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루민] 에스프레소 마끼야또 (Espresso Macchiato) : 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8/8/a886bfe2e598d78a0570be7da4c5ab2c.png)
에스프레소 마끼야또 (Espresso Macchiato) : 1
" 오셨네요? "
" 您好(안녕) "
" 저기요,한국말 못해요?도대체 여기에 어떻게 취직 한거에요? "
" ..? "
" 하긴 지금 제가 하는 말 못 알아들으시겠죠.. "
딸랑- 하며 경쾌하게 들려오는 종 소리에 자동으로 웃으며 안녕하세요, 를 남발하려던 민석의 표정은 카페 문을 연 사람의 얼굴을 스캔하고선 언제 그랬냐는듯 퉁명스레 굳었다.그것도 크나 큰 근심거리가 있다는 듯 한숨까지 크게 내쉬며 말이다."오셨네요?" 민석의 말 뒤에 연한 하늘색 계열의 티셔츠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남자는 민석을 흘끗 바라보며 자신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말을 되받아쳤다.민석의 악몽이 또 시작 된 것이다.
내가 중국어 한마디 못 할줄 아나,민석은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을 입안에서 꿀꺽 삼켰다.민석의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카페에서 알바 차,직원으로 일하게 된 민석은 아버지가 뽑으신 저 루한,이란 알바생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얼굴만 여자같이 요상하게 생긴 주제에 한국말도 못하지,맨날 자신을 원숭이 보듯 바라보지.외모지상주의 같은 세상- 카운터 앞에 비치되어 있는 거울을 흘끗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민석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루한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 뭔가 생각난 듯급하게 입을 떼었다.
" 저기 루한씨? "
" ? "
" 그 유니폼 찾으시는 것 같은데..음...그니까.. "
" 衣服在那儿(옷 어딨어?) "
" ..그렇게 말씀 하셔도 저 못 알아 들어요 "
" 衣服在那儿(옷 어딨냐고.) "
" 똑같은 말씀 하셔도 못 알아 듣는다니까요!어떡하지..지금 내 말도 못 알아 들을텐데.. "
'루한이 바리스타 자격증 있으니까 꼭 커피만 만들게 해라.서빙,주문은 너가 해.' 루한이 들어오기 이틀 전,지금으로 따지자면 약 일주일 전 자신을 향해 신신당부 해주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르는지 민석은 종잇장 마냥 얼굴을 찌푸렸다.그땐 이렇게 사태가 심각할 줄 몰랐다.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제 12회 바리스타 경연 대회에 출마 하기 위해 루한 혼자 낯선 한국땅에 당도했다,라는 것 쯤은 민석도 알고 있었다.바리스타 경연 대회 심사위원이었던 민석의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루한이 마음에 들어 자신의 카페로 캐스팅 해왔다는 것도 또한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따라서 23년 동안 아무리 중국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들 '한국에 오기 위해 간단한 회화 정도는 마스터 하고 왔겠지'란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그저 순수하게 '경연 대회 출마'를 목적으로 삼고 있던 루한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출마하는 대회였기 때문에 통역사도 있겠다,한국어를 몰라도 딱히 불편은 없을거라 단순히 생각했다.그런데 그런 루한을 캐스팅 해온 것이다.
괜찮다고 의기양양하게 말 했을때 한국말 아예 모를텐데,하며 말 끝을 흐리며 외국으로 놀러 나간 아버지의 얼굴이 생각 나는지 민석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23년 동안 한국을 떠나 본적 없는 민석도 또한 제2 외국어만 가능한 상황이었다.영어 그리고 한국어.당연히 아버지 카페에 자주 오는 손님은 영어권 그리고 한국 손님들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어깨 너머 아버지가 커피 만드는 것을 몰래 몰래 지켜봤던 민석에겐 커피 하나쯤은 식은 죽 먹기였다.그런데 정작 필요한 일은 도와 주지도 못하면서 커피나 깨작 깨작 만들고 있다니- 루한이 한심스러워 보이기 그지 없었다.
衣服在那儿(옷 어딨냐고).연신 똑같은 말만 중얼 거리며 크게 한숨을 내쉬는 루한의 행동에 민석은 타 들어가는 가슴을 고릴라 처럼 팡팡,쳐대며 한 손으로 피팅룸을 날카롭게 가리켰다.
" 衣服(옷)..데얼!아씨 그니까..你的衣服(너의 옷)...이즈 인 피팅룸! "
" ? "
" 팔로우 미! "
중국어를 안 배운게 23년 인생을 살면서 후회스러웠던 적은 없었다.고등학생때 제 2외국어로 중국어 대신 일본어를 선택한 것도,중국어 회화 학원을 다니던 친구를 가볍게 거절한 것도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하지만 이제서야 고작 您好(안녕),再见(잘가) 따위의 인사말 밖에 못하는 민석,자신이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결국 탁,루한의 손목을 거칠게 잡는 그였다.그의 손길에 놀라 흠짓 거리는 루한을 보고도 민석은 문 앞에 거추장스럽게 걸려있는 커텐을 확 치고는 막무가내로 루한의 손을 끌었다.
