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코]선후배 3
W.지호야약먹자
쓰린 속을 부여잡으며 일어났다.
뒤집혀진 것같은 속때문에 머릿속엔 아무생각도 없이 주위를 둘러봤다.
음...표지훈 집이네. 대충 탐색을 끝내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방을 나왔다. 한발자국 나오니까 보이는 쇼파위에 늘어진 표지훈.
나때문에 저기서 잔건가? 적당히 보일러를 틀어 따뜻한 실내였지만 이불도 한 장 없이 쇼파에 깊게 몸을 기댄 채 누워있는 모습이 충분히 미안하게 만들었다.
난 되게 따뜻하게 잘 잤는데...다시 방에 들어가 주섬주섬 이불을 모아 표지훈의 위로 덮어줬다.
그러고 보니까 이 집도 되게 자주 온다. 나 필름 끊기고 눈뜨면 항상 여기네. 표지훈이 고생이 많다. 괜히 선배 대학 따라왔다가...
내가 이쁜 데가 어디있다고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날 잘 따라주는 표지훈이 대견하고 기특해 머리를 쓸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가락을 빠져나갔다.
눈을 꾹 감고있는 데 속눈썹도 짙고 길다. 확실히 인물이 좋다. 코도 높고...여자한테 인기 많다더니 얼마나 많으려나.
"...아"
내가 술 마신 이유가 기억났다. 최진리 때문이였지.
인기있는 표지훈때문에 내가 걸리적거린다는 말이나 듣다니...
괜히 표지훈이 얄미워져 머리칼 주변에서 배회하던 손을 다시 거둬들였다.
양치나 하자, 치약을 묻혀 입에 넣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췄다. 최진리는 나보다 더 작다. 어깨는 오나?
더 하얗던가? 나랑 비슷했나? 나도 하얀데...키가 너무 큰가? 최진리와 나를 이리저리 비교하다 문득 어제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는 게 생각났다.
잘...됐을까? 둘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난 들어갈 틈도 없었...아니지, 내가 왜 끼어? 둘이서 예쁜 사랑한다는 데 선배주제에 어딜 끼어들어...
그러고보니 최진리랑 나를 왜 비교했지?....
칫솔질의 세기가 더 세졌다. 텁텁해진 입 안이 상쾌해진 느낌이다. 그럼에도 찜찜한 기분은 나아지질 않는다. 문을 딱 여니 그 앞에 서있는 표지훈.
나가려던 발을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툭 부딫쳤다. 이마가 아닌 입술. 당황스러움에 부딪친 충격까지 더해져 뒤로 넘어가려는 것을 표지훈이 허리를 잡아챘다.
"버,벌써 일어났어? 잡아줘서 고마워. 아! 들어갈...거지? 얼른 들어가. 난 거실에서 얌전히 물만 마실게. 하...하하..."
누가봐도 어색한 웃음에 손짓을 하며 표지훈을 화장실에 밀어넣었다. 귓가가 후끈한게 빨개진 것 같다.
입이 닿았어. 입이 닿았다. 표지훈이랑 내 입술이 닿았다. 사고야. 그냥 부딪친건데. 자꾸 가슴이 떨렸다. 벅차오는 숨에 심호흡했다.
아무것도 아닌데. 이미 풀려버린 다리에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쇼파는 무슨. 이 상태론 물도 못뜨러가겠다.
이상한 느낌에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하..."
곧 들리는 물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리를 털고 일어났다.
쇼파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물을 마셨다.
물소리가 그치고 표지훈이 나왔다. 아무렇지않은 표정. 분명 저런게 정상인데. 괜히 마음이 따끔거렸다.
"형. 어제랑 똑같은 거 입고 학교가는 거 좀 그렇지 않아?"
방에 들어가서 뭘하는가 싶더니 옷을 꺼내오는 거였는지 옷들을 들고 나온다.
