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루한
호노보노
w.사유
세훈의 움직임이 평소와 같지 않았다. 꾸준한 연습으로 다져진 세훈의 춤은 언제나 팽팽한 고무줄처럼 탄력있으면서도 각이 잡혀있었다. 왠만한 안무동작은 쉽게 따라해냄은 물론, 어렵다싶은 동작은 몇 일을 물고늘어지곤 연습해선 제 것으로 만드는게 세훈이었다. 그런 세훈이 연습이 시작 되고나서부터 자꾸 몇몇 동작을 놓쳐서 얼무어 버리거나 동선을 틀리는 둥의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실수를 연발하고있었다. 세훈의 옆에서 열심히 허우적거리던 찬열의 보다못한 잠시만 쉬고 하자는 외침과 동시에 연습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린 세훈이 고개를 푹 숙인 체 인상을 잔뜩 찡그리곤 가쁜숨을 내쉬었다.
얘가 왜이러나싶어 덩달아 세훈앞에 쭈구려앉은 찬열이 귀끝부터 목덜미까지 달아오른 얼굴로 헉헉대는 세훈을 보고나서야 아차하는 마음으로 세훈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아니나다를까 평소의 서늘한 체온과는 다르게 열이 많이 올라있었다. 아침부터 문도 안 열린 탈의실로 곧장 들어가려다 정통으로 머리를 찍어대질않나 제 물음에 영 엉뚱한 대답을 하질않나 오늘따라 유달리 맹해보이던 걸 원래가 아침잠이 많은 녀석이라 어제 잠이라도 설쳤나하고 쉽게 넘어간게 문제였던 듯 했다.
"준면이형, 세훈이 아픈 것 같아요!"
평소와는 다른 세훈의 상태가 신경쓰이던 건 나머지 멤버들의 마찬가지였던터라 찬열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모두 세훈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몸을 숙여 세훈의 이마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뗀 준면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정을 내렸다.
"세훈이가 많이 아픈 것 같으니까 세훈이는 오늘하루 쉬고 나머지는 그대로 연습! 매니저형한테는 내가 말하고. 다들 불만없지?"
애시당초 불만을 품는 멤버라는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때만해도 세훈은 팀 내에서 형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금이야 옥이야 내 새끼처럼 키워오듯이 한 귀여운 막내였으니까. 평소에도 세훈을 지나치리만큼 열성적으로 챙겨대던 찬열은 기어코 혼자가도 괜찮다는 세훈의 옆에 들러붙어 숙소까지 함께와서는 해열제와 물도 가져다주고 누운 세훈의 목 언저리까지 이불도 직접 덮어주고는 한 숨 푹 자고 계속 아프면 매니저형이랑 꼭 병원을 가라는 신싱당부와 함께 연습실로 떠나갔다.
찬열이 떠나간 방에서 멍하니 천창을 올려다본 체로 열때문에 자꾸 달아오르는 눈가를 양 손으로 꾹꾹 눌러대던 세훈이 푹 한숨을 쉬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키도 180이 넘어가는 동갑내기 형 종인과 비교하면 분명 자기자신이 보기에도 자신은 피부도 허여멀거니 키도 덩치도 종인에 비해 훨씬 작은게 사실이긴했지만 외형이야 그렇다쳐도 저도 이제 엄연히 알거 다 알만한 고2인데 형들은 매번 자신을 중2짜리 어린애 처럼 감싸돌곤했다. 그러는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짜증스럽기도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게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 합숙생활이 시작되면서 루한과 같은 방을 쓰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뒤로는 더욱 그랬다.