" 음..아,저깄다!유니폼! 여기요. "
" .. "
" 好玩(재미없어). "
" 네?지금 무슨 소릴...유니폼 여기있다구요. "
" .. "
" 안 받으실 거에요?일 하셔야죠. "
好玩(재미없어).피팅룸을 두리번 거리던 민석은 수많이 걸린 옷 틈속 깊숙히 박혀 있는 루한의 옷을 발견했다는 환희에 밝게 웃어보였다.하지만 루한의 표정을 보고 언제 그랬냐는듯 푹,풀이 죽어버렸다.웃으며 건낸 회색 나비 넥타이와 흰색 피케 티셔츠를 내미는 민석의 손길에 장난스레 웃던 얼굴은 어느샌가 버리고 정색을 하며 손에 들린 옷을 낚아챘기 때문이다.민석은 또 뭔가 잘못 됬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항상 이래왔으니까.날카로운 눈빛으로 민석을 꾸짖는 루한 그리고 항상 당하는 민석.말이 안 통하는 두 사람에게 대화 소통은 물론 이거니와 의사 표현 조차 되지 않았다.뭔가 서로 오해가 쌓여도 영어도 그닥인 두 사람에겐 크나 큰 문제였다.루한이 뭔가 오해하는 것이 분명했다.
맨날 원숭이 보듯 실실 웃던 루한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더 차갑게 굳어 있는 것을 확인한 민석은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저절로 움츠러 들었다.여자라 착각할만큼 이쁜 얼굴에서 남자답게 굳게 닫혀진 입술을 보자면 자연스레 자신의 입술도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다 결국 제자리를 찾아 꾹 다물리곤 했다.분명 장난을 싫어하는 루한이 의도적으로 옷을 숨긴지 알고 화난거 일 것이다- 지레 짐작한 민석은 옷을 갈아 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는 루한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았다.예상대로 였다.관통할 것 처럼 날카롭게 노려보는 루한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하던 민석은 버벅 거리며 중국어를 내뱉었다.
" 说什么了(뭐라고 한거야)? "
" 你不懂的(못 알아 들을거잖아). "
" .... "
" 我就知道会这样(내가 이럴 줄 알았어). "
" 네..네? "
고작 한마디 당당하게 내뱉고는 다음에 한 무더기로 쏟아지는 외계어에 머릿속이 핑돌았다.아무리 들어도 저 중국어는,적응이 될래야 될 수가 없다.더더구나 한국 사람 같이 생긴 루한의 입에서 매일 듣던 한국말이 아닌 중국어가 나올 때면 더더욱 그랬다.아무래도 곧 중국어 울렁증이 생길거다- 민석은 생각했다.버벅 거리며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민석을 한심스럽게 보던 루한은 등 돌렸던 몸을 틀어 민석을 내려다 보았다."왜,왜그래요.." 가운데 손가락을 힘차게 올리려던 민석은 자신을 향해 강렬한 시선을 쏘아대는 민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루한은 웃으며,하지만 결코 기분 좋은 미소가 아닌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미소로 입꼬리 한쪽을 씩 올리며 민석의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툭툭,쳤다.
" 你别开玩笑(장난치지마) "
" 그게 아니라.. "
" 你别开玩笑,好玩(장난치지말라고,재미없어) "
" 아..그게.. "
" 出来(나와). "
기분 나쁘게 툭-툭 치는 손길 그리고 자신이 마치 사장님이라도 된 마냥 사장님 아들 앞에서 온갓 똥폼을 다 잡으며 명령하는 루한의 모습에도 민석은 멍청하리만큼 멍하니 뒷모습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아버지에게 잘라달라 말 해봤자 나이 먹어서 뭐 하는 짓이냐며,욕만 먹을 것이 뻔했다.아들 편 말고 남의 자식 편들 만큼 루한은 민석의 아버지에게 무척 잘했다.아니 사실 모든 사람에게 장난도 잘 치고 딱 또래 남자처럼 보인다 말 할수 있을 것이다.다만 민석이 물건 가지고 난리치는 그런 장난을 싫어하는 루한에게 먼저 도전장을 내민 ,말 그대로 '병신'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옷 세탁이나 뒷 정리는 루한이 아닌 저녁 시간대에 알바 하는 종인이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루한은 항상 민석 탓으로 돌리며 꾸짖었다.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다.뭐라 충분히 할 여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루한의 눈빛에 항상 밀려 입을 꾹 다물곤 했다.
종인이한테 이제 뒷정리는 내가 한다고 말해야겠다- 어느새 깔끔하게 유니폼을 차려입고 등을 툭 치는 손길에 화들짝,놀란 민석은 잠시 놓아 두었던 정신줄을 부여 잡고는 카운터로 나갔다.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루한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개떼처럼 몰려든 손님을 보던 민석은 시선을 돌려 여유롭게 커피를 만드는 루한을 보며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오늘도 또 지옥 같은 하루가 시작 되겠구나.아버지가 하루 빨리 돌아오길 바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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