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아, 민윤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못됐어, 저 형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어딜 봐서 27살이야?"
오늘도 방탄의 숙소는 조용하지 않음...
"내 수프 내놓으라고!!!!!!"
윤기가 다이어트 때문에 아끼고 아껴 먹던 탄소 수프 훔쳐먹고 거기에 물을 타 놨기 때문에 ㅋㅋㅋㅋ
"야, 미안. 근데 맛있더라."
"죽어, 진짜!!!!!!!!"
"ㅋㅋㅋㅋㅋ 탄소야 진정해... ㅋㅋㅋㅋㅋㅋㅋ"
"목숨도 맛있어지겠네..."
"ㅋㅋㅋㅋㅋ 그런 소리 하지 말고 탄소 좀 말리라고, 남준아... ㅠㅠ 저러다 윤기 죽어!"
"야, 준아. 얘 데려가라, 좀! 얘 힘이 왜 이렇게 세냐!"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아, 시끄러워."
"..."
정국이가 등장하면 조용해짐. 정확히는 탄소가 입을 다물고 그 뒤를 따라 석진, 남준, 윤기가 조용해지는 것.
"석진이 형, 오늘 형 스케줄 언제예요."
"어, 나... 오늘 열두 시?"
"저 좀 따라갈게요, 그래도 되죠?"
"어어, 나야 뭐."
"정국아, 나 오늘 한 시에 나가! 감독님이 밤샘 촬영이라고 하셨으니까 너 집에 있어도 돼!"
"들어온 지 1년만에 솔로 촬영 들어오니까 좋아요?"
탄소가 있는 둥 없는 둥 하며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그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빛이 변해서 비꼬기 시작하는 정국이.
이야, 잘생겼다... 정국이가 비꼴 때마다 나오는 탄소만의 습관임. 비꼬는 시간에 다른 생각 하기. 사실 그 모습에 정국이는 더 빡 쳐서 막 내뱉는 거지만.
처음엔 그냥 듣고 있으면 익숙해지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더 업그레이드 되는 독설에 정신이 피폐해지는 기분이라 그냥 다른 생각 하면서 그 시간을 버팀.
그리고 드디어 정국이의 입이 닫히자, 탄소는 차근차근 오해를 풀기 위해 말을 시작함.
"아니, 나는 너 괜히 감기도 들었는데 나가서 더 악화되지 말고 편하게 집에 있으라는 뜻이었어."
"한 시간도 얼굴 보기 싫어서요. 제가 누나 얼굴을 왜 봐야 해요?"
그렇게 비웃음을 남기며 화장실로 들어가는 정국이. 이번 공격은 좀 셌는지 탄소 얼굴이 울상이 됨.
"그러게 왜 가만히 잘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 들어와선."
정국이가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읽던 책을 탁 덮고 일어나는 태형이.
"김태형."
윤기가 화난 음성으로 태형이를 부르지만, 탄소는 그러지 말라는 뜻으로 윤기의 팔을 확 잡아끔.
괜히 여기서 윤기가 편을 들면 태형이가 자신을 더 마음에 안 들어할 걸 알기에.
"내가 틀린 말 했어?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거 아냐."
"그만해라."
"김탄소, 너 때문에 호석이 형 지난 일 년간 숙소에서 잔 적 손에 꼽는 거 아냐?"
"김태형!"
"회사 사람들이 너 좀 예뻐해 주고 그러면 뭐 하냐, 팀 내에서 예쁨을 못 받는데."
"..."
"왜 하필 우리 그룹에 들어와선..."
태형이의 마지막 말에 결국 울컥하는 탄소. 하지만 절대 눈물은 흘리지 않음.
태형이는 울음을 참는 탄소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방에 들어감. 그 뒤를 태형이 룸메이트인 남준이가 탄소를 한 번 힐끗 본 후 따라 들어가고.
"예쁨을 못 받기는 무슨, 저게 아주 형들을 투명 인간 취급하네. 그렇지, 탄소야?"
"김탄소."
"나 작업할 거야. 아무도 들어오지 마."
"..."
