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피코]악연(惡緣) 02
W.유흐흥
˝왜이러냐고? …그냥. 재밌거든. 너 가지고노는게˝
˝뭐?˝
재밌다고? 이게 너한테는 단순히 재밌는 일이니? 너때문에 나는, 하루하루 비참해 미칠것만같은데 이게 단순히 너한테는 재미에 그치는일인거니?
˝…미친새끼˝
˝어, 나 미친새낀거 이제알았어?˝
여전히 인상을 쓴채로, 표지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재밌단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표지훈이 한발, 두발 나에게 다가온다. 가까이오지마, 제발. 더이상 거지같은 너와 얽히고 싶지않아. 어느새 내 앞에 선 표지훈의 시선이 내 입가에 꽂히고, ´아팠겠다, 지호야´ 하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피딱지를 손끝으로 쓸어내린다. 이거, 이 상처. 다 니가 만든거잖아. 니가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거잖아, 표지훈. 가식적인 너의 태도에 머리끝부터 소름이 돋혀온다. 짐짓 내 머릿결을 쓰다듬는듯 하던 표지훈이 이내 내 머리카락을 그러쥐고선 쇼파에 날 내팽개치고, 눕혀진 나의 배위에 올라타 앉는다.
˝말했잖아˝
˝…제발˝
˝다른새끼랑 말섞지 말라고˝
˝하지마…제발, 잘못했어˝
˝잘못한거 알면서 왜그랬어, 지호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프도록 나의 입술을 탐하는 너다. 격한 혀놀림에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데 이와중에 튿어진 입가의 상처때문에 비릿한 피냄새와 함께 싸한 아픔이 밀려온다. 제발, 제발좀 날 놔줘. 온 힘을 다해 너를 밀어내보지만 그럴수록 더 강하게 쥐어잡히는 내 머리와 너의 힘을 이겨낼수가 없다. 애써 표지훈에 의해 벌려지는 입술을 닫으려 낑낑대자 표지훈이 인상을 쓰고 잠깐 입을 떼더니 다시 격하게 내게 입을 맞추며 내 반항에도 아랑곳않고 내 헐렁한 반팔을 들춰내고, 나의 쇄골께에 키스마크를 새겨낸다. 너 도대체 왜이러는거야…헷갈리게하지마 표지훈. 제발… 그만좀해. 너때문에 더 비참해지고싶지않단말이야-. 나도모르게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흘러내린다. 내가 헉헉거리며 우는걸 알아챈건지 표지훈의 손놀림이 멈추고, 이내 낮게 ´씨발´ 을 읊조리고선 내 위에서 내려온다.
˝우지호˝
˝…˝
˝너 이거 경고야˝
˝…더러운새끼˝
˝다음번엔 나 진짜 가만히 안있어˝
이 말을 남기고선 제 방에 들어가버리는 너. 가만히 안있는다고? 뭘 어떡할건데, 표지훈.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진짜 비참하다. 지훈아, 난 널 이해할수가 없어. 내일이 되면 나는 또 너에게 갖은 욕을 들어가며 모두의 앞에서 추한 꼴을 보이게되겠지. 더러워, 씻고싶다.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잔뜩 헝크러진 머리와 피와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얼굴, 구겨질대로 구겨진 반팔과 쇄골에 보이는 붉은 자국이 딱 거지꼴이다. 하-, 너무…힘들어 이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몇몇 학생들의 불쌍하단 눈빛과 내 책상에 매직으로 쓰여진 ´창년새끼´ 하는 글자가 날 반긴다. 이놈의 꼬리표는 언제쯤 지워질 수 있을까. 표지훈, 너와 함께 있다면 아마 영영 지워지지 않을 나의 꼬리표이리라. 자리에 앉자마자 요란하게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잠에서 덜 깬듯한 표정의 표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까 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올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 표지훈이 들어오자 삭막했던 교실 분위기가 밝게 바뀌는듯 하다. 그래, 이게 너와 나의 차이겠지.
˝지훈아 왔어? 피곤해보이네, 잠못잤나봐…. 어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표지훈이 자리에 앉자 학교를 통틀어 가장 예쁘다는 최진리가 말을 걸어온다. 왠만한 남학생들의 대시에 눈하나 깜짝 않는다던 최진리가 표지훈에게는 말도 건네가며 유독 친한 척 너스레를 떠는 모습, 그리고 그런 최진리를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너의 행동. 이미 많은 여학생들에게 그는 선망의 대상, 그리고 감히 범접할 수 조차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잠시 뒤 표지훈이 고개를 돌려 내쪽을 힐끔 쳐다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너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진짜싫어, 최악이야. 표지훈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비웃음 가득한 ´하-´ 하는 기가차단 콧소리. 이윽고 표지훈이 걸어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 교실 문이 열렸다가 쾅 하고 거칠게 닫히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온다. 지겨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자는척, 엎드리자 문득 어제 나를 찾아왔던 안재효가 생각난다. 안재효. 걘 괜찮으려나.