룸메이트가 된 첫 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같이 잠든다는 두근거림에 당일 아침부터 내도록 초조해 했던 자신과 다르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잠안오면 자기 침대에서 같이 자자는 말을 태연스레 내뱉던 루한의 태도에 얼마나 큰 좌절감을 맛봤던가. 자신을 마냥 귀여운 동생으로만 대하는 루한의 태도에 안그래도 초조해 죽을 판에 형들까지 매번 자신을 아이취급해대니 그 모습을 루한에게 보일때마다 세훈으로썬 그만 좀 하라고 그냥 확 소리라도 지르고싶은 심정이었다.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애 취급 좀 하지마thㅔ요! 라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본심을 그대로 찬열에게 내지른 적도 한 두 번 있긴했지만 그마저도 찬열은 우리 세훈이가 사춘기 왔구나라며 아무렇지않게 껄껄 웃으며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받아쳐냈으니 세훈으로썬 그야말로 답답해 죽을 노릇이나 마찬가지였다.
머리를 지끈지끈 헤집어놓는 두통에 얼마간 끙끙대고 있으니 슬슬 약기운이 도는지 나른해지는게 잠이 몰려왔다. 몇 번 눈을 껌뻑이다 자연스레 잠이들려던차에 작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인가를 확인하는 것 보다 몰려오는 잠 쪽이 우선이었던지라 그냥 상태를 보러온 매니저형이겠거니하고 비몽사몽 잠에 빠져들려던 순간 귓속으로 파고들어온 목소리에 세훈은 잠에서 깰 수 밖에 없었다. 세훈아 자? 조심스레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침대곁으로 다가온 목소리의 주인은 절대 매니저형이아니었다. 열때문에 아롱거리는 시선의 끝에 보인 인물은 사슴같은 눈망울 속에 잔뜩 걱정을 담고선 자신을 내려다보는 루한이었다. 예기치못한 인물의 등장에 반가움과 동시에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분명 다른 연습실에서 연습하고있었을 루한이 어떻게?
세훈의 의문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린 듯 루한이 세훈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주저앉고는 식은땀에 젖은 세훈의 머리칼을 고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몇 번 쓸어넘기며 말했다. 연습했는데 찬열이가 아프다고했어. 세훈이. 그래서 걱정하니까. 루한의 한국어 실력은 중국인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단연 우수한 편이긴했지만 그렇다고 현지인처럼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해낼 정도의 수준은 또 아니었다. 그 작고 사랑스러운 입술을 오물대며 어눌한 발음으로 문법도 어순도 어딘가 엉성한 한국어를 중얼이는 루한의 모습이 중국어를 할 때의 옥이 굴러갈듯한 유려한 발음이나 우아한 모습과 대조되어 더 귀엽게 느껴져 세훈이 괜시리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침부터 상태가 별로 좋지않아보이던 세훈을 제대로 챙겨주지못하고 숙소를 먼저 빠져나왔던게 연습이 시작되고 나서도 자꾸 신경쓰이던 차에, 찬열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고는 크리스에게 사정사정해 부리나케 숙소로 달려온 루한도 세훈의 웃는 모습을 보니[루한형 세훈이 다 죽어가여...ㅠㅠ!!!]라는 찬열의 문자 내용그대로의 상태는 아닌 듯 해 안심되는 마음으로 화답하듯 작게 미소지었다.
"약은 먹었어?"
"아, 네. 찬열이형이 챙겨주고갔어요."
"그렇구나... 세훈 걱정해서 왔는데, 막 연습하다 빨리 온거라... 그럼 형 이제 가도 괜찮아? 매니저형도 숙소 오고있다했어, 지금."
루한이 반듯하게 들어난 세훈의 이마에 다시 손을 올리고 열을 재며 말을 이어갔다. 아직 후끈거리긴하지만 약도 먹었다하니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듯 했다. 한창 연습이 계속되고있던 차에 빠져나온지라 오래 머물러있을 수도 없었고, 어처피 제가 옆에 있어봤자 자는데 신경만 쓰이게 할 것 같아 빨리 몸을 일으키려던 루한의 셔츠 끝자락을 세훈이 쥐어잡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왜그러냐며 묻는 루한을 향해 세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형 그냥 더 있다가면 안되요? 나 아직 아픈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오래 머물러있을 수 없는 루한의 상황도, 짬을 내서 찾아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자신의 입장도 다 잘 알고있었지만 제 눈앞에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루한을 이렇게 빨리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루한앞에서 이런식으로 칭얼대지않았을텐데. 아무래도 열때문에 사고회로가 조금 느슨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야 되도않는 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랑 다를게 뭔가 싶기도했지만, 그래도 역시 루한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게 지금당장의 세훈의 본심이었다.
