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축하해-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내 가장 친한 친구 민경이가 결혼을 했다. 내 나이 27 첼로 선생님, 늘 낭랑18세 고등학생일 것만 같던 내 오랜 친구들도 하나둘씩 인생의 목적을 자기 자신이 아닌 한 가정으로 바꾸어가고 있었다.나는 언제쯤 좋은 남자 만나려나 싶어 입가에 공허한 미소를 지었다. "00아, 거기서 뭐해 밥먹으러 가자!" "..아 그래!" 웨딩드레스에서 흰 원피스로 갈아 입은 민경이가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날 멀리서 부른다. 옆에 놓여있던 가방을 대충 팔에 걸치고 치마를 한 번 쓸어내린 후 일어난 나는 민경이에게로 또각또각 걸어갔다. "기지배, 오늘 니가 결혼하니?이쁘다 얘." "민망하게 얘가 왜 이래.시부모님이랑 같이 밥안먹구?" "아 저녁에 더 좋은 식당 대접해드리기로 했어.휴 나도 조금 있음 아줌마다-.세월 후딱이다.그치?" 라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민경이 때문에 피식 미소를 지으며 민경이에게 가볍게 팔짱을 끼고 건물 내 식당에 도착했다. 우와-정민경. 능력 좋은 신랑 만나더니 식장도 좋더니 식당도 어마어마 하네.맛있는 냄새가 내 코에 진동을 한다. "배고프다.그치?가방줘.내가 갖다 놓을게.저기 우리 신랑이랑 있을테니까 절로 와-." 얼마나 됬다고 벌써 저 기지배가 우리 신랑이래.떨떠름하게 가방을 건네주고서 먹고싶은 음식들을 하나하나 접시에 담았다.어느새 한가득 담겨있는 내 접시를 보며 오늘 저녁은 먹지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과연 내가 그럴 수있을까하는 생각에 또 미소를 짓는 나였다.먹성은 내가 또 끝내주지. 근데 민경이가 어디로 오라고 했었지?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내 머리와 부딪혔다. 놀란 나머지 아,하고 작은 소리를 내뱉은 내 뒤로는 귀엽게 생기고 피부가 아기같은 남자 한 명이 서있었다. "아 죄송해요.친구 찾느라고 두리번대다 부딛혔네요." 하며 예쁘게 웃는 남자때문에 화나지도 않았고 화낼 생각도 없던 그냥,그냥 내 마음 한 켠이 이상하게 녹아내리는 나였다. 그러고보니 아까 축가 부르셨던 분 인것같은데.. "아...괜찮아요.근데 혹시 아까 축ㄱ...아 아니에요." 아는 사람도 아닌데 아는척하면 오지랖넓어 보일까봐 아니에요라며 옅은 미소를 짓는 나였다.그 남자도 나와 같이 옅은 미소를 짓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다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어,민경이다.손을 크게 흔들어대는 민경이를 보고 살짝 멈칫하다 곧바로 민경이에게로 갔다. 내가 의자에 채 앉기도 전에 "자기야, 저번에 영화관에서 한 번 봤었지?내친구 000이야.인사해."라며 남편에게 내 소개를 시켜주는 성질급한 민경이. "아-.저번에 영화관에서 남자친구랑 있을 때 한 번 뵜었죠.오늘은 같이 안왔네?무튼 반가워요.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악수를 건네온다.아...손을 내밀고 싶지 않다.아니 머리가 복잡해서 손이 선뜻 나가지 않는다.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가 가시방석같다. 내 표정을 눈치챈 민경이는 신랑을 몰래 팔꿈치로 툭툭치더니 눈을 흘기며 눈치를 준다. "..아...반갑습니다.저는..저는...000이라고 해요.그리고..남자친구와는.. 헤어졌습니다." 겨우 손을 뻗어 무안해보이는 손을 살짝 잡은 후 억지미소를 지어보인다.후..이게 뭐야.다시는 떠오르지 못하게 꼭꼭 숨겨뒀던 기억들이 다시 생각나.조금 전, 아니 일 분 전까지만 해도 맛있게만 보이던 한가득 담긴 음식들이 모두 쓰레기처럼 보인다.접시 위로 기억하기 조차 싫은 김종인 그 나쁜 자식 얼굴이 둥둥 떠다닌다. 떨리는 손으로 예쁘게 세팅되어있는 포크를 집으며 힘들게 더러워 보이는 접시로 가져가본다. 정신차려,000.니 가장 소중한 친구가 결혼한 날이야.웃어.아무리 웃으려해도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보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낀 민경이의 남편과 그럴 줄 알았다며 남편에게 무언의 잔소리를 뿜는 민경이를 보며 너무 미안해서..그냥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 "형님, 여기 계셨네요?주인공이 왜 이렇게 구석에 박혀있어.초대했으면 반갑게 맞아줘야지 분위기가 왜이래.제수씨 안녕하세요?" 내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는 민경이를 보고..뭐지? 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아까 본 그 아기같은 남자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양 손에 접시를 가득 들고 내 옆자리 의자를 자연스레 뺐다.그러다 나를,나를 본다. "어?아까 마주쳤더..ㄴ...왜 그래요?왜울어?" 아...아직도 눈물이 고여있었나보다. "아,아니에요.눈에 뭐가 들어갔어요.이게 잘 안빠지네." 어색하게 웃으며 계속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본 남자는 적지않게 당황한 듯 싶다.이상해.이상하게 이 사람만 보면 자꾸 마음이..이상해.자꾸... 마음이 자꾸 안정되고 기대고...싶고막그래. 이 틈을 타 민경이가 재빠르게 분위기를 바꾸려 말을 꺼낸다.고마워 민경아. "00아, 저 분은 우리 남편 친한 동생 변백현씨야.성격 참 좋지?아까 축가도 불렀잖아.잘하더라-. 백현씨,얘는 제가 제일 좋아하고 제일 친한 친구 000이에요.뭐해?서로 인사해." "반가워요. 저는 변백현입니다." 라며 예쁘게 웃는 남자.악수를 건네오는데 손도 어쩜 이리 예뻐. 나도 인사를 하며 건네온 손을 마주 잡자 따스한 온기보다는 부드러운 손가락 끝이 내 마음을 더 간질였다.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도 왠지 이 사람 옆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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