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 너, 지금 남고에서 뭘 바라고 있는건 아니겠지?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3/5/0355caac192b48d41a1f90146d99f591.gif)
![[블락비/피코] 너, 지금 남고에서 뭘 바라고 있는건 아니겠지?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3/5/0355caac192b48d41a1f90146d99f591.gif)
![[블락비/피코] 너, 지금 남고에서 뭘 바라고 있는건 아니겠지?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3/5/0355caac192b48d41a1f90146d99f591.gif)
너, 지금 남고에서 뭘 바라고 있는건 아니겠지? |
" 미친. 사람이 저렇게 섹시할 수도 있나. "
재효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지훈이 호들갑을 떤다. 잠시 쉬는 타임. 축구공을 품에 안은 채로 태일이 건넨 물을 받곤 꿀꺽꿀꺽 마시는 지호를 지훈은 넋 놓고 바라보았다. 와, 무슨 물도 저렇게 섹시하게 먹어…. 지훈의 중얼거림에 재효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지훈의 등을 약하게 툭 친다. 계속 보고만 있지 말고 인사라도 하고 와. 재효의 말에 지훈은 잠시 고민했다. 평소에 까칠하다고 소문이 나 있는 지호였기에 지훈은 그런 지호를 그저 바라볼 뿐 한 번도 대담하게 다가간 적이 없었다. 혹시나 괜히 나댔다가 귤처럼 까일까 봐. 지훈은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일어났다. 그리곤 떨리는 다리를 한 번 부여잡다가 이내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지호에게로.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더운 듯 손부채 질을 하던 지호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다가오자 휙 고개를 든다. 그때 지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류이 찌릿찌릿 솟는 느낌을 받았다. 저, 여우같이 찢어진 섹시한 눈매에 도톰한 입술. 잡티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에 아니, 촌스럽다고 소문난 학교 체육복도 저렇게 어울리다니. 지훈은 덜덜 떨리는 손을 들곤 안녀엉, 이라고 어색하게 인사를 해 보이자 3초간 정적이 무겁게 흘렀다. 눈을 끔뻑끔뻑 뜨며 뭐지, 이 병신은, 이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호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곤 멍하니 손을 들고있는 지훈을 지나치며 한 마디. 미친놈.
* * * *
" 씨발. 몇 달 전부터 계속 변태같이 나만 보고 뭐라 지랄하더니. 오늘 인사를 하잖아. " " 그, 그, 표지훈? " " 어. 무슨 게이도 아니고. 씨발. 난 여자가 좋다고. 여자, 여자! " " 미친놈아. 남고에서 대체 뭘 바라냐. 여자는 무슨. " " 그래서, 게이나 되라고? "
지호의 말에 쯧쯧, 혀를 차고는 새우깡을 우물우물 씹는 유권. 유권은 턱을 괸 채 멍하니 운동장이 훤히 다 보이는 창가 너머를 쭈욱 살펴보았다. 저어기, 있네. 표지훈. 유권의 심드렁한 말투에 지호는 새우깡을 하나 집어 거칠게 씹었다. 그리곤 몸을 일으켜 창가 너머를 바라보는 지호. 축구공을 툭툭 차며 재효랑 뭐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훈을 보곤 지호는 눈을 한 번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벽에 걸려있는 고장 난 시계가 천천히 작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곤 째깍째깍, 고막을 찌를 듯이 소리가 거세진다. 어, 왜 이래. 귀를 틀어막고 점점 좁혀져 가는 소리 간격과 흐려지는 초점에 지호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질끈 감은 눈을 떴을 땐.
" 와, 씨발. "
시간이 멈췄다.
* * * *
병신같이 가만히 굳은 채로 새우깡을 입에 막 넣으려는 유권의 뺨을 탁탁 쳐봤지만, 동공 하나 흔들리지 않고 꼿꼿이 앉아있는 유권에 지호는 허, 허탈한 소리를 내었다. 혹시나 해서 복도로 나섰지만, 자신을 제외한 선생님, 학생 모든 사람이 몸을 뻣뻣하게 세운 채로 멈춰있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지호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말…, 나만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 오싹한 기운에 지호는 뛰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지랄이야! 거칠게 계단을 내려갔다. 밖으로 나가봐야겠다. 1층으로 쭈욱 내려와 학교 밖으로 벗어나니 훤하고 싸늘한 운동장이 눈에 박혔다. 공중에 뻣뻣이 떠있는 축구공. 자동차, 사람들, 새, 강아지, 더구나 구름까지.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멈춰있었다. 숨이 탁탁 막혀온다.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호는 머리가 복잡해짐과 동시에 아직 파악되지않는 상황에 욱욱, 토가 비집고 나올 지경이다. 헛구역질하며 지호는 공중에 떠있는 축구공을 잡으려고 애썼다. 탁, 하고 손에 잡혔지만, 공중에 떠있는 채로 지호의 품에 안기려 들지 않는다. 그저 공중에 딱 붙은 채로 떠있는 공. 점점 엄습해오는 공포심과 어이없음에 지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짓 뜯었다. 아, 미친! 그때, 자신의 등을 툭툭 조심스럽게 치는 느낌에 지호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니.