"뭐 입을래요? 내가 형보다 덩치가 조금 커서 그렇기 키는 비슷하니까 내꺼 입어요."
딱봐도 표지훈꺼 라는 택이 붙어있게 생겼는데. 내 스타일과는 다른 옷들이 대다순데.
그래도 대충 데님셔츠에 아이보리색 니트를 골라냈다.
"이거 괜찮지? 바지는 아무리 봐도 안맞을 듯 싶다. 내 허리랑 니 허리는...아무튼 다 입고 세탁해서 줄게."
알겠어요. 그럼 저 방에서 입어요.
표지훈이 가리킨 방에 들어가 옷을 바꿔입었다. 표지훈꺼라서 그런지 확실히 좀 헐렁하다.
나도 그닥 빠지는 몸은 아닌데...너무 말랐나. 팔을 끼워넣고도 남는 옷에 팔을 쓸었다. 운동이나 할까.
에이, 나는 그냥 마른 매력으로 밀고 나가야지. 운동은 귀찮다. 힘들고
다 입고 문을 벌컥여니 표지훈은 맨투맨에 까만 자켓을 입고있다. 잘생겼네 내 후배.
씩 웃는 내 얼굴에 왜 웃냐며 이상한 거냐며 거실 구석의 거울을 비춰본다.
"그냥. 잘생겨서"
거울을 보는 뒷통수에 툭 내밷으니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아, 남자끼리 이상한가?
순간의 정적 끝에 다시 능글맞게 돌아와서는 안그래도 알아요. 라며 능청을 떤다.
"그래도 나는 못 따라오지."
나도 맞대응을 했더니 푸하하 웃는다.
야, 그렇게 웃을 건 없잖아. 무안해지는 상황에 입술을 삐죽댔다.
"됐어. 그만 웃으래도? 씨...난 갈거야."
가방을 가지러 일어서니 내 팔을 잡는다.
귀여워서 그래요. 귀여워서.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을 하는 게 괘씸해 머표지훈의 머리를 내리 눌렀다.
아직 덜 마른 머리가 축축했다.
"내가 형이거든? 쪼꼬만 게 맨날 동생 취급이야."
잡힌 팔을 풀어내어 방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들리는 쪼꼬맣기는 겉으로보면 쪼꼬매 보이는 사람이 누군데...하는 중얼거림은 가볍게 무시해주고.
가방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
"어? 진짜 갈려고? 같이가요!!! 니 가방만 들고 나오면 돼"
그냥 가려고 했던 계획과는 달리 다시 팔을 붙잡는 표지훈에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같이 집을 나섰다.
"오늘 뭐뭐 들어?"
"형은?"
"난 전공이랑 교양...일 걸? 오늘 금요일...어? 대박. 불금?"
불금이라 좋아하려하는 순간 문자가 도착했다.
[불금! 오늘 스타덤에서 모여라.형이 술 산다 -기석이형]
표지훈도 받았는지 폰을 들여다본다. 아, 어제 마셔서 오늘은 안땡기는데...거절하려 답장을 누르는데 또 도착한 문자.
[우지호. 매번 빠지는 거 다 봐줬다. 오늘은 니가 메인이니까 꼭 참석해라. -기석이형]
허.......
나를 정확히 겨냥한 말에 탄식이 터졌다. 표지훈도 짐작했는지 눈이 마주친다.
형, 속은 괜찮겠어요? 컨디션이라도 사다줄게요.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스럽다는 듯 날 쳐다본다.
그럼 고맙고, 나도 너 사줄게. 대수롭지않게 말한 건데도 아싸, 하고 작게 좋아하는 모습이 귀엽다.
자연스럽게 버스가 다니는 시내로 가는데 표지훈이 날 멈춰세운다.
"왜?"
"늦을 것 같은데...차 타고 갈래요?"
"너 차있어?"
