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이태일. 십 팔년 어떻게 보면 적게 또는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인생을 살아오며 딱히 굴곡 같은 것은 없었다. 나름 공부를 해보겠다고 밤샘 벼락치기로 날밤 까다 막상 시험시간에 졸아 중요한 시험을 두 개 날렸을 때. 누나가 내 패딩을 입고 나가서 꿩 대신 닭이라고 대신 아버지 잠바를 입고 학교를 나갔던 날, 하필이면 주머니 속 들어있던 담배를 학주한테 걸려 억울하게 두들겨 맞았을 때 빼곤 딱히 하향곡선을 제대로 찍어준 적도 없고.
무엇보다 마이 웨이, 오로지 나만의 길을 걸을 뿐 남 인생에 관여하는 법 없는 무관심한 내 본연적 성격이 무미건조한 인생에 한 몫 했다. 하지만 결코 나는 주변에 무관심한 내 성격을 단점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 덕분에 갈등, 분란 하나 없이 둥글둥글하게 조용히 살았으면 살았지.
그러나 요즘 나는 오로지 마이 웨이, 내 길만을 걷느라 주변에 무관심했던 내 성격이 조금 미워지려고 한다. 학교 일에는 관심이 1g조차 없던 게 이제 와서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
“야 이태일.”
“.........”
“대답.”
“.........”
“어쭈, 대답 계속 안 하지? 이제부터 입 안 열면 초당 백대다.”
“..왜.”
“건방지게. 꼭 겁을 줘야 대답하냐?”
“뭐.”
“뭐긴 뭐야. 오늘도 역시나지. 여기 100원 줄 테니까 피자빵 3개 사와. 거스름돈 500원 남겨오고.”
학교에서 존재감 없이 조용한 이태일에게 우지호의 빵셔틀이란 꼬리표가 붙게 된 것은.
자칭, 타칭 학교 전설 우지호를 눈앞에서 보고도 몰라 뵌 이태일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까.
조용히, 주변에 무관심한 태도로 살아온 탓에 인간관계는 그만큼 좁고 얕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좁은 인간관계덕분에 싸움에 휘말릴 일도 없었고 누군가와 적대감을 가지고 부딪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우지호와의 악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누군가와 부딪친다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지 전혀 몰랐다.
사실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한데 달려들어 부딪히는 것도 아니지, 내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쪽이니까.
아무튼 100원 받고 나는 3500원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라 짜증이 치밀 대로 치민다. 하지만 우지호의 매서운 눈이 나를 쏘아보는데 어떻게 안 일어날 수가 있을까. 나도 남자의 자존심이란게 있지만 이미 한번 우지호의 주먹맛을 본지라 남성성의 우위에서의 녀석과 나의 위치가 완전히 격이 다르다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일어나는 걸 택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역시나. 100원 주고 똑같은 주문에 빵이 1개 더 늘어난 상황에 마음이 갑갑했다. 덕분에 두둑히 무거웠던 주머니가 빌 생각을 하니 속이 아린다.
이럴 거면 약 오르게 100원은 왜 주는 거지? 차라리 빈손으로 가게 하던가.
맥이 잔뜩 빠져 터덜터덜 교실문을 열고 나가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역시나.
“빵 뜨겁게 대펴 와라!!!”
아아, 역시 나는 그 날 우지호를. 아니 자칭, 타칭 학교의 전설 우지호님과 마주치지 말았어야 했다.
*
빵셔 이태일. 건방진 학교 양애치 지아코. 뻔한 학원물이므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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