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각-
"워!"
"뭐야."
"뭐야…. 왜 안 놀래?"
"뭐야, 너?"
"너 이렇게 일찍 등교하는 거야? 안 피곤해?"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지! 내가 오늘 너 등교하는 거 보려고 얼마나 일찍 일어났는지 알아?"
"신경 쓰지 마."
"근데 너 안 무서워? 골목길도 잘만 걷고. 나는 좀 으스스하던데…."
불을 키자 교탁에서 워! 하고 나온건, 바로 우리반 반장 '김석진'이었다.
여러모로 깨끗하고 투명해 보이는, 그래서 어쩐지 거부감이 드는, 내가 마음속으로 이곳에서 이유 없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
그의 등장으로 순간 나는 매우 두려워졌다.
내가 룸살롱에서 나온걸 본 건가?
만약 보면 어쩌지? 난 이제 끝장인가?
그 망할 년들한테 배운 물뽕을 오늘 써먹어야 하나?
"……. 너 어디서부터 나 따라왔어?"
"따라왔다니! 그냥 요 앞에 골목길에서 본 건데."
"...하. 나한테 신경 쓰지 마."
"야, 허, 내가 너 등교하는 거 보려고 새벽마다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니, 아니지. 그건 그렇고, 너는 왜 나한테도 그렇고 애들한테 차갑게 굴어?
태형이처럼 애들이랑 두루두루 지내도 되잖아.
혹시 뭐 불만 있는 거라도 있어? 아니면 누구랑 싸운 거야?"
"….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난 반장이잖아. 이제 우린 고3이고, 난 반에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할 의무가 있어.
그러니 협조 좀 해주라. 응?"
안 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새낀데 말도 많으니 더더욱 짜증이 났다.
"야."
"엉?"
"두루두루 지내는 거랑 면학 분위기랑 무슨 상관이야? 그냥 네가 신경끄면 돼."
"아니…. 그러니까…."
![[방탄소년단/진(김석진)] 이복동생 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8/28/1/4429f0054a5cba7579352b052ef68692.jpg)
병신 새끼.
똑똑한 줄 알았더니 별거 없네.
나긋하게 욕을 하고는 눈을 한번 마주쳐주었다.
왠지 멍해 보인다.
이제 한동안은 날 건들 일은 없을 거 같았다.
나는 저 욕을 마지막으로 입을 닫았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영어 듣기 파일의 음량을 최대로 높였다.
.
.
.
드디어 어제와 같은 하루가 끝이 날 기미를 보였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신발 끈을 조여 맸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골목길을 빙 둘러 내 집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꽤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었다.
룸살롱 앞은 온통 술에 전 아저씨들뿐이었다.
난 한심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이상하다. 이상해. 뭐지?'
늘 보던 빨간 조명이었고, 늘 맡던 담배 냄새인데도 오늘따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괜히 두리번대며 집 문을 끼익- 여는데,
돈다발에 둘러싸인 엄마가 보였다.
"……. 뭐야, 이게…?"
"보면 몰라? 돈이잖아! 내가 대물을 물었나? 역시 인생은 한방이야!
이제 미친놈들 안 받아주고 그놈만 받아줘도 먹고살 수 있어!
흐읍- 하-…. 하-…. 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하!!!!!!!!!"
돈다발에 둘러싸여 돈을 마구 움켜쥔 채 돈 냄새를 미친 듯이 맡으며 웃는 엄마를 보는데,
그래.... 그래.. 분명 좋은 일이다. 근데 왜?
난 왜 이렇게 구역질이 나는 거지?
방문을 열자 끼쳐오는 소름 돋는 돈냄새에 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변기를 붙잡고 꺽꺽대며 가쁜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났다.
이 눈물은 이제 엄마가 몸을 덜 팔아도 된다는 점에서 나오는 눈물인 건가?
그냥 그렇게 좋게 생각하고 싶은데,
그렇게 생각할수록 자꾸만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내 온 몸이 온 힘을 다 바쳐 내 생각을 거부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진정이 된 나는 대충 세수를 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는 신발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오늘 같은 날은 공부가 될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와 타협을 해버렸다.
나는 돈다발 속 행복한 표정으로 잠이 든 엄마 옆에 살포시 자리를 잡았다.
눕기 위해 돈다발을 주섬주섬 주워 정리하는데 그 속에 웬 명함 하나가 눈에 띄었다.
'EB그룹 김석근 회장'
엄마가 말한 대물이 이 사람인가?
나같은 인간들은 이렇게 시궁창에서 발버둥치며 노력하는데도 늘 시궁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고작 회장 따위의 돈놀음에 시궁창에서 벗어날 수도, 그보다 더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니.
나는 너무 허탈했다.
정말 나 같은 창녀 딸은 그냥 창녀로 살아야 하는 건가?
.
.
.
등교준비를 하고 나서는데, 마담과 그녀의 졸개들이 줄줄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요."
"네 엄마 도망간 건 아니?"
"...네?"
"네 엄마 도망갔어. 회장인가 뭔가 하는 새끼 물어서 튀었어."
...사실 언젠가는 예상했던 일이다.
언젠가는 날 버리고 떠날 것만 같았다.
늘 나를 짐짝 취급했으니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왜 상관없어? 그 년이 남기고 간 빚이 얼만데."
"그래서 어쩌라구요?
그 빚,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한테 덤터기 씌워서 만든 거 모를 줄 알아요?"
"허, 참. 그래도 지 엄마라고 끝까지 바락바락 대드네.
됐고, 너도 오늘부턴 여기로 출근해. 밥값은 해야지."
"......씨발. 나보고 걸레짓을 하라고요?"
"어쭈? 씨발?? 이게 오냐오냐하고 키워줬더니 기어오르네???"
미친년들. 그 빚 어떻게 생긴 건 줄 내가 모르는 줄 아나.
나보고 걸레짓을 하라고?
나는 내 안에서 깊숙이 끓어오르는 혐오감에 몸서리를 치며 결국 작게 욕을 지껄였다.
그걸 들은 마담의 졸개가 흥분하며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내가... 당신같은 년들이랑 같은 걸레 취급 받으려고 이렇게 산 줄 알아??!!?"
흥분을 하니 말이 마구잡이로 나왔다.
내 말을 들은 마담은 자신이 걸레라는걸 인정 못 하겠다는 듯 미간을 마구 구겨댔다.
"...썅년이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는가보네.
얘들아, 저 년 정신교육 좀 시켜줘라."
마담은 자신의 졸개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날 매우 고깝게 쳐다보더니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망할 졸개년놈들은 날 우리 집으로 끌고 갔다.
나는 약간의 반항을 해보았지만, 덩치 큰 남자한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나는 방 한구석으로 내던져졌다.
나는 애써 일어나려 버둥거렸다.
그때 나는 붉은 예수 같은걸 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분명 보았다.
내 머리칼 사이사이로 붉은빛과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나는 구제받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창녀의 딸에겐 그런 건 허용되지 않았다.
붉은 예수들은 나를 무참히 짓밟았다.
그들은 확실히 나를 교육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교육이 나를 예수로 만들어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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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