응. 주차장으로 가요. 하고는 먼저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어?...차가 있다고? 나도 없는 걸? 벌써 들어가서 안보이는 표지훈 뒤를 서둘러 쫒아갔더니 차앞에서 문을 열고 기다린다.
"벤츠?...야, 니 부자였어?"
그건 아니고....뒷머리를 긁적이는 표지훈에 말을 잃었다.
와, 진짜 달라보인다. 벤츠...대박...
에이, 그만 감탄해요. 빨리 타요. 형 전공 10시부터 아니야?
"왜,왜,왜? 지금 몇신데? 늦었어?"
"어...지금 가면 5분 정도 여유있겠네."
헐, 빨리가자. 전공교수님 진짜 무서움. 고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으아...깨끗한 내부에 혹여 더러워질까 다소곳이 다리를 모아 가만히 있었다.
"이거 타고 학교에서 내리면 선배들이 갈굴건데. 표지훈. 자고로 부자는 적이 많은 법이지."
"난 오늘 교양밖에 안들을거라서, 형 내려주고 그냥 갈건데?"
"헐...1학년이라고 막 빠지고. 나도 작년엔 그랬는데 지금은 아이고..."
부럽다 1학년...얘기들으니까 옛날에는 2학년때도 노는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요즘엔 이리저리 할게 많아서...
대학가면 다된다는 말은 다 꿈이다. 꿈.
차에서 내리자마자 최진리랑 눈이 마주쳤다. 째려보는 것 같더니 금방 눈을 돌려 가던 길을 간다.
"뭐야..."
"응? 뭐라구요?"
그걸 들었는지 창을 더 내려서 물어본다.
"아무것도 아니야. 이따 보자!"
"응. 전공 잘해요."
다시 차를 몰고 학교를 빠져나간다. 시계를보니 9시 50분. 뛰어야겠다.
"표지훈. 솔직히 말해봐. 최진리한테 뭐라그랬길래 쟤가 나랑 너를 자꾸 째리냐."
아까부터 계속해서 꼿히는 따가운 시선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언제나 끝은 최진리였다.
그게 신경도 안쓰이는지 표지훈은 꿋꿋이 필기를 계속하고, 내가 이상한거야?
"신경쓰지마요. 그럴 필요없어. 좋아하는 사람 있다니까 저러네"
"안쓰이게 생겼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 내린다. 너?"
"됐구요. 필기 열심히 하세요~"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머리를 쓱 민다. 어? 또 까불어? 인상을 팍 써도 큰 손으로 얼굴을 쓱 훓어내린다.
그러면 또 웃는 얼굴로 돌아오고. 왜 항상 얘한테 휘둘리는 느낌이지?
입을 삐쭉이면서 필기에 집중하려는데 또 느껴지는 시선. 하...오늘 필기는 글러먹었네. 신경쓰이게.
힘을 주어 쥐고있던 연필을 내려놓고 얼굴을 괴어 교수님의 ppt를 바라봤다. 음...역시 머리에 안들어와.
기석이형 분명 나 옆에두고 퍼먹일텐데. 어제 마셨다고 하면 좀 봐주려나. 으아...벌써 속 쓰려. 오늘은 먹은것도 아까 먹은 샌드위치랑 우유밖에 없는데.
"우~지~호!!!!!그동안 요리조리 피해가서 내가 널 얼마나 먹이고 싶었는데! 드디어 만난다? 응?"
표지훈과 도착한 스타덤에서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뒤에서 기석이형이 확 끌어당겨 아프지않게 헤드락을 건다.
으하하, 형 간지러, 간지러. 귀에다 말하지 마요.
속삭이듯 말하는 형에 몸을 비틀어 빠져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잘 세팅된 방에는 박경에 김유권, 이민혁에 성빈선배...
모일 사람은 다 모였다. 여자후배나 선배는 일체 안부르고, 오늘은 제대로 달릴 건가보네.
