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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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게이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다시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어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시끄러운 음악소리에 주변사람들 모두 우리의 대화를 듣지 못했지만 김종인과 나는 똑똑히 들었다.귀에 콕 박혀 심장까지 들어와 심장을 조각조각내 버리는 느낌이다.손에든 행주를 툭 떨어트렸다가 놀라서 다시 주워 손에 꽉 쥐었다.그런 내 손을 보고있던 김종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다.김종인이 잡고있던 손목은 타들어 갈 듯이 뜨거웠다.김종인은 일어서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아마 지금 나는 몹시 두려움에 떨고있을 것이다.
"아냐."
"그래?"
김종인은 씩 웃더니 다니 내 손을 놔주고는 자기 친구들 자리로 가버렸다.힘있게 잡은 김종인 덕분에 손목이 아팠다.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 보듯 무시하고 친구들과 여자를 보며 휘파람을 불어대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나는 허둥지둥 행주와 쓰레기통을 들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왔다.벌개진 얼굴을 보고 주방장이 나보고 어디 아프냐며 물었다.나는 그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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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일이 있고 난 뒤 학교를 가서 자주 김종인을 만났지만 김종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전보다 더 나를 무시했으며 나혼자 느끼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가지나가면 자기내들끼리 웃는것 같기도 했다.설마 고등학교때 처럼 내가 또 게이 소문이 도는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욕을 하지 않았다.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며 평화로웠다.그러다 어느날 전화가 한통 왔다.
[오 경수씨 잘지내요?]
"아아 네 선생님 잘지냅니다."
[정기검사날 입니다]
"아...네."
고등학교때 짝사랑하던 남자애한테 겁탈을 당하고 칵테일을 들이맞고나서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내 자신에 대한 기피증이 생겨났다.그 뒤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자꾸만 피해버리고 사랑이라는 것에 겁부터 내버렸다.그래서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번외가에 위치한 작고 조용한 심리상담가에게 상담을 했었다.난 이것이 병이라 생각했지만 그선생님은 나는 병이 아니라고 했다.지극히 정상적이며 올바른 행동을 하고있으며 남에게 털어놓는것에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위로해 주셨다.정기검사날이 왔다고 하니 다시금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놨다.그남자의 침대위에 내가 머리를 대고 누워 옷이 하나둘 침대바닥으로 떨어지고,그래 그때 그남자애의 이에 낀 검은것도 기억이난다.아찔하고 끔찍한 기억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무슨전환데 그렇게 심각해?"
"아냐,아무것두."
친구의 물음에도 숨길수 밖에 없었다.게이라고 말은 안해도 심리검사를 받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일까봐 걱정이 앞섰다.휴대폰만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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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날씨는 무척 더웠다.흰 티에 청바지를 입었지만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열기에 흰 피부가 탈까봐 걱정이었다.손으로 그늘을 만들어 얼굴에 대고있었다.이쪽으로 오니 아직도 시골이였다.가족들끼리 손을잡고 시장으로 장을보러 나오며 차도몇대 안다니는 조용한 동네.내가 전에 살던 동네와 비슷했다.심리상담소의 건물은 전에 봤던 그대로였다.깔끔한 은색 안내판과 계단마다 붙어있는 사랑스러운 글귀들.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던 중에 전화가 왔다.지난번에 왔던 그 전화다.
[들어와요 경수씨]
"보고계세요?"
선생님의 방쪽에서 선생님이 손을 흔들어 들어오라 손짓했다.나는 웃어보려 했지만 따가운 햇빛에 인상을 썼다.더 타기전에 들어가기로 했다.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신었다.귀여운 토끼가 그려져 있는 분홍색 슬리퍼였다.나는 예나지금이나 다를바 없는 슬리퍼에 피식 웃었다.선생님이 카운터까지 오셔서 나를 마중나오셨다.
"경수씨 보고싶었어요."
"저도요."
나는 시원한 에어컨바람에 기분이 좋아서 베시시 웃으며 선생님의 손을 잡고 상담실로 향하려했다.근데 이상하게 선생님 뒤에있는 대기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눈에 밟혔다.힐끗 선생님 뒤를 봤는데 학교에서 많이 본 그사람이었다.나는 적잔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김종인도 마찬가지였다.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녀석이 내 이름을 듣고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드는것이 영낙없는 김종인이었다.순간에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싹 가셨다.선생님은 내 표정을 보지 못했는지 계속 손을 잡고 방안으로 들어갔고 우리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문이닫기고 나는 상담실 의자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요 경수씨 요즘은 어때요?"
잘지내는지 궁금했는 모양인지 선생님은 싱글벙글 웃으시며 나를 바라보셨다.나는 얼른 당황한 표정을 풀고는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잘지낸다고 대답하자 자세하게 요즘 일 알려달라며 보채셨다.사소한것도 괜찮으니 다.나는 입술을 벌렸다 다물고 벌렸다 다물며 망설였다.그러자 선생님이 부드러운 미소로 나에게 말했다.
"부담같지 말아요 여기는 상담실이잖아요."
내 손을 꼭 잡고있던 손을 놓고말았다.지금 내가 여기서 김종인의 말을 꺼내려 하니 뒷문이 벌컥열려 김종인이 들어올것만 같았다.김종인은 무슨 상담을 하러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려 온것인데 밖으로 그 얘기가 나갈까 두려웠다.
"저....어떤남자가 있는데요 저랑 안친합니다.저랑 모르는 사이라 해도 될 정도로..그냥 같은과 같은반인 정도인데..몇일전에 저보고 게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네 그래서요?"
"아니라고 했지만 자꾸만 생각이 나고 혹시나 나에대해서 이상한 소문을 만들까봐 두려워서 잠도잘 안와요."
"그 남자의 태도는 어땠나요?"
"모르겠어요..그때 너무 떨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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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담을 다 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사실 상담이라기 보다는 내 전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하는 식이었다.그저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뿐이었고 종이 어느하나에도 내 얘기를 쓰지 않으셨다.내얘기를 들어준다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되고 안도감이 흘렀다.선생님은 조금더 자신감을 가지라고 해주셨다.무슨말인지는 차차 알게 될 거라고 하셨지만 아직은 무슨뜻인지 모르겠다.밖으로 나가려 하니 머뭇거리게 됬다.사실 방금 상담내용에 나왔던 그 애가 바로 밖에있는 저 애라는것은 선생님은 모를것이다.
"저..선생님 혹시 저기 밖에 있는 저 남자는 무슨 상담을 하러 온건가요?"
"아,저분도 경수씨 처럼 정체성을 찾아가는 도중에 혼란스러워서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이세요."
"네?"
"인터넷으로 상담받으시던 분인데 오늘은 저렇게 직접 찾아오셨네요."
"아..네 수고하세요."
문손잡이를 돌려 문을 벌컥 열었다.건너편에 보이는 대기석에서 김종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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