자신의 셔츠자락을 쥐어잡은 세훈의 손을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던 루한이 살포시 웃으면서 그 손을 감싸듯 쥐어잡아 다시 이불속으로 집어넣고는 바닥에 앉았다.
"그럼 세훈 잠들때까지만 있을까?"
".....네. 형 죄송해요."
"으응, 아니야. 나도 연습 하는거, 싫었어. 세훈덕에 오늘은 피,핑계..? 그거 할 수 있으니까 좋아."
짐짓 장난끼어린 표정을 지으며 하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닌 아픈 동생을 위한 작은 배려라는 것을 세훈은 잘 알고있었다. 이불속에서 마주잡고있던 세훈의 손을 루한이 주물거리며 검지로는 어루만지듯 손등을 쓰다듬었다. 열이 올라 갑갑했던 손에 닿은 서늘하고 기분좋은 감촉이, 버석하게 말라 뻗뻗해진 손을 풀어주려는 듯한 걱정과 애정이 어린 부드러운 그 손길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열병에 시달리기라도하면 밤새 자신을 손을 쓰다듬어주던 어머니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져 왠지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이 몰려왔다.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않았다. 찬열이 틀어놓고 간 보일러와 전기장판덕에 방안은 점점 훈훈하게 데워지고 있었고 루한은 그저 말 없이 계속 세훈의 손을 쓰다듬으며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이불이 덮힌 세훈의 가슴팍을 어린아이 재우듯 토닥여 줄 뿐이었다.
세훈의 움직임이 평소와 같지 않았다. 꾸준한 연습으로 다져진 세훈의 춤은 언제나 팽팽한 고무줄처럼 탄력있으면서도 각이 잡혀있었다. 왠만한 안무동작은 쉽게 따라해냄은 물론, 어렵다싶은 동작은 몇 일을 물고늘어지곤 연습해선 제 것으로 만드는게 세훈이었다. 그런 세훈이 연습이 시작 되고나서부터 자꾸 몇몇 동작을 놓쳐서 얼무어 버리거나 동선을 틀리는 둥의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실수를 연발하고있었다. 세훈의 옆에서 열심히 허우적거리던 찬열의 보다못한 잠시만 쉬고 하자는 외침과 동시에 연습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린 세훈이 고개를 푹 숙인 체 인상을 잔뜩 찡그리곤 가쁜숨을 내쉬었다.
얘가 왜이러나싶어 덩달아 세훈앞에 쭈구려앉은 찬열이 귀끝부터 목덜미까지 달아오른 얼굴로 헉헉대는 세훈을 보고나서야 아차하는 마음으로 세훈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아니나다를까 평소의 서늘한 체온과는 다르게 열이 많이 올라있었다. 아침부터 문도 안 열린 탈의실로 곧장 들어가려다 정통으로 머리를 찍어대질않나 제 물음에 영 엉뚱한 대답을 하질않나 오늘따라 유달리 맹해보이던 걸 원래가 아침잠이 많은 녀석이라 어제 잠이라도 설쳤나하고 쉽게 넘어간게 문제였던 듯 했다.
"준면이형, 세훈이 아픈 것 같아요!"
평소와는 다른 세훈의 상태가 신경쓰이던 건 나머지 멤버들의 마찬가지였던터라 찬열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모두 세훈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몸을 숙여 세훈의 이마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뗀 준면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결정을 내렸다.
"세훈이가 많이 아픈 것 같으니까 세훈이는 오늘하루 쉬고 나머지는 그대로 연습! 매니저형한테는 내가 말하고. 다들 불만없지?"
