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한거라 보신분들도 있을거에요.....ㅎ
긴글주의 |
구회말 투아웃
우지호 김유권
"저기... 지호야." "..." "나... 너 좋아해." "..." "사..귀자." "그래"
다. 아무리 그를 좋아했던 사람이였어도 그런 지호에겐 질리기 마련이었고 한달도 안되서 헤어지기 일수였다. 지호는 여자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한마디로 야구바보.
하지만 이상황에서 지호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싱겁게 대답은 했지만 기필코 저 아이를 좋아하겠노라고 생각하는 지호였다.
*
지호는 A고등학교의 야구부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경기때마다 보여주는 놀라운 집중력과 그에 따른 실력덕에 자칭 우지호팬클럽까지 있는 수준이었다.
"그 입 다물라. 아주 오~래 갈꺼다." "퍽이나. 내가 너 한달 못넘긴다에 치킨을 걸겠다." "치킨 살 준비나 하고 있어라."
왔다.
"유권아, 곧 지호가 치킨 쏠텐데 기대하고 있어라." "왜?" "얘가 또 애인이 생겼다길래 내기를 했지. 한달을 넘기냐 마냐 그것이 문제로다. 난 당연히 못간다에." "그럼 난 이주." "오~ 자신감? 그래도 몇번 만나지도 못할텐데 한달은 두고봐야지." "아 그런가?"
김유권 저자식은 왜 저리 반응이 시큰둥하지. 나 좋아하던거 아니였어? 그새 다 잊었나? 어후 우지호 미쳤다. 왜 아쉬워하고 있는거야. 기뻐 뛰며 손뼉치고 난리부르스를 쳐도 모자랄 판에. 지호는 경과 얘기 중인 유권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것이 2주 전에 유권이 밤중에 한 말 때문에 계속 그가 신경쓰였다.
너 좋아해. 답답해서. 말 안하면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답답해서 말하는거야. 근데 잊으려고. 10년 친구 잃을까봐 무서워. 이러는 나도 무섭고. 휴- 안 자고 있었으면 못들은 걸로 해라.
잠결이지만 분명히 들었다. 자기가 말해놓고 못들은 걸로 하라니 지호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데... 그때 경이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는게 지호에겐 그나마 다행이었다.
"야 우지호 너 이번엔 진도 얼마나 뺄건데?" "..어?" "너 저번엔 손만 잡았다며. 그것도 여자애가 먼저. 진짜 웃기지도 않아. 너 혹시 고자 아니야?" "아 뭔 개소리야. 이번엔 갈 때 까지 간다. 암 그렇고 말고. 기대해 쨔샤."
놀리는 경의 말에 지호는 으름장을 놓았다. 김유권 들으라는 식으로 더 오바하면서 말한 지호였지만 자꾸 걱정스럽게 유권을 살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대하마. 이번에 좀 진득허니 잘 사겨봐. 난 피곤해서 먼저 잔다."
다. 경도 유권을 따라 피곤하다며 침대로 올라갔고 지호도 어쩔 수 없이 몸을 뉘었다. 꺼놨던 핸드폰을 다시 켜보니 부재중 5건 문자가 4통. 발신인은 ♡내사랑수지♡
지호야 왜 핸드폰 꺼놓는건데ㅠㅠ 운동해?? 열심히 해~ㅎㅎㅎ 넌 공 던질때가 제일 멋있당♡ 우지호♡ 주말에 시간돼??? 나 영화 초대권 생겼어ㅎㅎ 영화 보러가쟝ㅎㅎ 문자 보면 연락해>ㅅ< 니 목소리 듣고 싶다ㅠㅠ 사랑해♡
겸했다. 지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경과 유권이 잠든걸 확인하고 나서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수화음이 몇번 울리더니 이내 수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 자상하게 받아줬다. 토나올 것 같긴 했지만 이래야만 수지를 좋아할 수 있을것 같았다. 머릿속에서 귀찮게 하는 유권을 없애려면 이게 최선인 듯 싶었다. 지호가 생각하 기엔 그가 유권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사람이 자기를 좋아한다는데 신경 안쓰일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지호는 그게 남자라서 조금 아주조금 유별난 것 뿐이라고 생각 했다. 긴 통화를 마치고 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아 참 저거 자고 있는거 확실하겠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아 진짜 돌았네 우지호. 김유권, 이제부터 내 머리속엔 수지밖에 없다! 썩 꺼지렴. 훠이훠이.
