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탄소는 오늘도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아메리카노만 마심. 그래서 저녁도 안 먹으면 정말 쓰러질 것 같아서 오늘은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회주의자 남준이가 오늘은 꼭 탄소 밥을 먹여야겠다 생각하고 탄소를 부름.
"탄소야!"
"엉?"
"오늘 오빠랑 밥 먹으러 갈까?"
"어 진심? 오빠가 사주는 거?"
"까짓거 사준다. 뭐 먹고 싶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밥을 사 주겠다는 남준이랑 저녁 메뉴를 고르면서 탄소는 진짜 행복하게 웃음ㅋㅋㅋㅋㅋ 보는 윤기가 움찔거릴 정도...☆ 결국 메뉴는 고기로 결정이 나고, 탄소는 자기 스타일링이 끝나자마자 다음 타자를 위해서 일어나 소파로 갈 준비를 함. 분명 저 넷 (호석 태형 지민 정국) 옆에 가면 좋은 광경을 보지 못할 것이니 윤기 옆으로 가려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데 하필 윤기는 정국이랑 이번 믹스테잎 얘기 중임. (탄절부절) 급하게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석진이가 있을 곳을 스캔하는 탄소ㅋㅋㅋㅋ
다행히 석진이는 소파 구석자리에서 자고 있었음. 저 옆이라도 가야겠다 싶어서 걸음을 옮기는데 한 발자국 떼자마자 갑자기 눈 앞이 하얘지고 순간 휘청함. 다들 바빠서 아무도 보지는 못했음.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옷을 추스려 팔랑팔랑 석진이가 있을 자리로 향함.
정국이는 탄소 다음 타자라 가만히 자리에 앉아 스타일링을 받으며 눈을 감고 앉아있는데, 아이패드에 깔려있는 프라이버시용 카톡에 메시지가 하나 날아옴. 원래 방탄이들은 카톡을 두 개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프라이버시용이고 하나는 사생용임. 사생용은 사생들이 익히 알고 있는 멤버들 전화번호로 알아내는 카톡인데, 관리를 하나도 안 해서 꿀릴게 없음. 반대로 프라이버시용 카톡은 사생들이 모르는 번호로 설정해 놓는 카톡임. 그래서 그걸로 연애도 하고 막 그럼. 전에 있던 애 (전 홍일점) 랑도 이렇게 연애함.
아무튼 정국이는 사생 카톡이 아니니까 엄마나 아빠일 거라 생각하고 무심코 눌렀는데, 익숙한 이름과 함께 카톡이 하나 뜸. 프로필 사진에는 아기를 안고 있는 익숙한 여자가 한 명 보이고.
[잘 지냈어? 보고 싶어.]
정국이는 이 카톡을 보자마자 하얗게 질려 부들거리는 손으로 벌떡 일어나 아이패드를 의자에 집어던지고 밖으로 향함. 멤버들이 전부 놀라서 정국이를 말리려는데 탄소가 더 빨라 정국이 팔 소매를 잡으며 말렸음.
"정국아, 잠깐만!"
"놔, 씨발."
"...!"
하지만 정국이는 처음 보는 무서운 표정으로 탄소를 노려봄. 심지어 한 번도 한 적 없는 욕도. 여태 정국이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해도 짜증난다는 듯 '쳐다보기만' 했지 절대 저렇게 욕하고 대놓고 티를 낸 적이 없었음. 탄소는 그 처음 보는 표정에 놀라 굳어서 아무것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음.
매니저와 코디, 그리고 멤버들이 전부 웅성거릴 때,지민이는 아이패드를 확인하더니 프라이버시 카톡에 뜬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한 번 쉬고 급하게 정국이를 따라 나감.
탄소는 아까 본 정국이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아서 여전히 그 자리에 돌마냥 굳어서 멍하니 서있었고, 윤기와 남준이는 그런 탄소를 뒤늦게 발견한 후 자리에 데리고 와 앉힘.태형이는 시큰둥하게 지민이에게 상황 보고를 받고 있고.
[걔한테서 카톡왔었어, 그래서 그래.]
[잘 추스려서 데리고 갈테니까 형들에게는 말하지 마.]
독하다, 진짜. 생각하며 태형이는 휴대폰을 끈 후 마른 세수를 함.
08.
정국이는 삼십 분 후스탠바이 신호가 떨어질 때쯤 지민이와 함께 대기실로 돌아왔음. 탄소는 정국이를 흘끔흘끔 쳐다보지만 정국이는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탄소의 시선을 느끼지 못함.
"나 왜 이렇게 못났지."
"뭐가."
"전 애인이 연락이 오면, 그냥 쿨하게 인사할 수도 있었는데."
"쿨하게 인사할 사이야?"
지민이는 정국이에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해 주며 그냥 다독이기만 함. 정국이는 그런 지민이를 쳐다보다가 탄소를 한 번 보며 얼굴을 무릎에 파묻음.
