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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은 제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가는 걸 느꼈다. 세훈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조금은 긴듯한 머리카락이 세훈의 눈을 찔러왔다. 그러자 세훈이 기다렸다는 듯이 꿈뻑거리넌 눈을 천천히 감았다. 눈이 찔리는 것이 싫어. 세훈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팔짱을 꼈다. 물론, 눈이 찔리는 것 때문이 눈을 감은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핑계일 뿐이었다.
길다란 속눈썹에 누군가 과학실에서 몰래 훔쳐온 추라도 달았는지, 아니면 누가 실이라도 몰래 묶어놓고 슬쩍 실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인지 오늘따라 졸음은 세훈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뺨을 살살 쳐보기도 하고, 부스스거리는 갈색 머리칼을 흔들어보기도 해봤지만 졸음은 쉽게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자느라 잠시 셔터를 내린 세훈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깨우고싶다기 보다는 더 재우고 싶다는 듯한 뉘앙스의 부드럽고 잔잔한 목소리였다. 잔잔하게, 띄엄띄엄 들려오는 그 목소리는 한참을 그렇게 세훈의 귀를 두드리더니 결국 조그만 틈 사이로 몰래 그 속을 비집고 들어섰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세훈의 귓 속을 두드리며 마중을 나와달라는 욕심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냥 그 따뜻한 귓 속에 다리를 뻗고 앉아 자리를 잡고 앉을 뿐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루한이었다. 여느 한국인 못지않게 유창하게 말을 하면서도 숨길 수가 없는 어눌하고 바보스러운 억양은 잠에 빠진 세훈도 루한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도도하게 생긴 얼굴과는 다르게 한마디 한마디 뱉을 때 마다 어리숙함에서 묻어나오는 귀여움에 종대의 입꼬리가 조금 말렸다.
세훈은 저의 귓속으로 들어와서도 가만히 저를 토닥이는 그 목소리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루한을 저의 꿈 속으로 초대했다. 루한은 그런 세훈에게 감사의 의미로 세훈이 가장 좋아하는 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 이 교실로 들어올 적의 제 모습으로. 왠만한 서울 깍쟁이 못지 않게 고고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귀여운 말씨를 쓰던, 그러면서도 꽤나 진지한 말을 하던 그 때의 그 모습으로.

' 친부모님을 찾으러 한국으로 들어왔어. ' 정확히 이랬다. 아직 저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중국 이름이 루한이라는 조금은 신기한 이름이라는 것과 저희와 같은 열일곱이란 것 뿐인 생각 없이 멍청한 반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저를 소개한 말이었다. 마치, 날씨가 참 좋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평온한 목소리에 그 순간 반 아이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그 다음으로는 루한의 한글 실력을 의심했다. 아직 어휘를 모르나? 그러면서 자신들의 한글 선생 직책에 무거움을 느꼈었더랬다. 하지만, 루한은 반 아이들보다도 맞춤법을 잘 맞추고, 소설책에서나 쓸법한 정석적인 어휘를 사용하는 완벽한 한글 실력을 자랑했고, 반 아이들은 이내 입을 꾹 다물고 문화충격에 눈을 껌뻑거릴 수 밖이 없었다. 이게 컬쳐쇼크란 것인가?
세훈도 그랬다. 와, 저 새낀 뭐지? 신기함과 존경이 동시에 그 커다란 눈동자에 가득찼다. 넘실거리며 꾸역꾸역 눈동자 속에 담기는 존경을 억지로 꼭지를 잠궈서 끊어가며 세훈은 눈을 반짝였다. 아, 친해지고 싶다. 동글거리는 광대를 비실거리며 웃은 세훈은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루한에게 달려가 친한척을 할 생각에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느꼈었다.

이것도 벌써 2년이 지난 이야기였다. 세훈과 루한은 추운 겨울날 같은 고사장에서 수능을 쳤다. 하지만, 둘은 목에 걸고있던 학생증 대신에 다른 학생증을 걸지 않았다. 걸고 싶지도 않았고, 걸 수도 없었다. 걸고 싶지 않았던 쪽은 세훈이었다. 루한이 저의 학교로 전학을 올 즈음 부터 미리 준비해두었던대로 꽤나 알아주는 소속사에서 데뷔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와는 달리 학생증을 걸 수가 없었던 쪽은 루한이었다. 의외였다. 어느 누구보다도 대학을 가고 싶어했던 루한이었으니까. 끝끝내 연락이 오지 않은 친부모님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한국에 뿌리를 냐리고 싶어햤던 루한이었는데, 결국이는 그럴 수가 없었다. 사라져버렸으니까. 살던 집, 쓰던 번호 모든 것을 두고 사라져버린 루한은 그럴 수가 없었다.




" 오세훈. "
" 어… 어. "
" 세훈아. "



입 속이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이름을 혀 아래에 숨긴 세훈이 눈을 떴다. 감쪽같았던 꿈에 착각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꿈이었다. 세훈은 익숙한 얼굴이 보임에 괜한 아쉬움이 몰려왔다. 코를 찡긋거리던 세훈이 한번 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문학 수업 중이던 교실이 아니었다. 몇십분 전에 탔던 벤이었다. 이 곳에는 교과서를 띄엄띄엄 읽어내려가는 루한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몰래 잠을 자던 저도 없었다. 아직 갈아입지 못한 무대의상을 입은 채로 루한의 꿈을 꾼 저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세훈이 머리를 흔들었다. 조금 흔들리던 시야가 깨끗하게 맑아지며 다시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표 사진
독자1
세루라니ㅠㅠㅠㅠㅠ아너무 좋아요ㅠㅠㅠㅠ한국말을 그렇게 잘하는루루라니ㅜㅜㅜ현실감있네여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헐 세루다세루세루세루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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