" … 표지훈? " " ……. 이게 무슨 일이야? " " 내가 어떻게 알아. 씨발, 이게 뭐야. 존나. 왜 너랑 나만 이렇게 움직일 수 있냐. " " 시간이 멈춘 것 같아. " " 알아. 그런데 왜 너랑 나만 움직이냐고. "
내가 어떻게 알아. 지훈의 말에 지호는 무겁게 한숨을 푹 쉬었다. 하필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표지훈이…. 지호의 걱정과 달리 지훈의 심각한 표정 뒤에는 신 나는 노래를 틀고 트위스트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운명일 거야. 우지호랑 나만, 우지호랑! 나만! 이렇게! 애써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는 지훈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늘이 나를 도우시려나 보다. 지호 몰래 뒤 돌아 히죽히죽 웃음을 내뱉는 지훈. 그런 지훈의 음흉한 속도 모른 채 경계 어린 눈빛으로 지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가자. 지호의 말에 지훈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호의 뒤를 따른다. 아, 우리 지호. 뒷모습도 존나 섹시해. 지호는 교실 하나하나 샅샅이 살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자신에게 닥친 것이 억울하고 서글픈 지호였다. 이건 누군가의 음모일 거야…. 교실을 다 살핀 지호가 이번엔 화장실로 향했다. 그저 말없이 그런 지호의 꽁무니만 졸졸 따라가는 지훈. 미친! 이민혁 여기서 똥 싸고 있었어! 제일 구석 잠겨있는 칸을 억지로 열다 심각한 표정의 지호가 크게 빵 터졌다. 씨발! 내 눈!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재빨리 문을 닫고는 비어있는 옆 칸들을 다 살피고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자 추욱 몸을 늘어트리며 화장실을 터벅터벅 빠져나오는 지호. 한참을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하고 헛고생을 한 지호가 힘든 듯 복도 아무렇게나 털썩 몸을 떨어트린다.
" 왜 나만 이렇게 고생하냐고. 너도 좀 찾고 그래 봐. " " 뭘 찾아. " " 뭘 찾긴. 당연히…." " 너의 마음을 찾겠어. "
뭐, 뭐야. 지호는 갑자기 헛소리하는 지훈을 아니꼽게 봐주고는 엉덩이를 탈탈 털며 다시 일어난다. 이럴 때가 아닌데. 그냥 시간이 다시 흐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걸까. 뭔가 덥덥해진 공기에 목이 후끈하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런 지호의 손목을 잡고 자기 쪽으로 거칠게 당기는 지훈. 악! 갑작스러운 힘에 저항도 못하고 힘없이 당겨지자 그대로 지훈의 품에 안겼다. 좋은 냄새가 훅훅 지호의 코끝을 스쳐 갔다. 잠시 멍하니 안겨있다가 이내 정신 차리고는 재빨리 벗어나려니 자신의 몸을 두른 팔에 힘을 주며 더 세게 껴안는 지훈. 숨이 턱턱 막혀온다. 있잖아. 지훈의 낮은 음성이 지호의 귀를 웅웅 듣기 좋게 울린다. 이 새끼 목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쿵쿵 작게 뛰던 심장이 쿵쾅쿵쾅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뛰기 시작했다. 지훈의 숨결이 지호의 볼에 닿는다. 지호야…. 자그마하게 부르는 지훈의 목소리에 지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 니가 너무 좋아. " " …야, 좀 놔봐. 숨 막혀. " " 이 상황이 존나 당황스러운데 너라서, 너무 좋다. " " ……. " " 그냥 이대로 쭈욱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
지훈의 말이 끝맺음과 동시에 지호는 눈을 감았다. 천천히 입술을 겹쳐오는 지훈. 부드럽게 쪽, 하고 짧게 뽀뽀를 하다가 이내 조심스레 혀를 집어넣고 지호의 혀를 감아올린다. 치아 하나하나 정성스레 훑으며 지호의 두툼한 아랫입술을 핥고 깨물었다. 그리곤 혀와 혀가 다시 엉켜오며 중심을 못 잡는 지호를 강하게 안아 올리며 뒤로 넘어가지 못하게 잡는다. 다정스러운 지훈의 키스에 지호는 눈을 한 번 파르르 떨었다. 진짜,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 씨발! 우지호 침 흘리면서 자! "
유권의 경악스러운 소리에 지호는 줄줄 흐르는 침을 스읍-, 닦으며 눈을 떴다. 으응? 뭐야…. 부스스한 몰골로 휙휙 주위를 살피는 지호. 모든 반 애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렸다. 어, 뭐야. 뭐야! 지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고장 난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시계는 역시나 고장났기에 움직이지 않았다. …, 꿈이었어? 지호는 머리를 짓 뜯으며 짧게 신음을 뱉었다. 다행히 자습시간이라서 그런지 선생님께서 교실에 계시지는 않았다. 유권이 왜 그러냐며 지호를 다시 앉히려 하자 지호가 쿵, 하고 소리 나게 자리에 앉고는 으으, 앓는 소리를 냈다. 표지훈, 표지훈! 때마침 쉬는 시간 종이 치고 지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6반…. 성큼성큼 걸어가 굳게 닫혀있는 교실 문을 벌컥 열었다. 저 멀리 구석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지훈이 보였다. 지호는 허, 짧게 어이없는 웃음을 뱉으며 걸어가 지훈의 책상을 탁탁 쳤다. 손이 덜덜 떨렸다. 꾸벅꾸벅 졸던 지훈이 갑작스러운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우지호란걸 알아채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눈을 끔뻑이며 지호를 바라보는 지훈. 정적이 무겁게 흘렀다. " 안녕. " 그래, 내가 남고에서 뭘 바라겠어. 여자는 무슨.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