"많이 놀랐겠다."
"누가."
"누나."
"무슨 일이야, 누나라고도 부르고."
"정 없다며."
그렇게 말하면서 정국이는 다시 스타일링을 받으러 감. 매니저들과 코디들에게 사과하며. 지민이는 그런 정국이의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곤 안절부절 못하는 탄소의 옆모습도 한 번 쳐다봄.
#
"방탄소년단 올라갈게요!"
스탭의 한 마디에 방탄소년단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음. 컴백 스테이지고 또 이런 큰 무대는 1년만이라 모두들 긴장해서 연습한 대로 대형을 맞춤. 하지만 자신들을 바라보면서 진짜 행복하다는 듯 웃는 팬들을 보자마자 다시 긴장했던 마음들이 사라지고 몽글몽글한 마음만 차오름.
"오늘 열심히 하고 밥 먹으러 가자."
"엉, 양날개 화이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탄소 네가 할 말은 아니야."
"트리플 날개지."
"너무해."
"플러스 슈가버블~"
"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좀 빼라고!"
탄소는 석진이, 남준이, 윤기랑 투닥거리면서 놀다가도 촬영이 시작되자 표정을 싹 굳히고 무대를 시작함. 하지만 머릿속에는 자꾸 정국이 얼굴만이 둥둥 떠다닐 뿐이고... 신경이 쓰여서 무대를 할 수가 있어야지. 하지만 우리 탄소는 괴물신인이었기 때문에 잘함; 존나 잘함; 그 덕분에 탄소 실력에 대한 말은 쏙 들어가게 됨.
그렇게 30년 같았던 3분이 지나고, 정말 당연하다는 듯 방탄소년단이 1위를 함. 멤버들은 일제히 탄소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탄소는 고대로 받아서 남준이에게 넘김ㅋㅋㅋ 마이크 파도타기... 남준이는 한 마디 한 마디 정말 정성들여서 이야기를 하더니 우리 홍일점 처음 무대에 서 봤으니까, 한 마디만 들읍시다! 하고는 탄소에게 마이크를 넘겨줌. 탄소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고 말하며 작게 웃은 후 수상 소감을 마침.
그렇게 팬들에게 온갖 팬서비스를 다 하고 춤 추고 한바탕 난리친 후 내려오는데, 후배들이 기다렸다는 듯 방탄소년단한테 붙음. 선배님 너무 잘생기셨어요, 선배님 축하드려요 등등. 탄소는 제발 흔들지만 말아줬음 좋겠다고 생각함. 지금 딱 죽을 것 같아서. 그렇게 탄소는 비틀거리다가 탄소의 이상함을 느낀 한 후배가 선배님 괜찮으세요? 하고 건네는 말과 함께 정신을 놓음.
"...? 탄소야!"
"김탄소!"
후배들에게 둘러싸여 쉽게 오지 못하는 윤기와 남준이를 뒤로 하고 쓰러지려는 탄소를 잡아준 건 태형이었음. 얼떨결에 탄소를 받아든 태형이는 탄소를 공주님 안기로 제대로 안은 후 아직도 앞을 가로막으며 탄소를 걱정하는 후배들에게 차갑게 말함.
"나와."
"네?"
"나오라고, 지체되서 애 잘못되면 책임 질 거야?"
그 말에 냉기가 뚝뚝 흘러서 후배는 처음 보는 무서움에 길을 비켜줘야 했다...☆
다행히 탄소는 병원으로 빠르게 옮겨져 과로와 영양실조라는 진단을 받고 링겔을 맞으며 누워서 잠들었음. 지민이는 그런 탄소를 쳐다보다가 정국이가 있을 병실 밖으로 나옴.
"영양실조에 과로래."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 형은 괜찮아 보이네."
"안 괜찮을 건 뭐야, 아픈 건 걘데."
"...말고. 형은 윤아 벌써 잊은 것 같아. 아무렇지도 않아? 한 때 우리랑 같이 생활했었잖아."
"나는 팀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추가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었어."
"... 그런데 왜 김탄소 들어오는 거에반대했어?"
"네가 힘드니까 반대했을 뿐이지. 네가 괜찮다는데 내가 안 괜찮을 리 있어?"
정국이는 그 말에 입을 꾹 닫고 바닥만 쳐다봄.
"... 여자는 다 똑같이 보여, 사실. 아직도."
"..."
"걔가 임신했다고 연락왔을 때, 화장실에서 발견됐던 날 있잖아."
"... 입에 담지도 마. 생각하기도 싫어."
"그 날 느낀 것 같아, 여자는 똑같구나. 더럽다."
"..."
그 말을 들으면서 지민이는 그냥 시선을 돌려버림.
09.
"일어났어?"
"넌 몸이 아프다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
"일어나자마자 잔소리야?"
"어휴, 이 얄미운 거 진짜."