애시당초 불만을 품는 멤버라는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때만해도 세훈은 팀 내에서 형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금이야 옥이야 내 새끼처럼 키워오듯이 한 귀여운 막내였으니까. 평소에도 세훈을 지나치리만큼 열성적으로 챙겨대던 찬열은 기어코 혼자가도 괜찮다는 세훈의 옆에 들러붙어 숙소까지 함께와서는 해열제와 물도 가져다주고 누운 세훈의 목 언저리까지 이불도 직접 덮어주고는 한 숨 푹 자고 계속 아프면 매니저형이랑 꼭 병원을 가라는 신싱당부와 함께 연습실로 떠나갔다.
찬열이 떠나간 방에서 멍하니 천창을 올려다본 체로 열때문에 자꾸 달아오르는 눈가를 양 손으로 꾹꾹 눌러대던 세훈이 푹 한숨을 쉬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키도 180이 넘어가는 동갑내기 형 종인과 비교하면 분명 자기자신이 보기에도 자신은 피부도 허여멀거니 키도 덩치도 종인에 비해 훨씬 작은게 사실이긴했지만 외형이야 그렇다쳐도 저도 이제 엄연히 알거 다 알만한 고2인데 형들은 매번 자신을 중2짜리 어린애 처럼 감싸돌곤했다. 그러는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짜증스럽기도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게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 합숙생활이 시작되면서 루한과 같은 방을 쓰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뒤로는 더욱 그랬다.
룸메이트가 된 첫 날,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같이 잠든다는 두근거림에 당일 아침부터 내도록 초조해 했던 자신과 다르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잠안오면 자기 침대에서 같이 자자는 말을 태연스레 내뱉던 루한의 태도에 얼마나 큰 좌절감을 맛봤던가. 자신을 마냥 귀여운 동생으로만 대하는 루한의 태도에 안그래도 초조해 죽을 판에 형들까지 매번 자신을 아이취급해대니 그 모습을 루한에게 보일때마다 세훈으로썬 그만 좀 하라고 그냥 확 소리라도 지르고싶은 심정이었다. 그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애 취급 좀 하지마thㅔ요! 라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본심을 그대로 찬열에게 내지른 적도 한 두 번 있긴했지만 그마저도 찬열은 우리 세훈이가 사춘기 왔구나라며 아무렇지않게 껄껄 웃으며 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받아쳐냈으니 세훈으로썬 그야말로 답답해 죽을 노릇이나 마찬가지였다.
머리를 지끈지끈 헤집어놓는 두통에 얼마간 끙끙대고 있으니 슬슬 약기운이 도는지 나른해지는게 잠이 몰려왔다. 몇 번 눈을 껌뻑이다 자연스레 잠이들려던차에 작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인가를 확인하는 것 보다 몰려오는 잠 쪽이 우선이었던지라 그냥 상태를 보러온 매니저형이겠거니하고 비몽사몽 잠에 빠져들려던 순간 귓속으로 파고들어온 목소리에 세훈은 잠에서 깰 수 밖에 없었다. 세훈아 자? 조심스레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침대곁으로 다가온 목소리의 주인은 절대 매니저형이아니었다. 열때문에 아롱거리는 시선의 끝에 보인 인물은 사슴같은 눈망울 속에 잔뜩 걱정을 담고선 자신을 내려다보는 루한이었다. 예기치못한 인물의 등장에 반가움과 동시에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분명 다른 연습실에서 연습하고있었을 루한이 어떻게?
