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DAL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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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뱀파이어야.'
대기실에서 맞이한 아침.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놈 대려다 재워놨더니 어이없는 말로 사람을 벙지게 만든다.
그 와중에 입술은 따끔거렸고 입안엔 피 맛이 맴돌았다.
**
연습이 끝난 후 감독님과 나. 그리고 박지민은 근처 술집에서 딱 한 잔만 하기로 했다. 그 한 잔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여섯 병이 되었다.
박지민은 술도 못 하면서 감독님 따라 마시더니 완전히 뻗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취했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말렸어야 했는데.
그에 반해 다리를 꼬고 앉아 취한 박지민을 한심하게 내려다보는 감독님은 멀쩡해도 너무 멀쩡해 보인다.
"감독님 제가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라도 사 올게요."
"아니야- 내가 사 올게요."
음... 다리도 꼬이고 말도 꼬이는 게 멀쩡해 보인다고 꼭 멀쩡한 건 아닌가 보다.
취한 두 사람만 놔두자니 좀 불안했지만 자꾸만 자기가 가겠다는 감독님을 자리에 앉혀놓고 바로 건너편 편의점에 갔다 왔다.
"감독님 이거 마시세요. 대리기사님 좀 있으면 올 거예요."
"어. 너 먼저 들어가 얘는 우리 집에서 재우면 돼."
"감독님도 취하셨잖아요. 얘는 대기실에 던져놓으면 돼요."
들어가세요 감독님. 곧 대리기사님이 오셨고 감독님은 먼저 가셨다.
한숨 돌리고 뒤를 돌아보면 언제 나왔는지 지민이 가게 앞에 쭈구려 앉아있었다. 걸을 수 있겠어? 물으면 고개를 들고 풀린 눈으로 쳐다보다 아이처럼 웃는다.
이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팔을 내 어깨에 올리고 부축을 해 일으키면 비틀거리면서도 나한테 안 기대고 스스로 걸으려고 한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할 공연장을 2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고 간신히 빈 대기실까지 데려와 코트는 벗겨 소파에 놔두고 침대에 눕혔다.
실내에 들어오자 등부터 땀이 났고 폴라니트가 답답해 벗을까 잠깐 고민하다 그냥 테이블에 쌓여있는 생수를 마셨다.
그러다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지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반쯤 풀린 눈을 하곤 또 헤실헤실 웃는다.
원래 잘 웃는 지민이지만 취해서 웃는 지민이는 또 다른 느낌이다.
"너도 마실래?"
새 물통을 집어 들었고 침대에 걸터앉아 지민의 몸을 일으켰다.
뚜껑을 열어 물통을 내밀어도 가만히 앉아만 있어 입에 물통을 대어줬고 그제야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지민이는 목이 많이 탔는지 물 한 통을 원 샷 했다. 아이고 잘 마시네. 고개를 들고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 같은 모습에 흐뭇한 웃음이 났다.
시간을 보니 막차가 올 시간이었다. 다 마신 물통은 뚜껑을 닫아 테이블 옆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나 예뻐-?"
"뭐?"
"나 물 잘 마셔서 예쁘냐고-."
"어, 그래 예뻐."
갑자기 지민이가 내 손을 잡으며 자기가 예쁘냐고 물었다. 예쁘다-해달라고 응석 부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그래서 예쁘다고 했다. 그러자 푸흐흐하고 웃으며 뒤에서 내 어깨를 감싸 안았다.
"너도, 너도 예뻐."
목 옆으로 지민이의 숨이 느껴졌다. 차가웠다. 한참을 그렇게 웅얼거리다 조용해졌을 땐 잠이 든 거 같았다.
혹시나 깰까 조심히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자꾸만 달라붙어 점점 힘이 빠지고 피곤해졌다.
이미 교통 편은 다 끊겼고 술을 마셔서 운전도 못 하니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누웠다.
자연스럽게 내가 지민이에게 안겨 팔을 베고 누워 있는 자세가 되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오전 7시 30분. 첫 알람을 시작으로 5분마다 코트 주머니 속에서 알람이 울렸다.
평소라면 안방 침대에서 손만 내밀어 알람을 끄고 이불 속을 더 뒹굴거렸겠지만 알람 소리에 눈을 뜬 지금은 박지민 손 위에 겹쳐진 내 손을 보고 놀라 일어나려다 박지민 팔에 눌려 다시 눕혀졌다.
지민아, 야 박지민 일어나
팔을 흔들어 깨웠다. 2시간 뒤면 사람들이 하나둘 올 텐데 그때까지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목, 목 말라."
잠에서 막 깨어나 잠긴 목소리였다. 어제 물 한 통을 원샷하고도 아직 갈증이 심한지 얼굴을 찌푸리고 괴로워했다.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라도 뽑아주려고 지민이 팔을 풀고 복도로 나갔다. 천 원짜리 두 장을 넣고 포카리 두 캔을 뽑았다.
대기실로 돌아가는 동안 한 캔을 먼저 따 한 모금 마셨다. 대기실문을 열자 어느새 지민이가 침대에 앉아 있었고 아직 잠이 덜 깬 거 같아 캔을 따 건넸다.
그런데 내가 건넨 캔을 받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민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목말라."
목말라. 이 한 마디를 하곤 갑자기 입을 맞췄다.
가벼운 뽀뽀가 아니었다. 손으로 내 머리를 감싸고 깊게 입을 맞추는 진한 키스였다.
너무 놀라서 지민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내 손을 잡고 더 몸을 밀착해왔다. 점점 농도가 짙어졌고 그러다 입술이 따끔거렸고 피가 입안으로 스며들어왔다.
아. 아픔에 신음소리를 내자 지민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시선을 위로 올려 지민의 눈을 봤다.
피가 난 내 입술을 보며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고 제 입술에도 내 피가 묻었는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진듯한 얼굴을 보였다. 당한 건 난데 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입술이 트지도 않았는데 찢긴 듯 아릿한 느낌이 기분 나빠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자 지민이 완전히 나에게서 떨어졌고 침대에 털썩 앉았다.
"어떡하지."
"너 술 덜 깼고 그냥 실수한 거야. 너무 싫어하지 마라 나 기분 상하려 한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됐어, 괜찮아. 너무 안절부절하지 말라니까."
"내가 안 괜찮다니까!!"
"야 왜 그래..."
"사실 나 뱀파이어야. 이젠 너도 그럴거고... 거의."
**
뱀파이어.
내가 아는 뱀파이어는 육체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피를 통해 생명력을 빼앗는 죽은 자들, 피부는 하얗고 차가우며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존재. 그리고
"뭐야 너 공연에 너무 집중한 거 아니야?."
동화 미녀와 야수를 재해석한 이번 뮤지컬 「Beauty」의 중심 소재.
"꿈이 아니야."
"뭐?"
"진짜 뱀파이어라고, 내가."
흔히 판타지라고 믿는 것을 현실이라고 말하는 박지민. 장난스럽게 건넨 말이 무안할 정도로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너랑 나랑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갑자기 뱀파이어라는 게 말이 돼?"
"이렇게 분위기 잡고 말하면 내가!..."
두근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 심장이 쿵 하고 뛴 후 머릿속에서 삐-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자 지민이 뛰어왔고 흐려지는 시야에서 마지막으로 보인 건 지민의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정말 미안해."
지민은 힘없이 쓰러진 여주의 몸을 세게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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