*
지호의 고등학교에서 열린 라이벌 B고등학교와의 친선경기가 끝나고 지호는 머리가 띵했다. 도대체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갔는 지 조차 파악이 안됐다. 포수인 유권이 지 호에게 사인을 주는데 지호는 자꾸 손가락이 길다, 가늘다, 하얗다 이런 거에만 관심이 쏠렸다. 김유권 저 자식은 지금까지 나 좋아하면서 어떻게 야구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지... 다행히 지호는 초반에 크게 흔들린 것 빼고는 늦게나마 자기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다. 유권의 솔로홈런으로 마무리된 이 경기는 지호의 팀이 승리를 이끌었 다.
"지호야! 너 오늘 진짜 멋있었어." "아.. 응. 근데 오늘 경기 내가 다 망쳤어." "에이 그래도 이겼잖아. 내 남친 최고."
니 경에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지호는 기분이 이상했다. 어느순간부터 유권이 자신에겐 잘 웃어주지 않는다는게 생각났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애교를 부리면서 반 달눈이 되서는 헤실헤실 웃어주던게 유권이었는데 지금은 지호앞에선 표정을 숨기고 거의 일상적인 대화밖에 하지 않았다.
지호는 옆에서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하는 수지를 간신이 떼어놓고 합숙건물의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지호가 땀에 젖은 야구복을 벗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유권은 조금 비꼬는 어조로 한마디 했다.
"아.. 미안." "여자친구랑 꽁냥질 한다고 야구가 우습냐?" "말이 좀 심하다." "오늘 이겨서 망정이지 너 오늘 졌으면 하- 말을 말자." "말을 왜 하다가 마는데. 그리고 미안하다고." "너 진짜 계속 그따위로 해봐. 내가 코치님한테 다.."
런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권은 놓으라는 말만 반복했다.
합숙건물 제일 위층에 있는 자신과 유권의 방으로 들어간 지호는 문을 세게 쾅 닫았다.
"야 이 미친 또라이새끼야. 뭐 여자친구랑 꽁냥질?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그럼 아니냐? 어제 밤에도 밤새도록 전화하더만 사랑하네 마네 참 듣기 거북하고 좋더라." "..." "그리고 경기 끝나고 아주 보기 좋던데? 왜 그래. 그냥 야구 그만두고 걔랑 아주 붙어먹던가."
지호는 어젯밤 안자고 있었다는 유권의 말에 잠깐 당황했지만 차갑게 말을 하는 그를 보니 머리가 터질 듯 했다.
"그럼 나한테 좋아한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이 새끼야! 뭐 못들은 걸로 해? 그게 쉽냐? 니 말이 계속 머리속에서 윙윙거린다고 씹새야. 넌 그새 나 잊고 그렇게 룰루랄라 돌아다니냐? 흥청망청 웃음이나 뿌리고 다니냐고. 참 좋겠다 사람 좋아하고 잊는게 그렇게 쉬워서. 누군 자기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데. 좋겠네 김유권."
유권의 말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지호는 속사포처럼 가시같은 말을 내뱉었고 유권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더니 이내 방에서 뛰쳐나가버렸다.
*
정됐다. 아 화 낼 사람은 난데 지가 뛰쳐나가고 난리래... 유권에게 담아 놓았던 말을 한 지호였지만 그의 머리는 더 복잡해져있었다. 아 몰라. 지호는 짧게 한마디 되뇌이 고 자기 방으로 올라왔다. 박경도 안보이고 진짜 재미 한테기도 없네. 지호는 머리도 가라앉힐겸 수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 마저도 질려서 끊어버렸다. 그러고 머리가 아 파서 조금만 누워있는다는게 깊은 잠으로 변해버렸다.
*
준거 같다. 지호의 그런 피나는 노력끝에 난 야구부에 입성했고, 다행히 야구에 소질이 있어 고등학생인 지금까지 열심히 선수로 뛰고 있다. 지호는 나에게 가장 오래된 친 구였고, 얼마살진 않았지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한 사람이었다. 지호가 없었다면 야구를 시작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니까. 지호는 나에게 우상같은 존재였다. 야구 실력도 항상 내 위에 있었고 인기도 많았다. 조금 무뚝뚝했지만 나에겐 언제나 좋은 친구였다.
