렀다.
"철수 씨! 얼른 와요!"
*
은주가 곤히 자길래 문을 살짝 닫고 나왔다. 은주가 오면 무언갈 대접하고 싶은데 집에는 먹을 게 없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천원짜리 지폐가 한 장 나왔다. 옷을 챙겨 입고 시장에 나갔다. 시장에 가니 천원으로 할 수 있는게 고작 호떡 세 개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 호떡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저 멀리 은주가 자동차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벌써 가려는 걸까 싶었지만 은주가 자신을 크게 부르길래 냉큼 뛰어갔다.
"먹어요."
은주에게 검은색 봉지를 내밀었다.
"호떡?"
은주가 철수를 올려다보며 웃었다. 나 호떡 되게 좋아하는데- 하며 뜨거운 호떡을 호호 불어먹는 모습을 보니 제 배가 불러오는 것 같았다.
"철수 씨도 하나 먹어요."
은주가 철수에게 호떡 하나를 내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을 보니 침이 고여 한 입 베어물었다. 호떡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맛있었다.
배가 고팠던 은주는 남은 호떡 하나까지 다 먹었다. 그래도 허기진 배는 꺼질 줄을 몰랐다. 은주는 별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호떡을 먹던 철수는 은주의 뒷모습만 쳐다보고 있었다. 은주는 트렁크 안에 있던 가스버너와 캠핑용 냄비, 남은 라면 두 봉지를 가지고 왔다.
*
"라면 좋아해요?"
은주가 라면 봉지를 찢으며 말했다. 끓는 물에 면을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철수는 이상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자 인상을 찡그렸다.
"전 라면 별로 안 좋아합니다."
철수가 스프를 털어넣는 은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금 화가 난 것 같은 목소리에 은주가 철수를 힐끗 쳐다봤다.
"왜 싫어해요? 맛있는데."
"이상한 냄새 납니다."
"이상한 냄새? 이거 유통기한 안 지났어요."
라면 봉지를 이리저리 훑어본 은주가 말했다. 아니, 그런 냄새 말고..하며 어리숙하게 말하는 철수를 보며 은주가 물음표를 띄웠다.
"공장냄새, 공장냄새 납니다."
공장냄새? 그게 뭔데요- 하는 은주가 답답했다. 은주 또한 철수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스버너의 불을 끄고 냄비 뚜껑에 면 한 젓가락을 집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라면을 먹었다. 철수는 한숨을 쉬고는 은주가 먹는 모습을 쳐다봤다.
"안 먹고 뭐해요."
"이거 먹으면 은주 죽어요."
"네?"
"이거 몸에 안 좋아."
무슨 소리인지 한참을 생각하던 은주가 아아-소리를 내며 철수에게 말했다.
"이거 인스턴트라 그런 거에요? 난 또 뭐라고. 근데 이거 맛있는데."
"원래 몸에 안 좋은 건 맛있어요."
퉁명스럽게 말하는 철수를 보며 웃은 은주는 그럼 오늘만 먹고 안 먹을게요-하며 라면을 먹었다.
"나 혼자 먹으면 맛 없으니까 철수 씨도 먹으면 안 돼요?"
살살 웃는 은주를 보자 뭐라 할 수가 없어 제 앞에 놓인 젓가락을 마지못해 들었다.
*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냄비를 씻고 별장으로 들어가니 철수가 다 낡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눈사람'이라고 쓰여진 동화책이었다. 얼마나 많이 봤는지 표지에 손때가 가득했다.
"그 책은 뭐에요?"
철수의 옆에 앉은 은주가 책을 보며 물었다. 철수는 은주를 힐끗보고 답했다.
"순이가 준 거, 순이가 옛날에 나한테 준 거에요. 나중에 같이 눈사람 만들자고 했는데 순이랑 못.."
옆에서 느껴지는 눈빛에 고개를 돌리자 은주가 철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철수 씨, 신기해요..철수 씨는 몇 살이에요?"
철수는 고개를 돌리곤 다시 책에 집중했다. 대답하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던 은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별장을 둘러보았다. 2년 전과 달라진 게 없었다.
"여기 철수 씨가 청소하는 거에요?"
"순이 올까봐 했어요, 순이는 더러운 거 싫어하니까."
*
"철수 씨,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요."
트렁크에 가스버너와 냄비를 넣고 운전석에 오른 은주가 철수에게 말했다.
"은주,이제 안 옵니까?"
"음..철수 씨는 내가 왔으면 좋겠어요?"
철수는 멀뚱멀뚱 은주를 바라봤다. 한참을 대답이 없는 철수를 보던 은주가 답답해서 안전벨트를 메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 모습을 본 철수가 다급하게 은주에게 다가갔다.
"은주,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처럼 자고, 오늘처럼 먹고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금요일 날에 올게요."
"금요일?"
"응, 금요일이요. 몇 밤만 더 자면 되는데. 다음에 올 때는 라면말고 다른 거 싸올게요."
고개를 끄덕거린 철수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
은주가 철수의 손을 보고 웃고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나 약속 꼭 지키니까 다시 올게요."
점점 멀어져가는 은주의 차를 보며 철수가 손을 흔들었다. 저 멀리 점이 될 때까지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
서울 자취방에 도착한 은주가 철수가 그려준 그림을 꺼내 벽에 붙였다.
"아 맞다, 핸드폰!"
코트 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배터리를 바꾸고 전원버튼을 눌렀다. 문자메시지와 부재중전화가 잔뜩있었다. 모두 남자친구 수현에게서 온 것이었다.
'어디야? 전화 좀 받아'
'걱정된다..지금 집 앞이야 문 좀 열어줘'
'문자보면 전화해'
"어떡해.."
수화음이 꽤 길었다. 그러다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오빠, 미안해. 걱정 많이 했지.."
'괜찮아, 너네 어머니한테 전화했었어. 강원도 갔었다며.'
"응, 할머니 별장에 갔다왔거든."
많이 화난 거 같지 않은 수현의 목소리에 안심하고는 집 안 정리를 시작했다.
'피곤할텐데 쉬어,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응, 오빠도 잘 자."
*
남자친구 이름 뭐로 할지 고민하다...김수현이 늑대소년 캐스팅물망에 있었다길래..걍 김수현으로 함요.. 다른 이름 추천도 받아요...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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