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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날개를 잃다 (Angel, Lose the wing)


w. 센티

 

 


<01>

 


  매끈한 피부가 한 눈에 들어왔다. 세훈은 길다란 손가락을 뻗어 루한의 입술에 가져갔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은 그 어느 때 보다 아름다웠으며 빛을 냈다. 루한은 그저 무표정하게 세훈을 보고 있었다. 네가 무얼 하던지 상관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세훈은 루한을 품에 안았다.

  루한에게서 지독히도 달콤한 향이 났다.


  “안아줘.”


  무뚝뚝하지만 무언가 매혹적인 목소리였다. 그것이 세훈에게 흥분제가 되어 주체할 수 없는 폭발적인 감정으로 나타났다. 마치 엄청난 시간을 참아 왔던 것 같았다.

  아니다. 이건 아니야.

  루한은 마치 투명색의 유리알 같은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렸다. 순수함. 그것이 루한의 매력이었다. 아무에게도 때 타지 않은 순수함은 누구라도 관심이 없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무섭도록 집착성 강한 보호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순수함.


  “…됐어.”


  세훈은 위태롭게 루한의 위에 걸쳐진 옷의 매무새를 다듬었다. 지켜줄래. 혼자 중얼거리던 세훈이 루한의 눈을 보았다. 무언가 한 시름 놓았다는 표정과 동시에 안타까운 표정이 겹쳐져 보였다.

  대체 루한은 무얼 원하는 걸까.


  “왜 날 안으려고 하지 않아?”


  순진무구한 얼굴과 다르게 직설적인 말을 내보낸 루한의 입을 보며 세훈은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전혀 예상을 못한 일이었다. 직설적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토록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게 신기했다.


  “사람들은 다 날 안아보려고 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돈이면 돈. 사람이면 사람.”
  “……”
  “그리고는 버려.”


  루한의 얼굴에 미묘한 뒤틀림이 보였다. 하지만 곧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평상시의 무표정함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어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지 모른다. 그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단단하게 경계를 했을 지 모르겠다.

  약한 것들은 모두 밟히고 억눌린 다는 걸 알았으니까.


  “바보네. 원래 소중한 건 아껴 먹어야해.”
  “거짓말. 너도 나 안아보고 싶잖아.”
  “그건 사실이지만 달라. 지켜주고 싶은 감정이 더 강하니까.”


  루한은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세훈에게 다가갔다. 그럼 그냥 순수하게 안아줘.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간지러웠다.

  세훈은 루한의 가느다란 허리에 손을 가져가더니 순식간에 자신의 품으로 급박하게 가두었다. 루한이 간지럽다며 웃음을 참더니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켰다. 순식간에 강당에는 정적이 흘렀다. 둘 밖에 없다는 것에 쾌감을 느꼈으며 위험한 이 상황이 즐거웠다.

  세훈은 루한의 입술을 자신의 달짝지근한 혀로 지분거렸다. 곧 루한의 입이 그의 출입을 허락한다는 듯 미세하게 열렸고 세훈은 새하얀 루한의 이를 갈라냈다. 달콤한 꿀 물이 흐르는 듯 더욱 열중해서 루한의 작은 입 속을 헤집고 다녔다. 뻣뻣하게 있던 루한의 말랑한 혀도 세훈에게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이 막혔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서로에게 집중 할 뿐이었다.


  “…그만.”


  세훈은 루한을 조심스럽게 밀쳤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로 눈길이 갔다. 루한의 입 주위를 번들번들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전보다 도톰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걸 알아차린 루한은 급하게 입 주위를 닦으려고 휴지를 찾았지만 강당에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세훈은 묘한 눈으로 루한을 보고 있었다.

  마치 꿈 같았다. 루한이 자신과 키스를 했다는 사실에 몸 속에서 무언가 꿈틀 하는 느낌이 났다. 그에 대해서 성별에 연연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기에 그는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다가가기 조심스러운 존재였기에, 루한은 특별했다.


  “나 예뻐?”


  루한은 무엇이 그리도 당당한지 입 주위를 옷소매로 닦으며 웃었다. 개구진 미소가 입가에 걸처졌다. 어울리지 않게 그는 유독 장난이 심했다. 사실 의외였다. 그것 마저도 너무나 예뻐서 숨을 죽여 웃고는 했다.


  “응. 많이 예뻐.”
  “정말이야?”