내가 언제부터 지호를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인식하지 못할때부터 지호는 야금야금 내 마음속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동경인 줄 알았다. 나 보다 멋있으니까, 남자답게 생기고 야구도 잘하니까. 그러다가 지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때부터는 나도 내 마음이 주체가 안됐다. 아마 내가 심하게 아팠을 때일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그때도 역시 지호와 같이 방을 썼었다. 내가 열이 높게 오르니까 지호는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더니 열을 재주겠다며 내 이마 를 손으로 짚었다. 하지만 지호의 손은 열을 재기에 적합한 손이 아니라서 금방 내려버리고는 자기 이마를 내 이마에 갖다 댔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지호를 본건 처음이였 다. 지호는 눈을 감고 열을 재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지호와 같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의 입술을 보니 심장이 터질것 같아서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난 부정했었다. 남 자를 좋아하는 내가 싫었다. 아닐꺼라고 수없이 되뇌이고 여자도 만나봤다. 그리고 야구를 엄청 열심히 했었다. 공을 던질때는 정말 아무생각이 안났다. 그래서 지호때문 에 머리가 터질 것 같으면 자주 나가서 연습을 했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부터는 인정하게 되더라. 내가 지호를 정말 좋아하는 구나 하고. 그런데 숨길 수 밖에 없었다. 내 가 지호에게 고백하면 당연히 지호는 남자를 좋아하는게 아니니까 거절을 할 테고, 더 나아가서는 나를 혐오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난 내 감정보단 지호와의 친구사 이가 더 중요했다.
지호를 좋아한다고 인식하기 전에는 지호에게 애교도 많이 부리고 항상 웃어줬었다. 하지만 내 감정을 알고 나니 행동 하나하나가 무서워졌다. 내가 웃는 모습에 지호가 눈치챌 것만 같았다. 내가 지호를 보면서 웃는 모습은 누가 봐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지을 수 밖에 없는 그런 표정이었으니까. 그래서 그에게 향하는 내 모든 감정을 감 춰버렸다.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었다. 시합이 있을 때마다 내 앞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때문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손이 덜덜 떨리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 는가 난 막대한 역할을 갖고 있는 포수였고, 내가 흔들리면 안됐다. 그 짓도 몇번 하다보니 적응이 되는것 같았는데, 여전히 심장이 떨리는 건 어쩔수 없었다.
내가 왜 지호에게 고백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날 밤에 난 악몽에 시달렸었다. 지호가 나에게 더러운새끼라고 한마디하고 떠나가는 그런 꿈. 벌떡 일어났는데 옆에 서 지호는 색색 잘만 자더라. 그래서 말했던것 같다. 이 마음은 진짜 없애야 되는 거구나 느껴지기도 하고 어차피 자는 상대니까 마음에 담아놨던 말을 해도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지호가 내 말을 들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땐 새벽이었고, 분명 자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 그 이후로 지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았을 때는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항상 금방 끝나는 지호의 연애였기에 그 여자애도 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엔 지호가 많이 달랐다. 밤늦게까지 통화하고 낯간지 러운 말들을 서슴없이 했다. 난 분명 지호를 잊는 다곤 했지만 내 마음대로 될리 만무했고 괜한 심술만 늘어났다. 내가 있는 곳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지호를 보면 정말 너 무나도 미웠다.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지호에게 드는 섭섭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내가 라커룸에서 지호에게 차가운 말을 내뱉었을 땐 지호가 너무너무 미워서 그랬다. 내 마음도 몰라주고 알콩달콩 연애하고 있는 그에게 너무 화가 났다. 잊지도 못하고 질투만 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화를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호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순간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뛰쳐나가 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한 지호가 세상에서 제일 밉더라. 그 날은 나에게 정말 최악이었다.
외박이 가능한 어제였기에 안들어 올줄 알았던 유권은 자기 침대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지호는 그런 그를 보고는 픽 웃었다. 그냥 왠지 모르게 다행이었다. 유권을 뚫 어지게 쳐다보던 지호는 유권의 침대에 쪽지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알아챘다.
야 너 유권이랑 싸웠냐? 둘이 잘 해결하든가 왜 나까지 힘들게 하냐고. 화해해라. 나 오늘 늦게 들어갈껀데 새벽에 들어갈때까지 둘이 냉랭하면 억지로라도 붙어서 자게 할꺼야. 그리고 유권이 그제부터 몸살기 있더라 근데 어제 너 때문에 술마시고 찬바닥에서 자고 있어서 더 악화됐을지도 몰라. 기침 좀 심하게 하더라. 잘 보살펴주고 데이트도 잘갔다와라. 우지호 화이팅.
