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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릿
왁자지껄한 2학년 3반 교실 앞문이 열리고 미간을 찌푸린채 한손에 학급일지를 들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온다. 2학년 3반 학생들은 선생님을 보고 재빠르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청소는 한거야? 왜 이렇게 교실이 더러워 반장! 청소 한거 맞아?"
"맞는데요"
"그리고 이성열은 어디갔어? 왜 없어!!"
2학년 3반 맨 왼쪽 창가 끝자리. 주인을 잃은 책상에는 덩그러니 성열의 가방만 걸려있고 정작 가방주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성열의 짝지는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성열이 똥 싸러갔는데요-"
반에 있던 애들은 책상을 탕탕 치면서 웃어댔다. 담임선생님의 미간은 더 깊게 찌푸려졌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하여튼 내일 토요일이라고 시내 싸돌아 댕기다가 걸려봐 아주 다 죽었어- 특히 이성열 잡히면 아주 족을 쳐야 정신을 차리지! 이상 반장 인사!"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일사분란하게 가방을 챙겨들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하늘은 파랑색에서 점점 주황색으로 변해갔다. 성열의 짝지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폈다. 으으- 어깨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이제 그만 기다리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가방에 집어넣고 가방을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뒷문이 열렸다. 성열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채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하아아암- 뭐야 시간이 이렇게 된거야?"
"꺼져"
"명수야-"
"꺼지라고 했다-"
성열은 비틀거리면서 서있는 명수의 어깨에 툭 머리를 기댔다. 자신보다 키가 작은 명수의 어깨에 기대기는 불편했지만 명수이기에 편했다. 그리고 명수의 손에서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치사해"
"안 닥치냐?"
"치사하게 나 버리고 집에 가려고?"
"내놔"
성열은 명수의 가방을 다시 책상에 걸고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명수를 억지로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자기도 그옆에 앉아 엎드렸다.
"우리 한숨 만 더 자고 가자!"
"죽고싶냐?"
"응? 나 너무 졸려-"
"..."
명수의 손을 꼭 잡은채 성열은 눈을 감았다. 명수는 알고 있다. 성열이 눈을 감는 순간 잠이 들거라는 것을, 다시 잠들어 버린 성열을 바라보고 있다가 잡혀있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명수도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역시 오늘도 명수와 성열은 수위아저씨에게 혼구녕이 나고 밤 10시에 집으로 향했다.
그때 나는 167이었고 너는 170이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173이고 너는 18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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