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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 전체글ll조회 386l

 "용대야, 무슨 일이야?"

 "... 앉아서 얘기하자."


 네가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너의 표정에서 이유모를 안타까움, 미련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네가 준 음료를 받으며 땅을 바라봤다. 위에서 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 헤어지자."


비를 내려줘요 W. Kei

BGM : 린 - 비를 내려줘요

 

 그것은 하나의 비수와도 같았다. 나의 마음 속을 꿰뚫는, 그런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은 너의 말이 들렸다. 음료를 마시려고 위로 올라가던 나의 손이 허공에 뜬 채로 멈췄다. 나는 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지, 나는 몇 분 동안이나 너를 바라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나를 향해 희미하게 웃어주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너의 손길 뿐이었다. 너의 입에서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 같던 말이 다시 한 번 나왔다.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가는 네 뒷모습이 눈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 음료를 네가 앉아있던 벤치에 올려놓고, 다급하게 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넌 받지 않았다. 이제서야 '이별'이라는 두 글자가 실감나기 시작했다.

 

 

 

 밖의 날씨는 불필요할 정도로 맑았다. 나는 소파에 누워있기만 했다. 아무런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것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멍하니 누워서 너의 마지막 그 모습을 생각하는 것 뿐이었다. 내 눈은 계속해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너에게 남아있는 미련이라는 감정임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 감정을 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고 어렵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있다. 지금까지 모두 장난이었다고, 예전처럼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웃어줄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나는 버릴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저녁이 다 된 시간이었다. 해가 지면서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날씨는 여전히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날씨였다. 네가 좋아하던 맑은 날씨였다. 힘겹게 소파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부재중 통화는 한 건도 없었다. 허탈함과 공허함의 감정들이 나에게 쏟아졌다. 너는 벌써 나를 잊었다는 생각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졌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시렝 맞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너의 사랑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일 뿐이었다.

 

 

 

 밤이 되었다. 하늘은 검푸른 색의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구름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는지, 그렇게나 많이 보이던 별들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았다. 베란다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바지 주머니 속에서 휴대폰의 벨소리가 들려왔다. [조준호]라는 세글자가 보였다. 전화를 받자, 언제나와 다를 것 없는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어디냐?」

 " 갑자기 왜?"

「아니, 그냥. 할 거 없으면 술이나 같이 마시자고.」

 " 오늘은 좀... 딱히."

 

 나의 약간은 퉁명스러운 대답에 짧은 적막이 흘렀다. 그 짧은 순간이 끝나고 들린 것은 너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였다.

 

「... 무슨 일 있었어?」

 

 준호의 물음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뭐라고 말해야할지도 몰랐다. 이 이상 깨져버려서, 간신히 정리한 그 관계에 대해서 무어라 말하는 것이 내 성격과도 맞지 않았고, 그 관계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도 나에겐 그저 고통 그자체일 뿐이었다. 내 대답이 들리지않자, 준호는 불안해진 것인지 나에게 말했다.

 

「... 안되겠다. 너 당장 평소 자주가던 그 곳으로 와.」

 

 

 

 나는 입고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밖으로 나갔다. 막상 나오라고 해서 나왔지만, 준호를 만나면 뭐라고 말해야할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우리 헤어졌다? 나 차였다? 그저 머리속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신호등 앞에서 녹색 신호등이 되기를 기다리는데, 내 손에 눈이 갔다. 아직까지 네가 나에게 끼워줬던 그 반지를 끼고있었다. 반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동시에, 나는 고개를 들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맞은편을 바라봤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맞은편에서 한 여자의 손을 잡고는 키스해주며 웃는 이용대, 너의 모습이었다. 누군가 나의 뒷통수를 후려친듯, 머리가 멍해졌고 앞에서 펼쳐지는 그 풍경이 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신호가 바꼈음을 알리는 뚜루루,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고, 나를 제외한모든 사람들은 맞은 편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사이로 행복한 것인지, 웃고있는 네 모습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녹색 신호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멍하니 서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밀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준호가 웃으며 내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나는 그런 준호를 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준호는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밀어주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약지에 아직까지 끼고있던 반지를 천천히 뺐다. 동시에, 신호등을 건너온 나를 네가 보았다. 준호도 뒤에서 한 여자와 손잡고 있던 너를 보고는 놀라며 우리 둘을 번갈아 보았다. 너의 표정은 조금씩 굳어졌고, 네 옆의 여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도 채지 못한 것인지 멍청하게 서서 우리를 보고있었다. 나의 반지를 잡고있는 두 손가락이 하수구 위로 향했다. 손가락에 주고 있던 힘을 빼자, 반지가 소리 없이 추락했다. 반지는 하수구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조용히 너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아무 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준호는 내가 들어온지 5분 정도 뒤에 가게에 들어왔다. 나는 준호를 바라보고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물었다.

 

 "왜 이렇게 늦어."

 "이용대, 그 개새끼좀 패고 온다고 늦었다."

 "... 쓸모없는 짓이나 하고다니네."

 

 준호는 술잔에 술을 따르고는 한 모금 마셨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별은 보이지 않았다. 따가운 시선에 옆을 바라보자, 나를 죽일 듯한 기세로 빤히 바라보는 준호가 보였다. 나는 실소를 터뜨리며 준호를 바라봤다.

 

 "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 아니, 그냥."

 

 준호는 나에게 무어라 말하려다가 그만 두는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왠지 나는 준호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12시가 다되어 있었다. 힘 없이 반쯤 술에 취한 채로 나는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의 온기가 날 기분좋게 만들어줬다. 이대로 잠시만 잠을 청하고 싶었다.

 

 

 

 샤워를 다하고 머리에 남아있는 물기를 수건으로 털면서 욕실에서 나왔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밖에서 조금씩 내리고 있는 비였다. 나는 거실에서 비가 내리는 그 풍경을 보았다. 동시에, 거실의 소파 위에 놓아둔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준호의 전화였다. 전화기를 귀에 갖다대었다.

 

 "여보세요?"

 

 여전히 취기가 남아있는 너의 목소리가 나의 목소리 바로 뒤에 들렸다. 너의 전화를받으며 나는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 비가 더 세게 내려주기를 소망했다. 헛된 미련이 비와 함께 쓸려가기를 나는 기원했다. 전화기에서는 준호의 낮지만, 강직한 취기오른 목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 딱. 딱 한 번만 말할거야.」

 

 내 귀에 준호의 그 다음 말이 울려퍼졌고, 내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나는 이 비가 더 내리기를 다시 한 번 기원했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날 위해, 비를 내려주라고 하늘에게 나는 부탁했다.


 

사설

 

이제 시험기간이라 소설 업뎃은 좀 느려질 것 같습니다 T_T;;;

조직물은 이제 1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업데이트 될 것 같아요 :3;;;

완결 얼마 안남았으니 열심히 연재하겠슴다 ㅠㅠㅠㅠ///

 

조직물에 올려드리는 암호닉은 여전히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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