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해버렸어요.나 자존심 강한 남자인데, 왜 아저씨가 말만 걸면 나도 몰래 헤실헤실 웃는 건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막…… 보면 좋은 걸 어떡해요. 머리 한 번 쓰다듬어주면, 그냥 막 좋잖아요. 이상하게도 좋은 감정이 속에서 거품처럼 이는 걸, 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그래서 묻는 건데요, 아저씨도 저 좋아요? * 나 안 어려요!어려. 나 스무 살 맞는데, 아저씨랑 일곱 살 차이나는 것도 맞는데. 아저씨는 아직도 제가 그냥 애인가 봐요. 빠른 스물인데 아저씨는 아직도 열아홉이래요. 아닌데. 나 대현이랑은 친구고, 빠른 열아홉인 종업이는 나보고 형이라고 하는데. ……영재야. 괜히 말을 무시했어요. 아저씨가 한숨을 푹 쉬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요. 그리곤 무릎을 굽혀요. 아저씨는 아직 몰라요, 제가 아저씨를 좋아하는걸.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내 머리를 한 손으로 막 헤집어요. 삐지면 이래야 한데요, 그럼 나 다 풀린다고. 나 근데 지금은 삐진 거 아닌데. 화 난 건데. 아저씨는 눈치도 없는 거 같아요. ……화 풀어.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데, 아, 어떡하냐. 나 화 다 풀린 거 같아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어요. 아저씨가 우리 영재 착하네, 하고 또 웃는데 전 미칠 것만 같아요.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숨기려고 고개를 푹 숙였더니 아저씨가 깜짝 놀라요. 우는 거냐고 물으면서. 진짜 눈치 없다. 고개를 숙인 채로 가로로 저으니 아저씨가 그럼 왜 그러냐고 또 물어요.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 건지, 진짜. 아저씨가 갑자기 눈높이를 맞추려 굽힌 무릎을 펴고 일어서더니 손을 내밀어요. 일어나.……네?가자. 아저씨랑 밥 먹으러. 밥 먹기 싫은데. 얼굴을 찌푸리고 싫다고 하니, 그럼, 뭐 먹고 싶어? 하고 달래듯이 물어요. 나도 어른인데. 이렇게 애 취급 받는 거 진짜로 싫어하는데. 왜 아저씨가 하면 이렇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무의식적으로 아니요……하고 말하니 또 웃고는 뭐가 아닌데? 하고 말해요. 나 아무것도 안 먹어도 돼요. 그래도 아저씨가 먹으라고 하는 건 먹을게요. * 생일에는 술을 마셔야한다는 대현이의 민증을 보이고 들어간 술집에서 술을 다 받아마셨어요. 법적으로 미성년자 어쩌고 하는 용국이형 말은 걔한텐 다 안 들리나 봐요. 정신 나간 채로 엎드려 있는데 대현이가 취한 건지 꼬인 혀로 아저씨 번호를 물어요. 말하기 싫었는데 술김에 그냥 다 말해버렸어요. 대현이가 번호를 하나하나 누르고는 전화를 걸어요. 피곤해서 아무 말도 안 들렸어요. 네, 여기 영재 이써여. 그리곤 대현이도 털퍽 쓰러져요. 엎드린 상태로 막 잠들려고 하니 갑자기 몸이 들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곤 귓가에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려와요. 누가 대화하는 게 분명 용국이형 목소리는 들리는데 다른 한 사람은 모르겠어요. 애가 술도 다 마시네. 나를 든 사람이 말했어요. 순간적으로 울컥했어요. 술김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나 애 아니거등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웃어요. 그래, 애 아니야. 심통이 나서 또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다며 중얼거렸어요. 저기여.……응?혹시 바규천 아라여?……응. 아는데? 그 사람이 그러기에 나도 모르게 신나서 막 아저씨를 욕했어요. 눈치도 없다느니, 웃으면 다 되는 줄 안다느니. ……물론 웃으면 다 풀리긴 하지만. 어쨌든 그러면서 막 욕하니까 그 사람이 웃으면서 말해요. 귀엽네.에? 갑자기 시야가 흐릿해지더니 그 사람이 똑바로 보여요. 세상에, 아저씨네요. 깜짝 놀라 몸을 떼니 아저씨가 막 웃어요. 얼굴이 다 벌게졌어요. 영재야, 아저씨가 그렇게 미웠어? 몰라요, 오늘 일 다 취소해 버릴 거예요. 아, 진짜 어떡해.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