글을 제대로 읽고 나서 유권이 아픈걸 전혀 몰랐던 그는 조금 당황했다. 나름 그래도 볼거 못볼거 다본사이고 그런것쯤은 쉽게쉽게 알아채리라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어느순간부터 지호에겐 숨기는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해왔던 유권이 밉기도 했다. 자신에게 고백한 뒤로 더욱 유권의 진짜 표정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지호는 유권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열이 있나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지호의 손은 원래부터 차가운 지라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지호는 안되겠다 생각했는지 손을 떼고 자 신의 이마를 유권에게 갖다 댔다. 이마를 맞댈 때 지호는 기분이 묘했다. 자식 피부하난 드럽게 좋네. 이게 그 김유권표 반달눈인가. 입술도 나름 귀엽네. 그러다 문득 자신 의 심장소리가 다른때보다 크게 들리는 것 같아 급히 이마를 떼었다. 확실히 열은 높았다. 열이 하도 높아서 옮은건지 지호의 얼굴에도 열이 올라있었다.
하 미치겠다. 내가 왜 이러지. 덥네 더워. 수지를 만나야해 얼른. 지호는 손부채질을 하며 급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조조영화로 티켓을 끊은 둘은 커플콤보로 팝콘을 시키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몇명 없었다. 지호는 유권을 그렇게 두고 와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었다.
"어?? 아니. 별거 아니야."
풉- 하고 소리내어 웃은 수지는 지호가 계속 안절부절못하는 이유가 자신 때문인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우지호 그렇게 안봤는데 숙맥이란 말이야. 수지는 지호의 이름을 부르더니 과감하게 입을 맞췄다. 3초스킬을 시전한 그녀는 여유롭게 웃었고 잠깐 당황한 지호는 에라모르겠다 그녀가 의도한 행동대로 따라주었다.
에서 앓아 누워있는 유권만 생각 날 뿐이었다. 그러다 지호는 아침에 가까이에서 본 유권의 입술이 생각나 갑자기 얼굴이 뻘개져서는 수지에게 떨어졌다.
수지는 그러는 지호의 행동이 자신 때문인줄 알고 연신 귀엽다며 웃어댔고 지호는 손부채질을 하며 불순한 생각을 한 자신을 자책했다.
고 지호는 수지에게 집에 급한일이 생겼다고 말하곤 학교로 미친듯이 뛰었다. 중간에 열려있는 약국을 찾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
"안 아파." "너 아픈거 나도 알고 박경도 알고 땅도 알고 하늘도 알아." "안 아프다고. 연습할거야." "..."
"저기 책상에 김밥이랑 약 나뒀으니까 밥 안먹었으면 저거 먹고 약챙겨 먹어라." "..." "뭐.. 너가 아프면 우리한테 좋을것도 없고, 오해하지마."
지호는 마음에 없는 말을 툭 내뱉곤 뒤돌아 누워버렸다. 유권을 여기까지 끌고 오면서도 지호는 얼굴이 벌개져있었다. 이 상태론 유권을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자꾸 영화관에서의 그 일이 떠올랐다.
"..." "아니 그냥.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마." "..."
유권은 입술을 깨물었다. 안그래도 차가운 바람을 맞아서 아픈 머리가 더 아파왔다.
"우지호."
"넌 내가 우습냐? 남자가 너 좋아한다고 하니까 신기해 보여? 왜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건데. 나 너 안좋아해. 앞으로도 안좋아할거야. 넌 진짜 예의 없어. 알긴 아냐? 난 니가 내 앞에서 그렇게 행동하길래 모르는 줄 알았어. 근데 뭐? 나 때문에 복잡해? 내 앞에서 여친이랑 꽁냥질하면서 내가 그렇게 거슬렸냐? 눈엣가시였냐고. 그래 아파서 미안하다. 여친이랑 데이트도 제대로 못하게 아파버려서."
유권은 자기도 모르게 뚝뚝 흐르는 눈물에 이불을 끝까지 덮어버렸다. 우지호 나쁜 개자식.
지호는 갑자기 유권이 덮고 있는 이불을 허리아래로 젖히고 위에 올라앉았다. 유권은 갑작스레 사라진 이불에 당황해 두 팔로 울고 있는 얼굴을 가리려고 했지만 지호는 거칠게 팔을 잡고서 못 움직이게 했다.
"니가 나 안좋아해도 상관없어." "내가 좋아하는 걸로 충분하니까."
행동에 적지않게 놀란 유권이었지만 곧 눈을 가볍게 감았다.