  루한은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노랑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세훈에게 다가와 볼에 수줍은 듯 입을 맞추고 저 멀리로 떠나버렸다. 말을 하는 것에서는 거침 없었지만 실제로는 그저 어린 소년,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저 또래 아이들과 같은 소년.


  “이거 예쁘다!”


  저 멀리서 작게 루한의 탄성이 질려져 나왔다. 루한, 너 보다는 덜 예쁘겠지. 세훈은 중얼거리며 루한의 탄성을 찾아 뛰었다. 재빠른 발걸음으로 얼마나 갔는지 그제서야 조그만 체구가 보였다. 금발에 가까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추위를 견딘 작은 분홍색의 이름 모를 꽃이 있었다. 연두색의 줄기는 위태롭게 흔들렸고 분홍색의 꽃잎들은 떨어질 듯 세차게 흔들렸다. 그것을 보던 루한은 울상을 지으며 세훈에게 시선을 가져갔다.


  “갈기갈기 꽃이 찢어질 것 같아.”


  루한은 한참을 꽃 앞에 앉아서 살려달라는 외마디의 비명을 작게 내질렀다. 마치 바닥에서 위태롭게 태어난 꽃은 나의 꽃, 루한과 비슷했다. 그는 언제나 위태로운 표정이었다. 곡예사의 줄타기 처럼 금방이라도 멀어질 것 같은 느낌에 루한의 옆에서 꽃을 가만히 보았다.

  톡, 하는 소리와 함께 꽃이 거센 바람에 힘 없이 널부러졌다. 그와 함께 루한의 눈동자에도 무언가 생명줄이 끊어진 듯 보였다. 루한은 재빠르게 바지를 털고 일어나 세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얼른 일어나. 감기 걸려.”


  무표정함. 몇 분 사이에 들떠있던 루한의 눈은 무표정하게 바뀌었다. 겨우 꽃 따위로 그는 그렇게 힘 없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꽃을 원망 하지는 않는다. 나의 꽃과 같이 루한도 자신의 꽃을 지켜주고 싶은 느낌이 들었을 테니. 그저 그 대상이 사람과 식물로 다른 종류 일 뿐.

  어서. 루한의 입모양에 그의 새하얀 손을 덥썩 잡았다.


센티

1편의 초반 부분이에요. 관심있게 지켜봐 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네요^^!

감기라서 골골 거리고 있는데 짧게 나마 써 왔습니다. 재미있게 봐 주세요:-)

 

사소한 오타나 어색한 문장의 경우, 댓글로 살짝 이야기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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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밀키스에요 ㅠㅠㅠㅠㅠㅠㅠ어머 세루 분위기 ㅋㅋㅋㅋㅋ 담편도 기다리겠어요!!!작가님 감기 얼른 나으세요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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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밀키스님, 감사합니다ㅠ^ㅠ 다음 편도 얼른 써서 올게요:-9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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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우와.....비지엠부터 너무좋네요ㅋㅋㅋㅋ 이런분위기 너무 좋아요ㅜㅜㅜㅜ 세훈이 지켜준다니 ㅁ....멋있는데요!!!!! 암호닉가능한가요? 그렇다면 마닐라로 부탁할께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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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물론이죠. 암호닉은 저에게 사치스러운 존재..☆ 아무튼 마닐라님, 기억할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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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와 BGM너무 좋네요 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ㅎㅎ 저 신알신하고 갈께요.암호닉 신청 할 수 있다면 저는 피노키오로 할께요 ㅎㅎ 세루 달달하면서도 뭔가 무심한듯한 분위기가 너무 좋네요 씁쓸하면서도 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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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암호닉 물론 가능하죠XD BGM은 어느정도 쓴 후에나 혹은 완결을 낸 후에 전체적으로 알려드릴려고 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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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제리에요!새루진짜쩌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금손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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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반가워요 제리님ㅎvㅎ 금손이라니 엄청난 과찬이세요;ㅅ;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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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우연히 발견했는데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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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감사합니다;-) 다음편 빨리 가지고 올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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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4B연필이에요!!! 다음편 보러간다 해놓고 다른 일 하느라 좀 많이.. 늦었네요ㅠㅠㅠ 브금이랑ㅇ 은근히 절묘한게 읽는 내내 루한이의 그 뭐라 그러죠 음 그 마성의 매력 아무튼 그런 게 더 잘 표현되는 것 같아서 웃으면서 봤어요! 흐흫 다음 편 기다릴게요 자까님~ 사릉사릉ㅌ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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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
4B연필님♥"♥브금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 했었는데 다행이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저도 댜릉댜릉..^^!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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