석진이가 꿀밤을 먹이는 시늉을 하고, 탄소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함. 하지만 무심하게 폰게임을 하며 툭 뱉은 태형이의 한 마디에 다시 분위기는 얼음장이 됨.
"잘한다, 피해나 끼치고."
"태형아."
"이제 겨우 컴백에 시동 걸었는데, 또 호석이 형 꿈 뺏었네."
"..."
"네가 들어옴으로써 컴백한다고 호석이 형이 되게 허탈해했는데, 이번엔 또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몰라."
"..."
"너 때문에 컴백 무산되게 생겼으니."
그렇게 탄소 가슴에 다시 비수를 꽂더니 한 번 쓱 쳐다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형들 사이를 지나쳐 병실 문을 엶. 그러다옆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정국이를 발견함.
"뭐하냐 너."
"... 아니, 뭐."
"걱정되면 걱정된다고 들어와서 말을 해."
"..."
"너까지 쟤한테 갈 거면 빨리 가."
"..."
"꼴도 보기 싫으니까."
그렇게 태형이는 정국이에게도 비수를 꽂고는 병실 문을 쾅 닫아버림. 탄소는 태형이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
"나, 너무 춤 못 춘다고,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
"밥 먹는 시간도 아깝고 잠 자는 시간도 아까워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왜..."
결국 자기 편만 남은 병실 안에서 눈물을 터뜨리고 맒.
자기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앞에서 운다는 게 얼마나 창피하고 비참한 일인지 알기에 셋은 입을 다물고 그저 탄소를 바라볼 뿐.
"... 좀 심했어."
"뭐가."
"아픈 애한테. 것도 형이 안아서 데려왔잖아. 무슨 심본데."
"... 호석이 형은 컴백 무산될까봐 전전긍긍해 하는데 자기는 웃고 떠드는 게 싫었어."
"퍽이나 싫었겠어. 쓰러지는 순간 다 알고 있었을 거 아냐, 쟤 빼고도 활동 잘 할 수 있을 거란 거.나 빼고도 활동 잘 했었잖아."
"그거랑 이거랑 같아?"
"뭐가 달라, 나도 아팠고 저 사람도 아픈데."
"넌 멤버야."
"쟤는 멤버 아냐?"
"아냐."
"태형이 형."
"쟨 우리 멤버 아니야."
"..."
"굴러온 돌일 뿐이야."
"..."
"굴러온 돌은 언젠간 빠져."
"형."
"우린 그 때까지 그냥계속밟아주면 돼, 다시는 들어올 생각 못하도록."
#
한바탕 울고 난 후 탄소는 팅팅 부은 눈으로 이번에는 퇴원하겠다고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음. 며칠 더 입원해서 경과 지켜보고 나가야 한다고 남준이가 아무리 말려도 나갈 거라고 징징거리기까지 함.
사실 그 짧은 시간 동안 석진이가 뭘 많이 먹여서 애가 아까보단 좀 나아진 것 같긴 한데 (남준이 착각) 그래도 안 됨. 우리 홍일점은 소중한 존재니까 기운 차려야 컴백이고 뭐고 할 수 있음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탄소를 필사적으로 말림.
"놔둬 봐, 그러다 또 쓰러져서 정말 황천길 중간까지 가야 정신을 차리지."
"... 이번엔 너냐."
"왜 안 반겨줘? 섭섭하네."
"말이 예뻐야 반겨주지."
"윤기 오빠."
호석이가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문 옆에 기대서 탄소를 바라보고 있었음. 역시나 곱지 않은 말과 함께. 뭔가 걱정 같기도 하고... 남준이는 그런 호석이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고 윤기는 역시나 인상을 찡그리고 호석이에게 몰아붙일 준비를 함.
"아까 태형이가 한 판 하고 갔어, 넌 하지 마."
"그렇게 말하니까 나 진짜 나쁜 사람 된 것 같잖아, 왜 그래."
"여태 네가 한 말이 다 예뻤어야 말이지."
"고마워, 내가 말을 좀 예쁘게 하긴 해."
"저게."
윤기가 결국 앞으로 나섰지만 탄소가 필사적으로 윤기를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말림. 윤기는 호석이를 쳐다보면서 저건 아직 인간이 안 됐어. 하고 중얼거림. 호석이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방긋방긋 웃으면서 팔짱을 풀더니 탄소 앞에 다가옴.
"몸은 괜찮아?"
"...?"
"..."
"괜찮냐고?"
"아, 어... 응."
"그래, 푹 쉬고. 좋은 거 챙겨먹고. 어련히 셋이 챙겨주겠냐만은."
"..."
"이왕이면 우리 활동 끝날 때까지 퇴원하겠다고 설치지 마."
호석이는 나머지 셋을 한 번씩 쳐다보며 적당히 해, 형들도. 하고 중얼거리고는 나가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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