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의 끝
음악소리가 귀를 찌를 듯이 울린다. 화려한 색들이 난발하는 곳에서 마치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밤인양 사람들은 미친듯이 춤을 춘다. 그런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면 나의 앞에는 항상 검은 색 문이 보인다. 내가 이 곳에 온 이유이자. 목적이 문 안에 있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환호성 소리와 비웃음 소리가 함께 내 귓가에 스친다. 두 소리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나에게 향한 소리라는 이유만으로 연결되어 있다. 내 시선은 항상 올곧다. 많은 사람이 있어도 김태형을 눈에 담는다.
"아..또 졌어..오늘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역시 김태형! 어디서 여주같은 여자 만나냐?"
"신경 끄고, 약속한 건 가져갈게."
"여주씨 김태형이랑 여주씨 오나 안 오나 내기한거 알아요?"
뭐. 항상 제가 지지만요. 하며 비웃음이 서린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다. 마치 장난감이 된 것만 같다. 얼굴이 익숙치 못한 그의 지인과 아애 안면이 없는 지인들의 섞인 이 곳에서 나는 그저 술 안주 혹은 흥미거리일 뿐이다. 그 속에 서서 연극을 마친 호두까기 인형이 되어 서있다.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그가 진짜 취해서 나를 부른 건 줄 알았다는 말들은 초반에 자주 사용하던 변명일 뿐이다. 이제는 그런 변명조차 나를 비참하게 한다. 차라리 나의 비극적인 현실을 알아차리는 게 더 낫다. 내 주제 파악이라도 할 수 있으니.
"여주야. 나 술 취했어. 그리고 어지러워."
태형에게서 짙은 술 냄새가 풍겼다. 김태형은 나를 나락으로 빠지게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나락에서 끌어올려주는 구원자이다. 이런 장난감 취급을 받아도 나를 바라봐 주니까. 지쳐도 지칠 수가 없다. 태형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금방 흥미가 식은 듯 자기들끼리의 세상을 만들어 그 속에서 낄낄 거리며 웃고 있다. 이 방안에 있지만 그 세상에 끼지 못했다. 아니 끼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김태형 때문에.
"우리 여기서 나가자. 머리 아프고 시끄러워"
아이가 어리광 부리는 듯 나를 보며 나가자고 했다. 나를 이곳으로 부른 것도 김태형이고 나를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하는 것도 김태형이다. 나의 모든 선택은 김태형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내가 커피를 사먹으려 해도 그가 좋아했던 것을 한 번이라도 더 먹으려 하고. 책을 읽으려 해도 그가 읽었던 책을 읽으면 그와 책을 공유하는 것 같아 설래며 그가 읽었던 책을 읽는다. 하지만 나에게 절대적인 김태형은 그런 나를 아는 지 모르는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으응?하며 나를 재촉하기도 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형이 내 손을 잡고 일어난다. 일어나 있는 내 허리가 잠깐 굽어졌다 곧 다시 펴졌다.
그가 문을 열자 상반된 세계가 보였다. 방금 까지 내가 있던 곳은 심연의 한 구석같이 어두웠고, 지금 내가 가려는 곳은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하고 시끄러웠다. 혼잡한 사람들을 어떻게 뚫고 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의 손을 잡아주었던 태형의 손만이 뚜렸했다.
"여주야. 나 졸려. 자러 갈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질 듯한 나른한 눈빛에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취할것만 같았다. 김태형이 나의 손을 잡고 흔들며 집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김태형은 당연하게 내 손을 잡고 집으로 가려고 했다. 나는 태형에게 손이 잡힌 채 그의 뒤를 따랐다. 김태형이 술을 마신 날을 항상 같이 집에 가곤 했다. 물론 김태형의 집이 아니라 내 집. 술에 취해서 그런 건가. 아님 고의적으로 나를 데려가는 건가. 이런 물음들은 김태형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
그와 함께 걷는 그 시간들은 단풍이 떨어지는 시간보다 더 짧았다. 아니. 걷는 시간 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도. 김태형은 항상 나를 한걸음 앞서서 갔다. 그럼에도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꼭 잡고 걸었다. 김태형이 이럴때면 꼭 그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느껴졌다. 이게 내가 김태형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칼날을 품고 있을 때. 추위를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이 타는 나에게 가는 바람을 막기 위해 한걸을 앞서서 걷는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춥다는 그 한마디에도 그는 나를 생각해줬다. 또 오해하게 만들었다. 이런 김태형 때문에 현실을 직시 해야함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다.