세훈의 의문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린 듯 루한이 세훈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주저앉고는 식은땀에 젖은 세훈의 머리칼을 고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몇 번 쓸어넘기며 말했다. 연습했는데 찬열이가 아프다고했어. 세훈이. 그래서 걱정하니까. 루한의 한국어 실력은 중국인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단연 우수한 편이긴했지만 그렇다고 현지인처럼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해낼 정도의 수준은 또 아니었다. 그 작고 사랑스러운 입술을 오물대며 어눌한 발음으로 문법도 어순도 어딘가 엉성한 한국어를 중얼이는 루한의 모습이 중국어를 할 때의 옥이 굴러갈듯한 유려한 발음이나 우아한 모습과 대조되어 더 귀엽게 느껴져 세훈이 괜시리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침부터 상태가 별로 좋지않아보이던 세훈을 제대로 챙겨주지못하고 숙소를 먼저 빠져나왔던게 연습이 시작되고 나서도 자꾸 신경쓰이던 차에, 찬열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고는 크리스에게 사정사정해 부리나케 숙소로 달려온 루한도 세훈의 웃는 모습을 보니[루한형 세훈이 다 죽어가여...ㅠㅠ!!!]라는 찬열의 문자 내용그대로의 상태는 아닌 듯 해 안심되는 마음으로 화답하듯 작게 미소지었다.
"약은 먹었어?"
"아, 네. 찬열이형이 챙겨주고갔어요."
"그렇구나... 세훈 걱정해서 왔는데, 막 연습하다 빨리 온거라... 그럼 형 이제 가도 괜찮아? 매니저형도 숙소 오고있다했어, 지금."
루한이 반듯하게 들어난 세훈의 이마에 다시 손을 올리고 열을 재며 말을 이어갔다. 아직 후끈거리긴하지만 약도 먹었다하니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듯 했다. 한창 연습이 계속되고있던 차에 빠져나온지라 오래 머물러있을 수도 없었고, 어처피 제가 옆에 있어봤자 자는데 신경만 쓰이게 할 것 같아 빨리 몸을 일으키려던 루한의 셔츠 끝자락을 세훈이 쥐어잡았다. 어정쩡한 자세로 왜그러냐며 묻는 루한을 향해 세훈이 작게 중얼거렸다. 형 그냥 더 있다가면 안되요? 나 아직 아픈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오래 머물러있을 수 없는 루한의 상황도, 짬을 내서 찾아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자신의 입장도 다 잘 알고있었지만 제 눈앞에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루한을 이렇게 빨리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평소같았으면 루한앞에서 이런식으로 칭얼대지않았을텐데. 아무래도 열때문에 사고회로가 조금 느슨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야 되도않는 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랑 다를게 뭔가 싶기도했지만, 그래도 역시 루한을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게 지금당장의 세훈의 본심이었다.
자신의 셔츠자락을 쥐어잡은 세훈의 손을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던 루한이 살포시 웃으면서 그 손을 감싸듯 쥐어잡아 다시 이불속으로 집어넣고는 바닥에 앉았다.
"그럼 세훈 잠들때까지만 있을까?"
".....네. 형 죄송해요."
"으응, 아니야. 나도 연습 하는거, 싫었어. 세훈덕에 오늘은 피,핑계..? 그거 할 수 있으니까 좋아."
짐짓 장난끼어린 표정을 지으며 하는 그 말이 진심이 아닌 아픈 동생을 위한 작은 배려라는 것을 세훈은 잘 알고있었다. 이불속에서 마주잡고있던 세훈의 손을 루한이 주물거리며 검지로는 어루만지듯 손등을 쓰다듬었다. 열이 올라 갑갑했던 손에 닿은 서늘하고 기분좋은 감촉이, 버석하게 말라 뻗뻗해진 손을 풀어주려는 듯한 걱정과 애정이 어린 부드러운 그 손길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열병에 시달리기라도하면 밤새 자신을 손을 쓰다듬어주던 어머니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져 왠지모를 편안함과 안도감이 몰려왔다.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않았다. 찬열이 틀어놓고 간 보일러와 전기장판덕에 방안은 점점 훈훈하게 데워지고 있었고 루한은 그저 말 없이 계속 세훈의 손을 쓰다듬으며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이불이 덮힌 세훈의 가슴팍을 어린아이 재우듯 토닥여 줄 뿐이었다.