또다시 지옥같은 50분이 찾아왔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반에 있던 학생들은 언제 자리에 앉아있었냐는 듯 제 자리를 비우고 무어라 재잘대며 급식실로 향했다. 이제야 나 혼자만의 시간이구나. 익숙하게 빵과 음료수를 꺼내들었다. 아, 어제 그 안재효…가 빵 먹지 말랬는데. 그나저나 다시 오려나, 기대감에 부풀어 시계만 쳐다보기를 5분,1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도 찾아오지않는 교실문에 그럼그렇지, 싶어 혼자 빵을 먹으려 입에 가져다댔다.
드르륵-
˝미안, 좀 늦었지˝
고개를 들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쪽으로 고개를 들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니 해맑게 웃으며 도시락통을 들고있는 안재효가 눈에 띈다. 세수를 하고 온건지 물기어린 얼굴과 앞머리에 ´씻다왔나봐´ 하고 말하려다 멈칫, 얼굴 구석구석의 상처와 멍이 눈에들어온다. …표지훈.
˝너 이거 왜이래˝
˝아무것도 아니야, 또 빵싸왔어? 내가 빵먹지 말랬잖아˝
˝…그러게 내가… 나랑 가까이 있지 말랬잖아˝
˝어짜피 각오했던거였어. 나 오늘 일부러 니것까지 도시락 두개나 싸왔어. 소세지랑,계란말이랑…˝
˝…하…˝
˝얼른 먹어, 내가 다 먹는다?˝
˝나가, 재효야…˝
˝진짜 괜찮다고. 얼른먹자, 응?˝
˝나때문에 다른사람 다치는거 더이상 보기싫다고, 나가 안재효˝
˝우지호, 나 조금 화날려고그래. 나 다른애들처럼 안떠나겠다잖아, 괜찮다잖아.˝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마지못해 ´…알겠어, 미안해.´ 하고 안재효가 건네는 수저를 손에 들었다. 표지훈, 이젠 너의 이런 행동에 치가 떨리다 못해 소름이 돋힌다. 도대체 나한테 왜이러는거야. 날 얼마나 더 비참하게 만들어야 너의 속이 편하겠니, 응?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도대체 왜그러는거야? 표지훈.˝
˝…˝
˝말하기싫으면 말 안해도돼, 괜히 말꺼냈다 그치. 얼른먹자˝
˝…이복형제야˝
˝…어?˝
˝가족이라고, 법적 가족…. 참 거지같은게, 어느날 아빠가 우리 가족이라면서 소개시켜주더라.˝
˝…미안, 몰랐어….˝
˝니가 미안할게 뭐있어, 재효야…˝
나를 따뜻한 눈길로 걱정스레 바라보는 너의 눈이 참 예쁘다. 나 동정받는거 싫어하는데…니가 해주는 동정은 왜 이상하게 이렇게 기분이 좋지, 재효야. 이렇게 사람 대접 받아가며 누군가와 밥을 먹는건 정말 오랜만이라 어색하고 간지럽다. 어디선가 표지훈이 날 감시하고있을 것만 같다. 표지훈, 니가 뭐길래 내가 이렇게 니 눈치를 보고 살아야하는걸까….
˝이거 먹어봐. 맛있지˝
˝응˝
˝내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만든거야. 흐- 소세지 하나 굽는게 왜이렇게 어려운지˝
˝괜히 나때문에… 나 그냥 빵먹어도 되는데˝
˝아니야, 빵만먹으니까 니가 이렇게 비실비실하지. 뭐 좋아하는음식 있어?˝
˝음… 멸치볶음?˝
˝멸치? 그게 왜좋은데?˝
˝엄마가 맨날 도시락에 그거밖에 안싸줬거든, 그땐 진짜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이젠 너무 그립다˝
˝…나 이제 멸치볶음 하는거 배워야겠다˝
˝풋…나 해줄려고?˝
˝응, 기다려. 꼭 배워올께˝
좋다. 안재효와의 대화는 참 따뜻하다. 그래서 더 널 다치게 하고싶지않다. 다쳐도 내가 다칠게, 재효야. 내가 다…책임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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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스토리가 점점...이상해지는 기분ㅋㅋㅋㅋ 죄송해여 기대 많이하셨을텐데..S2 암튼 필력도 딸리고 똥손인 제 글 봐주셔서 감사해여♥ 1화때 신알신, 암호닉 신청해주신 이쁜익인들 사랑합니다♥
*암호닉 확인* 이불 토끼귀 규요미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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