"근데 나 진짜 안좋아해...?"
풉- 유권이 반달눈을 하고선 지호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너 니 여친은 어떡할건데. 지호는 그런 유권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을 향해 예전처럼 강아지같이 헤실헤실 웃고 있는 그에게 다시한번 입을 맞췄다.
예상외로 일찍 들어온 경은 유권의 침대에서 서로 안고 자고 있는 둘을 보며 혀를 끌끌찼다. 경이 들어오는 인기척에 잠이 살짝 깬 유권은 지호를 밀어 내려고 했지만 지호 는 그런 유권을 더욱 세게 안았다.
쥐 죽은 소리로 말하는 유권에 지호는 잠이 깬듯 눈을 힘겹게 뜨고 경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했다.
"김유권, 너 다신 저 자식한테 눈웃음 뿌리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놔둘거야." "야 뭔소리야. 경이 다 듣잖아." "대답안할래? 대답안하면 뽀뽀할거야." "뭔 뽀뽀야. 너 미쳤어?" "그래 안한다 이거지? 알았어. 나 이제 다신 너랑 한침대 안쓸꺼야."
유권의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킨 지호는 삐진 척 하며 자기 침대로 돌아갔다. 유권은 경과 지호 둘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줄 몰라했다. 경은 잘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이층침대로 올라갔고 이내 누웠다.
"저기... 경아."
풉- 안절부절 못하던 유권의 한마디에 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는 그럴줄 알았다며 그만 쳐웃으라고 자신의 윗침대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아 뭐야. 진짜야??" "그럼 서로 티나게 행동하는데 그걸 모르냐? 니네 둘이 바본거야. 으그 멍청이들아. 그리고 김유권 너는 술취해서 나한테 다 불었거든?" "뭐야.. 내가 그랬어..? 기억이 잘 안나는데..." "김유권 너 혹시 술취해서 쟤한테 앵기고 한건 아니지?" "야 아니거든! 날 뭘로보고." "하.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해요. 지랄을." "사랑하는 박경님. 그럼 이상황에서도 눈치있게 행동해주시겠어요? "
지호의 말에 어이없어진 경은 혀를 끌끌 차더니 '우지호 너 치킨사'라는 말만 남겨두고 옆방으로 떠났다. 하 내가 첫날이라서 봐준다 이것들. 경이 나가고 유권은 슬금슬금 지호의 침대로 기어갔다.
"난 잔다." "에이 왜그래~ 지호야 삐졌어?"
지호의 잔다는 말에 유권은 강아지처럼 침대에 손을 올리고 특유의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 유권에 지호는 못당하겠다는 듯이 혀를 내두르더니 올라오라고 눈짓했다.
"진작 이럴것이지 삐진척 하기는." "야 이 김유권 자식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들앞에서 그런 표정 지으면 진짜 알아서해." "왜 왜 어떻게 할건데?" "...."
지호는 갑자기 얼굴이 뻘개져서는 뒤돌아 누웠다. 아 몰라 나 잘거야. 그런 지호가 귀여운지 유권은 연신 이유를 물었다. 변태 우지호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 왜 나 잘거야." "그냥. 내가 너 많이 좋아한다고."
유권은 뒤돌아 누워있는 지호를 꼭 껴안으면서 말했다. 조금 부끄러운지 얼굴을 지호의 등에 파묻었다. 지호는 기분이 좋은지 헤헤 웃더니 몸을 돌리고 유권에게 부드럽게 키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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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이게 아마 11월달에 쓴거같은데 제가 처음으로 쓴 글일거에요
그래서 심히 똥글망글에다 오글거리죠........ 부락비로 번역할때 누가 어울릴까 고민고민 하다가 지권탄생!
첫글의 오글거림을 느끼기 위해 이건 진짜 아니다 이런것만 바꾸고 거의 그대로 놔뒀어요.
그리고 잠깐....
/소근소근/ 아직 일주일도 안된 갠홈이에요. 지금까지 썼던 글이랑 잡담들이 올라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
거기있는 글들은 거의 글잡에 올려놓은것 들이긴한데 번역 몇개는 창피해서 못올렸으요.....ㅋ
심심하시면 한번씩 들려주셔서 익명글싸주세요'^'아직 많이 휑해요 ㅠ
들어가보시면 아 이 똥글 얘가 썼던 거야? 이런게 있으실거에요. 똥글망글 전용 글쓴이니.......ㅋ
/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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