집에 도착했다. 김태형은 항상 비밀번호를 알고 있음에도 내가 직접 문을 열기를 바랬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내가 비밀번호를 칠 수 있게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눈빛을 내포한채. 나는 익숙하게 도어락을 풀고 문을 열었다. 김태형은 내가 집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먼저 신발장에 발을 디뎠다. 금방 신발을 벗고는 원룸이라 바로 앞에 놓인 침대 위에 앉았다.
"여주야. 꿈을 꾸기엔 아까운 밤이야. 그치?"
그리곤 웃었다. 나른하게.
*
*
*
그의 말을 필두로 암전이었다.
모든 것이 검은색이었다. 찌를 듯한 햇살에 무거운 눈커플을 힘 내어 올렸다. 원룸에 햇살 비치는 곳이라며 비싸게 샀는데 이럴 땐 차라리 햇빛 안 비치고 더 싸게 살걸 이라는 후회를 하게 된다. 오늘 강의 있는데. 일어나기 싫었다. 옆을 둘러보니 그는 이미 나가고 없었다. 텅 비어있는 내 옆자리가 그걸 증명했다. 항상 일어나보면 그는 사라져 있었다. 쓸쓸함을 다 내게 안겨주고는 어디를 그렇게 가는지. 상반신에 힘을 내어 몸을 일으키니 햇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먼지가 보였다. 그 먼지를 들이키며 일어서 옷을 찾아봤다. 어차피 지각일 것이 뻔한데 구태어 시간을 볼 필요가 없었다. 원룸에 옷장이라곤 오뚝이처럼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뿐이었다. 옷장을 열어 대충 보이는 것만 꺼내 입었다.
'상징적 상호작용론이란 지적 기원은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설사 이 이론에 관한 논의를 블루머에서 시작된 현대적…'
뛰어온 탓에 숨이 차 헉헉 대는 것을 가다듬고 한번 숨을 크게 내쉰다음 문고리들 돌려 문을 열자 열심히 강의를 하고 계시는 교수님의 눈을 피해 얼른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수영이 옆에 앉았다.
"김여주 너 왜 이제와!"
"늦잠잤어."
"뭐? 너 김교수 출석 엄청 철저하게 잡는 거 몰라? 너 장학금 받아야 한다며!"
"모르겠다. 나도 왜 늦었는지."
에효. 한숨이 섞인 말이 나갔다. 김교수는 출석을 특히 열심히 잡는다고 유명한 교수인데.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 수업에 늦게 왔을까.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현실이었다. 차라리 나갈 때 나 좀 깨워주지. 원망스러운 눈빛은 동그란 뒤통수를 향했다. 내 눈빛이 향하던지 말던지 김태형은 그저 앞에 있는 교수님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수영이 내가 김태형을 바라보는 것을 눈치챌까 싶어 얼른 눈을 돌렸다. 김교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아침에 억지로 힘을 냈던 내 눈커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목이 꾸벅대고 이젠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이 아래로 떨어진다. 졸려서 꾸벅대면서도 눈에 힘을 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본능은 의지를 잠식시켰다.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김교수의 마지막 말이 강의실에 울리자. 부산한 소음이 귓바퀴를 달구었다. 서로의 이름이 허공에 튀어 오르고 의자 끌리는 소리가 강의실에 퍼졌다. 그 소리에 엎드려 있던 몸은 세웠지만 피곤함에 눈은 뜨지 못하고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그 사이에 수영은 어디 간것인지 옆에는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강의실이 조금 조용해지자 감겨있던 눈을 조금 뜨고 눈을 비볐다. 강의시간에 자놓고도 피곤이 가시지 않은 건지 하품이 자꾸 나왔다. 이러다가는 장학금은 꿈도 못 꿀것같은 불길한 생각에 얼른 수영에게 필기를 빌려 오늘 못 들었던 강의를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눈을 비비고 제대로 눈을 떴다. 강의실은 텅 비워져 있었다.
"여주야. 일어났어?"
나와 내 앞에 엎드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김태형을 빼고는.
"어제 많이 힘들었나봐. 푹 자던데. 입술도 내밀고."
"어? 내가 그랬나. 자느라 몰랐어"
"난 또. 여주가 나 유혹하는 줄 알았잖아."
입술 물어 뜯어 달라고.
++++++
하하하하하ㅏㅏ첫 글이네요...무척 떨리는 마음을 안고 글을 썼습니다...ㅎㅎ
나른함+나쁜 놈+ 집착하는 김태형X김태형에 휘둘리는 너탄! 갑자기 생각나서 써보았습니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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