혹시라도 형에게 잡혀 진짜 퍼마시게 될까봐 슬쩍 몸을 뺐다. 그랬더니 어딜 빼냐며 다시 어깨를 끌어안는 형에 발빼기는 실패.
포기하자는 심정으로 순순히 옆에 앉았다.
"혀엉...나 어제 속상해서 혼자 마셨다고요. 살살해요. 응?"
이럴바에 동정심 유발로 가자. 최대한 불쌍해보이게 밑에서 형를 올려다봤다.
"안돼지 안돼~. 누가 후배님을 속상하게 했는지는 몰라도 형이 내일 해장까지 싹~ 다 에스코트 해줄테니까. 걱정말고 마시세요?"
실패. 호락호락하지 않지 기석이형이...
몸을 형에게서 떼어 과일을 집었다. 안주빨로 버텨야지. 내 건강을 이틀연속 꽐라로 무너트릴 순 없어.
"으앗, 차가!"
차가운 병이 허리를 쿡 찔러 출처를 쳐다보니 표지훈. 정신없이 앉아서 신경을 못 썻는데 옆에 앉아서 컨디션을 챙겨준다.
아! 나도 줘야지. 가방을 뒤져 컨디션을 건내줬다.
"형, 화이팅해요. 취하는 것같으면 나한테 기대고, 기석선배는 계속 먹일 것 같아. 선배한테 너무 기대지도 말고.
하나 더 사왔으니까 다 마시면 이거 줄게요."
자기 가방에서 하나를 더 꺼내서 보여준다. 기특한 놈. 아침과 달리 잘 정돈된 머리를 헤집었다.
씩 웃으면서도 기석이형을 살짝 흘긴다. 형이 걱정되나?
컨디션을 따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다 마시자 마자 기석이형에게 받은 술잔. 아, 걱정돼...
무르익은 분위기에 다들 얼굴이 붉어져 있다.
어제 만난 여자가 자기 번호를 땄다, 몸매가 좋았다부터
오늘 교수가 무슨 과제를 줬는지 아냐, 오늘은 날 갈궜다 방학은 왜 일주일이 남은거냐 까지 여러얘기가 오간다.
그 애기에서 살짝 빠져 따라주는 술만 홀짝였다.
"아! 우지호! 너 형한테 언제 간댔지?"
갑작스런 박경에 말에 모두 조용해지고 나한테 시선이 집중됐다.
어...그러고보니 티켓 받은 걸 깜빡 잊었다. 짐도 쌓는데. 내가 알바해서 간다니까 돈 많이 절었다며 티켓을 보내준 형이 고마워 전화한지가 엊그젠데.
정신이 없어서...그런걸 잊고있었네.
"어...그거 다음주 화요일."
헐...야, 너 왜 가는 거야? 유학가냐?
헐? 야 그건 아니지!
대박...형한텐 아무말도 안하고?
주목하던 얼굴들이 어이없다는 듯 입을 벌린다. 자기가 주도한 분위기면서 쏙 빠지는 박경에 헛웃음이 나왔다.
어제 내가 괴롭혔다고 저러는 거지 저거?
"아니, 아...그게 형이 나보고 싶대서.
알잖아, 우리 형이 나 겁나 좋아하는 거."
"언제오는데!! 야 우지호 대박 입싹닫고 그럼 캐나다 가는거냐?"
어? 응 캐나다 가는 거...
대답하다가 확 당겨지는 몸에 말이 끊겼다.
"형, 진짜 캐나다가요?"
표지훈이 꽤나 심각해보이는 얼굴로 묻는다.
"응...근데 왜 이렇게 심각해? 내가 가는 게 뭐가 대수라고. 말 안할 수도 있지."
안그래도 굳어있던 표지훈의 얼굴이 더 굳는다.
"형이가는 게...대수가 아니면 뭔데요?"
아니,형보러 놀러가는 것도 대수냐고? 한 2~3년 유학가는 것도 아니고!!
