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악연(惡緣) 01
W.유흐흥
´엄마가 미안해´
열네살. 이 여섯글자로 나와 너의 악연은 시작되었다.
엄마가 나를 떠난후, 나의 아빠는 너의 엄마와 만났고, 나도 그렇게 너와 만났다.
˝나이는…같을거야. 17살이지?지훈아, 인사해야지˝
나를 힐끗 쳐다보며 이내 낮게 ´씨발-´ 하고 읊조리는 너의 입모양을 봤을때도, 나는 항상 외로웠던 나에게 친구가 생긴다는 거지같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그때 너와 내가 만난건 끔찍한 악연이였다는것도… 나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너와 같은 학교를 다닌 이후로 나에게 친구라는건 있지도, 아니 있을수도 없었다. 늘 시종일관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훤칠한 키와 외모로 모든 여학생과 남학생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모두의 축이되었던 너와 나는 달랐다. 나의 성격때문이라고?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다 내게 다가오거나 말이라도 건네는 친구가 있어도 다음날이 되면 만신창이가 된 채로 날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곤했고, 전 학생이 보는 앞에서 나의 온갖 추한 꼴을 보이게끔 하는 너의 행동들을 보고나서도 나에게 다가올수있는 친구라는건 아예 있을수도 없던것이었다.
모든 학생이 기다리는 점심시간.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지옥같은 50분일 뿐이였다. 여느때처럼 책상에 엎드리고 누워 애써 눈을 감고 자는척, 엎드려있자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적막을 깨고 들려온다.
˝야 우지호˝
˝…˝
˝대답안하냐? 야˝
˝…왜˝
제 친구들과 함께 킬킬대며 검지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기분나쁘게 연신 툭,툭 쳐대며 ´병신새끼´를 연발하는 표지훈이다. 이제 이정도 괴롭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뎌졌다. 참 비참하다. 도대체 너와 내가 근본적으로 뭐가 다르긴 한걸까? 아, 우리 엄마가 술집여자 출신이였다는거…? 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제혼자 짜증을내며 내 볼에 주먹을 내리꽂는다. 알싸한 피냄새가 입안을 감돈다. 처음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반 친구들도 이젠 내가 이런일을 당하는게 아무렇지도 않단 듯 제할일을 하기에 바쁘다.
˝미친, 창년새끼라그런가 니한테 냄새나는거같다. 더러워.˝
더러워? 내가? 왜? 낄낄낄 하며 배가 찢어져라 웃어재끼는 표지훈과 그의 친구들을 원망서린 눈빛으로 쳐다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표지훈의 입꼬리 한쪽이 슬쩍, 올라간다. 넌 지금 이상황이, 마냥 즐거운거니?
잠시 뒤, 표지훈과 친구들, 그리고 반에있는 모든 학생들이 나가고나서야 나는 가방속에서 챙겨왔던 빵과 음료수를 꺼내들었다. 급식을 왜 먹지않느냐고? 혼자 궁상맞게 급식실에서 자리한켠을 차지하며 급식을 먹고싶지도 않을뿐더러 학기초에 급식을 먹으러갔다가 표지훈에 의해 내 급식판이 뒤엎어져 교복이고 뭐고 아예 수습 할 수도 없을만큼 망가진 뒤부터 급식실에 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않는다. 솔직히 외로운건 사실이지만, 혼자있는 이 시간이 내겐 가장 행복하다.
드르륵-
갑작스런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소리가 들리는곳으로 시선을 이끌자 예쁘게 생긴 남학생 한명이 도시락통을 들고 내게 다가온다.
˝안녕˝
˝…˝
˝왜 대답을 안해. 안녕˝
˝어…안녕.˝
˝볼…괜찮아? 상처난거같은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 볼을 어루만지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본능적으로 손길을 피했다. 넌…무슨…내가 아무렇지도 않은거니?
˝아, 미안. 많이아파?˝
˝아니…괜찮아˝
그나저나 저 도시락통은 뭔지. 의아하단 표정으로 손에 들린 도시락통을 바라보자 말을 이어가는 녀석이다.