애취급 당하는거 싫은데……가끔씩은 괜찮은 것…같기도………그렇게 세훈은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쇳소리가 약하게 섞인 숨을 내쉬며 곤히 잠든 세훈의 얼굴을 바라보던 루한이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풀이 죽은 얼굴로 자신의 옷깃을 부여잡으며 가지말라는 세훈을 보는순간 나중에 매니저형에게 뭐라 꾸지람을 당하던 크리스에게 어떤 소리를 듣던 그게 다 무슨 상관일까싶었다. 세훈은 평소 저에게 그다지 어린티를 내는 편이 아니었다. 세훈이 그러는 이유가 짐작이 가지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굳이 그 이유를 깊게 파낼 필요는 없다고, 루한은 생각하고있었다. 다만 이 귀엽고 조금은 바보같은 순정연하소년이 괜히 제 앞에서 어른스러운 척,남자다운 척 하기보단 찬열이나 준면에게처럼 서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동생답게 어리광도 부리면 더 좋을텐데…하는 생각은 간간히 들곤 했더랬다. 뭐, 숙소 생활이 시작 된 후로는 그냥 제 앞에서 아이취급 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것 같아 보이긴했다만은. 하여튼 그런 세훈이 열때문이라곤 해도 드물게 솔직하게 자신에게 부려오는 어리광이었으니 루한으로써는 차마 받아주지않고는 못 베길 일이었다.
침대 머리맡 세훈이 베고잠든 베게 바로 옆에 얼굴을 파묻고는 괜시리 볼을 시트에 부비적대다 옆을 바라보니 세훈의 옆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직 엣된 티가 나긴하지만 분명 보통이상의 얼굴임에는 확실했다. 잘빠진 눈썹라인도 날카로운 콧대도 새하얀 피부도, 조금 더 크면 한국말로 일명 그 차도남스러운 분위기를 풀풀 내뿜으리라. 세훈이 나중에 인기 많아지면 싫은데…루한이 잠든 세훈의 얼굴을 요래저래 관찰하며 괜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탁상위의 알람시계를 쳐다보니 이미 크리스가 허락한 짧은 시간을 넘긴지가 오래였다.
매니저 형이 오기전에 이제 슬슬 진짜 일어나야겠다싶어 세훈과 마주잡은 손을 조심스레 빼내려던 차에 끄응…하고 인상을 찡그린 세훈이 몸을 뒤척이면서 무의식적으로 루한의 손을 꽈악 부여잡았다. 혹여나 깰까싶어 순간 숨죽이며 정지자세를 유지한 루한의 걱정과는 달리 세훈은 루한이 앉아있는 곳을 향해 돌아눕고는 이내 다시 편한한 얼굴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세훈을 바라보던 루한의 얼굴에서 다시 한 번 미소가 번졌다. 나중일은 나중일이고, 이젠 정말 그냥 될되로 되라는 심보였다.
뭐……매니저형한테 한 번 혼나면 어때…지금 손 빼면 세훈이도 깰 것 같단말야………
열이 오른 세훈의 손은 숙소까지 달려오느라 추운 겨울 공기에 그대로 노출 됬던 루한의 손을 따뜻하게 녹이고있었다. 그 기분좋은 따뜻함에 몇 번 졸린 눈을 껌뻑이던 루한도 이내 침대시트에 고꾸라져 누운체로 세훈의 옆에서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완전히 훈훈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한 방안에는 째깍거리는 시곗바늘 소리와 서로를 떼어놓지않으려는 듯 두 손을 꽈악 마주잡고선 잠이 든 두 사람의 쌕쌕이는 얕은 숨소리만이 조용히 울려퍼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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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눈팅만 하다가 가입한 기념으로 살짜쿵 올리고가요. ㅠ_ㅠ
이..이로케 글 올리면 대는건가영........
쿡흐닷흐심장이라 갠히 막 간쫄리고 그러네영....으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제껏 글은 읽는 것도 쓰는 것도 다 싫어하던 삭막한 인생을 살아와서
루한이랑 세훈이에 대한 애정만 가지고 거의 살면서 처음 맘먹고 써 본 글이라 부족한게 많아요.
그래도 혹시 재밌게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댜릉댜릉...................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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