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퇴근한다는 해 저문 저녁에, 우리 엄마는 출근한다.
온통 붉은 복도 속 가득한 신음, 독한 양주 냄새, 매캐한 담배 냄새,
탐욕에 찌든 남성들의 불쾌한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종종걸음으로 도착한 이곳.
룸살롱 구석 작은 방 하나가 나의 집이다.
내가 나고 자란, 내 집.
"아, 앙, 하응……. 사장님, 살살…. 흐응!"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엄마의 신음.
그럼 난 익숙하게 헤드폰을 키고 재생목록 중 아무 곡이나 틀어 음량을 마구 높여버린다.
하지만 오늘따라 헤드폰마저 나를 방어해주지 못한다.
짜증 난다, 오늘.
오늘도 밤을 새서 공부 할 각오로 냉수 한잔하러 나오는데, 누군가가 나를 위아래로 훑는 게 느껴졌다.
"얘, 너도 그냥 몸 팔아. 뭐하러 그 고생을 하니? 너 같은 년은 공부해도 안 돼. 너 가슴도 꽤 크잖아.
그냥 가슴이나 흔들어. 섹스는 해봤니? 아니, 너 남자친구도 없지? 쯧쯧…."
룸살롱 마담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
"…. 저 공부해서 대학 갈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
내가 장담하는데 너 같은 창녀 딸은 그냥 아랫도리로 돈 많은 남자놈 무는 게 직빵이야."
나는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한 채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어두컴컴한 새벽, 나는 구깃한 교복을 대충 걸쳐 입고는 등교 채비를 했다.
일찍 나가야 학교 가는 아이들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대충 씻고는 나가려는데 오늘따라 허기가 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보이는 건 마시다 남은 양주 몇 병과 말라비틀어진 과일 안주뿐.
나는 거뭇하게 변해버린 사과 한 쪽을 입에 물고는 신발 끈을 단단히 묶었다.
끼익-
"...이게 누구야, 끅, 잘나신 내 딸년이네, 끅, 시발."
대체 얼마나 마신 것인지 술 냄새가 미친 듯이 나는 건 물론이고 눈까지 풀려있었다.
"…. 취했어. 들어가."
"네가 뭔데, 끅, 이래라 저래 라야. 끅, 잘났으니까 애미도 막 무시하고, 끅, 그러나 보네?
차라리, 끅, 너 같은 거 안 낳았어야, 끅, 한 놈이라도 더 받아서 한 병 더 마시는건데. 끅."
"...헛소리말고 얼른 들어가."
"끅, 끝까지 자기만 잘났지. 끅, 망할 년."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린 채 서둘러 룸살롱을 빠져나왔다.
오늘따라 새벽공기가 차게 느껴진다.
시리다.
찡하게 시려 오는 추위가 내 고통을 덜어주는 듯했다.
교문에 도착하기 전, 늘 그렇듯 교문을 지키는 철창을 넘으려 발목을 푸는데,
열려있다.
나는 너무나 당황해서는 순간적으로 멍하게 교문만 쳐다보게 되었다.
'더 일찍 나와야 하나?"
하고 생각하며 교정을 걷는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아무도 없다.
그냥 경비아저씨가 일찍 연 건가?
괜한 걱정 했다며 교실로 향하는데, 어딘가에서 불빛이 비쳐온다.
와, 나 말고도 이렇게 일찍 등교하는 애가 있단 말이야? 분발해야겠네.
유난히 오늘따라 긴장이 풀어진다.
복도는 어두웠지만 늘 그렇듯 익숙한 손길로 청소도구함 깊숙이 손을 넣는데,
없다.
열쇠가 없다.
어? 뭐야. 왜 없지?
당황한 나는 마구잡이로 손을 더듬어댔지만 돌아오는 건 수수 빗자루의 따가운 눈총뿐.
나는 설마설마 하며 교문으로 향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옛말 틀린 거 하나도 없구나.
자물쇠는 사라진 상태였다.
누군가가 등교한 것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누군가가 내가 등교하는 모습을 봤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비참했다.
나는 굉장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드르륵-
교실의 전등은 모두 꺼진 상태였고, 나는 조심스레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딸각-
시작합니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방탄소년단/진(김석진)] 이복동생 (프롤로그) 12
9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와 아이유 가수 갤럽 1위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