˝아. 이거, 너 매일 여기서 혼자 먹고있길래…같이먹을려고˝
˝…같이?˝
같이? 같이먹는다고? 내가 그렇게 매일마다 표지훈에게 당하는 꼴을 보고도 나와 함께있고싶다고? 이해할수가 없다. 나에게 다가오는 누구던 다음날이면 얼굴이고 몸이고 죄다 피딱지와 멍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나던 많은 친구들을 보고서도 나와 함께있고싶다는말이…
˝안돼˝
˝…왜? 혹시 내가…불편해?˝
˝…나랑 같이있다가 니가 다쳐˝
˝상관없어˝
상관없다며 예쁘게 웃어보이는 놈이 참 미련하게도 예뻐보였다. 하지만 내게 다가와준 친구들을 더이상 다치게 하고싶지도 않다. 특히 너처럼 곱디 고운애는…그러니까 ´고집좀 부리지마.´ 하고 말하려는데 이미 제 도시락통을 열며 나에게 수저를 건네보인다.
˝나, 안재효야. 재효.˝
˝진짜 안돼, 재…효야.˝
˝진짜 상관없어서그래. 나 너랑 친구하고싶어.˝
˝…그럼 표지훈 올라오기 전까지만 빨리 먹고 가˝
어쩔수 없단듯 무언의 허락을 하자 좋다고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재효다. 표지훈이 아닌 다른사람과 말을 해본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솔직히…, 행복했다.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준다는게. 그래도 나한테 다가와준 너를 다치게할 수는 없어….
˝있잖아.˝
˝…응?˝
˝너 왜 표지훈이랑 그렇게 사이가 안좋아?˝
˝글쎄…왕따당하는데 이유가 어딨겠어˝
˝왕따당하는데 이유가 없긴 왜없어? 걔도 진짜 어이없다. 힘들어도 좀만참아, 내가 앞으로 니 친구해줄께˝
˝넌 표지훈한테 당하는거 안무서워?˝
˝괜찮아. 한번 맞고 너랑 친하게 지내지뭐˝
˝…시간 다되간다. 얼른 너네반 가˝
˝내일 또 올께. 맨날 빵만먹지말고-˝
고마워 재효야. 정말로… 말이 가슴속에 응어리진채 입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흔한 친구와 밥먹는것도 표지훈의 눈치를 살펴가며 해야하는 내 처지가 마냥 비참하고 또 비참하다. 나는, 어쩌다, 너를 만나서 이렇게 된걸까. 도대체 왜 너는 나를.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에 날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거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하교시간이 되고, 난 언제나 그랬듯 혼자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집 차가운 공기만이 나를 반긴다. 씻으려 화장실에 들어가다 거울을 보니, 어느새 빨간 피딱지가 굳어버린 입가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 아파-. 샤워를 한 후 편한 옷을 갈아입고 티비를 켜자 띡,띡,띡,띡 하는 도어락소리가 들려온다. 표지훈, 니가 온것이리라. 문이 열리자마자 무섭게 인상을 쓴 표지훈이 거칠게 가방을 집어던지며 내게 다가온다.
˝우지호. 넌.˝
˝…어˝
˝내가 우습지 그냥? 어? 우스워서 이러는거아니야˝
˝무슨소리하는건데˝
˝아까 그새낀 뭔데˝
안재효, 그 이쁘장하게 생긴 남자애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이래서 내가 안된다고 누누히 말했더니…. 애초에 표지훈이 내가 안재효와 함께 있었단걸 모를 턱이 없다는 사실을 왜 생각치도 못하고있었을까. 이미 표지훈이 안 이상 안재효, 필시 너도 다칠게 분명하다. 그건…더이상 안돼.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게 너랑 히히덕거리면서 밥도 존나 잘쳐먹더라?˝
˝…정말 너야말로 왜이러는건데˝
˝왜이러냐고? …그냥. 재밌거든. 너 가지고노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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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ㅠㅠ필력도 딸리고 너무 졸려서 일단 여기까지... 집착돋는 표지훈을 쓸려고했는데 뜻대로 잘안되네요ㅋㅋ 똥손 똥손.... 반응연재할께요S2 만약에 2화쓰게되면 더 길게!!쓸께요..ㅋㅋㅋ아 너무 짧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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