굳어지는 표지훈 얼굴에 위축되서 몸을 살짝 뺐다. 뭔가 이상해진 분위기에 울상을 짓고 속으로만 하소연했다.
뭐야, 박경 끝마무리 좀 지어달라고...
"유학 가는 것 정도면 적어도 나..아니 가까운 사람들한텐 말해줘야죠."
"아니...경이한텐 말했고..말하려는 걸 까먹었...
유학아니라고!! 아 박경 저거, 말을 이상하게해서!! 그냥 방학동안 놀러가는 거야, 어렸을때 놀던 형들도 보고 태운이형도 보고."
내가 왜 위축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가 짜증이났다. 내가 왜 이런 상황이여야돼!
갑자기 큰소리로 말하니까 방에 정적이 찾아왔다...3,2,1...
다들 박경을 쳐다보다 말을 제대로 하라며 꿀밤을 먹인다. 흥, 쌤통이다.
그러다가 다시 날보고 너도 말을 제대로하라며 한마디씩.
치...말을 못하게 질문만 했으면서.
"그래서, 이렇게 된거...어?"
굳어있던 표지훈이 생각나 뒤를 돌아 의기양양하게 표지훈에게 말하니 갑자기 날 안는다.
어...아무리 형이 가는 게 싫었어도 이건 타이밍이 아닌데?
잠깐 벙쪄있는데 다시 서둘러 떨어진다. 순간이지만 뛰었던 것 같은 심장에 멈춰있는데
"아! 부러워서 그래 부러워서, 캐나다...가고 싶다."
다시 웃는 표지훈에 마음이 놓인다. 최근들어 표지훈이 좀 다르게 보여 신경이 쓰인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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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쓰는 듯한 손길에 잠에서 깼다. 그래도 느낌이 좋아 가만히 있었다.
이불도 덮어준 건지 서늘했던 몸이 따듯하다.
하지만 곧이어 손이 떨어져 나갔다. 아쉽다...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켜 화장실에 다가갔다.
물소리가 들리는 게 괜히 설렌다. 형이 이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날도 있을까?
갑자기 벌컥 열리는 문에 놀라고 입술에 닿는 감촉에 또 놀랐다. 눈이 동그래져서는 뒤로 넘어가려는 형을 붙잡았다.
심장이 쿵쾅대는게 머리도 하애졌다.
"버,벌써 일어났어? 잡아줘서 고마워. 아! 들어갈...거지? 얼른 들어가. 난 거실에서 얌전히 물만 마실게. 하...하하..."
아무것도 못하는 나를 서둘러 욕실에 집어넣는 지호형에 말에 형을 보는데 입술밖에 안보인다.
꽝 닫혀진 문에 기대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입술이 닿았다. 매일 상상하던 그런 종류의 키스는 아니지만,
그저 부딪친 것 뿐이지만 나랑 똑같이 당황해서 허둥지둥대던 형이 생각나 더욱 설렜다.
보통은 욕하잖아. 그렇게 당황 안하잖아. 더 기대되잖아.
겨우 일어나 얼굴에 물을 묻혔다. 하얗던 머리가 좀 돌아오는 듯 싶다.
혹여 어색해질까 아무렇지않은 척 화장실을 나왔다.
똑같은 옷차림인 형이 신경쓰여 옷을 뒤적였다.
형의 스타일은 알지만 괜히 우리집에서 잤다는 걸 티내고싶어 내가 자주 입는 옷으로 골라나왔다.
최진리가 보면 어떤 표정일까, 여자들은 잘 캐치할텐데.
입고나오는 형의 모습이 귀여웠다. 체격차이 때문인지 살짝 커보이는 게 기분 좋았다.
내 옷을 입었다는 게 표나는 것 같아서.
형을 태우고 가는데 최진리가 보인다. 눈이 마주친 것 같았는데.
지나쳐가서 차를 멈춰세웠다.