"오늘 민윤기 장비 다 망가뜨릴 거야."
"야!!!!"
탄소가 작업한다는 말은 자기 지금 울 거니까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지만 윤기 장비를 망가뜨린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진심으로 부술 생각은 아니었지만 울면서 작업하다 보면 눈 앞이 흐릿해져서 장비를 떨어뜨리고 부수게 되거든... 그리고 그렇게 부숴먹은 윤기 장비가 2개거든... (((윤기 돈)))
02.
탄소는 이제 겨우 24살임. 현실이라면 이제 막 취업 준비에 뛰어들었을 여대생의 나이. 덧붙이자면 풋풋한 사회초년생이었을 거란 얘기임. 동기들과 오순도순 밥도 같이 먹고, 가끔 친구들과 모여 상사 욕도 좀 하고, 잘한 일 있으면 칭찬도 받고, 그렇게 성장할 나이였을 거임.
하지만 탄소의 지금 상황은 연습생 기간 10년 덕분에 욕은 고사하고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몇 없음.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어느 회사를 가든 '다른 그룹들과 색깔이 맞지 않는데, 솔로로 데뷔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평을 받으면서 자기보다 늦게 들어온 연습생들의 데뷔를 지켜보며 투명 인간처럼 살아왔음.
그러다 빅히트에 발탁되어 방시혁의 빅 픽처로 방탄소년단의 홍일점으로 합류했는데, 데뷔만 했다 뿐이지 여전히 투명 인간 취급임. 물론 석진, 윤기, 남준 이 세 명이 매우 아껴 주지만, 그 세 명도 각자 할 일이 있다 보니, (남준, 윤기- 작곡, 석진- 연기) 매우 바빠서 탄소랑 얼굴 보는 횟수가 적음.
호석, 태형, 지민, 정국이는 탄소를 제일 싫어함. 왜냐하면 탄소가 들어오기 전에 홍일점이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임.
그 아이는 꽤 예뻤음. 노래도 잘하고, 탄소가 잘 못 추는 춤도 잘 추고, 시를 좋아했어서 작사도 잘했었음. 남준이가 작사는 그 아이한테 맡겼었으니까. 그냥 한 마디로 정말 홍일점이었음, 남자 일곱 명과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심지어 정국이랑은 팬들 몰래 사귀기까지 했었음. 둘이 꽤 죽고 못 살았던 걸로 기억함. (전지적 지인 시점)
그렇게 사랑을 받은 탓이었을까, 그 아이는 처음엔 안 그랬는데 점차 돈에 눈이 멀어 스물두 살 어린 나이에 자신을 서포트 해 주겠다던 재벌가에 시집을 감. 방탄과 정국이, 그리고 팬들을 버리고. 매우 젊은 CEO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차이가 좀 났었음.
그래서 멤버들이, 특히 정국이가 엄청 상처를 받았음.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일찍 철이 들고 그나마 적게 정을 준 맏형 라인이 정신 바짝 차리고 탄소를 쉽게 받아들였고, 나머지 네 명은 정말 그 다섯이서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친했기 때문에 탄소를 더더욱 못 받아들이는 것.
탄소는 전에 있던 여자애 때문에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할 만도 하지만 그래도 멤버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가끔 윤기한테 왜 자기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고 함.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윤기는 매우 아끼는 동생들이지만 나머지 네 명이 너무 미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임.
"씨, 전정국 나쁜놈. 김태형 밥 말아먹을 놈."
- 삑, 저장된 코드가 없습니다.
쾅쾅
"나쁜 놈!!!!!!"
그래도 아까 그 말은 너무했어.
03.
갑자기 미뤄지게 된 석진이 스케줄 때문에 탄소와 함께 벤을 타게 된 정국이... 여전히 기분 안 좋아 보임. 미간에 나 화났다! 다 쓰여 있고 장난 아님.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탄소는 대본 본다고 그 분위기 모름. 덕분에 말라가는 건 매니저와 석진...
"... 얘들아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
"..."
"정, 정국아. 너 이번에 태형이 드라마 OST 부른다며...?"
"형."
