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권순영] 신경외과 VS 소아과_13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9/13/1/07da61e912201e88e3c7168a265ffeb4.gif)
신경외과 VS 소아과 :: 13
By. 아리아
바닷가에서 나누었던 키스는 상당히 낭만적이었지만, 그 끝은 지독한 감기였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인지라 조금의 바이러스도 허용하지 않았던 제 몸인데 이번엔 꽤 강한지 삼일 째 기침을 달고 사는 저였다.
"너 아직도 감기야?"
"응. 이번엔 좀 오래가네."
"약은 먹었고?"
"먹지. 근데 안 나아."
"권교수는 아냐? 너 감긴거?"
갑작스런 석민이의 질문에 국을 뜨던 숟가락이 도로 국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보니까 봉사 다녀온 이후로 권교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제 아무리 신경외과와 소아과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들, 왔다갔다 하면서 한번 쯤 볼만도 한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휴대폰을 꺼내 상단바를 내려보아도 광고 카톡 만이 저를 반겼다. 바쁜가.
"연락도 없어? 사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권태기야."
"그런 거 아니니까 닥쳐라."
"예, 누님."
비엔나 소시지를 씹으며 깐족거리는 석민이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통하고 때렸다. 말은 그러면서도 제 속은 의구심으로 가득한 채 수저를 내려놓았다.
***
"교수님, 퇴근 안하세요?"
교수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혹시 권교수인가 싶어 거울을 들여다보다 머리만 빼꼼 내민 승관쌤에 힘이 쭉 빠졌다. 하루종일 진료에, 수술에, 응급에. 몸이 열개라도 부족했던 터라 시간 가는지도 몰랐는데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왔었나보다.
힘이 빠지는 하루의 끝에 권교수가 생각 나는건 왜일까.
힘없이 가운을 벗어 행거에 대충 걸어놓곤 가방을 챙겨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향했다.
홀드를 아무리 눌러 보아도 시간만 흘러갈 뿐, 시계 이외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휴대폰을 조수석으로 툭 던져놓았다. 시동을 걸려는 순간, 웅웅 거리는 진동소리에 놀라 던졌던 휴대폰을 다시 주워들었다.
NS 권순영 교수
그토록 기다렸던 그의 전화인데, 괜시리 연락이 없던 그가 얄미워 열심히 울리는 휴대폰을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머리보단 몸이 먼저 반응했는지 손가락은 통화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고 하루종일 제 귀를 맴돌았던 그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졌다.
"여보세요."
"네."
"퇴근했어요?"
"이제 막 퇴근해요, 왜요?"
휴대폰 너머로 푸스스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교수 삐졌습니까."
"제가요? 아니요? 저는 삼일 동안 연락 안 해서 삐지고 그런 여자 아닌데요?"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투정을 부렸다. 부릴 거 다 부려놓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여전히 그의 웃음소리가 제 귓가를 맴돌았다.
잠시 그의 웃음 소리가 멀어졌다 콜록 하는 기침소리가 들린 후, 다시 목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기침?
"권교수님 감기 걸렸어요?"
"..들었어요?"
소심하게 묻는 그에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추어졌다.
"약은요?"
"사러 나갈 힘도 없었어요."
"밥은 챙겨먹었구요?"
"남자 혼자 사는데 뭘 챙겨 먹습니까."
"주소 보내놔요. 약 받아서 갈게요."
돌아오는 대답은 뻔히 예상이 가 바로 끊어버렸다. 급히 가정의학과 의국에서 감기약을 받아 보내준 주소를 네비에 입력하곤 시동을 걸었다.
딩동-
경쾌하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문 안 쪽에서 무언가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러나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에 똑똑, 노크를 했다.
"안와도 되는,"
"얼른 들어가요. 옷도 얇게 입었으면서."
날씨완 정반대인 반팔티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는 그를 급히 집 안으로 밀어넣었다. 고작 삼일 만에 헬쓱해진 그의 모습에 속상한 마음과 함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아프면 말을 해야죠. 갑자기 잠수타는게 어딨어요."
"나 별로 안 아픈데,"
그의 말은 눈치없이 제 존재를 드러낸 기침에 의해 마무리되지 못했다. 슬슬 눈치를 보는 그의 팔을 당겨 아늑해보이는 침대로 향했다.
"죽 데워올테니까 누워있어요."
"응."
까칠하던 권교수는 어디로 갔는지 순한 강아지 같이 이불속에 파묻혀 저를 바라보는 그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가 없다.
오면서 사온 죽을 데우며 반찬거리가 있는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 흔한 계란 하나 조차 없는 냉장고에 한숨을 내쉬며 문을 닫았다.
가기 전에 장이라도 봐놓고 가야지.
"권교수님, 일어나봐요."
그새 잠들었는지 일정한 숨소리를 색색 내뱉고 있는 그였다. 흔들어 깨워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에 쟁반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의자를 침대 옆으로 당겨 앉았다.
가까이서 보자 더욱 눈에 띄는 헬쓱해진 얼굴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 좀 해주지, 속상하게."
"속상했어요?"
"..헐, 뭐야. 자고 있는 거 아니였어요?"
"잠들 뻔 했는데 최교수때문에 깼습니다."
"..."
별 거 아닌데, 마치 제 치부를 다 들켜버린 마냥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눈을 뜨지 않은 채 잔잔한 미소만 짓고 있는 그가 저를 놀리는 모양새인 것 같아 얄미웠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제가 궁금했는지 실눈을 뜨다 이내 제 손목을 잡아 당겨 자신의 옆에 눕혀 꼭 끌어안아버리는 그였다.
"ㅁ, 뭐해요."
"연락 안해서, 아픈거 말 안해서 미안해요."
"..미안한 거 알긴 알아요?"
"당연하지. 무릎 꿇고 빌까요?"
"됐어요. 이거나 좀 놔줘요. 죽 먹어야지."
아픈 사람이 힘은 왜이리 좋은지 일어나려는 절 오히려 더 꽉 안아오는 그에 잠시 발버둥치다 결국 넓은 품을 파고들었다. 열이 오른건지 평소보다 더욱 따뜻한 품이었다. 가끔은 진한 키스보다 가벼운 포옹이 더욱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한 단 말을 잡지 어딘가에서 봤던 기억이 제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 에디터 분 뭘 좀 아는 분이신 것 같다.
따스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왔고 그날 난 그의 품에서 잠들었다. 집 방문의 이유였던 약 먹이기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아, 그리고.
감기는 둘 다 심해졌다.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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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신경외과에 슬럼프왔나봐요...글이 안써져..오늘도 뭘 쓴건지 모르겠네요....죄송해요 독자님들 항상 예쁜 댓글들로 제 기분을 둥둥 띄워주시는데 그 댓글만큼 예쁜 글을 못 써내는 것 같아요. 슬럼프라고 하기도 웃기지만 빨리 정신차려서 예쁜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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