급하게 내리다고 옷을 정리하다가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내려 형이 바라보던 곳을 확인하니 최진리, 방학때까지 귀찮겠네.
"이따보자!"
바쁘게 뛰어가는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봤다.
또 보자라는 말이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보자는 뜻이라서.
아무 것도 아닐텐데 또 혼자 설레여하는 내 모습에 잠시 비웃고는 차를 몰아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자꾸 형에게 스킨쉽하는 기석선배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도 못하는 걸 왜 선배가 하고있냐구요.
옆에서 형에게 붙어서 뭐라뭐라 말하는 형도 마음에 안들었다.
드디어 떨어진 형의 허리를 컨디션으로 쿡 찔렀다.
차가워하다가 고맙게 받는 형에 기분이 풀린다. 그래도 기석선배랑 너무 붙지마요.
형이 준 컨디션을 손에서 굴리다가 마셨다.
나보단 형이 더 걱정인데. 걱정스레 옆을보니 입술을 깨물며 과일을 집고있다. 빨개진 입술을 보다 어제일이 생각나 얼굴이 달아올랐다.
경이형의 갑작스럽 말에 놀랐다.
지호형의 형은 캐나다에 있다고 들었는데?
거길 간다니?
유학이 아니냐는 형들의 말에 다급해졌다.
형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내 쪽을 등지고 형들의 질문만 받는 형에 답답해져다.
형,낮게 불러도 시끄러운 방에 안들리는 건지 고개도 안돌린다.
결국 손으로 형을 돌렸더니 깜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다.
웃으면서 말해야 하는데 그게 안됀다.
그런 중요한 걸 계속 붙어있었으면서 왜 말을 안해줘요.
내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같아서 아침의 일들이 스쳐가며 괜한 기대였던 듯 싶어 마음이 쓰리다.
이리저리 추궁을 받자 결국 터졌는지
크게 소리지른다. 근데, 유학이 아니라고?
다행이다...
날 의기양양하게 보는 형이 귀여워 그냥 안아버렸다.
2~3년가는 거면 어쩌나 했는데. 안았다가 때가 안맞는다 싶어 서둘러 몸을 떼어냈다.
변명아닌 변명을 하며 웃으니 의아해 하다가도 따라 웃는다.
방학동안 캐나다 여행....같이 갈까?
조용히 혼잣말을 했는데 들었는지 어? 하고 반문한다.
"캐나다, 같이 가요. 나 대학 합격하면 준다는 선물, 부모님한테 아직 안받고 남겨뒀거든. 여행보내준다는 거. 잘됐다. 같이가요 캐나다"
입을 벌리고 당황해하는 모습이 귀엽다.
형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형도 보고, 캐나다 구경 같이 하면서 혼자라도 신혼여행느낌도 느끼게.
벌써 기대되서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형은 여전히 멍때리다가 또 술을 따라주는 기석선배에 인상을 쓰며 홀짤홀짝.
취하면 또 업어다 드려야지 우리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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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이거 쓰다 잠들었..그래서 이제 올리네요ㅠㅠㅠ 나름 몇번 읽어서 오타 고치긴 했는데 있을까봐 걱정되네요... 오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겨주세요...여태 안 읽고 그냥 올렸더니 오타가 종종 보였었는데 앞으론 검토할게요!!ㅠㅠ 연재 안한다해놓고 벌써 3편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편까지 갈까요...ㅋㅋㅋㅋㅋ 암호닉해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노랑님 울님 노숙자님 백사자님 ^♥^님 이불님 꾸덕이님 암호닉하신 분들이 많아져서 행복하네요♥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신분들 다 감사드려요!!! 그리고 제가 시험이 이제 3주 정도 남아서 일주일에 한 번 올릴거에요 아마도...시험의 노예...ㅠㅠ 그 후에는 잘 모르겠네요. 다른 글도 구상중인데 두개를 같이 쓸지 이걸 다 쓰고 쓸지... 아무래도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좋겠죠...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