"어어?"
"형 도대체 연기 어떻게 해요."
"... 어어..."
"어떻게 몇 달 전에 시작한 지민이 형보다 못해. 그런 연기 할 거면 그냥 자요, 김 감독님 밤샘 전문이라면서요."
"..."
탄소도 밤샘 촬영인데... 하고 말하려던 석진은 입을 다뭄. 정국이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은 뻔하고 탄소도 엄청 불편해질 테니까.
다른 멤버들도 다 솔로 활동을 하는데, 유독 탄소에게만 짜증이 심한 정국이임. 다른 멤버들에 비해 촬영이 정말 적은 편인데.
아니, 그냥 꼬투리를 잡고 싶은 거겠지. 뭘 해도 미우니까.
"탄소 다 왔다, 먼저 내려."
"오빠 감사해요~"
"어~ 밤샘이라고 그랬지? 열심히 하고! 아마 석현이 형이 너 데리러 갈 거야."
"알겠습니다! 나중에 봬요~ 석진이 오빠, 정국이 안녕~"
탄소는 웃으며 인사하지만 받아주는 건 석진이 하나임. 정국이는 아예 정면을 바라보면서 무시함.
익숙한 탄소는 팬들이 볼까 빠르게 차 문을 닫고 아직 담당 매니저가 없는 관계로 혼자서 꿋꿋하게 팬들 선물 다 받고 손잡아 주며 촬영장 안으로 들어감.
#
"너 언제까지 그럴 건데?"
"내가 뭘."
"언제까지 탄소한테 못되게 굴 거냐고."
"쟤가 눈치껏 행동하면 이렇게 할 필요도 없어."
"탄소가 언제까지 네 눈치를 봐야 해? 일 년이면 충분하잖아."
"왜 자꾸 강요를 해, 내가 싫다는데."
아니, 야...!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은 석진. 그때, 남준이에게서 전화가 옴.
"여보세요?"
- 어, 형. 나야. 탄소 들어갔어?
"응, 방금 들어갔어."
- 전정국 걘 왜 따라갔대? 또 탄소 눈치 엄청 봤겠네.
"나 다 듣고 있다."
- 들으라고 한 소리다, 이 자식아. 또 탄소 괴롭혔지!
"아, 이 형들이 진짜."
삐친 듯 짜증을 내는 정국이에 폰 너머 남준이가 살짝 웃음. 그러다 석진의 드라마 촬영을 응원하며 전화는 끊어짐.
"아무ㅌ,"
"나 노래 들으면서 잘 거야."
"... 그래."
석진이는 그제서야 대본을 꺼내들고 다시 보기 시작함. 정국이는 잔다고는 했지만 머릿속에서 아까 숙소에서의 탄소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음.
울망거리긴 하는데 절대 울지 않으려고 주먹을 쥐고 입술을 앙 물고. 하긴, 그러니까 이 독한 연습생 생활을 십 년이나 버틴 거겠지.
'알 게 뭐냐.'
문득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뭔가 미안한 감정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함.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무조건 잊자고 자신에게 최면을 걺.
자신을 버리고 간 전 홍일점을 떠올리면서.
* * *
늦어서 미안해요 ㅠㅠ 수능 잘들 보셨나욤 저는 망했습니다 하하 덕질이나 하고 살래요
중간중간 조금 다듬었고, 아마 글잡에서 나온 것들은 무료로 갈 것 같아요~ 물론 그것들도 중간중간 다듬을 거구요. 필요에 따라 스토리가 사알짝 바뀔 순 있습니다만, 크게는 바뀌지 않을 거예요.
사실 수능도 수능이지만 그렇게 보관함으로 간 후 슬럼프가 왔었어요ㅠㅠ 쓰기도 싫고 모르겠고. 그런데 중간중간에 댓글로 보구 싶다고, 잘 있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ㅠㅠ 거기서 힘을 얻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역시 천사야 여러분은... ㅠㅠ 알러뷰 쏘마취...
* 독방의 홍일점 글들은 마지막 편을 빼고 (저녁에 삭제할 것) 지금 삭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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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